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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작고 연약한 것의 힘

세계적인 거장 파보 예르비가 도이치캄머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자로 함께 섰다. 12월 13일 경기아트센터, 12월 15일 서울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2022년 나의 마지막 클래식, 30대의 마지막 음악이었다.1부에서 도이치캄머필과 클라라 주미 강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61번을 협연했다. 그런데 늘 강렬하던 강주미의 광휘가 전처럼 빛나지 않았다. 무대에 입장할 때 표정은 밝고, 몸짓은 풍부하며, 소리는 깊고 섬세했다. 그런데 빛만 차분해졌다.일부러 빛을 줄인 게 아닐까. 클래식 연주자의 이데아는, 자신의 천재성은 사라지고, 작곡가의 위대함만 나타나는 순간일 것이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바이올리니스트의 화려한 기교보다 전체적인 조화와 서정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베토벤 이후 비르투오소 시대에 카덴차가 만들어져 붙었다고 한다. 모든 예술작품은 완성되는 순간, 소유권이 창작자에서 향유자로 이전되므로 베토벤 역시 불가침의 신화는 아니다. 새로운 해석과 파격이 허용되는 것이 클래식의 역설적인 매력이다. 하지만 연주자가 작곡가 위에 자신을 올려두려 할 때 해석은 탐욕이 되고, 원작의 가치는 훼손된다.‘나’를 지우고 ‘베토벤’을 부조(浮彫)시키는 것. 요하임, 크라이슬러, 이자이 등 위대한 비르투오소들에 의해 카덴차가 붙으며 새로운 해석들이 추가된 곡을 연주하면서도 강주미는 1806년 베토벤이 소망한 ‘조화’를 완성하기 위해 스스로 빛을 줄였다. 그러고 보니 무대 앞이 아닌 오케스트라 안으로 들어가 연주하고 있었다. 현란한 카덴차 중에도 빛은 은은해서 세거나 튀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악장 중반 여리디여린 피아니시시모로 총천연색 같이 선명한 음을 내면서 깊은 비브라토까지 아우르며 투티와 합해지는 순간이었다.발레리는 “수단 가운데 가장 손쉬운 것은 강도(剛度)다. 왜냐하면 다른 말보다 강한 말을 쓰는 데 더 많은 힘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피아노보다 투티나 포르티시모를 쓰는 데, 정원보다 우주를 쓰는 데 더 많은 힘이 드는 건 아니니까”라고 했다.모두들 크게 외치고, 큰소리로 말하는 시대다. 강하고 센 것들만 살아남는 세상이다. 큰 나무들로 울창한 숲에서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 캄캄한 그늘에서 침묵과 입 맞추는 작은 빛을 본 적 있나? 강주미의 연주에서 나는 작고 섬세한 것의 힘을 느꼈다. 어깨와 등의 잔근육들마저, 금빛 드레스의 주름들마저 모두 작은 것, 여린 것을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아름답고, 연약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주를 이루는 중이다. 나는 가장 여린 음에서 가장 큰 마음을 들었다. 그것은 베토벤 원본의 위대함, 그 조화로움에 대한 존경일 것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도이치캄머필은 챔버오케스트라다. 교향악과 실내악의 중간 형태라 할 만큼 몸피가 작다. 대형 오케스트라의 절반 정도인 40여 명이 무대에 올랐다. 파보 예르비의 악단 구성 역시 작고 섬세한 힘을 지향하는 듯하다. 이들의 연주에서 나는 어떤 다정함을 느꼈다. 연못에서 물고기를 옮겨올 때 물고기만 꺼내는 게 아니라 물과 부들과 이끼와 연잎과 소금쟁이와 돌까지 함께 ‘떠’ 오는, 그런 류의 다정함이다. 마지막 앵콜인 시벨리우스 ‘축제의 안단테’에는 세상을 둥글게 감싸 안는 숭고하고 선한 힘이 있었다. 현악 파트만으로도 대형 오케스트라의 짙고 웅장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그 울림을 나는 ‘위로’라고 부르고 싶다.“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나희덕, ‘귀뚜라미’)세상이 온통 하얀 별천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패러디하자면, 음악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새해에도 음악은 계속 흐를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작고 연약한 것들을 향해, 흰빛이 되어.

2022-12-27

가을배추와 겨울나기

겨울은 기다림이 있기에 지루하지 않다. /언스플래쉬 겨울 냉장고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가을,겨울 대표 채소인 배추다. 배추의 어원은 중국에서의 ‘백채’가 변하여 배추가 된 것인데,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소나무의 기운을 닮은 채소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11~12월에 출하되는 가을배추는 잎 부분이 더 달고 아삭하단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 겹씩 뜯어 생으로 아삭아삭 베어 먹는 맛도 훌륭하지만 찌개나 무침, 전, 볶음 등 다채로운 재료와 함께 무한으로 활용하여 먹을 수 있는 재미가 큰 식재료다.배추는 겹겹이 쌓여 하나의 덩어리 진 둥근 형태를 띠고 있다. 추위로부터 바짝 웅크린 자세나 개어둔 겨울 이불의 모양 같기도 하다. 무게는 잎으로 속이 꽉 차 있기 때문에 한 손으로 들었을 때엔 제법 묵직하다.배추를 칼로 반을 가르면 구수한 향이 퍼지며 숲을 닮은 노란 잎이 빽빽이 드러낸다. 손금 마냥 쭉 뻗어 있는 잎맥은 얇고 가늘수록 맛이 좋다. 노란 잎을 손으로 하나씩 뜯어 물로 씻어낼 때엔 부드럽게 흔들리지만, 반대로 배추의 밑동과 뿌리는 무척 하얗고 단단하다는 점도 재밌다.배추는 따로 손질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손질이 편리하고 요리할 때 손이 적게 가서 좋다. 또한 배추는 뿌리부터 잎까지 버릴 부분 없이 먹을 수 있는 알뜰한 재료다. 칼륨, 칼슘, 철분 등을 풍부히 지니고 있으며 특히 칼슘은 밥이나 고기 등의 산성 식품을 빠르게 중화시키어 혈압을 낮추는 데에 도움을 준다. 바깥 부분의 푸른 잎엔 비타민 C가 풍부히 분포되어 있어, 겨울날 면역력 강화와 감기 예방에도 좋다. 특히 배추의 비타민C는 불을 사용하여 열을 가해도 손실률이 낮기 때문에 끓이거나 튀겨도 충분히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단 이점이 있다.찬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배추를 넣은 된장국을 만든다. 멸치 육수와 된장, 두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료인 배추만 있다면 빠른 시간 안에 간단히 끓여 낼 수 있다.익숙한 된장국에 배추를 넣으면 더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배춧국은 입에서 부드럽게 넘어가 속을 금방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헛헛한 겨울의 계절을 포근히 감싸는, 수수하면서도 투박한 배추의 맛은 다른 계절보다 특히 겨울에 잘 어울린다.2022년 겨울이 찾아왔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탓에 잔뜩 몸을 움츠리곤 빠르게 걷고 하지만, 집 근처 나무들을 마주할 때엔 걸음을 멈추고선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곤 한다. 겨울철 나뭇가지를 잘 살펴보면 동그란 봉오리가 작게 맺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흔히 겨울눈이라 불리는데 나무가 다음해의 봄의 삶을 대비하여 만들어놓는 일종의 예비 꽃과 잎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나무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의 겨울눈을 만든다는 것인데, 목련나무는 여러 겹의 껍질을 쌓아 튤립 모양 형태고 두르고 바깥 부분엔 털을 이용하여 겨울눈이 상하지 않도록 보호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칠엽수는 끈적한 진액을 통해 겨울눈을 감싸 매서운 찬바람으로부터 겨울눈을 보호하며 겨울을 보낸다. 얼핏 보면 가지 위로 작은 알배추가 피어난 듯한 모양이다. 이듬해를 바라보는 겨울의 눈이라니, 씩씩하게 맺힌 겨울눈을 마주하다 보면 겨울의 찬바람을 뚫고선 집을 향해 갈 수 있는 굳센 기운을 얻을 수 있다.잔뜩 움츠린 겨울은 생장을 멈추고선 나 자신을 보호하며 잠시 잠들지만, 봄이 오면 기다렸다는 듯 겨울눈 속에 꽁꽁 잠들었던 꽃과 이파리를 크게 펼쳐낼 것이다. 이듬해의 찬란한 봄을 위한 겨울의 기다림은 충분히 유의미하며 가치 있기에 지루하지 않다. 키 큰 나무들이 즐비한 가로수를 걷다보면 나무의 몸통 주위로 뜨개로 만든 겨울옷이 둘러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래피니 니팅(Graffiti Knitting)’이라는 용어로 털실로 뜨개옷을 짜서 나무나 동상 등에 입히는 작업이다. 그렇게 겨울옷을 입은 나무들은 겨울 내내 얼지 않고 온기를 품고선 살아간다. 형형색색 뜨개 옷을 입은 나무들이 거리를 지키고 서 있을 때,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걸으면 무언가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든다.어둡고 추운 막막한 겨울이므로 무언가를 자꾸만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게 되고 나눔과 함께의 가치가 실현되었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더는 춥지 않다.

2022-12-27

권력의 위기, 신뢰의 위기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에서도 우리의 정치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정치의 실종은 권력의 위기이고, 권력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를 의미한다. 집행권력을 가진 여당이나 입법권력을 가진 야당이나 권력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하기 때문이다.정치인들은 ‘권력의 획득·유지·확대’를 위해 수많은 거짓말들을 한다.이 가운데에는 ‘용서받은 거짓말’도 있고, ‘용서받지 못한 거짓말’도 있다. 미국의 트럼프(D. Trump) 전 대통령은 4년 동안 ‘3만573번의 거짓말’(워싱턴포스트)을 하면서도 임기는 채웠으나, 닉슨(R. Nixon)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Watergate)사건을 은폐, 조작한 거짓말이 탄로나 재임 중에 하야했다.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어떤가? 지난 대선 결과가 보여준 윤석열과 이재명의 ‘간발의 득표 차이’는 두 후보가 국민으로부터 평가받은 ‘간발의 신뢰 차이’를 말해준다. 대장동사건으로 최측근들이 연이어 구속되었는데도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사과 한마디 않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나, 외교무대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을 덮으려고 말 바꾸기와 우기기로 일관하다가 그 책임을 언론으로 돌린 윤석열 대통령이나 ‘신뢰의 수준은 도토리 키 재기’이다.공자가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無信不立)”고 한 것처럼, 정치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국민의 신뢰다. 신뢰란 무엇인가? 믿음을 뜻하는 신(信)은 ‘사람(人)+말(言)’로 구성되어 있다.사람이 말한 바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즉 ‘언행일치’가 신뢰다. 스스로 ‘무신불립’을 역설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것이나, 공정·정의·평등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권이 심판받은 것은 모두 국민을 배신했기 때문이었다.윤석열 대통령의 성공 역시 국민의 지지여하에 달려 있고, 국민의 지지율은 신뢰도와 궤를 같이한다. 낮은 지지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윤 대통령은 당선 인사에서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간절한 호소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대통령이 보여준 정치행태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대립으로 통합의 정치는 말뿐이었다.대통령의 약속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민심은 떠나고 정권은 위기를 맞는다. 정치의 성공은 신뢰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국정의 동력도 역시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내 탓을 남 탓으로 돌려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권력, 민심을 외면하는 권력 지상주의 정치로서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거짓말’이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로 미화되는 탈진실시대의 지도자는 ‘권력과 신뢰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정치적 공인의 권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목적이 된 권력은 국민의 신뢰를 잃음으로써 마침내 권력도 잃게 된다.

