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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등록일 2022-11-15 18:06 게재일 2022-1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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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최근 3년 동안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야생동물이 무려 4만 마리가 넘는다는 충격적 보고서가 나왔다.

국립생태원 생태적응팀이 2019∼2021년 사이 발생한 로드킬을 집계해 보니 해마다 1만마리가 훨씬 넘는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죽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종류별로는 고라니가 2만9천여마리로 가장 많았고 너구리, 노루 등의 순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국내서도 로드킬로 죽는 야생동물이 늘면서 2018년 환경부와 교통부 등이 ‘동물 찻길 사고조사 및 관리지침’을 만들어 야생동물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2020년 미국 유타주 야생동물자원부는 야생동물용 고가도로를 별도 건설해 야생동물이 고가도로 위를 오가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언론에 공개했다.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당국의 노력이 주민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내서 한해 수만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로 죽어간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국제적으로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고라니의 희생 수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고라니가 유난히 많은 것은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이 멸종단계에 이르면서 고라니 개체 수가 크게 증가한 탓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막는 것은 다급한 문제다. 야생동물의 지리적,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이 편리하고자 무분별하게 만든 도로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로드킬을 경험한 운전자들이 뜻밖의 사고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 세심한 로드킬 예방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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