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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진취적 결단력 갖춰야

박원호 전 안동시의회 부의장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 6월 1일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안동은 이미 양대 선거 국면에 접어들어 갈등과 내홍으로 점차 분위기가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유력 대통령 후보가 안동출신이라는 점에서 안동은 이미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전쟁터를 연상시키고 있다.민주당 대통령 이재명 후보를 두고 안동 일각에선 지지층 움직임이 지역 깊숙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선출되면서 야권 지지층 단속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권교체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안동의 보수층도 집결하는 양상이다.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구도에는 적잖은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기 안동시장 구도는 ‘찻 잔속 태풍’으로 그칠 수도 있다. 안동은 보수층 결집력이 상당한 지역으로 안동시민 대부분은 시정안정과 민생안정 추구에 목말라 있는 편이다.차기 안동시장은 청렴과 진취적인 결단력을 갖춘 인물을 원하는 게 시민 대부분의 중론이다. 다만 지방선거 6개월을 앞둔 현재시점에서 자천타천 거론되는 안동시장 출마예정자들의 면모를 살펴보아도 지역에서 동분서주 간절하게 발로 뛰는 인물은 극히 드물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많다. 단지 여론조사에 이름이 거론 되는 인물들과 소문만 무성한 인물들꺼지 가세해 시민들의 선택과 집중을 방해하고 있을 뿐이다.이런 상황에 안동시민들은 지역 현안을 잘 알고 해결할 행정력을 갖춘 강력한 리더십 인물이 적임자라는 여론이 점차 무르익고 있다. 이번에는 정당, 지역, 학연, 문중을 떠나 꼭 안동을 발전시키고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통한 발전을 꾀할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가 곧곧에서 들리는 이유다.또한, 안동지역의 특성상 지역사회를 구축하는 기본 틀은 공무원 사회다. 안동은 공무원 사회를 중심으로 시정을 안정시킬 강력한 소통력과 행정력을 갖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통·행정·신념을 두루 갖춘 수장이야말로 안동이라는 엔진에 강력한 휘발유가 되어 안동을 다시 뛰게 할 것이다. 조직 전체에 하고자 하는 긍정 시너지효과도 불러일으킬 것이다.자질 면에서도 근면과 성실, 도덕성과 책임감, 청렴한 인성을 두루 갖춘 인물을 선호하며, 발로 뛰고 현장을 누비며, 늘 만날 수 있는 현답행정이 몸에 밴 그런 지도자를 추구해야 한다.그리고 2조원에 가까운 안동시 예산, 산적해 있는 헴프, 바이오, 백신 등 앞으로 닥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 맞춰 1차그리고 산업에서 6차 산업까지 골고루 갖춘 도농복합도시를 안동 맞춤형으로 탈바꿈 시킬 설계와 해법, 모범답안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누구나 그렇듯 안동시민들도 안정된 삶과 행복할 권리를 추구한다. 경제, 복지와 건강, 문화와 관광, 교육, 일자리, 주거, 노후, 레저, 환경, 안전, 등 기본 삶이 우선적으로 안정되길 원하고 삶의 가치와 행복할 권리를 보호받기를 간절히 바란다.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인물은 강한 추진력을 갖춘 역동적인 엔진으로 사회기반시설인 정주여건을 갖추고 그 외 파생돼 있는 시민의 삶과 연계된 모든 환경을 정비하고 창의와 미래지향적인 요소로 달려야 한다. 예비 문화도시가 선정에 따라 돈과 사람, 국, 도비 확보에 사활을 걸고 독특한 기획과 안동형 맞춤 정책 연구로 미래 해법을 찾아야하는 지도자를 우리 안동시민들은 선택해야 한다.

2021-12-12

녀던길

제사 지내고 돌아오는 길, 먼 산 위에 달이 떴다. 나물을 다듬고 탕국을 끓일 초저녁부터 우리 동네를 서성이다가 음복이라도 하고 가라는 소릴 기다렸는지 반쯤 감긴 눈으로 우리를 내려다본다. 달을 향해 달리다 상에서 내린 술 몇 잔에 취기가 오른 옆지기에게 저 달 좀 올려다보라 권했다. 달을 보니 요 며칠 퇴계 이황의 시선집의 목차를 어루만졌더니 시 한 수 읊고 싶은 밤이라 읊조렸다.퇴계에서, 도산 달밤에 매화를 읊어, 어제 농암 선생을 뵙고 물러 나와 느낀 바 있어 두 수를 짓다, 조사경이 병 때문에 청량산으로 가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기에 금협지가 화답한 운으로 시를 지었다, 제목만으로 이황 선생이 거닐던 서원과 시를 나누던 친구들까지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시인들이 그의 문학을 따라 하고 싶어서 선생이 자주 걷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주말에 길을 나섰다.안동 선비 순례길은 아홉 개의 코스가 있다. 우리는 그중에 예던길을 걷기로 했다. 네 번째가 퇴계 예던길이다. 퇴계가 지은 ‘도산십이곡’에도 녀던길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옛 성현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도 그분들을 못 뵙네 옛 성현을 못 봬도 그분들이 행하던 길은 앞에 있네 그분들이 가던 길이 앞에 있는데 아니 가고 어쩌리. ‘녀던’은 ‘가던’, ‘다니던’의 뜻이 담겨 있다. 지금은 녀던길이라는 이름 대신 예던길로 불리는 이 길은 퇴계가 숙부(송재 이우)로부터 학문을 배우기 위해 청량산으로 가면서 처음 걸었던 곳이다. 스스로 ‘청량산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청량산을 사랑했던 퇴계는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이 길을 걸어 ‘퇴계 오솔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녀던길, 예던길 모두 같은 길이다.퇴계는 낙동강을 따라 거닐었으나 현재는 사유지 문제로 인해 옛길을 그대로 걸을 수는 없다고 했다. 안동시에서는 강변길 대신 건지산으로 돌아가는 길을 만들어놓았다. 약 4km에 달하는 산길이다. 단천교에서 고산정까지 가는 길에 백운동, 미천장담, 한속담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퇴계의 한시와 그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 ‘시심의 길’이라 불리기도 한다.산행에 자신이 없어 다시 차를 타고 농암종택이 있는 가송리로 가서 예던길을 이어 걸었다. 원래 도산서원 인근 분천동에 있었으나 1975년 안동댐 건설로 그 지역이 수몰됨에 따라 현재의 자리로 이전 복원했다. 종택과 사당, 긍구당, 분강서원, 애일당 등 농암 관련 각종 문화재를 지금의 자리로 한데 모아놓았다. 종택은 고택 체험하는 사람들로 붐비는지 주차장이 빈틈이 없었다. 방안에 사람들이 있다니 조용히 기와집이 앉은 품새와 현판과 문살만 슬쩍 보고 강가로 나왔다,오전의 햇살이 낙동강에 내려앉는다. 물소리인지 햇빛이 반짝이며 내는 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다. 순간에 지나가는 풍경이라 얼른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만큼 담아내는 실력이 내겐 없다. 다시 강의 윤슬을 한참 서서 눈으로 담았다. 고산정을 향하여 남편과 두런거리며 걸었다.이황 선생은 늘 혼자서 이 길을 걸었을까? 가끔은 애제자와 동행하기도 했겠지? 아침 일찍 나서서 농암종택에서 안동식혜로 목이라도 축이고 고산정까지 갔겠지. 아, 그때 고춧가루가 있었나? 이황 선생은 1570년에 돌아가셨고, 임진왜란 즈음에 전래했다는 설이 있으니 빨간 식혜는 아니었을 거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도 목이 말랐다. 가까운 거리라 손에 물병 하나 들지 않고 걸어온 게 후회스러웠다.강 건너에 고산정이 멀리 보였다. 난간이 없는 다리를 건너 차 한 대 비켜서기 힘든 길을 걸어 고산정에 다다랐다. 마당에서 강을 내려다보노라니 물빛에 비친 풍경이 이황 선생의 발길을 자주 이곳으로 불러들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묵은 탱자나무가 선생이 자주 외던 시 한 수 들려줄 것만 같았다. 고산정을 둘러싼 주위 산이 온통 돌산이다. 마치 이곳에 머물던 선비들이 읽은 책을 켜켜이 쌓아 놓으니 산이 된 듯하다. 산바람 강바람에 묻어오는 글향이 은은하다. /김순희(수필가)

