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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스포츠, 이제는 변해야 할 때다

등록일 2022-11-20 17:41 게재일 2022-11-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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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는 올림픽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스포츠강국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엘리트선수들의 종목별 분포를 보면 축구, 야구 등과 같은 인기종목의 비중이 높은 반면, 유도, 레슬링 등 이른바 올림픽 효자종목은 비인기종목으로 치부되어 선수부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인기종목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에는 부모의 반대, 비인기종목 우수 선수의 인기종목 이동, 비인기종목의 지원 부족, 과도한 훈련 및 경쟁에 의한 부상, 그리고 부상 후 스포츠재활프로그램 부재로 인한 선수생활 마감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여러 요인들은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의 특수성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즉각적 대처가 이루어지거나 해결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과도한 훈련에 의한 부상과 회복을 위한 컨디셔닝은 현실적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처가 가능한 일이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초·중·고·대학교 선수의 75% 이상이 부상을 경험하고, 그 중 25.4%는 심각한 부상으로 장기간 훈련을 불참하거나 운동을 중단한다. 특히 투기종목 등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경우 부상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35.9%가 부상으로 수술을 경험하고, 이들 중 71.9%는 수술 후 완전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고된다. 스포츠 상해 원인으로는 유연성 부족, 준비운동 부족, 개인의 내적 심리요인 등 본인 부주의가 가장 높았고 지도자의 부적절한 훈련도 포함된다.

이렇듯 엘리트스포츠에서 선수의 부상은 선수 생활 동안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엘리트선수들의 부상은 일단 부상을 당하게 되면 나름대로 대처를 하더라도 재부상의 위험이 크다. 특히나 비인기종목의 경우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특정 선수의 부상은 타선수로의 대처가 불가능하다. 이같이 부상이 선수생명과 경기력과도 직결됨에도 부상에 대한 자기관리 교육 프로그램과 회복을 위한 컨디셔닝 시스템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선수 및 지도자 대상의 정기적인 교육이나 연수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장시간 반복훈련, 지도자 개인의 경험에 의한 훈련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행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육성체계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종합적 개혁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체육지도자의 코칭 전문성 제고, 스포츠과학자와의 협력 확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을 강력히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상황적 조건에 맞게 의과학적인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는 체육지도자의 과학적인 지도 방식을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더해 훈련계획 수립 시 객관적인 데이터와 스포츠의과학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체육지도자의 정기적인 과학적인 지원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스포츠현장에 스포츠의과학 기반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엘리트선수들의 부상 발생원인 가운데 과훈련, 근육의 불균형, 운동피로 등의 생리적 변인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엘리트선수들의 경우 거의 매일같이 강한 지구성이나 저항성운동을 하는 데도 몸은 늘 피곤하며 체력향상은 더디고 심지어 감기나 운동 상해까지 경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훈련의 효과가 과부하와 과보상의 원리를 통해 나타난다는 과학적 근거를 간과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체육지도자가 선수생활을 통해 체득한 현장경험은 더 없는 학습이지만 경험적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독일은 체육지도자의 지도 능력 유지와 향상을 위해 정기적인 보수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 조사된 자료에서 선수들이 바라는 지도자는 현역시절 뛰어난 운동경력보다 체계적인 이론과 실기능력 등 전문지식이 풍부한 지도자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체육지도자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화해야 함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12위)을 제외하고는 줄곧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나, 최근 개최된 도쿄 올림픽에서 LA 올림픽 이후 최소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16위로 밀려났다.

이제 엘리트선수들의 부상은 선수 개인의 경기력 저하를 넘어서 우리 지역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스포츠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와 지도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훈련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노력한 만큼 훈련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성적 위주의 장시간 반복훈련과 지도자 개인의 경험 위주 훈련은 그 효과를 저하시키고 선수의 부상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엘리트스포츠의 선수층 유지 및 경기력 제고를 위해 스포츠현장에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지도 및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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