2022-12-26

당권경쟁 들어간 여당, ‘세가지 조건’ 명심하길

국민의힘이 최근 차기 전당대회 룰을 확정하면서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당 대표 출마선언을 했거나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윤상현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정도다. 유승민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윤(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새로운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여당은 친윤계가 주도하는 ‘2024 총선’ 체제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벌써 내년 1월 후보 등록을 전후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친윤계가 후보정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국민의힘은 이달 초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공감’이 출범하면서 친윤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공감에는 여당의원 115명 가운데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당대회 룰 개정에 따라 당 대표는 100% 당원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돌발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국민공감이 미는 당권주자 중 한 명이 대표가 될 공산이 크다.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현재 거론되는 당권주자 중에서 민심을 두루 얻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후보군을 일일이 언급하며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한 말은 핵심을 찌른 것이다. 국민의힘이 ‘2024 총선’에서 야당을 이기려면 주 원내대표가 대안으로 내놓은 당 대표 조건론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가 제시한 세가지 조건은 수도권 민심을 장악할 수 있는 인물, 청년층 지지를 얻는 인물, 안정적인 공천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면 누구나 수긍하는 조건들이다.만약 현재 예상되는 것처럼, 친윤계가 당권을 잡는다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진영논리에 휩싸인 보수지지층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여야 진영간의 강대강 대치는 결국 지지층 결집을 더욱 공고히 하고, 2024년 총선판세를 일찌감치 굳힐 가능성이 있다. 여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지난해 6·11 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역동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2022-12-26

새해 TK 국비 예산… 미래성장 마중물 돼야

국회가 638조7천276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을 우여곡절 끝에 여야합의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7조8천222억원, 경북도는 10조9천514억원의 국비를 확보하게 됐다. 대구는 5천70억원(6.9%), 경북은 9천339억원(9.3%)을 올해보다 더 많이 확보함으로써 국비 확보에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집권 여당 최대 지지기반으로써 국비 확보에 선방한 것에 만족하지 말고 대구와 경북은 내년도 국비예산을 지역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데 본격 준비해야 한다. 이번에 확보된 국비는 앞으로 몇 년간 대구와 경북의 발전을 견인할 주요 사업의 마중물이 되기 때문이다.특히 이번에 확보된 국비예산 가운데는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지목되는 굵직한 사업이 많이 포함돼 있다. 확보된 내년도 국비예산으로 관련사업을 잘만 꾸려간다면 지역의 미래먹거리 확보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짐작이 된다.대구는 로봇·ABB·반도체·미래모빌리티·의료건강관리 등 미래 5대 첨단산업분야 예산이 많이 반영된 것은 대구를 첨단산업 허브도시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의미있는 성과다. 대구시민이 예의주시해도 될만한 변화다. 또 대구산업선 철도와 대구광역권 철도건설 등 인프라 투자와 금호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예산이 반영된 것도 주목할만하다.경북은 오랜 숙원인 영일만대교 건설을 위한 설계비 50억원이 반영됐다. 내년부터 이 사업이 본격화되고 멀지 않은 장래에 사업이 완공되면 동해안 일대는 교통물류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새로운 관광명소로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된다.특히 소형모둘원자로(SMR)를 중심으로 하는 경북의 혁신원자력 관련예산이 대거 확보됨으로써 원자력 산업의 본거지로서 경북의 역할이 커진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원자력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할 혁신원자력기술연구소에 대한 예산 확보다.“구슬이 서말이라도 잘 꿰야 보배”라는 말처럼 국비 확보가 지역의 발전과 미래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게 관련기관의 애착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경북의 도약을 기약할 예산 운용의 묘를 찾아야 할 때다.

2022-12-26

동장군의 위세

홍석봉정치에디터 동장군은 혹한을 의인화한 말이다. 특히 겨울철에 주기적으로 남하하는 시베리아 차가운 기단을 말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가리키는 ‘동장군(冬將軍)’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에서 유래됐다. 60만 대군과 원정에 나섰던 나폴레옹은 전투에서 이기고도 추위 때문에 후퇴해야 했다.영국 언론은 나폴레옹을 꺾은 러시아의 추위를 ‘제너럴 프로스트(General frost)’라고 했다. ‘후유쇼군(冬將軍)’이라고 번역해 사용한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도 동장군이라는 용어로 쓰였다.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때도 독일을 상대로 동장군 덕을 단단히 봤다.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입 전쟁에서도 동장군이 영향을 미쳤다. 전쟁 초기에는 동장군이 우크라이나 편이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다시 겨울을 맞자 러시아가 유리해졌다는 소식이다. 동장군은 소련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동장군이 연말 한국을 덮쳤다. 지난 주말 대구의 아침 최저기온이 연이틀간 영하 10℃ 아래로 떨어졌다. 25일엔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한강이 결빙됐다. 기상청은 동장군이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전력 수요도 비상이다. 동장군이 위력을 떨치면서 전기 수요가 급증, 순간 최대 사용량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예비율이 높아진 때문에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호남과 제주에는 동장군과 함께 폭설이 덮쳐 교통망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비닐하우스가 주저앉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 미국에도 혹한·폭설·강풍을 동반한 동장군이 강타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했고 교통도 마비됐다고 한다. 수도관 동파 등과 농축수산물 냉해 방지 등 동장군 피해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때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26

새로움을 위한 갈무리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어느덧 임인년 한 해도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다. 1년이란 시간이 어쩌면 잎새같고 책장같이 수많은 날들인데 벌써 한 해의 종점으로 치닫고 있다니, 새삼 세월이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아스라한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만감이 교차하고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앞만 보고 달리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 아쉽고 미진하거나 괄목할 성과도 있고 실패의 헛발도 디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건재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스럽고 감사한 나날이 아닌가.시간이란 까마득한 옛날에서부터 아주 먼 미래까지 흘러가는 과객(光陰者 百代之過客)으로, 낮과 밤, 달과 해의 시간이 지나감을 하루, 한 달, 일년 등으로 구분해서 세월이라 칭하기도 한다. 즉, 주간이나 월간, 연도가 어떤 기간이나 구분 상 끊어진 듯 보이지만, 실제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속성을 가지고 있다. 무한정 계속되고 연결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것이 세상이고 세월이다. 그래서 시간의 씨줄과 공간의 날줄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시간의 구획선에 이르러 뭔가를 정리하고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추구하게 되는지도 모른다.송구영신의 길목에 서면 누구나가 착잡하면서도 설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다사다난한 지난날들을 무사히 지내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한 성취율 등의 상이로 저마다 희비의 쌍곡선이 그려지는가 하면, 새로이 다가올 날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야심찬 도전과 새 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한 해를 정리하고 마감한다는 것은 대나무의 마디처럼 계속적인 성장과 성숙을 위한 매듭이라 할 수 있다. 매듭이 튼실해야 쉽게 쓰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한 한 해의 매듭을 잘 짓기 위해 사람들은 하루하루 줄기차게(?) 살며 꿈의 도움닫기를 간단없이 해나가는지도 모른다.‘무던히 그어왔던/굽어진 계절마다//사르지 못한 가슴/그림자에 파묻히고//한 묶음 회억의 넋두리만/함성으로 울린다//길게 비낀 햇살지면/밝은 햇살 안겨오듯//산등성이 저 너머엔/흔들리는 꿈이 있지//수묵빛 연륜의 타래만/소리없이 감긴다’ -拙시조 ‘섣달의 황혼 속에’ 전문올해는 유난히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격변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조심스런 가운데 실외 마스크는 벗었지만 대선과 지선을 거치면서 여야의 자리바꿈으로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힌남노 태풍의 강타로 많은 인명피해와 사상 초유의 제철소 침수라는 불가항력 앞에 아직도 신음하고 있는가 하면, 순식간에 꽃다운 청춘의 넋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등 실로 어마무시한 일들로 점철되어 우울과 슬픔에 빠지게 하고 불안과 걱정의 소용돌이에 휘감겨온 것 같다.상황과 시간이 주는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새로움은 옛것을 본받아 만들어 내고(法古創新) 지혜는 성찰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니, 한 해의 아름다운 갈무리로 보다 새로운 날들을 준비하도록 하자.