2021-12-12

포스텍에 의과대학이 꼭 필요한 이유

심충택 논설위원 경북도와 포항시가 포스텍(포항공대)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주에는 포항출신 김정재·김병욱 의원이 나서 국회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조해진 교육위원장도 참석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국책사업화하겠다고 약속했다.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스텍 의대 설립에 목이 타는 이유는 경북도내에 아직 고난도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역량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2~3월 대구·경북에서 신천지사태로 코로나19가 대유행했을 당시 경북도내 위중증 환자들은 입원할 병실을 구하지 못해 119구급차를 탄 채 전국을 헤매야 하는 고통을 당했다.기존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심각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세계 각국은 지금 의사과학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공포 속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한 주역들은 의사출신 과학자다. 예를들어 지난해 12월 미국 화이자와 함께 ‘화이자-바이온텍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의 생명공학기업인 바이온텍은 터키 이민 가정 출신의 의사과학자 부부가 설립한 회사다.불행하게도 한국은 아직 신약(오리지널 의약품)이나 백신을 자체 개발한 경험이 전무하다. 세계 30대 제약사에 한국 회사는 한 곳도 끼지 못하고 있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약품을 복제해서 손쉽게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인적·물적자원이 투입되는 신약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의사과학자가 양성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이 최근 다녀온 미국 보스턴시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분자이미지연구소’에는 의사과학자들이 중심이 돼 신약개발과 임상실험을 주도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물리학자, 화학자, 유기화학자, 공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연구를 펼치고 있는데, 포스텍이 의대를 설립할 경우 모델로 삼을 만한 곳이다.주영석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의사과학자는 의사이지만 환자 진료보다 연구·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도 현재 수련의(인턴),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는 대신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있긴 하지만 의대 졸업자 중 기초의학교실로 가는 의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어 기초의학 붕괴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하버드 의대처럼 실력있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부시절부터 바이오 분야에 익숙한 인재를 발굴해 내는 시스템이 돼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과학인재들이 몰려 있는 포스텍 같은 유수 공과대학에 의과대학이 없다는 것은 국가 100년대계 차원에서 불행한 일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신종 전염병 백신이나 치료제를 자체개발할 수 없다는데 대해 많은 열등감을 느껴왔다. 포스텍 의대설립과 의사과학자 양성은 대선후보들이 주요공약으로 내걸어야 할 현안이다.

2021-12-12

코로나 2년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한 코로나 전염병은 12월로 꼭 2년이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인류가 첨단과학기술 발전을 자랑하지만 바이러스 하나를 극복하지 못하는 인간의 유한성이 드러난 경우다. 지금 전 세계인은 고통과 악몽의 시간을 2년째 보내고 있다.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된 이 질병은 우한에서 발생한 지 한달만에 전 세계로 확산돼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는 이를 범유행전염병(팬데믹)임을 선언했다.올 12월 1일 현재 전 세계 누적확진자는 2억6천만명이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522만명. 누적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4천932만명이며 인도 3천465만, 브라질 2천216만이다.발생 1년 뒤인 지난해 12월 전 세계인구의 1%가 감염됐고 올 10월 10일 누적확진자 2억3천700만명을 돌파, 지구 인구의 3%가 감염됐다. 33명 중 한 명이 이 질병에 걸린 꼴이다.우리나라도 12월 10일 기준으로 누적확진자가 50만명을 넘었다. 작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사망자도 4천210명에 이른다. 지열별 누적확진자는 서울이 18만명(35%)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15만명), 인천(2만8명) 순이며 대구(2만260명)가 다음을 이었다. 경북은 1만2천794명으로 전국에서 8번째다.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처음 백신을 개발, 접종을 시작했으나 거듭되는 변이 바이러스 등장 앞에 인류는 아직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그래도 인류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인류의 이런 도전은 항상 새로운 문명 세계로 인류를 이끌었다. 코로나 극복의 희망을 기다리자./우정구(논설위원)

2021-12-12

시민 부끄럽게 하는 대구시 공무원 청렴도 수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주(9일) 발표한 ‘2021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대구시는 4등급을 받아 전국 17개 특별·광역자치단체 중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다. 대구시가 4등급 청렴도 평가를 받은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4년 만이며, 권영진 대구시장 출범 이후 두 번째다. 올해 4등급을 받은 지방자치단체는 대구시를 비롯해 서울, 세종, 강원, 경남 등 5곳이다. 경북도는 2년 연속 종합청렴도 2등급으로 상위그룹에 속해 대구시와 대조된다.국민권익위는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일반시민(해당 기관과 관련한 업무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외부청렴도와 해당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청렴도를 측정하며, 이 측정 결과와 해당 공공기관 부패사건 발생현황을 종합해 청렴도를 평가한다. 올해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59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청렴도를 측정했다.대구시의 경우 내부청렴도 설문조사에서 간부 공무원 성희롱, 갑질(부당한 업무지시) 논란이 부정적으로 작용했고, 외부청렴도 분야에서는 공사 관리·감독 업무 등이 낮게 평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의 뇌물 수수 관련 징역형이 큰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대구시는 초라한 청렴도 성적을 기록한 것에 대해 “앞으로 페널티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지방자치단체 청렴도를 공무원 개인의 윤리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됐다. ‘청렴문화 조성’이라는 넓은 시각으로 시정 전체 차원에서 대책을 찾는 것이 맞다. 특정 기관의 청렴도는 대내외 신뢰도를 좌우하는 중대한 요인이다. 대구시가 이번에 청렴도 꼴찌라는 꼬리표를 단 것은 대구시의 경쟁력을 저하시킬뿐만 아니라 대구시민에게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얘기다.청렴성 확보는 공무원 각자가 얼마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가능한 한 자주 직원들에 대한 사전교육을 통해 청렴문화를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해서 공무원 직무상의 위법행위나 부당한 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시점검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 각자가 청렴성 문제에 있어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다.

2021-12-12

하루 7천명대 연속… 더 못 막으면 파국 올지도

오늘부터 식당, 카페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백신접종 완료증명서나 PCR검사(48시간 이내) 음성확인서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주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루 7천명대를 넘나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막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 13일부터 시작하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1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주말임에도 6천명 후반대를 기록했다. 나흘째 7천명대를 기록하다 6천명대로 떨어졌으나 위중한 상황은 연속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방역 안정화를 위해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3차 접종”을 독려했다. 정부도 7천명대 발생이 더 꺾이지 않고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사적모임 규모나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 제한 등 특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지난 11일은 하루 사망자 80명이 발생해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고 위중증 환자는 900명을 육박하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1천명대는 시간문제다. 델타 변이보다 더 전파력이 센 오미크론 변이 누적감염자도 국내서 벌써 90명이 확인됐다. 병상 배정 후 하루 이상 기다리는 환자도 1천700명을 넘어섰다. 최근 5주 동안 병상을 기다리다 숨진 사람이 29명에 달했다.수도권에 환자가 집중하고 있지만 대구와 경북도 연일 세자리수 확진자 발생이 이어져 어떤 나쁜 상황이 닥칠지 알 수 없다. 수도권의 위중증환자 병상가동률이 86.5%, 전국은 79%다. 대구, 경북의 위중증 병상가동률도 70% 육박하고 있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늘 한 발짝 늦어 화를 키웠다. 병상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 병상이 나길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했다. 집단면역만 믿고 성급하게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갔다가 신규 확진자가 한 달 만에 4배나 늘었다. 치밀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해 백신불신까지 초래해 부스터샷 접종률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층 백신 접종에 대한 반발도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 때문이다.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코로나는 더 기승을 부린다.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만이 확산세를 꺾을 수 있다. 하루 7천명대에서 막지 못하면 하루 1만명은 금방이다.

