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여름, 경산에 있는 후배 공장을 방문했었다. 에너지 절감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후배가 공장 옥상에 설치할 ‘태양광 설비 계획서’를 보여주었다. 370kw 용량을 설치하는데 설치비용이 kw당 150만 원씩 모두 5억5천500만원이 들고, 1년 거치 9년 분할 상환할 경우 총 원리금은 6억8천347만4천997원(이자 1억2천847만4천99원 포함)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25년간 총수익은 15억1천851만300원이었다.
후배는 10년 만에 원리금을 다 갚고 11년째부터는 매월 744만원, 25년째는 매월 663만원씩 수익이 나오는데, 노후연금 드는 셈치고 설치한다고 했다. kw당 매월 200만원 정도씩 수익이 나오는 셈이다.
고향에서 한우 사육을 하는 한 지인도 한우 사육을 통해 얻는 수익 못지않게 한우 축사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수익이 대단하다고 했다. 농촌지역 한우 축사가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태양광 안내 전단지가 붙여져 있는데, 100kw당 매월 189만원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들이다.
앞서 설명한 태양광 설비는 작은 공장 지붕에 소규모로 설치하는 시설이어서 설치비가 kw당 150만 원에 이르지만, 규모가 커지거나 논·밭처럼 설치가 용이하면 설치비는 100만원 정도까지 내려온다.
태양광 사업은 설비만 갖추면 햇빛은 자연이 무한하게 주기 때문에 엄청난 수익성이 보장된다.
태양광 설비는 kw당 2평(6.7㎡) 정도의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지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쉽다. 현재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조수익으로 따져 벼농사의 20배 정도 수익이 나온다. 태양광 임대업자들은 벼농사 순수익 2배(평당 6천원 정도) 정도의 임대료를 지주에게 주는데, 사실 태양광 조수익은 평당 10만원 이상이 나온다.
앞서 얘기한 후배의 공장 지붕 태양광 설비비용은 kw당 200원 정도이지만, 올해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인 전력비용은 kw당 270원이며, 내년에는 300원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가정 전기요금이 110원, 산업용 전기요금이 130원 정도이지만 곧 OECD 평균인 250원까지 오를 전망이어서 태양광 발전사업은 지금보다 더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시설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를 언제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국가 차원에서 세워져야 한다. 독일의 경우 2030년 65%, 2040년 80%, 2050년에는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체 에너지를 감당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평소 원자력이 대략 20~25% 감당한다고 보면 2050년까지 나머지 75~80%는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려면 2030년까지 35%, 2040년까지는 55% 식으로 장기적인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에너지의 75~80%를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전 국토에서 농지가 18%를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략 농지의 20~25%를 사용하면 된다.
태양광 외에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도 있으나 농지의 20~25%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농가의 수익이 늘어나고 일자리도 창출돼 농촌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농지에 태양광 발전을 하는 방법은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 주도형’으로 하되 절대농지는 영농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으로, 일반농지는 자유롭게 하면 될 것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요소는 지자체마다 조례로 규제하고 있는 ‘이격 거리’와 ‘주민 민원’이다.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마을에서 300~500m, 군도(郡道) 이상 도로에서 300~500m씩 거리 제한이 있다. 그러다 보니 태양광 시설이 최적지인 농지를 피해 대부분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조례에 부합하는 농지는 국내 전체 토지의 1%도 채 안된다고 한다. 구미시의 경우 0.09%라는 보도도 있었다.
주민민원도 태양광 건설의 큰 걸림돌이다. 단체장들이 선출직이다 보니 민원이 발생할 경우 조례에 부합하는 땅이라도 태양광 설비를 할 수 없다. 주민민원으로 인해 태양광 및 설치 허가 기간이 중국과 유럽은 6개월~2년인데 우리나라는 5년씩 걸린다고 한다. 이 모든 문제가 농민들은 태양광에 대해 무지한 반면, 일부 정보에 밝은 태양광 업자들이 아주 적은 비용만 임대료로 지불하고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생긴 문제다.
주민들에게 사전에 태양광 발전사업의 엄청난 수익성을 솔직하게 밝히고, 마을 단위로 협력해서 대단위 발전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 농지는 우선 장기적인 계획하에 산업단지 주변부터 태양광 시설을 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생산자와 수요자(기업)가 공동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이끌어 나가면 각종 규제나 민원에도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