2022-12-26

바람직한 직장생활, 성공 열쇠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어느덧 임인년 호랑이 해는 지고 계묘년 토끼 해가 다가오고 있다. 지인이 송년회 때 감사(Thank You)한다고 하면서 건배사로 “2022년 임인년 땡! 2023년 계묘년 큐!”라고 외쳤다. 참 멋진 건배사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계기로 시간을 내어 올 한 해를 반성해 보고, 내년 목표를 수립하는 계획을 세워 보았다.이때 고민은 토끼처럼 지혜(智慧)롭고 영민(英敏)하게 직장생활을 할 순 없을까? 바람직한 직장생활은 무엇일까? 또한 컨설팅시 바람직한 모습을 달성하기 위한 개선 활동이었는가? 임기 웅변식의 개선 활동이었는가?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립한 내용에 대해 연말연시를 맞아 바람직한 직장생활에 대한 소신을 전하고자 한다.바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다. 바람직은 ‘바람직하다’의 어근이고, ‘바람직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바랄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뜻이다.인간의 내면에는 바람과 욕심의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바람은 원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그 만큼의 희생과 노력을 들여서 얻고자 하는 무언가를 바라는 상태를 의미하고, 욕심은 희생과 노력은 전혀 없이 얻고자 하는 무언가를 바라는 상태를 의미한다.욕심이 아닌 바람직한 직장생활을 위한 필수 팁(Tip)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바람직한 직장생활의 첫번째는 그 직업에 대한 주인의 직업관(職業觀)이다. 일반적으로 직업관의 세계는 마인드에 따라서 달라진다. 같은 일을 해도 하루살이 인생처럼, 먹고 살기 위한 나그네의 직업관이 있는가 하면,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을 개발하고 나아가 자아실현을 이루는 주인의 직업관이 있다. 나의 직업을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직업관이 형성되는 것처럼 본인 스스로 그 직업에 대해 존중과 프라이드(Pride)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두번째는 그 직장의 현장을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고, 편리하도록 개선하는 개선혼(改善魂)이다. 개선하려면 현상과 원인을 철저히 알아야 하는 것이고, 개선할 때 자신이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즉시 실행하는 정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개선이 이루어지면 원복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유지하는 것이다.세번째는 나부터 실천하는 즉각적 실행력(實行力)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쓸모 있게 다듬고 정리해야 가치가 있다. 즉 10초 아침 청소를 꾸준히 하는 작은 실천이 실천하지 않는 거대한 계획보다 더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중국 작가 쑤린은 “당신이 이 직업을, 이 직장을 선택했다면, 당신의 선택의 결과가 가져올 이익이나 즐거움만을 누리려 할 것이 아니라, 당신의 선택에 대한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한 것처럼 그 직장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곳을 개선하는 주역이 돼야 한다.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다라는 생각은 물론 주인의 직업관, 개선혼, 그리고 즉각적 실행력의 3가지 열쇠를 지니고 실천하여 성공하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길 바란다.

2022-12-26

세밑 독서기

#1 근대 이후 한국에서 독서의 사유를 처음으로 전개했던 이는 우리가 이른바 해외문학파로 지칭하는 독문학자 김진섭이었다. 물론 조선시대에 학자로서 책과 독서에 대해 논했던 사람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근대적인 의미에서 독서와 서적, 서재와 장서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했던 것은 그가 최초였다. 그는 서적의 취미와 독서의 즐거움을 예찬하면서, 독서를 중심으로 한 사유를 자신의 수필에 담아냈다.#2 세밑에는 너무 진지한 책보다는 가벼운 책이 좋다. 2020년에 작고한 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 몇 권이라면 추운 겨울밤을 지내기 적절할 것이다. 그가 쓴 대부분의 소설은 영화화 돼 있어서 영화와 함께 읽어보기 좋다. 첩보스릴러의 고전이 된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을 추천한다.한 해가 저물고, 다음 해를 맞이할 무렵이 되면, 지난 일 년 사람들과의 만남을 정리하듯, 그간 읽지 못해 아쉬운 책들을 떠올려보곤 한다. 늘 만나고 싶었다가 겨우 시간을 내어 만난 반가운 책들도 있지만, 도서관에서 진작에 빌려두었지만 결국 보지 못하고 기한이 되어 반납한 책들도 있다. 어떤 책들은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몇 번이나 넣었다가 끝내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새해에는 꼭 읽어야지, 하며 다시 찾아 넣는 책들도 있다. 책이란 문자나 이미지로 만들어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성을 가진 미디어에 불과한데, 가끔은 그것이 사람 사이의 인연처럼 느껴진다. 한 해가 저물 때가 되면, 못다 한 인연의 끈들이 새삼스레 나를 불러 세운다. 세밑의 독서는 늘 그렇게 아쉬웠던 인연을 끄집어낸다.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뚜렷한 나라에 살다 보니, 계절 감각이란 것을 잊고 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느 사이인가 우리는 계절에 점차 둔해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세밑이라는 것이 어느 때부터 특별한 시기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관계가 계절을 따라 운행하지 않게 된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빼곡한 수첩에 연락처를 옮겨적던 시절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예전보다 확실히 망년회나 신년회가 줄어든 지금을 보면, 우리의 인간관계들은 확실히 예전보다 계절을 타지 않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인간 관계는 스마트폰의 단톡방 속에, 인스타나 페이스북의 팔로우 속에 들어 있어서, 그 유통기한은 지나치게 길거나, 혹은 지나치게 짧다. 세밑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한 해가 저물 무렵, 한 해의 일들을 떠올리고 못다 한 일들을 아쉬워하거나 새로운 일들에 대한 희망을 갖는 일도 조금 새삼스러워졌다. 하물며, 독서라면, 더욱 그렇다.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세밑에는 만나지 못해 아쉬운 인연을 떠올리듯, 읽지 못해 아쉬운 책들을 일부러라도 떠올리려 하고 있다. 우리가 거스르려 해도 우리는 1년을 주기로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며 살아가고 있고, 우리의 생각과 책읽기도 1년을 주기로 멈추고 나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다가올 새해에는 조금 더 좋은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어려운 시대지만, 그러니까 더욱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다.세밑의 독서기는 이렇게 늘 얼마간의 반성과 얼마간의 기대와 함께 한다. 지나간 한 해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그간 읽지 못했던 철학서들과 전공이론서를 잔뜩 빌려두고서는, 채 얼마 보지 못하고, 결국 냉전시대 독일에서 활동한 스파이의 활동을 다룬 소설을 읽고 있다.지금 내 앞에 놓인 책들은 문자를 잔뜩 담고 있는 물건이 아니라, 내가 언젠가 인연을 맺었던 사람과 같다. 나라는 존재가 내가 만났던 인연의 총합이듯, 내가 읽었던 책들의 총합이다. 하나, 하나의 점들이 이루고 있는 궤적을 따라 나의 사유가, 나의 존재가 비로소 자리 잡는 것이 아닌가. 가끔은 아쉬운 인연이 있듯, 아쉬운 책들도 있다. 그것이 삶이 아닌가.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면서 늘 그렇듯 이번에는 읽어야지 하며, 아쉬웠던 책들을 주문하고 나서, 읽던 책들을 마저 읽는다. 독서에서 인생을 찾고, 철학을 말했던 이들처럼 거창한 독서의 사유는 아니지만, 동경과 환상, 아쉬움과 만남을 겪으며, 세밑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삶 역시 그렇게 흘러간다./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2-12-26

북극 한파와 해양생태계

“제트기류의 약화로 북극한파가 남하했다”북반구를 중심으로 한파가 맹위를 떨칠 때마다 기상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에 영하 50℃에 이르는 북극한파가 닥치면서 원인규명에 분주하다. 고립과 인명피해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크리스마스 악몽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대류권 상층부의 제트기류가 약해져 극도로 차가운 북극의 소용돌이가 남하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왜 제트기류가 약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북극 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주장과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진단, 또 열대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는 등 다양하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더 자주, 더 센 강도로 한파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말이 적합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당장 우리 바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전남 함평만 해역에 ‘저수온경보’를 발령했다. 저수온경보는 수온 4℃ 이하가 3일 이상 지속되고, 전일대비 5℃ 또는 평년대비 2℃ 이상 하강할 때 내려진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이 동해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충남의 가로림만에도 저수온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연안의 수온이 낮아지면 당장 양식장의 피해가 예상된다. 양식어류는 저수온 상태에서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고, 면역력과 생리활성도가 저하된다. 한파가 길게 지속될수록 위험도는 더 커진다. 지난해는 저수온주의보가 한 번 발령됐다고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반복되는 횟수가 잦고 강도가 세지는 양상이 뚜렷하다.내년에는 또 다른 형태의 위험을 마주한다. 바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다. 일본은 2023년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쌓인 오염 원전수를 바다로 방류키로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멜트다운(노심이 녹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입된 냉각수가 현재 보관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원전 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삼중수소 등 피폭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 원전수가 방류되면 오염수는 먼저 해류를 타고 태평양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방류 후 대략 200일후 쯤 우리나라에 도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산물 오염 뿐만 아니라 바다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입증하기 어렵다.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협조를 통해 일본을 설득하고 있다. 다만 해양방류 외에 원전 오염수 보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일본이 해양방류를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실제로 방류될 것을 대비해 해류의 이동통로인 북서태평양 해역 모니터링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후쿠시마 인근에서 주입된 선박평형수의 방사능 오염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후쿠시마에서 채운 선박평형수의 오염여부를 조사해 우리 연안 배출을 금지하기 위해서다.원전 오염수와 저수온 현상은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원전 오염수가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피폭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저수온도 마찬가지다. 양식어류만 피해를 입는데 그치지 않는다. 열대와 아열대로 바뀌고 있는 우리 바다 생태계에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길 것이다.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이란 말은 역으로 우리가 그만큼 바다를 알지 못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바다를 둘러싼 변화가 극적일수록 그 여파도 급격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지난 33년간(1989년~2021년) 우리나라 해수면이 9.9cm상승했다고 한다. 기간을 넓혀 살펴보면 지난 62년 간 15.4cm가 상승했다. 최근의 기록에서 변동폭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더 극적으로 다가올 확률이 높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 뿐만 아니라 연안침식도 이어지고 있어 태풍 등의 자연재해 앞에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변할 수 있다 정현미 작가 바다의 변화는 해양생태계의 변화로, 결국 우리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피폭된 수산물을 섭취하고 폐사한 양식어류의 찌꺼기가 가득 쌓인 바다를 마주할 수도 있다. 선제적인 대응과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그래서 정부가 발표한 ‘수산물 안전성 조사 추진계획’이 더욱 빛을 발한다. 해수부는 지난 19일 수산물이 생산·저장·출하되기 전 단계부터 유해물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유해물질은 중금속과 방사능, 동물용의약품, 패류독소 등이다. 즉, 동물용의약품이 수산물에 잔류할 경우를 대비하고. 방사능에 오염됐을 경우를 확인하며, 패류독소 발생지역을 좀 더 꼼꼼히 살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양식장도 특별 점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기후변화는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이번 북극한파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북극한파가 휩쓸고 갈 우리 바다가 덜 다치길, 덜 상처입기를 희망하며 기후변화에 능동적인 대응하는 정부의 집단지성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본다.