2021-12-12

‘존경’이라는 단어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존경하는 000 위원님”이런 명칭을 국회 청문회나 국회 본회의에서 자주 듣는다. 듣기에 따라서는 거북하기조차 하다. TV를 보면 국회 청문회에서도 사회자가 국회의원을 부를 때 “존경하는” 이란 말을 이름 앞에 붙여서 사용하는 것을 흔히 본다.시청자가 볼 떄 서로간에 별로 존경스럽지도 않은 분위기에서 이런 단어를 들으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영어에도 ‘Honorable’, ‘Excellency’ 라는 단어를 이름 앞에 붙여서 상대를 높혀서 쓰기도 한다. 상대 국가의 대사에게 편지를 쓸 때 자주 사용한다. 대부분은 서로 공식적인 국가나 행정 단위의 수반일 때 높혀서 쓰는 말이다.그러나 한국처럼 국회의원을 부를 때마다 사용하지는 않는다. 사실상 그러한 단어의 사용은 위선적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존경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이재명 후보는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했다고 한다.앞서 이 후보는 지난주 전북 전주에서 진행한 청년들과 토크콘서트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힘들 때 대구 서문시장을 갔다”고 말해 좌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평소 보수정권을 그렇게 비판하고 보수정권의 대통령을 비웃던 그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청중의 놀라움은 컸다.그런 ‘존경’이라는 단어가 논란이 되자 이 후보는 최근 서울대 세미나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말하여 좌중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결국 그는 존경하지도 않는 사람을 그저 장난으로 존경한다고 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의 말은 패러디가 되어 다양한 조크를 낳았다“문재인 존중한다 했더니 진짜 존중하는 줄 알더라” “특검하자 했더니 진짜 특검하는 줄 알더라” “조국 사과한다 했더니 진짜 사과한 줄 알더라” “국토세 철회한다 했더니 진짜 철회한 줄 알더라.” “한다면 합니다 했더니 진짜 하는 줄 알더라” 등 줄을 이어서 패러디가 양산됐다. 이러한 패러디에 피식 웃으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결국 국회에서 위선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존경”이라는 단어를 대통령 후보도 아무런 생각 없이 사용하고 이를 수습하는 모양새를 보고 있는 것이다.존경도 하지 않는 사람을 “존경하는”이라고 부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걸 대중 앞에서 설명하려고 애쓰는 모양새도 딱하다. 마음속에 존경도 하지 않는 사람을 존경한다고 해놓고 존경도 하지 않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 거라고 설명하는 모습이 정말 딱하다.모두 가식을 벗었으면 한다.국회에서 “존경하는 000 의원님” 이런 말을 없애자. 호칭부터 가식적이니 국회에서 논의하는 내용이 가식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그런 가식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벗어나야 한다.

2021-12-09

세계 인권의 날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 났으며 서로 동포의 정신으로 행동해야 한다.’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1조다. 전문과 30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선언은 인간으로서 시민적·정치적 자유 및 사회보장과 노동권, 공정한 보수를 받을 권리, 노동자의 단결권, 노동시간의 제한과 휴식, 교육에 관한 권리,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 등 사회적·경제적 권리에 관한 규정을 하고 있다. 오늘의 관점에서 보자면 당연한 소리 같지만, 수천 년 인류문명사가 마침내 도달한 최상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규정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그것을 기념하여 1950년 12월 4일에 열린 유엔총회에서 매년 12월 10일을 세계 인권 선언일로 결의하였다.인권(人權)이란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인간의 권리 및 지위와 자격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는 한마디로 ‘사람은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지역이나 민족, 성별, 나이 등에 관계없이 적용되는 보편성을 지닌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오늘날 국제법이나 국제 규약, 대다수 국가들의 국내법에 실정법으로 규정된 인권은 자연법(自然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연법은 자연과 이성을 전제로 하는 법으로서, 자연법 규범의 절대성을 인정하는 자연법사상을 내용으로 한다. 자연법론은 신이 정한 인간사회의 질서로서 형이상학적으로 존재한다는 전통적 자연법론과 인간의 이성을 통하여 인식된다고 정의하는 근세적 자연법론으로 나뉜다. 현대 법사상의 흐름은 실정법과 자연법의 대립적 태도를 지양하고 그 조화를 요청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유엔은 지난달 17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고문·자의적 구금·성폭력, 정치범수용소, 이동의 자유 제한, 송환된 탈북자 처우, 종교·표현·집회의 자유 제약 등 북한 정부차원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고 있다. 아울러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일본인 납북 피해자 즉각 소환, 미송환 전쟁포로와 그 후손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 등도 올해 처음으로 추가됐다.그런데 정작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분단과 전쟁으로 생이별을 한 천만 이산가족의 당사국인 대한민국이 3년 연속으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 동참을 거부한 사실에 대해 국제사회는 의아해 한다.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서’라는 이 정부의 궁색한 변명으로는 북한 주민의 인권은 아랑곳없이 세계가 지목하는 최악의 독재자 김정은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을 터이다. 무슨 명분으로든 그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는 반인륜적이고 비정상적인 처사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2021-12-09

커피 공화국

올해 발표된 여러 통계 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커피전문점 증가다. 동네 곳곳에서 마주치는 커피점을 볼 때마다 많이 늘었을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많을까 싶다.올 11월까지 전국에 커피점은 1만4천800개가 늘었다. 작년 한해 1만4천개 기록을 벌써 넘었다.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1만6천개의 커피점이 더 생길 것 같다고 한다. 꼽아보니 하루 44개 커피점이 새로 생겨나고 있는 꼴이다.커피는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일부 상류층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음료다.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황제는 커피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는 커피를 가배, 가비라 불렀고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 하여 양탕(洋湯)이라고도 불렀다.본격적으로 커피가 대중화된 시기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주둔하면서부터다. 이제 우리나라는 커피 소비 세계 3위 국까지 올라섰다. 전세계인이 즐겨 찾는 기호품이라고 하지만 한국인의 커피 사랑만큼 특별한 나라도 없을 것 같다. 미국에서 시작한 스타벅스가 한국에 온 지 22년만에 1천300개 점포를 확장했고, 작년기준 매출액이 1조9천억원이라 한다.스타벅스 말고도 글로벌 브랜드들이 호시탐탐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인 한 사람이 커피점에서 쓰는 비용이 연간 11만8천원 정도 된다고 하니 눈독 들일만 한 시장이다. 한때 커피는 유해론도 있었으나 지금은 적당한 섭취는 스트레스 해소 등 건강에 오히려 좋다는 설이 더 많다.한국인이 한끼 식사값과 맞먹는 커피를 즐겨 찾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분석은 없다. 그러나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는 한국인의 대중속으로 스며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9

영입인사 논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 진영 모두 선대위 영입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야 진영이 세 확장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 외부에서 참신하고 젊은 전문가나 상징적인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야 선거캠프 모두 영입 인사들의 스캔들이나 의혹, 막말논란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인선안을 발표했다가 영입인사 본인은 물론 선대위조차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팡질팡이다.먼저 타깃이 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유튜브 채널‘가로세로연구소’가 조 교수를 향해 혼외자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조 전 위원장은 2010년 8월경 제3자의 성폭력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으나 폐쇄적인 군 내부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가족의 병환 등으로 인해 외부로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으며, 아이는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낙태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입장문을 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조 교수는“제가 짊어지고 갈 테니 죄 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 달라”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기본사회위원장직을 맡은 최배근 교수는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는 조 교수와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수정 교수의 사진을 나란히 올린 뒤“차이는?”이라는 글을 올리는 바람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 교수는 논란 이후 최근 선대위에서 돌연 사퇴했다.국민의힘 윤석열 캠프에서도 함익병 피부과 전문의가 선대위원장에 내정됐다가 과거 독재 옹호, 여성 비하 발언으로 7시간 만에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뒤 이어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SNS 발언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일명‘비니좌’로 인기를 끈 노 위원장은 지난해 5월 SNS 긴급재난지원금 조회 서비스 화면을 공유하며 “뜬구름 잡는 헛소리와 개밥 주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건가”라며 재난지원금을 ‘개밥’, 이를 받으면 ‘개돼지’가 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는 또 과거 김구 선생을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이라고 비하했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성역화 1대장”이라고 폄하했다. 노 위원장의 글은 인터넷에서 인기 끄는 사이다 발언의 전형이지만 공격적이며, 이념적으로 극우성향이다.대통령선거가 여야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후보들을 돕기위해 합류한 사람들의 과거 행적이나 스캔들을 기화로 후보를 비방하는 양상으로 번져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여야 없이 부실한 검증을 노출하고, 논란이 이는데도 그냥 뭉개는 처사 역시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 특히 극우성향이 분명한 인사를 영입한 국민의힘은 보수중도를 아우르겠다는 기본 선거전략과 배치되는 만큼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아울러 여야 후보진영 모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가치와 기준을 명확히 내세우고, 꼼꼼한 검증 후에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1-12-09

