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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유값 급등…군불 땔 때가 좋았던 시골집

등록일 2022-11-15 18:06 게재일 2022-1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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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옛날에는 두메산골일수록 겨울을 따뜻한 방에서 지냈다. 어른들이 기거하는 사랑방일수록 군불을 많이 때 누구 집이든 아랫목 장판은 검붉게 탈색돼 있었다. 부모들은 새벽에 일어나 혹시 자식들이 추울까봐 아궁이에 다시 불을 지펴 방을 한 번 더 덥혀주었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겨울철에 접어들면 대부분 남자들은 장작을 비축해 두기 위해 지게를 지고 소와 함께 먼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나무를 하러 간 아버지는 가끔 토끼와 꿩을 잡아오기도 하고, 팽이와 썰매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동설한에도 두메산골에 있는 내 고향집은 항상 따뜻했던 것 같다.

요즘 시골집 대부분이 그렇지만 옛날 아궁이가 있던 초가집은 도시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로 바뀌었다. 아궁이도 기름만 넣으면 언제든 난방을 할 수 있는 편리한 보일러로 교체됐다. 문제는 보일러에 들어가는 기름 값이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자식은 도시로 내보내고 늙은 부모들만 사는 시골집은 겨울철만 되면 알래스카가 따로 없을 정도로 춥다. 기름 값이 걱정돼 어르신들이 거의 냉방에서 지내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등유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올겨울은 특히 대부분 시골 어르신들이 맹추위에 노출된 것 같아 가슴 아프다. 기름값이 아까워서 거의 난방을 안한 채 추위를 견디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시골 어르신들은 과거 호롱불에 들어가는 등유도 아까워 어둡게 지냈던 세대들이다.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6~12일) 실내등유 평균가격은 L당 1천603.8원으로 그 전주보다 2.0% 올랐다. 휘발유 가격 L당 1천659.6원을 거의 육박하고 있다. 1년전에 비해 50% 폭등했다. 최근 지역에 따라서는 등유값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가정용 200L 한 드럼은 지난주 기준 32만760원으로 작년보다 10만원이상 올랐다.

아껴서 쓰더라도 통상 한달에 1.5드럼은 소요되는데, 겨울철 넉달(11~2월)간 난방비용이 적어도 200만원은 들어간다. 도시아파트 난방비와 비교해도 2~3배 정도 많은 금액이다. 생활비를 노인연금과 자식용돈에 의존하는 시골노인들이 힘겨운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등유값이 오르는 것은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등유는 경유와 생산라인이 겹치는데 경유생산량이 늘면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대체재인 경유수요가 급증하자 등유값이 치솟는 것이다.

등유는 도시가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어촌이나 도심 변두리 노후주택에 살고 있는 취약계층의 겨울 필수품이다. 연료 중에서 가격이 가장 싸게 유지돼야 하는데, 비싼 휘발유와 가격 경쟁을 하듯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과거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본격적인 겨울추위가 닥치기 전에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등유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등유가격에 포함되는 개별소비세를 당분간 유예하거나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대상을 늘리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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