2022-12-26

잘못을 고치는 데 주저하지 마라

김진국 고문 2022년 마지막 주가 시작됐다. 정말 큰 일이 많았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었고, 정권이 바뀌었다. 북한은 도발을 계속하며 미국을 사정권에 넣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 정세를 흔들어놓았다. 여기에 코로나 후유증까지 겹쳐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어제는 크리스마스다. 기쁨과 희망의 축제다. 그런데 여느 해보다 침울하다. 천주교에서는 크리스마스 전 4주가 대림 시기다. 회개와 속죄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기간이다. 종교가 있든 없든, 무엇이든 간에, 해가 가기 전에 한해를 돌아보고 반성할 시간이다.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과이불개’(過而不改)로 선정했다. 『논어』에 나오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라는 뜻이다. 같은 책에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말도 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마라’는 말이다.돌아보면 올 한해도 후회투성이다. 잘못인 줄 알면서 저지르고, 같은 잘못을 반복해 저질렀다. 교만해서다. 번번이 후회하면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집권당을 돌아봐도 올 한해는 내분으로 얼룩졌다. ‘윤핵관’이란 단어부터 배타적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당 대표 사이의 갈등은 집권 세력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던져버렸다.탐욕이 넘쳤다. 나라도, 국민도 보이지 않는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이 설쳐댔다. 재판까지 해봐야겠지만 쏟아지는 비리 혐의들이 기가 막힌다. 집권당은 야당을 정당한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야당은 허니문 기간도 주지 않고 새 정부 발목을 잡았다. 자신들이 주장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도 다수 의석을 내세워 예산 배정을 거부했다. 선거 기간 국민의 심판을 받은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검수완박’도 낙선자 공약대로 고수했다. 법안도 밀어붙였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머리가 둘 달린 괴물이 됐다. 어느 쪽으로도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표류 국가가 됐다. 권력을 독점하려 하고, 선거가 끝나면 숨 쉴 틈도 없이 다음 선거 전략을 밀어붙이는 타락한 정치다.핼러윈 참사는 고통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은 유족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책을 찾기보다, 집권 세력을 곤경에 몰아넣으려고 안간힘이다. 집권 세력은 정치 역학만 따지며 무엇이 무서운지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법적 책임만 주장하고, 사과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진심 어린 사과가 그렇게 어렵나. 법의 한계를 뛰어넘은 틈새까지 책임지는 것이 정치인이다. 정무직은 법적 책임만 지는 게 아니다.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한다.공자는 ‘신독’(愼獨·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감) 하라고 가르쳤다. 혼자 있을 때마저 긴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말이 편해지고, 수위를 넘나들 수 있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외교 행사 직후 공개 장소에서 품위를 잃은 말을 뱉은 건 분명히 실수다. 사과하고 넘어가면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다. 자신의 실수에는 입을 다물고, 언론의 책임 문제만 따지는 것은 옹졸하다.장관은 행정부의 일원이다. 국회의원이 질의하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정부 권력을 견제하는 일이다. 의원의 질의를 본질은 외면하고, 말꼬투리만 잡고 반격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관계 설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이 번번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반성하지 않는 것 역시 ‘과이불개’다.올해 대통령 선거 결과는 지난 정부의 ‘내로남불’에 대한 반성이다. 그런데 국민만 후회하고, 반성했을 뿐, 정치권은 오히려 상대를 공격하는 칼날로만 이용한다. 집권당은 ‘너희 정권 때는 더 심했다’라며 자기 잘못을 변명하고, 야당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표를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반박한다. 대화도 타협도 없다. 어정쩡하게 합의한 예산안은 시간에 쫓겨 양쪽 주장을 한 조각씩 떼어 붙여 던져놓았다. 나라 살림인데 철학도, 비전도, 희망도 없다. 며칠 남은 시간만이라도 되돌아보자. 그리고 새해에는 다시 희망을 그려보자./본사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12-25

군민 건강검진비 지원으로 활기차고 건강한 영양 만들다

오도창 영양군수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다.고혈압, 당뇨, 암 등 질병을 예방하는 일은 공공영역의 노력만으론 어렵다.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서구화된 식단, 달고 짜게 먹는 식습관을 비롯해 음주·흡연으로 다양하게 증가하는 질병을 피해가기 어려운 실정이다.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건강검진이 중요하다.이제 100세 시대가 되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지의 개념이 중요해졌다.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방법은 바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평소 생활하다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미리 점검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이제 건강검진은 선택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 발생의 예방도 중요하지만 조기 발견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일단 질병이 발생하면 당사자는 물리적인 통증을 견뎌야 할 것이며 치료가 어려운 중증 질환의 경우에 걷잡을 수 없이 병이 진행된다.또 환자의 가족들은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해야 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고통도 따르게 된다.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급속하게 초고속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질병 또한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영양군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발굴해 의료복지를 강화하고 있으나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모두 대비하기는 어렵다.그렇기 때문에 질병의 예방체계를 사전에 강화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평소 건강상태를 미리 체크하는 건강검진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비책이라고 생각한다.따라서 우리 군에서는 군민들의 건강검진 실시를 유도하기 위해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영양군에 주소를 둔 50세 이상 약 1만여명의 군민을 대상으로 군민 건강검진비를 지원한다.건강검진비는 2년에 1회 지원하며 1인당 30만원까지 지원되며 치료의 목적이 아닌 순수 검진에 해당되는 부분만 지원된다.특히 2022년까지 사업 추진을 위해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건강보험공단과 연계하여 검진대상자 명단을 확보하며 지원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꼼꼼히 챙겨 사업을 준비해 왔으며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함으로써 대상 군민 한 사람도 빠짐없이 검진비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로써 기존의 의료비 부담으로 건강검진을 차일피일 이뤄왔던 군민들이 적기에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질병의 조기발견으로 큰 병으로 악화되지 않고 완치로 이어져 군민들이 건강한 생활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나아가 건강하고 활기찬 도시의 모습으로 변화할 것을 확신한다.또한 많은 사람들이 ‘나는 아니겠지, 아직은 받을 시기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다. 그러나 질병은 젊다고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건강할 때 미리 검진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고 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귀찮다고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등 건강검진을 미루다 연말에 몰리는 경우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질병 예방과 건강관리는 국가와 지역사회는 물론 가정 및 개인이 모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영양군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2023년 시행되는 군민 건강검진비 지원을 계기로 전 군민들이 건강검진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무라 생각하고 건강검진을 꼭 제때 받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2-12-25

그리스 영웅… 페르세우스자리

고대 그리스 티린스 왕 아크리시우스에게는 다나에라는 외동딸뿐이었다. 왕은 아들을 얻고자 신탁을 청했다. 그런데 내용이 충격적이었다.“너는 아들을 얻지 못할 것이다. 대신 딸 다나에가 사내아이를 낳을 터인데, 그 아들이 할아버지를 죽이게 될 것이다.”차라리 듣지 않는 것이 나았을 신탁이었다. 운명을 바꿔야 했다. 왕은 다나에를 청동으로 꼭꼭 둘러싼 탑 꼭대기에 가둔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제우스가 황금비로 변신해 탑 속으로 흘러 들어가 다나에에게 접근했고, 다나에는 얼마 후 페르세우스를 낳았다.왕은 신탁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충격에 빠졌다. 고민 끝에 나무상자에 딸 다나에와 젖먹이 아들 페르세우스를 넣어 바다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운명을 바다에 맡겼을 뿐, 딸과 손자를 내가 죽인 것이 아니다. 저들이 죽는다면, 바다와 파도 때문이다.”파도에 휩쓸린 두 모자는 길고 긴 표류 끝에 세리포스라는 섬에 닿을 수 있었고, 그 나라 왕의 동생 딕툭스 도움으로 한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페르세우스도 어느덧 늠름한 청년이 되었다. 그런데 세리포스 왕 폴리데크테스가 다나에에게 흑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녀 곁에는 항상 페르세우스가 있었기 때문에 여의찮았다. 왕은 고심 끝에 계획 하나를 세운다.왕은 젊은이들을 초대하는 잔치를 벌였다. 초대받은 젊은이 모두 선물을 하나씩 들고 왔다. 하지만 가난했던 페르세우스는 아무것도 준비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왕이 선물로 괴물 고르곤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했다. 고르곤은 머리카락이 수백 마리 뱀으로 이루어진 세 자매를 통칭해 부르는 이름인데, 눈과 마주치면 돌로 변해버리는 무서운 자매였다. 그중 막내가 메두사다. 페르세우스는 자신 있게 그러겠노라 장담했다.하늘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우스는 화들짝 놀라 전령의 신 헤르메스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 물의 정령 나이아데스를 보내 페르세우스를 돕게 했다. 페르세우스는 이들의 도움으로 메두사 머리를 자르는 데 성공한다.돌아온 페르세우스는 폭정을 일삼던 폴리데크테스를 궁으로 찾아가 메두사 머리를 왕 앞에 던지자 왕은 돌로 변하고 말았다.그런 후 페르세우스는 아내 안드로메다와 함께 고향 티린스로 향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테살리아 라릿사 지방을 들리게 되었다. 마침 그곳에서 원반던지기 경기가 열렸고, 페르세우스도 경기에 참가하였다. 그런데 그가 원반을 던지던 순간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원반이 구경하고 있던 관중 속으로 날아가 어떤 노인 머리를 명중시켜 버렸다. 그가 바로 티린스의 왕 아크리시우스였다. 페르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두려운 나머지 라릿사에 몸을 숨겼다가 원반던지기를 구경하던 중 원반에 머리를 맞고 숨을 거둔 것이다. 결국 신탁의 예언대로 비극적인 결말이 이루어졌다.미래를 미리 안다는 것은 불행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면 다행이지만, 더한 불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일을 걱정하고,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오이디푸스 신화도 미래를 알게 되면서 불행을 맞은 경우다.거대한 자석에 딸려가듯 언젠가 죽을 운명이지만,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이 아닐까. /박필우 스토리텔러 끝