‘연구중심 의대설립 공론화’ 정치권이 주도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일 “바이오산업은 앞으로 미래 국가발전을 이끌어갈 핵심 산업이다. 국가 바이오의료산업을 선도할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국가정책화해 나가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김병욱(포항남·울릉) 의원과 경북도, 포항시, 포스텍(포항공대)이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의사과학자 양성 및 의학교육 혁신 정책세미나’에서 나온 말이다.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명문 공과대학인 포스텍이나 카이스트에서 임상과 바이오분야 연구를 병행하는 의과대학이 설립돼야 한다는데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공감대를 가졌다는데 의미가 크다.이날 세미나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김기현 원내대표, 조해진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등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 김법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는 “의사과학자가 헬스케어 산업의 주인공으로 각종 기술의 임상근거를 제시하기도 하고 기업성장을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한희철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의료는 과학에 기반한 진료이며, 전주기에 걸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의사과학자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포스텍은 최근 오는 2023년부터 의과학대학원을 신설해 신약과 치료기술 개발, 뇌과학 분야에서 활약하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포항시는 지난 8월에 ’포항의과대학 유치추진위‘를 출범시켰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달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가진 미국 보스턴시 등을 둘러본 뒤 “바이오·의료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연구중심 의과대학이 꼭 필요하다”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경북도와 포항시가 포스텍에 연구중심 의과대학을 유치하려는 이유 중에는 현재 도내에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포항에는 내년에 포스텍 캠퍼스에 세계 기업 가치 1위인 애플이 RD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만큼, 정치권이 주도해서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을 적극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2021-12-09

경북도내 시·군 재정 자립, 요원한 숙제인가

경북도내 23개 일선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코로나19 여파로 더 한층 나빠지면서 각종 현안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자립도는 코로나 영향으로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경북도내 23개 시군 평균 자립도도 작년 13.43%에서 12.49%로 떨어졌다. 내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12%대를 넘지 못한다.현재 도내 경우 시군의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으로 공무원의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는 곳이 11군데나 된다. 경북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는 포항시의 재정자립도가 26.56%에 그치고, 봉화, 영양군 등 도내 10군데는 자립도가 10%에도 못 미친다.이처럼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면 일을 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어 못하게 된다. 다수의 일선 시군은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도 지방분담금(매칭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애초부터 신규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지자체도 있다.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지자체 전체 재원에서 차지하는 자주 재원의 비율을 말하는데, 자치단체의 재정운영 능력이나 자립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전국 자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48.7%까지 떨어졌고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서울(80.6%), 경기(63.7%), 세종(64%) 등과 비교하면 경북지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형편없는 수준이다.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하락은 중앙정부에 대한 예속을 심화하고 채무증가로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악화시켜 자치단체 존속 자체를 위협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한 목소리로 재정분권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잘되려면 재정자립도가 높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자치의 실질화를 위해선 재정분권의 과감한 지방이양이 있어야 한다.문재인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0대 30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으나 아직 제자리 수준이다. 재정의 지방이양은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소멸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치단체 재정확보를 위한 정부의 특단이 필요하다.

2021-12-09

생태 전환 교육과 환경 지혜 교육(上)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2021년 12월을 맞이하는 태도가 자연과 인간이 너무 대조적이다. 늘 그랬듯이 2021년의 모든 것을 틀어낸 자연은 언제나 겸손, 차분하다. 하지만 미련, 아집, 집착, 욕심, 이기로 가득한 사람 사회는 해가 갈수록 혼란과 혼돈의 정도가 최절정을 경신한다.특히 2021년 연말은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자기만 옳다고 떠드는 대선(大選) 사공들로 나라가 산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이가 그랬다. 자기만이 정답이고, 자기가 대선에 이기면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그들 말처럼 되었다면, 나라 꼴이 암흑천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곧 거리마다 불법 가로펼침막들이 걸릴 것이다. 국민은 대선 소음(騷音)에 엄청난 피로감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 이런 국민의 대선 감정과 상관없이 대선 후보를 낸 정당들은 지금까지 모든 선거가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자신들의 정당이 이기기 위한 선거 도구로 이용할 것이다.국민이 주인인 나라는 정말 교과서에만 나오는 나라다. 단언컨대 이 나라에서는 이 말이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 누군가가 필자에게 그럼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필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할 것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선거다.”선거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야기가 이 나라 선거판처럼 산으로 갔다. 나라가 산으로 갈 때마다 나라를 바로 세운 것은 교육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도저히 양심상 삼척동자도 다 아는 그런 거짓말은 못 하겠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 말을 믿고 오로지 학생과 나라를 생각하며 모든 것을 헌신하는 교사들이 정말 많지만 안타깝게도 이 나라 교육은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더 기울게 만들고 있다. 나라와 교육의 공도동망이 현실이 될 날도 이제 멀지 않았다.그래도 교육계에서는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때가 되면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발표한다. 역시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교육과정과 대선(大選)과의 공통점은 밑도 끝도 없는 화려한 말잔치다. 물론 던져놓고 보는 그 말잔치에는 책임감 따위는 없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행이 되든 안 되든 교육과정은 시대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말은 “생태전환교육”이다. 다음은 교육부 보도자료다.“(주요 추진 과제 中에서) 인간과 환경의 공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생태전환교육, 기후환경변화 등에 대응하는 생태환경 교육을 교육목표와 전(全) 교과의 내용 요소에 반영한다.”생태환경 교육!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이다. 이 교육의 성공을 위해 한 가지 제언한다. 지금까지 교육이 망한 것은 모든 교과가 지식 교육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환경 교육 또한 환경 지식 교육으로 가면 분명 망한다. 지구가 살기 위해서는 환경 지식 교육이 아닌 환경 지혜 교육으로 가야 한다.

2021-12-08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 변수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벌써 대선 90일 전, 여야 대선 후보의 여론 조사 결과는 공교롭게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주 KBS와 한국 갤럽의 두 후보의 지지도는 공교롭게 36% 동률로 조사되었다. 윤석열 후보가 줄곧 앞서던 여론은 이재명 후보에 추격당하는 추세이다. 여야는 선대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득표전을 시작했다. 3개월 후인 내년 3월 9일 저녁이면 둘 중 한 명이 승자가 될 것은 확실하다. 선거 전문 분석가들은 이번 대선은 5% 내외로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승패를 좌우할 변수부터 점검해보자.이번 대선은 초반부터 후보의 비리 의혹이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부동산 투기’의혹, 윤석열 후보는 총장 재임 시의 ‘사법 사주’의혹이 문제가 되었다. 선거 초반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의 리스크가 훨씬 큰 듯했으나 윤석열 후보는 본인 뿐 아니라 장모와 부인의 의혹까지 더해져 리스크의 총량은 비슷해 보인다. 검찰이나 공수처의 수사나 재판에서 후보의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다면 선거 판세는 요동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일까지 사법적 판단은 확정되기 어렵고 후보의 비리 의혹은 대선 종반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이번 대선의 박빙 구도에서 중도층 확보 경쟁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이다. 이번 선거 역시 여야 핵심지지층의 표심은 이미 정해져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는 반응이 60∼70%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표심을 확정하지 않은 25∼30%의 중도 부동층 확보는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이다. 확고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스윙보터(swing voter)의 표심을 말한다. 이번 선거는 지역 변수 보다 20∼30대 청년 세대 변수가 선거에 더욱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선거의 종반전으로 갈수록 정책을 논하는 TV토론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대체로 시대정신을 간파한 후보의 적실성 있는 정책비전이 부동층의 표심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야당의 ‘정권 교체론’이 여당의 ‘정권 유지나 재창출론’보다 우세하다. 이재명 후보는 ‘성장을 통한 경제 발전론’, 윤석열 후보는 반문재인 정부를 앞세운 ‘정상국가 건설론’을 표방하고 있다. 앞으로 여러 차례의 TV 토론은 후보의 자질과 내공이 표출되고 그것이 유권자의 선택기준이 될 것이다. 여야 모두 선대위의 구성을 마쳤지만 아직도 결속력 있는 선대위는 작동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돌발변수가 오히려 선거의 판세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대선 후보의 알지 못한 비리 폭로,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 현 정권의 측근 비리 노출, 군소 정당의 선거연합의 성공, 코로나 사태의 악화 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돌발 변수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돌발 변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청년층 표심 잡기와 인재 영입 노력이 선거 판세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3개월의 선거의 과정을 예의 주시해 보자.

2021-12-08

우산 수선

정미영 수필가 아파트 앞 양지바른 곳에 트럭이 왔다. ‘우산 수선’이라는 현수막을 붙인 차를 보니 처음에는 뜬금없었다. 입동이 한참 지난 탓에 제법 기온이 쌀쌀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비가 내리기는 했어도 우산을 고쳐 쓰기에 어울리는 시기는 왠지 장마철을 앞둔 시점일 것 같았다.하지만 나만의 편견이었다. 비는 지금껏 봄여름가을겨울 내렸고 눈이 올 때도 우산을 쓰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마침 내게도 우산 살대가 부러지고 손잡이가 끈적거려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기에 서둘러 챙겨 들고 나왔다.노인이 우산을 고치고 있었다. 노인은 손 때 묻은 도구들을 바꿔가며 부러진 살, 휘어진 대, 찢어진 천을 깁고 펴고 이어놓았다. 정성스레 깁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볼 일을 보고 오라는 말에, 구경해도 되느냐고 말하며 앉은뱅이 의자에 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우산 고치는 분을 만나기가 어려워요.”노인은 우산 고치던 손길을 잠시 멈추고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요즘은 우산을 고쳐 쓰는 사람보다는 버리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가 아닌가? 처연한 웃음을 지으며 오히려 나에게 반문했다.“그럼, 어르신은 왜 우산 고치는 일을 하세요?”내가 어줍지 않은 말투로 묻자,“나야, 할 줄 아는 재주가 이것밖에 없으니까.”그러고는 다시 일에 집중했다.내가 맡긴 우산의 차례가 되었다. 우산 고치는 모습을 지켜보니 오랜 세월 한 가지 일에 몰두한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다. 부러진 살대를 교환하고 실로 이어놓는 손길이 제법 꼼꼼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제 손질이 끝나면 우리 집에 있는 다른 우산들처럼 비 오는 날에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학창 시절, 교실 입구까지 색 고운 우산을 들고 오는 친구엄마를 보면 부러웠다. 우리 엄마는 가게 일로 항상 바쁘셨기에, 갑작스럽게 비가 내려 우산을 챙겨가지 못한 날이면 나는 비에 젖어 집에 오기 일쑤였다. 몸과 마음이 흠뻑 젖은 채로 걷고 뛰기를 반복해 집에 오면 엄마는 미안하다며 수건으로 내 머리칼을 닦아주며 책가방을 받아 내렸다.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에 자식에게는 우산을 꼭 챙겨주고 싶었다. 그런데 올해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우산을 잘 챙겨가지 않는다. 등교 전 일기예보를 보고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으면 접는 우산을 책가방에 넣어두지만, 나중에 보면 슬그머니 책상 위에 빼놓고 갈 때가 많다. 감기 걸리면 어떡해? 걱정스런 눈길로 물어보면 괜찮다, 라는 대답만 무심하게 돌아올 뿐이었다.노인이 우산을 다 고쳤다며 나를 불렀다. 우산에 대한 과거 속에 빠져 있던 나는 기억의 편린들을 바람결 따라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우산을 받아들고 손잡이를 살펴보고 살대도 잘 고쳐졌는지, 접었다 펴기를 반복해 보았다. 손잡이가 끈적임 없이 매끈하고 우산 살대도 마무리가 튼튼하게 되어 있었다. 만족스러워 하는 내 얼굴을 보자, 노인의 얼굴에도 수선을 마친 사람의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우산을 집에 들고 와서 다시 한 번 펼쳐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내 언행과 습관이 잘못되었을 때에도 우산을 고치듯 제때에 수정하고 보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말과 행동의 실수로 후회하는 일이 많았고, 잘못된 습관은 나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여간해서는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순간순간 체득했다.지나간 삶은 우산처럼 수선해서 쓸 수 없다. 우산을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을 때 새로 장만해서 사용하는 것처럼, 다시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그러므로 내 마음속을 수시로 점검하고 수선하면 좋을 것 같다. 마음의 무엇이 부서져 있는지, 내 생각의 어디가 고장이 나 있는지, 자주 들여다볼 일이다. 그러면 앞으로 다가오는 생활 속에서 폭풍우가 쏟아져 감당하기 힘들거나 마음에 희뿌연 안개비가 내려 울고 싶을 때, 잘 견뎌낼 수 있으리라.

2021-12-08

회화나무의 힘을 느끼다

울긋불긋 잘 익은 계절, 그 이파리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드높이 푸르던 하늘이 낮아지고 하늘 바탕을 수놓던 구름의 수채화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수시로 보았던 산은 붉게, 노랑으로 채색한 것들을 마지막 빛깔을 내려놓는다.11월의 마지막 날, 영천시 자천면 오리장림을 걷는다. 산책로가 자그마한 숲길이다. 입구에는 수령이 백 오십 년이 지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숲이 있어 홍수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고, 대책 없이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도 숲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 숲은 자천리 일대 좌우 오리에 걸쳐 뻗어 있다고 해서 오리장림(五里長林)이라 부른다. 지금은 국토 확장 공사로 많이 잘려 사라지고 자천마을 앞 군락지 몇 군데만 남아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1999년 4월에 천연 기념 제404호로 지정되었다.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단층 혼유림이다. 숲에는 낙엽 활엽수인 은행나무, 왕버들, 굴참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풍개나무, 회화나무, 말채나무가 어울려 살고 있다. 상록침엽수로는 소나무, 해송, 개잎갈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무는 도로 가까이 제 뿌리를 내리고 몸피는 살짝 뒤틀려 있고, 가지들은 숲을 향해 휘어져 있다. 도로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싫은지, 모두 숲을 향하고 있다. 경주시 안강읍 육통마을 회화나무. 나무의 성질은 그 종류대로 자라는 게 다르다. 그런데 이곳의 나무들은 수백 년 동안 어찌 한세월같이 했을까. 옆 지기 나무가 쑥쑥 자라는 것에 더러는 제 키를 키우지 못할 것 같고, 더러는 말라 죽기도 했을 텐데, 숲길에 들고 보니 특별한 나무가 눈에 띄지 않고 같이 살고 있다. 느티나무는 느티나무대로, 회화나무는 회화나무대로 그렇게 숲을 이룬다.숲에는 회화나무와 느티나무의 연리목이 있다. 연리목은 대부분 같은 종류의 나무가 가까이 있을 때 생기는 별난 현상인데 이곳의 회화나무와 느티나무는 함께 자라고 있어 더 신비롭다. 수백 년 동안 어우렁더우렁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살고 있기에 계절이 깊어가는 이때도 오히려 더 다정해 보인다.회화나무는 학자 나무라고 한다. 옛 선비들은 마을 입구에 회화나무를 심어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는 선비가 사는 곳’임을 알렸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유교 관련 유적지에서 회화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도산서원이 배경인 천 원짜리 지폐 뒷면의 무성하게 그린 나무, 고산 윤선도가 거처한 해남의 녹우당, 안강 옥산서원 입구, 성주의 한개마을에 회화나무가 있다. 이순혜 ​​​​​​​수필가 회화나무는 귀신이 피해 가는 나무라 여기기도 했다. 안강읍 육통리에 있는 회화나무는 마을회관 옆에서 주민들과 함께 세월을 보냈다. 고려 공민왕 때 마을에 살던 젊은이가 외적(外敵)을 물리치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면서 이 나무를 심어놓고 부모님께 자식처럼 키워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 후 젊은이는 장렬하게 전사하였고 부모는 아들의 뜻대로 이 나무를 자식같이 여기며 가꾸어 오늘의 모습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월 보름날이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 앞에 모여 동제를 지내며 새해의 행운을 빌어 왔는데 마을 사람 중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아무 사고 없이 깨끗이 지내온 사람 한 사람을 뽑아서 제주로 삼는다고 한다.안강읍 육통리의 회화나무는 무탈한지, 가는 길이 옛 정취를 그대로 풍긴다. 회화나무 길을 따라가면 그리 어렵지 않게 회화나무를 만날 수 있다. 마을 가운데 있는 나무는 마을에 사는 주민들과 아직도 함께하고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바람 한 자락 불지 않고, 마주치는 사람 한 명 없어도 왠지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무를 둘러본다. 가지를 보아도 몸피를 보아도 나무의 숱한 이야기가 거기에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육백 년 동안 마을의 안녕과 한 젊은이의 애국충절이 한 줄 기록되어 있다. 마을의 큰 나무는 수호목이다. 마을의 역사를 지켜본 나무는 기억한다. 옆집 순이는 서울로 시집가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뒷집 돌이는 손재주가 남 달아 손대는 것마다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을. 앞집 노부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생을 마감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본 증인이다.나는 백 년도 못 살고 나무는 천 년을 산다. 나무는 천년을 살아도 백 년 사는 것처럼 함께 어울려 숲을 이룬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천년을 살 것처럼 가쁜 숨 몰아쉬며 높은 곳에 오르려 한다. 회화나무 아래서 잠시라도 욕심의 찌꺼기를 덜어내니 마음이 가볍다.