2022-12-25

‘에너지 효율화’ 시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얼마 전 매출 1조원이 넘는 대구지역 기업 대표와 통화를 했다. 그 기업의 에너지 절감에 대해 조언을 할 겸해서 만나자고 했더니 본인은 에너지 절감 분야는 별 관심이 없다면서 간단히 거절했다.그리고 며칠 전에는 오랫동안 에너지 절감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들 만큼 많은 양의 절감이 가능한 대학에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제안을 한 것이 보류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최근 대구의 상위 몇%만 산다는 아파트 관리소장과 아파트 에너지 절감에 대해 협의한 적이 있다. 그 소장은 한마디로 손사래를 쳤다. “전기요금 한 달에 100만 원, 200만 원도 괜찮으니 성가시게만 하지 말아 달라는 게 이 아파트 주민들입니다. 몇 푼 요금 절감을 위해 괜히 소란을 피울 수 없습니다.” 에너지 절감에 대해 이야기조차 꺼내지 말라는 얘기다.연말에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을 떠올리며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경북매일신문 4월 17일 자에 “어디서든 전기 30% 절감 가능하다”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에너지를 아끼고 제대로 쓰는 것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연료(the First Fuel)’”라고 정의한 것을 되살려 본다. 우리가 관심만 갖고 노력만 기울이면 에너지 효율화야말로 가장 싸고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에너지 효율화’는 에너지 안보, 친환경,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유일한 에너지로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에너지 효율화’를 위해서는 1KW당 29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원자력 65원, 석탄발전 79원, 신재생에너지 125원이 드는 발전단가와 비교하면 엄청 값싸다.IEA는 에너지 효율화를 두고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나 다른 어떤 청정에너지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했다. 특히 원자력 발전을 제외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0%를 훌쩍 넘는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에너지 효율화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하다.필자가 ‘RE100 실천 중소기업도 예외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8월 1일자에 쓴 칼럼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공장에서 RE100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낭비되고 과소비되는 30% 정도의 에너지 절감부터 하면 RE100 달성이 크게 어렵지 않다.지난 5월 29일자에 쓴 “왜 선진국형 절전이 어려운지”에 대한 칼럼을 다시 읽어보았다. 에너지 절감문제를 정리해 보면, 첫째 에너지 과소비와 에너지 낭비는 후진국형 증상이며, 국제적 현상이다. 후진국 어디에도 일어나는 일이다.에너지를 물 쓰듯 하는 것이 후진국에서는 흉이 아니고 자기 과시이기조차 하다. 그래서 ‘에너지 절감’과 ‘에너지 효율화’는 선진국형이며 일류국가 여부의 척도이기도 하다.우리가 이제 소득은 비록 3만 달러가 넘었으나 에너지 절감은 아직 힘들다.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의 대표가 에너지 절감은 관심 밖의 일이고, 자금에 쪼달린다는 지방 대학이 2억 원이 넘는 돈이 절감된다는데 고려조차도 하지 않으려 하고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일부 시민들은 에너지 절감을 남의 나라 일 보듯이 하는 실정이다.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힘든 두번째 이유는 전기 전공자들의 편협한 아집 때문이다. 각종 전기, 전자제품들은 점점 더 고효율, 초절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하는 시대다. 그런데 건축설계시 전기설계는 점점 더 과도하게 설계를 한다. 에너지 낭비요소가 많으니 효율화를 하자고 하면 전기를 담당하는 전기공학전공 전기기사들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데?”라는 반응을 보인다. 잘잘못을 떠나 어쨌든 과도하게 설비가 되어있으니 적절하게 조정해서 합리적으로 고치자는 제안조차도 전기 담당자들에게 부딪히면 넘지 못할 절벽이 된다.에너지 효율화는 곧 학교나 공장, 아파트, 빌딩 등에 ‘무형의 발전소’를 하나 갖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벽에 부딪히고 만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화야말로 일류국가로 가는 국민 의식 개혁 실천운동이라고까지 말하고 싶다.최근 조선일보에서 7~8회에 걸쳐 에너지 낭비 사례를 고발하고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특집기사를 연재한 바 있다. 선진국인 영국의 런던, 일본의 도쿄, 독일 등과 한국의 서울을 비교하는 기사를 읽으면서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미국이 선진국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생겨난 새로운 직종이 ‘절감(saving) 분야’라는 얘기를 지난 4월 17일 자 칼럼에 쓴 바 있다.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면 이제 국민 모두가 자기 자신을 성찰하면서 앞과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만약 일상에서 불요불급한 것을 추구하거나 낭비요소가 있다면 바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내게는 비록 넘치지만 공동체를 위해서는 더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면 그렇게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일류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필자는 가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이 될 자격이 있는가?’, ‘풍요롭다고 풍요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022-12-25

당원 100% 경선 룰 개정만이 능사일까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규정이 개정되었다. 당원과 여론반영 비율 70대 30이던 당규가 당원 100%의 선출 규정으로 바뀐 것이다. 국민의 힘 비대위가 전격 발의하고 중앙위를 거쳐 당 전국 위원회가 최종 인준하였다. 내년 3월 초 당대표 선출은 80만 당원만으로 선거하고 그 결과 과반 미달인 경우 결선투표제를 첨가하였다.이를 두고 당의 비주류인 유승민 후보는 ‘경기를 앞두고 골대를 옮기는 꼴’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당내 보수 개혁세력들은 당대표 선출방식의 급작스런 개정은 당의 퇴행적 역사가 될 것으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친윤’ 세력은 이를 무시하고 당원 100%의 경선 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양쪽 주장이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100% 당원 당 대표 선출 방식은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먼저 당원만의 당대표 선출 방식은 당원들의 선택문제이지만 현대 정당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선택이다.오늘날 민주적 정당은 대중 정당(mass party)을 표방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 가능한 다중 정당(catch all party)을 지향한다. 국민의 여론을 배제한 이번 당 대표의 선출 방식은 국민의힘 당의 ‘국민’이 빠져 있는 셈이다. 당 대표는 당원들만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타당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심이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더욱이 보수를 표방하는 집권 여당이 당원만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은 보수 개혁보다는 자칫 강경보수 당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서구 선진국에서 당 대표의 선출은 당원들에 의해 선출한다고들 하지만 대체로 당 원내 대표는 당대표를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반영되어 확정되었다. 국민 여론을 반영치 않는 당 대표 선출방식이 반드시 정당하다는 이론은 어디에도 찾기 어렵다. 정당정치가 국민의 의사를 집결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정치 결사체라면 국민 여론 배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이번 당원 100% 당대표 선출방식의 채택과정은 당내 민주주의를 철저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70:30의 기존 당 대표 선출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었다.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의 선출 규정 개정이 정당의 민주적 역사를 퇴행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친윤’ 세력의 폭거로 비난하기도 했다.안철수 의원 역시 당원만의 당대표 선출은 ‘골목대장 선거’라고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당내 비주류 개혁 보수성향 인사들이 이러한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윤핵’, ‘친윤’, ‘범윤’ 등 신 주류세력은 이를 무시하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 뒷받침이라는 명분으로 당원 100% 당대표 선출방식을 밀어붙였다. 차기 공천이 자신의 정치 생명인 의원들은 대체적 침묵하고 묵인하였던 결과이다. 결국 당원이나 국민 의견 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결과이다. 다수결이 결코 만능이 아님은 우리는 지난 정치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과오이다.어느 정당이나 국민 여론을 잘 수렴하여 선거를 통한 정권 장악이 궁극적 목표이다. 보수 진보 어느 정당이나 중도층의 지지를 보다 많이 확보해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국민 여론을 배제한 당원만의 대표 선출방식은 보수 집권당의 중도층 확산 전략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의 힘 80만 당원들의 분포는 영남(40%), 장년층(67%)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이번 당대표 후보들이 우선적으로 영남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선택의 방지 명목으로 당원만의 대표 선출은 당의 진로와 정체성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당내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결국 집권 여당은 앞으로 ‘윤핵관’뿐 아니라 ‘친윤’, ‘범윤’, ‘비윤’, ‘반윤’간 당 노선과 정체성 논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다 보면 차기 총선이나 지방 선거에서도 중도층의 실망에 따른 총선실패의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내년 3월 초 집권 여당의 당 대표로 누가 선출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친윤’이나 ‘범친윤’ 또는 그 연합세력이 당선될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 이러한 당 대표의 선출이 당내 기반이 취약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수행의 뒷받침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소 야대라는 현 정국 하에서 정부는 거대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원활한 국정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의 노동, 교육, 연금개혁도 거야의 협력 없이는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집권 여당은 앞으로 현대 대중 정당의 역할 복원, 당내 민주주의 정착, 중도층 흡수 없이는 국정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 상식, 원칙이라는 윤 대통령의 국정지표에 맞는 당의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올해 전국교수회가 선정한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여야 모두 되새겨 보길 바란다.

2022-12-25

‘경북메세나협회’ 창립과 예술인의 삶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며칠 전 경북도청 화랑실에서 도내의 여러 기업체 대표와 예술단체 대표들이 모여 경북메세나협회를 설립하고 창립총회를 열었다. ‘기업과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만남’을 표방하며 출범한 이 협회의 창립은 경북도가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보였고, 지역상공회의소와 경북문화재단 간 협의를 통해 설립의 뜻을 모았다. 경북문화재단 대표는 인사말에서 “도내의 기업과 문화예술이 상생협력 발전 및 글로벌화를 위한 긴 여정의 첫걸음을 떼는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이날 창립총회에서 상주시에 사업장을 두고 환경사업을 하는 기업체의 대표가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그는 “경북메세나협회 설립을 통해 경북이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나는데 기업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라며 적극적인 활동을 약속했다.메세나는 문화예술 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것이다. 수익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와 달리 이타적인 성격의 ‘지원’이므로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의 기부와 결이 비슷한 숭고한 행위이다. 특별히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까닭은 예술 활동이 행복한 삶의 영위를 위하여 꼭 필요한 분야이긴 하지만 그 활동이 소득과 직접 연결되는 고리는 매우 허약한 것이 현실이라 예술가들의 삶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은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예술적인 기량의 연마를 위하여 긴 시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므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별한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그렇지만 메세나가 단순히 어려운 예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행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축적된 문화예술의 힘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니 말이다. 메세나의 원조가 된 마에케나스의 후원이 라틴문학의 황금기를 일구었고, 메디치 가문의 지원으로 르네상스의 꽃이 피렌체에서 만개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당시의 유물인 궁전과 교회 등의 건축물과 이를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미술품의 존재가 오늘날 유럽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며 소중한 경제적 자산이니.우리나라는 1994년에 한국메세나협회가 발족하였고, 현재까지 경남, 제주, 세종, 부산, 대구 등의 지자체에서 메세나협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북은 일곱 번째라 한다. 몇 번째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여 지역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수준 높은 예술문화의 향유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기업의 아름다운 후원, 세제 혜택 등 행정지원시스템의 구축, 예술가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보탬이 되고 예술가의 창의적 상상력이 기업의 홍보나 경영에 접목될 수 있다면 ‘기업과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동행’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기온으로 더위도 추위도 예측이 어려운 요즘, 올겨울 최강의 한파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사계절이 늘 추운 예술인들의 시린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진정한 메세나를 기대해 본다.