2021-12-08

영일만대교 건설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내년 국가 예산에 영일만대교 설계비 180억원을 요구했지만 예산심의 과정에서 타당성 조사비 20억만 반영됐다. 타당성 예산 20억원은 2016년 처음 반영된 이후 벌써 6년째다.포항시민 숙원인 영일만대교는 매번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지역대표 사업으로 선정, 공약을 했지만 아직도 타당성 조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포항∼울산간 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2023년 포항∼영덕간 고속도로가 완공된다고 해도 영일만대교 사업이 확정되지 않으면 동해안고속도로는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는다.1992년 영일만대교 사업이 처음 구상된 이후 30년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결론을 못낸 상태다. 2008년 정부의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으로도 선정됐으나 총사업비 협의 과정에서 제외됐고, 2019년 1월 발표된 정부의 예타면제 사업 대상에서도 빠졌다.전국에는 35개의 해상교량이 있지만 경북에는 단 한 군데도 없다. 수 조원이 투입된 호남지역의 여러 대교건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내년도 예산에 20억원이 반영돼 사업의 연속성은 살렸으나 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려지게 될 처지다.1조6천억원이 소요되는 영일만대교 건설은 매번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비가 과도하고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그러나 지금은 평가대상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국토균형 발전의 명분도 커졌고 동해안권 발전의 핵심 인프라이란 점이 간과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동해안 유일의 국제 컨테이너항만인 영일만항의 발전을 위한 마지막 단추이자 환동해 시대 북방교역의 교두보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무엇보다 2023년 포항-영덕간 고속도로 개통에 앞서 이 사업의 조기 확정이 필요하다. 현재 포항을 둘러가는 우회도로의 교통량도 숨찰 만큼 꽉 차 있다. 영덕을 잇는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교통대란과 물류비 증가 등 사회경제적 손실도 상당할 것이 예상된다.포항시민의 오랜 숙원인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은 이제 당위성이 충분히 쌓였다. 대교 건설이 실현 되게끔 지역 정치권의 분발과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2021-12-08

디지털 장의사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면서 디지털 장의사란 새로운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디지털 기록을 지우는 작업을 통해 원치 않는 정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주는 비즈니스다.불법 촬영물과 비동의 유포(보복성 음란물), 사적인 이미지와 정보 유출 그리고 오래전 남긴 SNS 게시물이나 댓글 등 원치 않는 디지털 기록을 삭제한다. 숨기고 싶은 SNS 게시글이나 ‘흑역사’ 사진, 비방글, 악성 댓글, 욕설과 고객 문의 게시판에 남긴 개인정보 등도 포함된다.우리나라에는 2020년말 기준 디지털 장의사 업체 20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 작업 과정은 일단 의뢰인과의 상담 후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의뢰인의 데이터를 수집해 긍정적인 게시물과 부정적인 게시물로 분류하고, 악성 내용과 허위사실을 파악한다. 이 내용을 의뢰인과 공유해 삭제 요청 여부를 논의하고, 위임장을 받아 각 사이트에 기록 삭제 요청을 진행한다. 삭제가 완료된 후에는 1년간 모니터링한다.디지털 장의사는 공간 임대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1인 창업으로 시작하기에 알맞고, 나이와 성별, 경력이 요구되지 않는 직업이다. 대신 하루에 100개가 넘는 게시물을 읽으며 삭제 여부를 판단하고, 말의 뉘앙스에 따라 비판인지 비방인지 판단을 내려야 하므로 높은 분석력이 요구된다.현재 국내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은 국가 공인이 아닌 민간자격증으로, 한국직업능률개발원, 한국디지털평판관리협회 등에서 발급하는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이 있다. 의뢰인당 30만원부터 많게는 200만원 정도를 받으며, 업체당 연간 의뢰 문의만 해도 수천 건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 직업이란 말이 실감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8

새롭게 변신하는 동해안 어촌마을 기대된다

요즘 경북도내 동해안 어촌마을을 가보면 곳곳에서 어항시설을 현대화하고 아름다운 해변산책로를 만드는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2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어촌뉴딜 300사업’ 대상지에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동해안 어촌마을이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내년에 계속되는 공모사업에도 경북도내에서는 포항 방석리항과 경주 척사항, 영덕 사진3항, 울진 직산항, 울릉 학포항이 선정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9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전국 300개 어촌마을을 뉴딜 사업지로 선정해서 새로운 관광마을로 재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3조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 공모에 선정되면 어항시설을 현대화하는 한편, 어촌지역의 다양한 자연·문화 자원을 활용해서 마을별로 특색있는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광사업들을 보면, 체험휴양마을센터조성, 돌미역공동작업장 및 유통센터, 해안레저산책로, 낚시광장, 족욕쉼터, 해변마실길, 해녀체험관 등이다.경북도내에서는 2019년 포항 신창2리항, 경주 수렴항, 영덕 석리항, 울진 석천항, 울릉 천부항 등 5개 마을, 2020년에는 포항 삼정리항, 포항 영암1리항, 포항 오도2리항, 경주 나정항, 경주 연동항, 영덕 백석항, 영덕 부흥항, 울진항, 울진 기성항, 울릉 태하항, 울릉 웅포항 등 11개 마을이 선정돼 현재 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정부가 진행중인 어촌뉴딜사업의 후속으로 ‘포스트 어촌뉴딜사업’도 추진한다니 기대가 된다. 포스트 뉴딜 사업은 어촌의 생활수준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서 신규인구를 유치하는 게 목표다. 내년에 전국 4개 어촌마을을 시범마을로 선정해서 사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포스트 뉴딜 공모사업에 경북도내에서 많은 어촌마을이 선정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겠다.사실 동해안이든 서해안이든, 전국 해안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 가보면 대부분 우수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지역특산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인구가 줄어들어 소멸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뉴딜사업을 통해 어촌마을의 자원을 발굴하고 생활인프라를 개선해서 어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2021-12-08