2022-12-25

옐로도 화이트도 블루도 아닌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며칠 전, 애니어그램을 공부하는 지인이 그동안 자신의 성격 유형이 7번인 줄 알았다가 전문가 상담 결과 2번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지난 몇 년간 자신을 잘못 알았다는 자괴감이 크게 밀려왔다고 전해왔다. 애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 유형을 아홉 가지로 분류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많이 활용되는 성격 검사 방법이다.애니어그램 강사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성격 유형 번호로 사람을 규정짓지 말라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나는 몇 번, 너는 몇 번 하면서 정체성을 규정하거나 판단하는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가끔 어떤 유형이 열등하거나 우월한 유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이론에서 가장 성숙한 인격은 이 아홉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많은 명상 지도자들이 ‘자아’를 찾으라고 한다. 그러나 자아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굳이 불교의 ‘무아’를 들먹이지 않아도, 질문 몇 개만으로도 자아라는 나의 본질은 없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런 설명으로 우리가 ‘자아’의 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차라리 사람의 정체성은 하나로 규정하기에는 너무나 다면적이고, 그 다면성 하나하나도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논픽션 작가 브래디 미카코의 두 권짜리 책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는 일본인인 저자가 영국 사람과 결혼하여 영국에서 살면서 아들을 낳아 키우는 이야기이다. 제목은 혼혈인 중학생 아들이 백인이 주류 사회인 영국에서 자기 정체성을 하나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인종 차별 사건을 통해 겪는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동양인으로 규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백인이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동양인이기도 하고 백인이기도 한 자신의 상태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약간 블루’라고 했다가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린’으로 바꾸는 모습 또한 정체성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가 아들의 변신을 응원하는 것은 정체성에 대한 아들의 유연한 사고가 작가의 지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나희덕의 시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처음에는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가, 조금 후에는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 나는 그 나무를 보고 알았습니다. /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라고 한다. 처음에 시인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복숭아꽃들이 부담스러워 가까이 가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부실 만큼 다양한 복숭아나무 꽃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뜻이다.많은 사람이 ‘자아’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하나의 색으로 규정하려는 경향이 있고, 다양한 인종, 취향, 삶의 방식 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다시 보면, 내 안에도 무수한 색이 있고, 세상 역시 그렇다. 그 다양성은 삶을 눈부시게 만든다.

2022-12-25

포항의 미래 걸린 ‘배터리 특화단지’ 지정

포항시와 지역 정치권이 정부가 새해에 공모하는 ‘이차전지(배터리) 특화단지’ 지정을 받기 위해 여론전에 나섰다. 포항출신 김병욱(남구·울릉군), 김정재(북구) 의원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한무경 의원은 지난 22일 경북도, 포항시와 공동으로 국회에서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포럼’을 열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여론조성과 배터리 산업 동향 파악, 국내 전문가들의 정책 자문을 받기 위한 자리였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이차전지·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이 우려된다”고 전제하면서도 “포항 지역은 이에 대응할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달 24일에는 특화단지 포항 유치를 위해 ‘이차전지 산학연관 혁신 거버넌스’를 출범시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김병훈 에코프로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기업(포스코케미칼, GS건설 에네르마, SM벡셀, LG BCM 등 9개사), 학교(포항공대, 경북대, 영남대, 금오공대 등 7개), 연구소(경북테크노파크,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8개)가 주요 멤버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기업·연구·교육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돼 투자·기술개발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는 지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공모를 통해 내년 상반기에 최종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포항시는 현재 이차전지가 핵심부품인 테슬라 전기차 공장 유치를 위해 시청내에 별도로 유치부서를 신설했다. 지난 2019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포항에는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세계적 기업이 들어서면서 그동안 이차전지 원료, 소재, 리사이클링 분야에 4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새해에 포항시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사업비’로 국비 166억원을 확보한 것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의 희망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2022-12-25

대학입시와 지적 호기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가 이 문제를 깊이 고민했고,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알고 싶은 욕망, 지적 호기심(好奇心)이다. 한국동란이 한창이던 1953년 5월 29일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는 네팔의 산악인 텐징 노르가이의 도움을 받아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한다. 그들보다 30년 앞서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했다가 정상 수백 m 앞에서 실종된 조지 멀로리(1886-1924)는 기막힌 명언을 남긴 사람이다.“산이 거기 있으니까.”에베레스트에 오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나는 이 말을 다른 형태로 변용한다. “코끼리나 도마뱀, 공룡이나 악어, 침팬지나 개구리가 산소통 짊어지고 에베레스트에 오른 적이 있던가?!” 왜 인간은 극한의 고통을 참으며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의 정상에 오르려 하는가?! 그것은 하나의 이유로만 설명할 수 있다. 궁금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보이고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등반가의 마음은 또 어떤지. 호기심은 진화 사다리의 정점에 인간을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직립보행으로 자유로워진 두 손과 높아진 시야, 언어능력 이외에도 인간은 지평선 너머의 세계를 궁금해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은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시기를 유발 하라리는 7만년 전, 다니엘 밀로는 5만8천년 전, 홍윤철은 5만년 전으로 상정(想定)한다. 그들이 활용하는 고고학 자료와 문건이 상이하기 때문이다.호모사피엔스의 최초 이동이 오늘날 지구촌의 초기 역사를 결정한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사바나에 남거나, 유럽으로 넘어가거나, 아시아와 호주 쪽으로 이동하거나,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너서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하거나! 이런 분기점의 차이는 사바나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새로운 땅과 물에 대한 사피엔스의 거역할 수 없는 지적 호기심에서 발원한다.호기심을 자극하는 원천은 인간의 뇌(腦)다. 뇌는 인간 몸무게의 2%를 차지하지만, 기초대사율 비중은 20%에 이른다. 여느 신체 기관보다 월등한 에너지 소비량을 자랑하는 것이 뇌다. 뇌가 활발하게 작동되어야 인간이 자격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인류의 생존비법이자 진화 사다리 정점에 도달한 근본적인 동력이 뇌에서 나왔다는 증거다. 그런데 요즘 청춘들은 뇌를 본래의 기능에 맞춰서 쓰지 못하는 듯하다.생각하는 능력으로 여타 생명체를 압도한 인간이 21세기 시점에 스스로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나의 조국에서 강력하게 현현하고 있으며, 책임소재의 상당 부분은 대학입시에 있다. 독서와 사색, 글쓰기와 토론에 기초한 교육 대신에 암기와 찍기 능력 향상을 목표하는 수능은 폐지되어야 한다. 중고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말살하고 성적순으로 서열화를 강요하는 악랄한 대입제도는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자라나는 청춘들에게 자유롭고 활달한 상상력과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대입제도의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분발을 새삼 촉구한다.

2022-12-25

대구경제, 지역내총생산 또다시 전국 최하위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2021년 지역소득’ 통계에 의하면 대구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또다시 전국 꼴찌를 차지했다. 경제가 단번에 좋아질 리는 없지만 약골의 대구경제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지역내총생산은 2천76조원으로 전년보다 6.8%인 132조원이 증가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1천97조원으로 전체 절반이 넘는 52.8%를 차지했고, 대구는 61조원(2.9%), 경북은 113조원(5.4%)으로 조사됐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전국 평균이 4천12만원으로 집계됐으나 대구는 2천549만원으로 전국 최하위다. 울산(6천913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서울(4천965원)보다 2천여만원이 낮았다.1인당 개인소득은 대구 2천105만원, 경북 2천68만원으로 전국 평균 2천222만원에 두 지역 모두 미치지 못했다. 대구는 전국 17개시도 중 10위, 경북은 15위다.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수도권으로 경제가 집중되고 있다. 인구감소와 소멸위기를 걱정하는 지방경제에 대한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문제는 내년도 경제다. 경제단체는 내년도 우리경제 성장 전망치를 1%대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고물가, 무역수지 악화 등으로 올해보다 더 나쁠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와 경북 등 지역단위에서 어떻게 위기에 대응할 것인지 걱정이다.대구는 집값 폭락 등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고금리 등의 여파로 시장경기도 싸늘하다. 자영업을 경영하는 사업자의 걱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하면서 전국 꼴찌의 대구경제 부흥을 공약했다. 홍 시장은 첨단산업과 대기업 유치 등으로 지역경제 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경제는 단체장의 노력으로 단번에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도 없다. 지속적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새해 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국가는 물론 단체장과 지역경제계 모두가 더 분발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2022-12-25

도시숲

우정구 논설위원 한 도시가 도심 내 얼마나 많은 녹지공간을 확보하느냐는 것은 그 도시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 잣대다. 또 선진도시로 평가받는 기준이 된다.고도화되고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 속에 자연친화적 환경으로 돌아가려는 인간 본능적 욕구도 강해지고 있지만 도심의 녹지공간만큼 현대인의 건강과 정서 함양을 도울만한 수단도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선진국일수록 도심숲에 대한 관심이 크고 도시의 녹지공간도 더 많이, 더 잘 관리되고 있다. 도심의 허파로 불리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공원은 세계적으로 대표되는 도심숲이다.바쁜 일상에 시달리는 뉴요커들이 즐겨찾는 휴식공간이자 안식처며 관광명소다. 빠른 도시화 움직임에 대응해 지금으로부터 160년 전에 만들어진 센트럴파크는 여의도 면적의 15배다. “도심에서 자연으로 최단시간 탈출”이라는 철학적 명제를 품고 만들어진 공원이다.“만약 맨해튼의 중심부에 큰 공원을 설계하지 않는다면 5년 후엔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지어야 할 것”이라는 설립 배경의 경고처럼 이 공원은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충분한 역할을 한다. 센트럴파크가 뉴욕의 허파로서 뉴욕의 명성과 주민 삶의 질을 높였다는 사실 하나로써 도시숲의 중요성은 입증됐다.연구조사에 의하면 도시숲은 여름철 온도를 3∼7℃ 낮춘다. 버즘나무 가로수 한그루가 15평 에어컨 5대를 5시간 가동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했다.포항시 철길숲이 산림청 주관의 대한민국 대표 모범도시숲으로 선정됐다. 영국 KBT 시행 녹색깃발상과 UN해비타트 주관 아시아도시경관상에 이은 연속 쾌거다. 포항시의 도시품격을 높인 성과로 자랑해도 좋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2-25

예수 탄생의 의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성탄절은 우리 고유의 명절도 아니고 국경일도 아니다. 해방 직후 미군정이 관공서의 공휴일로 정했던 것을 정부수립 후인 1949년에 정식공휴일로 지정했다. 당시 국민들 중에 기독교인의 수가 5%도 안 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무리한 처사였다. 기독교인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와의 형평성 논란 끝에 1975년에는 석가탄신일도 공휴일로 지정이 되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예수탄신일과 석가탄신일이 함께 공휴일인 나라가 되었다.2021년 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독교인의 수는 개신교(20%)와 천주교(8%)를 합해 28%라고 한다. 국민의 70% 이상이 기독교인이 아니고, 불교신자도 11%라고 하니 어느 쪽도 국가를 대표할 만한 종교라고는 할 수가 없다. 불교의 경우 현재의 신자 수는 적으나 오랜 세월 국교였던 역사가 있으니 양대 종교로서의 균형이 크게 기운 것은 아닐 터이다. 아무튼 그 어느 쪽 신자도 아닌 사람들도 성탄절이나 석탄일을 공휴일로 정한 것에는 별로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성탄절이 기왕에 국가적 축제일로 지정이 됐으니, 비신자라도 한 번쯤은 예수 탄생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수는 싯다르타, 공자, 소크라테스와 함께 세계 4대 성인으로 불릴 만큼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세 유럽의 역사는 기독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배적이었고, 지금도 25억의 신자들을 가진 세계 제1의 종교다. 예수는 기독교인들 신앙의 대상일 뿐 아니라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자 성인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만큼 인문학적 교양을 위해서라도 그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예수가 어떤 인물인지는 기독교 신약성서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라는 4명의 제자들이 각자 예수의 행적에 대해 보고들은 바를 기록한 것을 4복음서라 한다. 그 중에서 마가복음서는 35쪽 분량으로 주로 예수의 행적에 대한 기록이다. 예수 사후 베드로와 동행하면서 그의 증언을 토대로 한 기록으로 보인다. 예수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은 가장 먼저 읽어야 할 필독서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산상수훈으로 일컫는 마태복음 5장부터 7장까지를 읽으면 예수의 핵심 사상을 알 수가 있다. 여기까지가 최소한의 상식이고, 관심이 가는 사람은 다른 부분도 읽어보면 될 것이다.연말과 성탄절을 앞두고 조금은 들뜨고 한편으론 어수선한 분위기다. 얼마 전 이태원참사의 충격이 아직 다 가시지 않았고 경제사정도 좋지를 않아 마냥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기독교인들은 신앙에 따라 성탄절을 맞으면 될 테지만,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들도 올해는 예수의 탄생이 이 시대에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태원참사가 주는 교훈도 그렇고, 무슨 명절이든 축제든 우선은 그 의미부터 새겨보는 것이 문화인다운 태도라는 생각이다. 예수가 전 인류의 스승이듯 성탄절도 기독교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는 것이 공휴일로 정한 취지일 것이다. 이번 성탄절은 국민 모두가 좀 차분하게 예수 탄생의 의미를 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으리라.

2022-12-22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윤영대 수필가 하얀 눈발이 설핏 다녀간 동지(冬至)도 지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분위기 속에 도심 거리와 바닷가의 가로수에 입혀진 꼬마전구 옷이 찬란하게 반짝이며 천사와 함께 내려온 은하수 같지만, 나무들은 밤새 시민의 마음을 기쁘게 하느라 잠을 잘 수도 없겠다.전국 17개 도시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져 시민의 기부금으로 따뜻해지며 100도를 향해 올라가는 중이니 우리 모두 이웃을 위한 ‘희망 2023나눔 캠페인’에 참여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으로 사랑의 열매를 키워나가자.코로나 열병에 지치고 대형 참사에 침체된 마음을 치유해주기 위해 문화예술 행사도 많이 열리고 있다. 포항문예회관에서는 오페라 ‘토스카’가 열려 많은 시민의 열광을 받았고 연말에는 가족 뮤지컬 ‘피터팬’도 계획되어 있다. 성탄절 전야에 경쾌하고 맑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거리마다 울리게 되면 집안에 꾸며둔 크리스마스트리에는 빨간 모자의 산타 인형이 저물어가는 한 해의 따뜻한 사랑을 선물해 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각자가 산타클로스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라이온즈 협회 등 많은 사회단체나 기업 등에서 매년 해 오고 있는 이웃돕기 활동으로 사랑의 연탄 나누기와 쌀 나눔 행사 등을 통해 홀몸 노인이나 취약계층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연말의 축복이다.이번 성탄절이 일요일이 되고 보니 국경일에만 적용되는 대체공휴일을 석가탄신일과 함께 지정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국민 휴식권 확대, 내수 진작과 함께 종교계의 요청도 있는 모양이다. 각급 학교에서도 따뜻한 마음의 행사가 행해지고 있어 엷어져 가는 듯한 사제 간의 믿음과 사랑의 온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행스럽다. 포항 시내엔 ‘산타 버스’도 다닌다. 차 안에는 색색의 종이와 장식물로 예쁘게 꾸미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운전기사가 친절한 인사로 맞으며 한 해를 바쁘게 마무리하려는 마음을 밝게 한다. 이러한 작고 착한 일들이 쌓인 덕분인지 ‘내 삶이 즐거운 복지희망 특별시’를 꿈꾸는 포항시가 다양한 복지 서비스 사업 분야 평가에서 우수평가를 받아서 우수지자체로 선정되어 복지 활동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 것은 참 잘된 일이다.올해도 대한결핵협회의 크리스마스씰이 나왔다. 마침 월드컵 16강에 오른 우리의 축구 대표 손흥민 선수를 그린 10장 1세트가 3천 원이지만 사는 것이 아니라 기부하는 것이다. 요즘 손편지를 잘 안 쓰는 풍조이지만 연말연시 연하장이나 카드를 보낼 때 붙여 보내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 즉, 매일 50여 명이나 발생한다는 불명예를 씻어주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도 많은 기금이 모여 국내외 결핵 퇴치에 도움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또 길모퉁이 어디에선가 따뜻한 종소리에 끌려 가보면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가 걸려있다. 이 거리 모금 통에 지폐 한 장을 넣어주면 마음도 조금 행복해진다.이렇듯 주위의 다양한 퍼네이션, 즉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함께 찾아내어 일상생활 속에서 재미있고 즐겁게 나눔을 생활화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

2022-12-22

집행부와 의회의 힘겨루기

홍석봉 정치에디터 #1. “첫 출발부터 좌초됐다” “대구시 신청사 용역 5건 모두 보류, 더 이상 논쟁 없었으면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최근 언급이다.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대구시 신청사 건립 사업을 두고 맞부딪혔다. 대구시는 최근 3년 전 시민평가단 회의 등을 거쳐 마련한 신청사 사업계획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의회는 130억 원의 내년도 신청사 설계용역비를 전액 삭감하며 맞불을 놓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즉각 신청사 용역사업 5건을 모두 보류했다. 시청 내 관련 조직도 없앴다.홍준표 시장의 일부 신청사 부지 매각안이 발단이다. 신청사 건설 재원을 마련키 위한 방안이었다. 달서구 출신 등 일부 시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시의회의 관련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부서 폐지 및 용역 보류로 이어졌다. 시청사 건립사업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최악의 경우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대구 시민의 숙원 사업이 예산 조달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무산 위기다. 지역간 치열한 유치경쟁과 갈등, 공론화와 시민 합의까지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신청사 건립안이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판이다. 소통부재의 현장이다.#2. 지난 15일 대구 중구의회의 여성의원 3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 직원들이 예산 감액을 이유로 욕설하고 공포감을 조성했다”며 구청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틀 전 예결특위 최종 심사 직후 간부 공무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가 “예산을 다 깎으면 일하지 말라는 말입니까”라며 위협적인 태도와 고성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주장했다.내년도 중구청 예산안 심사가 단초다. 중구의회는 구청이 당초 제출한 예산안 3천25억 원 중 58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 예산 중 52억 원은 구청장 핵심 공약 사업 예산이다. 중구의회는 해당 관광 사업의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했다. 중구청은 예산 삭감을 수용할 수 없다며 소명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폭력 시비로 번지며 대화가 단절됐다. 뒤 이어 의회 의장 등 구의원 4명이 ‘집행부 폭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폭력’을 주장하는 구의원들의 예결위 복귀도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예산 갑질을 넘어 폭력이라며 가세했다.중구청의 경우 대규모 예산 사업에 대해 집행부가 사전에 구의회와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 후과다. 서로 감정 싸움만 벌이고 있다.위 두 사례는 대화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부족이 요인이다. 소통부재다. 집행부와 의회가 힘겨루기를 하며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몫이다. 집행부는 의회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원칙만 내세우면 행정 만능주의로 흐르기 쉽다. 의회는 집행부가 머리 숙이고 대접해 주길 바란다. 서로 맞부딪히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집행부와 의회는 행정의 양축이다. 집행부는 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인정하고 의회는 집행부가 행정을 잘 펼 수 있도록 협조하고 감시하는 것이 그 주된 역할이다. 서로 힘을 겨루면 주민만 죽어난다.

2022-12-22

소득 4만달러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에서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유럽의 룩셈부르크다. 1인당 국민소득 11만7천달러로 우리나라 3배다.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연속 1위를 차지한 나라다.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 둘러싸인 이 나라의 인구는 63만명. 면적은 제주도의 1.5정도 되는 소국이다.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를 보면 대개 국토가 작고 인구가 적은 소국이 많다. 아일랜드, 스위스, 노르웨이 등이 그렇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면서 잘사는 나라는 미국이다.2022년 기준 국가별 국민소득은 룩셈부르크가 1위, 미국(7만5천달러)은 7위, 일본(3만4천달러) 28위, 한국(3만3천달러) 30위다.룩셈부르크는 기업에 대한 세금을 낮춰 매출이 많은 해외의 유수 기업 본사가 이곳에 몰려있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고 금융업이 잘 발달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반면에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들은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부룬디는 1인당 소득이 272달러로 세계 194위로 꼴찌다. 세계적으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윤석열 정부가 2027년에 1인당 국민소득을 현재 3만4천달러에서 4만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만약 달성이 된다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3만달러 시대를 넘어선지 10년만이다.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글로벌 경제위기를 넘어 4만달러 시대가 열린다니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가 암울하고 불과 5년 후 4만불시대가 열린다고 내 주머니 경제 사정이 확 좋아질 것으로 느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개인소득 양극화와 지역간 성장 불균형 등 국가적 난제가 풀려야 개인이 느끼는 소득에 대한 만족감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22

포항시 資産 100% 활용해 ‘50만도시’ 회복을

포항시 인구가 지난 6월말 50만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회복될 기미가 없어 안타깝다. 그동안 포항시 인구 50만명이 갖는 정치·경제적인 상징성은 컸다. 경북도는 인구 50만 도시를 보유하고 있는 광역단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고, 포항시도 대도시라는 타이틀로 기업 유치나 국책사업 공모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사실 인구감소 문제는 포항시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지난해 말 합계출산율이 0.81명인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을 제외하고 국내 모든 지자체가 겪는 홍역이다. 부산이나 대구 같은 대도시도 인구유인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도 언급했지만, 이제 인구 감소 자체는 국가적인 현안이어서 지자체별로 경쟁하듯 인구정책을 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최근 16년간 정부가 2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급락하고 있다.정부가 최근 인구 감소지역에서 정주 인구를 늘리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생활인구’ 개념을 통해 각종 지역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주목된다. 생활인구는 새해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도입되는 용어로, 사람 수를 주민등록상 ‘거주인구’가 아니라 ‘생활인구’로 계산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통신사의 위치정보를 활용, 월 1회만 체류해도 생활인구로 분류해 각종 사업추진에 활용한다고 한다.비수도권 모든 지자체는 요즘 낮은 출산율에다 청년층 수도권 유출 등으로 ‘인구절벽’ 현상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포항시도 이제 인구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생활인구 개념 도입과 함께 자료에 기반을 둔 과학적인 인구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인구정책의 핵심은 일자리와 사회·경제적인 인프라 구축이다. 포항은 포스코라는 대기업과 영일만항, 미래성장산업(배터리, 바이오, 수소 산업) 등 다른 비수도권 지자체와 비교하면,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 새해에는 이런 자산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로 활용하며 ‘인구 50만 회복’의 동력으로 삼길 기대한다.