국민은 목이 메인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고구마를 입에 문 느낌이다. 석 달 남짓 남았는데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흠집내기와 인신공격이 날아다닐 뿐 뭘 어찌 하겠다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처음 듣는 이름들에 무거운 직책이 걸리지만 그를 통해 무엇이 바뀔 까 아는 사람이 없다. 곁에서 도울 사람들마저 매서운 칼바람에 흩어져 버리면, 오래된 이름 낯익은 얼굴들은 기득권 정치인들뿐. 애꿎은 신기술이 소환되어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선거판에 임한다니 본격적인 4차산업혁명은 정치권에서 실천할 것인지. 검증이란 이름으로 사람의 뒤를 캐느라 정작 중요한 건 수다하게 놓치는 오늘. 소중한 하루하루가 속절없이 떠내려가도 그가 정작 무엇을 할 것인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언론은 몰려다니며 그 옛날 주간지가 생각나는 글들만 써대는지.석 달이다. 시간이 없다. 나라의 미래를 조망하고 국민의 일상을 챙겨야 한다. 이럭저럭 하다가 또한번 잘못 뽑았다는 후회와 소동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오늘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오늘의 세상을. 왠지 모두 혼이 나가고 약에 취한 듯 가짜뉴스와 유튜브에 흔들리는 오늘을 바로 보아야 한다. 나라를 건지고 국민을 일으키는 비전을 세워야 한다. 공적인 미래 기능과 사적인 과거 흔적 사이에서 경중과 우선순위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과거에 매몰되어 가능성을 잘못 짚어도 문제지만, 내일만 바라보느라 건너온 공과를 놓쳐도 안 된다. 그런 와중에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후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국민이 분명히 듣고 판단하는 일이 아닐까.정치권과 언론은 후보들 간에 담론과 토론이 무르익도록 이끌어야 한다. 풍성한 대화와 소통 가운데 국민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완벽한 후보는 없다. 견주고 비교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하여 국민이 결정 과정에 의미있게 참여하도록 판을 짜야 한다. 정치인 몇 사람이 정계를 주무르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집단지성이 작동해야 하고 공동체의식이 살아나야 한다. 누구든 언론을 장악하여 비틀고 왜곡하는 일도 공적담론의 장이 열리면 잠이 들 터이다. 익숙하지 않아도 후보에겐 숙명이 아닌가. 나라와 국민 앞에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내어놓고 판단하게 하는 일은 민주주의와 선거에서 요체이자 기본이다. 일방적 주장과 상대없는 외침은 민주적 결정과정을 혼란케만 할 뿐이다.대선전은 이미 무르익었다. 본선에 임박한 시점에 법으로 정한 토론이 있겠지만, 국민은 그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오늘처럼 어려운 시점에 운명처럼 다가온 대선을 분노와 혐오에만 근거하여 치를 수는 없다. 불꽃같은 관찰과 칼날같은 판단으로 시대와 세상이 요청하고 기대하는 결과를 빚어내야 한다. 고구마를 한가득 입에 물은 듯 답답한 국민이 이제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게끔 선거판이 돌아갔으면 한다. 토론과 담론이 무르익는 대선전은 국민이 기꺼이 참여하고 함께 고민하는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2021-12-08

안양 사고 현장을 지나며

12월의 첫날, 경기도 안양에서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도로 포장 작업을 하던 근로자 세 명이 도로다짐용 중장비 롤러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롤러 운전기사가 작업에 방해되는 라바콘을 치우려고 장비에서 내린 순간 조작 기어봉에 옷이 걸리면서 롤러가 움직였다고 한다.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로 기어를 중립 위치에만 둔 채 장비에서 내린 게 화근이었다. 희생자 세 분 다 60대로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상한 할아버지 할머니였을 것이다.롤러와 같은 중장비의 경우 운전석이 높은 곳에 있어 시야가 완벽하게 확보될 수 없기에 반드시 신호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고 당일 현장에는 신호수가 없었다. 신호수가 없더라도 장비를 멈출 때 시동을 끄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라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허망하다. 운전기사는 베테랑이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해온 일이라서, 매일 하는 작업이라서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을 것이다. 옷이 기어봉에 걸리는 희박한 우연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을 것이다. 사망한 근로자들 역시 롤러가 등 뒤에서 덮치리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도로 위에서 사고 현장과 유사한 형태의 작업들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공사 책임자는 매일 작업 시작 전 안전수칙 교육을 실시하고, 작업자들은 귀에 못이 박혀 다 아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0.1퍼센트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복 학습해야 한다. 안전수칙이 철저하게 지켜진다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이 만든 기계로 하는 일이기에 돌발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돌발적 위험을 방지하는 최후의 안전장치가 바로 작업 감시자와 신호수다. 이번 사고는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다 작업 감시자와 신호수마저 부재한 상태에서 벌어진 비극이다. 도대체 이런 일들이 왜 끊이지 않는 걸까?고용노동부가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전국 2만4백여 개 사업장의 안전조치 상태를 점검한 결과 64퍼센트에 달하는 1만3천여 개 사업장이 안전조치를 위반해 시정 조치를 받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위반 사례는 크게 줄어든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위반율은 증가했다. 안양 사고 현장에는 채 열 명이 되지 않는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반쪽짜리 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효과적 제재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소한 안전조치가 이행되지 않아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는 현장은 대개 소규모 작업장인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만 한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고가 난 안양여고 사거리는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다.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쿠터를 타고 지나거나 산책을 하며 오간다. 사고 다음날, 야권 대선후보가 현장을 찾아 추모했다. 상당수의 산업재해가 작업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되므로 작업자 개인 잘못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작업자의 부주의’를 야기하는, 또 이미 발생한 부주의를 결국 인명사고로 이어지게 하는 허술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성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했어야 한다.정치인들이 다녀간 후, 진눈깨비가 흩뿌리는 죽음의 현장을 천천히 지나가보았다. 늘 다니는 길이지만 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채 다져지지 못하고 봉분처럼 쌓여 있는 아스콘 앞에 시민들이 국화꽃과 담배를 올려두었다.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롤러는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모르는듯 그저 고요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롤러 바퀴에 기댄 국화꽃 뒤로 ‘가꿈’이라는 가게 간판과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빌라가 대비되는 풍경을 차마 오래 바라보지 못했다. 라바콘으로 통제해놓은 현장 주변에서 배달대행 스쿠터가 불법 유턴을 하고, 코로나 불황을 이겨내지 못한 몇 곳의 상점들에는 ‘임대문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장면들이 다 슬펐다.날이 어둑해지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켜질 무렵, 진눈깨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한 중년의 남성이 아스콘 앞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무릎을 꿇어 두 번 절했다. 현장에 세워진 나무합판에는 시민들이 적어놓은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돌아가신 분들도, 사고를 낸 분도 다 안타깝다. 추운 겨울밤,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길 위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빈다. 안양이라는 지명은 불교의 안양정토에서 왔다. 그곳은 괴로움이 없는 안락한 세상이다.

2021-12-07

혼자도 잘 삽니다

부모님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외면하던 때가 있다. 대학 졸업을 막 앞둔 시점, 마땅히 취업할 곳이 정해지지 않은데다 졸업 후 부모님이 생각하는 ‘응당 그래야만 하는 성과나 길’이 희미하던 때였다.나도 부모의 입장에서 뚜렷한 성과 없이 갈팡질팡하는 자식을 본다면 걱정이 들 게 분명하지만, 인생에 있어 누구나 방황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고 그러니 다시 중심을 찾을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주시길 내심 바랐다.결국 졸업 직후 직장을 구할 때까진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살아보기로 했다. 간간이 하던 아르바이트를 직원 스케줄로 바꾸어 하루 9시간씩 근무했다. 동시에 대학원에 등록하기도 하고, 자격증을 위한 여러 학원과 센터를 다녔다. 아주 가끔 청탁이 오면 시를 썼고, 시집 제의를 받았을 땐 시집을 묶기 위한 창작자의 삶도 잠깐 살았다.그렇게 창작자와 생활노동자를 오가는 동안에도 늘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오십 통이 넘는 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열 곳 정도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취업난속에서 길을 해매고 있단 현실이 씁쓸했다.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었지만 늘 그대로 머무르는 듯 보였는지, 앞서 사회 경험을 겪은 이들의 조언을 맞닥뜨리는 상황이 빈번이 생겼다. 낮엔 음식점에서 일하고 퇴근 후 시를 쓰는 날 보며 내 재능이 아깝다며 안타깝게 보는 이도 있었고 어린 나이에 왜 굳이 글을 쓰냐며 이해할 수 없다던 이도 있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서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조언은 늘 끊이질 않았는데, 그럴 때마다 늘 궁금했다. 저 사람들은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가?약 3년 동안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예상치 못한 일을 매일 마주했다. 다양한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났고, 그들의 생각과 취향을 어떠한 이익이나 목표 없이 시시콜콜 나누어 즐거웠다.시도조차 해 볼 생각 없었던 암벽 타기를 하고, 런닝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낯선 향신료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았던 베트남 쌀국수와 맵고 얼얼한 마라탕의 맛에 눈을 뜬 건 그때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동안 자기 객관화와 확신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해야 할까. 초중고교와 대학교를 나오며 늘 무한 경쟁과 성적 편가르기에 예민해져 있던 나는 학교 졸업과 동시에 자유로워졌다. 타인의 세계를 어떠한 조건 없이 기웃거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행복의 기준을 확고히 세우게 되었다,최근 비혼을 주장하는 20-30세대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보며 자폭 세대라 부른단 사실을 알았다.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낳지 않아 출산율이 심각해지고 있으니 마치 2030세대가 자폭하려는 듯 보여서 였을까.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비혼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잘못된 생각이 아닌가. 내 집 마련이 힘겨운 현실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한다는 건 판타지적인 사치에 가깝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에서 나는 내가 낳은 아이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낳기 좋은 현실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이 잔혹한 되물림을 굳이 반복해야 하나 싶은 것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많은 2030세대는 의무나 목표로써 출산을 택하지 않길 희망한다. 결혼은 내 인생의 업적과 성공률을 지표하지 않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애초부터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가야하는 세대에겐 출산과 결혼은 주어지지 않은 선택지다. 더는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님을 뼈저리게 학습해왔기 때문이다.이러니 결국 남은 딱 한 가지의 선택지인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나에겐 일과 취미가 그렇다.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내 몸 하나 잘 건사하는 건강한 어른으로 지내고 싶다. 나의 선택에 확실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유롭고도 자주적인 삶을 산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외면하거나 도피한단 뜻은 아니다. 형식에 벗어나서 비혼도 행복을 추구하며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또는 결혼을 희망하는 예비부부와 아이를 낳기 희망하는 이들에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이 오도록 정치와 법률적 제도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누구의 잘못을 꼬집기보단 각 세대가 머리를 맞대어 미래 세대가 살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2021-12-07