2022-12-22

대구형 택시앱, 지역민 응원으로 성장해야

대구형 공공 택시앱인 ‘대구로’가 22일 출시됐다. 이용자의 수수료 부담을 대폭 낮춘 공공형 택시앱의 출시로 그동안 독점적 지위에 있던 기존의 카카오택시와의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공공형 애플리케이션(앱)은 지역상권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전국 많은 지자체가 민간업체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특정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 등의 횡포를 막기 위한 대응수단으로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형 배달앱이다. 대구서는 ‘대구로’ 경북서는 ‘먹깨비’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이번에 출시된 대구형 택시앱도 30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공공 배달앱인 ‘대구로’에 호출서비스를 탑재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회원가입 없이도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출시된 대구로 택시는 콜당 200원, 월 최대 3만원의 수수료만 내면되고 이마저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수료가 없다. 한달 평균 월 15만∼20만원 정도 부담하는 카카오택시와 비교하면 지역택시업계로서는 파격적인 혜택이다.또 카카오택시는 이용객에게 1천원의 호출수수료를 부과하지만 대구로 택시앱은 승객 호출수수료가 없다. 파격적인 혜택으로 지역택시업계의 반응도 뜨겁다고 한다. 법인택시를 중심으로 가입이 쇄도하고 있어 올 연말까지 4천대 이상이 등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현재 대구 택시호출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에 도전할 만한 움직임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공형 택시앱은 부산과 수원 등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공공형 앱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타지역의 운영실태 등을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현재 대구와 경북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공형 배달앱이 비교적 순항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구형 택시앱의 성공적 안착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우리는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시장 지배적 플렛폼사업자가 남긴 폐해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공형 앱이 특정 플랫폼의 독점적 구조를 깨고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관심과 시민들의 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2-12-22

경주시 간부인사 앞두고 각종설(設)에 술렁

황성호 경북부 “시장님 인사가 만사 입니다”경주시의 올해 마지막 4급 서기관 인사를 앞두고 신상필벌은 뒤로 한채 ‘밀실인사’설(設)이 나돌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이번 하반기 인사는 능력과 근무평정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겠느냐는 직원들의 희망은 사라지고 밀실인사로 인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역시나로 끝날것 같다는 볼멘 목소리가 높다.경주시는 이달 말 4급 서기관 승진인사를 실시한다. 승진 인사는 1년에 전·후반기 2차례 나눠하며 이달 말께 4급 승진인사를 단행한다.공직사회 승진 요인은 근무성적 평정(이하 근평)이 승진·전보 등을 결정짓는 객관적인 요소로 근평을 거쳐 부여받은 고가점수 등을 감안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그런데 4급 서기관 승진인사 두자리를 두고 최근 경주시청 내에서 A과장과 B과장이 승진을 한다는 소문이 두달 전부터 돌기 시작했고, 국·소장들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밀실인사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이번 4급 서기관 승진은 12월 말에 인사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주낙영 시장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한다.이들의 낙점 밀실인사에 대한 무성한 소문은 항상 직렬 파괴가 반복돼 그대로 발표된 탓인지 “원칙은 어디 갔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고 있다.특히 A과장은 경주시의회 요청으로 경주시와 사전 조율해 의회 4급 서기관 자리로 낙점됐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으며 경주시 간부들도 공공연하게 부정을 하지 않고 있다.또 B과장은 퇴직을 6개월을 남겨두고 있으나 언제부터인가 국장 택호를 바꿔주기 위한 방편으로 계속 이어지는 6개월 국장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6개월 국장은 각 과에 대한 업무파악 시작도 전에 자신의 정년이 끝나 시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익명을 요구한 직원 A씨는 “경주시 인사위원회가 열리기전에 시장도 모르는 특정인 승진이 거론되는 것은 인사관련 주요부서 직책의 직원들에게 문제가 많다다”며 “이러한 인사를 계속 반복하면 직원들 업무의욕이 저하되고 조직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만 점점 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언제 인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인사에 대해 책임져본 적이 있느냐”며“그래서 그런지 인사때만 되면 이런 이야기가 터져나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진급 대상자 후보군에 있는 A과장과 비록 6개월 정년이 남았지만 B과장은 기술직렬로 가장 근접한 관계로 직원들간에 추측성 소문이 나는 것 뿐이다”며 “최종 결정은 시장님이 하신다”고 밀실 인사설을 일축했다.앞서 민선8기 출범 후 첫 인사에서도 불공정·보은인사라며 경주시청본청에 인사불만을 표출하는 유인물이 시장실 등에 뿌려져 논란이 된적이 있다. 앞으로 있을 경주시 인사가 불공정, 보은·밀실인사라는 소문과 논란대로 이루어진다면, 인사위원회와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마저 신뢰를 잃게 될 수있다는 점을 경주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hsh@kbmaeil.com

2022-12-21

경북메세나協 출범, 지역문화 성숙의 계기로

경북메세나협회가 그저께(20일) 창립총회를 가졌다. 경북메세나협회의 출범으로 앞으로 기업인의 문화예술 참여가 늘어나고 도내 문화예술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메세나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1994년 한국메세나협회가 창립되고 현재는 대구, 부산, 경남, 제주 등에서 메세나협회가 별도 운영되고 있다. 경북은 7번째 만들어졌다.이들 메세나 단체들은 예술인이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과 문화가 상생하며 문화생활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메세나 사업은 크게 세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기업과 예술단체의 결연과 후원 등으로 이뤄지는 파트너십 사업, 또 지역사회에 맞는 문화공헌 활동을 펼치면서 많은 이가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공헌사업, 조사연구학술사업 등이 그것이다.우리나라 경제가 비약적 발전을 하면서 경제와 더불어 예술의 발전도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돼 메세나 운동이 일어났다. 지방에서도 메세나 단체가 잇따라 설립된 것은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기업인의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문화예술과 기업의 전략적 협력이 보편화돼 있다.경북의 메세나협회 출범이 다소 늦으나 도시의 품격을 올리고 문화예술 영역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를 출범토록 힘쓴 관계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또 이번 경북메세나협회 출범에 거는 기대도 크다.문화활동 지원이 국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민간부문에서 특히 기업의 지원이 활발히 전개되면 문화예술계가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기업은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윤리 측면을 넘어 기업의 가치를 올리고 홍보수단으로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경북은 오랜 전통을 가진 도시다. 이번 메세나 단체의 출범을 계기로 경북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과 격려가 더 커졌으면 한다. 또 예술인의 창작력을 고무시키고 문화예술을 누리지 못한 지역민에게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문화적 기회가 더 많이 생기길 바란다.

2022-12-21

성탄과 새해, 정치와 언론

장규열 한동대 교수 다사다난 2022. 디지털시대를 만나 수북이 쌓이는 뉴스들 가운데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자락이 별로 없다. 언론이 뉴스가치를 매기는 기준은 늘 슬프고 힘들거나 충격적인 소식들만 따라다닌다. 올해의 ‘10대뉴스’도 마음을 어렵게 만드는 소식들로 한가득이다. 그런 틈을 비집고 2022년에 희망을 선사하고 마음을 즐겁게 했던 뉴스들이 있다.지난 6월, 우주의 문이 열렸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목표고도 700킬로미터에 인공위성을 거뜬히 올려놓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1톤 이상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선진국이 되었다.또한, 8월에 달탐사선 ‘다누리’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한국 첫 우주탐사가 시작되었다. 인사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최근 소식이 걱정스럽지만, 이제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꿈이 드디어 날개를 단 소식은 모두에게 희망을 준다.‘오징어게임’. 발표는 작년에 했지만 넷플릭스의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지난 9월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기생충’과 ‘미나리’, 그리고 BTS의 활약은 K-콘텐츠의 성공을 넘어 창의와 상상력의 가능성에 한계가 없음을 새삼 증명해 준다. 이들 작품에 실린 예능적 기예뿐 아니라, 콘텐츠에 담긴 메시지도 모두의 관심과 느낌을 불러일으킨다.한국축구. 온 국민의 애증의 대상인 한국축구가 큰일을 했다. 모처럼 겨울에 감상한 세계축구 축제마당에서 당당히 겨루어 16강에 오른 선수들에게 한없이 감사하다. 사방을 에워싸는 궂은 뉴스들 한복판에서 밤을 지새며 응원에 집중한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에 보답한 쾌거가 아닌가. 다음 월드컵에도 좋은 성과를 내려면 축구협회가 세간의 의혹을 떨치고 멋진 지원을 해야할 터이다.과학, 문화, 체육이 해냈다. 정치, 경제, 언론이 걱정만 끼치는 와중에 그래도 오늘이 살만한 날임을 증명해 주었다. 내일을 향한 희망과 기대를 다시 걸게 하였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어려운 소식 틈바구니에 좋은 뉴스자락들을 더많이 만나고 싶다. 언론이 분발하여 사건사고의 고발과 함께 문제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충격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도 더불어 제공하는 언론을 만나고 싶다. 디지털문명과 함께 쏟아지는 이야기들 가운데, 훈련되고 정제되어 조리정연한 분석기사들은 오히려 희귀해져 간다.신문과 방송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오히려 필수산업이 되어가는 중이다.책임있는 언론행위, 표현과 언론의 자유, 사실확인 취재보도, 양심바른 권력견제, 진실추구 원칙언론, 시민독자 중심언론, 불편부당 독립언론 등 온라인의 어지러움 가운데 혹 잊었을까 싶은 언론의 기준들은 못내 절박하도록 유용하다.정치와 경제가 난해할수록 독자시민에게 알 권리는 소중하다. 형태를 불문하고 힘을 가진 이들을 바르게 견제하는 일도 언론만 할 수 있다. 성탄과 새해를 맞으며, 언론이 언론다운 나라를 기원한다.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