강자(强者)의 철학

김규종 경북대 교수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1866)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니체의 ‘초인(超人·Uebermensch)’을 선행한다. 법대 휴학생인 라스콜리니코프는 전당포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당으로 잡은 물건으로 사욕을 채우는 버러지 같은 인간으로 그녀를 본 것이다. 노파가 가진 재산을 훔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그는 생각한다.치밀한 계산과 사전답사를 마친 그는 완전범죄를 실행하기 직전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타와 마주치게 된다. 그는 불가피하게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하지만 그의 흉중에는 자신감이 있다. 나폴레옹은 수십만 수백만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지만, 누구도 그를 살인자라 하지 않는다. 외려 그를 영웅이라 부르고 숭배하기도 한다. 벌레 같은 노파와 누이동생을 죽인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그의 사상적 배경은 강자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강자의 철학’이다. 그의 심리에는 자신을 강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은 소영웅주의가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우연히 거리의 여자 소냐를 알게 되고 나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처럼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은 순교자 소냐의 형상에 크게 동요하는 라스콜리니코프. 소냐의 또 다른 변용은 스비드리가일로프다.라스콜리니코프는 루소가 ‘에밀’에서 갈파한 ‘양심의 가책’이 보낸 ‘섬망에 시달린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뒤집어버리는 섬망과 저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점점 강력하게 조여오는 소냐의 자수 권유. 그가 한낮에 더러운 센나야 광장에 키스하고, 포르피리가 기다리고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는 장면은 기막히다. 뒤에서 그를 따르면서 모든 것을 보고 있는 소냐.‘죄와 벌’과 라스콜리니코프를 거명한 데에는 까닭이 있을 터. 요즘 한국 사회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돈’과 ‘권력’을 향한 강박 때문이다. 잘 사는 18개 나라 국민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가 참혹하다. 다수가 가족을 가장 소중한 첫 번째 가치로 꼽았지만, 유독 한국인들은 ‘돈’을 맨 앞자리에 올려놓았다. 자나 깨나 ‘돈 돈 돈!’인 것이다. 아, 아직도 돈을 향한 처절한 갈망이 기갈(飢渴)처럼 해소되지 않았구나, 하는 허망함!깜냥도 되지 못하는 자들의 대권 놀음에 언론사들의 지면이 하루가 멀다 않고 누렇게 시들어간다. 권력을 향한 그들의 탐욕과 그들을 향한 민중의 분노가 상충하는 양상이다. 그들 가운데 누가 21세기 20년대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적임자인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극심한 정치적-문화적 양극화, 상상을 뛰어넘는 세대 갈등과 남녀갈등, 뿌리 깊은 분단 문제 극복 같은 당면한 난제를 누가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그저 돈과 권력만을 탐하는 무리 때문에 골수까지 병들어가는 이 나라 민초(民草)들의 고단한 삶을 보듬어줄 정치가와 정치세력의 도래를 기대한다. 돈과 권력을 움켜쥔 강자들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세상 모두가 상생하는 정치와 정치가를 소망한다.

2021-12-07

야당 선대위 합류 TK 인사들 역할 크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그저께(6일) 출범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갈등, 이준석 대표의 잠행 소동 등으로 진통을 겪던 ‘윤석열 호(號)’가 후보선출 한 달 만에 닻을 올린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아흔아홉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 뜻 하나만 같다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야권통합을 특히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전체 구성원들을 향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모두 일체가 돼 외연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간절하게 호소한 것으로 읽힌다.출범식에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불참했지만, 선대위에 대구·경북(TK)출신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합류해 시·도민들의 기대가 크다.대구수성갑 출신 중진인 주호영 의원은 선거 캠페인의 핵심인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지역별 본부와 시민사회단체, 재외국민, 여성·청년 등 대선 활동과 연관된 모든 공·사 조직을 총괄하는 자리다. 홍준표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3선의 강석호 전 의원은 선대위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야권통합에 민감한 윤 후보와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외연확장에 총력을 쏟는 자리다.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은 후보전략자문위원장을 맡아 선거 판세나 민심 분석을 통해 선거전략을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중앙선대위소속 클린선거전략본부장을 맡아 상대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를 방어한다.이외에도 대구·경북 출신 대부분 국회의원들과 청년 정치인들이 선대위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사실 윤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데는 이 지역의 역할이 컸다. 윤 후보 자신도 경선 당시 “대구경북 정치인과 당원들이 물불 안 가리고 지지해 주고 격려해 줘 앞을 향해 뚜벅뚜벅 갈 수 있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선대위에 참여한 TK인사들은 우선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총력을 쏟아야겠지만, 정책 공약 결정 과정에서는 이 지역 민심을 후보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특히 경북도가 당면하고 있는 지방소멸 문제는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 출산 문제에 직결돼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야 한다.

2021-12-07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대학 절반 사라진다

지방소재 대학의 25년 후 생존율이 50%에도 못미칠 것이란 연구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에 따라 편차는 있으나 지금으로부터 25년 후 대구에는 현재의 절반 정도의 대학이 문을 닫고 경북은 37% 대학만이 생존할 것이란 예상이다.지방소멸 위기감에 빠져 있는 지역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한 문제지만 불과 5년 후부터 대학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면 끔찍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이동규 동아대교수(기업재난관리학과)가 최근 발표한 인구변동과 미래전망(지방대학분야)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2·4년제 대학 386곳 가운데 2046년에는 49.2%인 190곳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 대학 생존율이 70% 이상인 곳은 서울과 세종, 인천 세 곳뿐이다.이 조사는 통계청의 장래인구 변동 요인과 주요 연령계층별 추계인구, 대학 알리미의 신입생 충원현황 등을 근거로 한 추정치여서 결과적으로 대학의 존폐는 지역의 인구감소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특히 보고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격차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줘 수도권의 인구 집중이 지방소멸을 재촉하고 지방소재 대학의 생존까지 압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보고서에 나타난 생존율을 보면 전남(19%), 울산(20%), 경남(21.7%), 전북(30%), 부산(30.4%), 경북(37.1%), 대전(41.2%) 등으로 나타나 서울과 거리가 멀수록 생존율이 낮아지고 있다. 사람과 자본이 몰리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획기적 대책이 없으면 지방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동화 현상은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지방소재 대학은 지역사회의 교육을 전적으로 맡고 있을 뿐아니라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대학생 1명의 월 경제유발효과가 100만원이라 하지 않는가. 대학 하나가 빠져나가거나 폐교가 되면 지역사회가 가지는 손실은 막중한 것이다.지금 지방의 도시들은 지방소멸 극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재의 추세로 가면 머지않아 없어지는 농촌 도시가 곳곳에 생겨날 것이다. 지방대학의 생존율이 떨어진 것은 이런 지방소멸에 대한 경고에 불과하다.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대학의 자구 노력과 범정부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202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