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우리 국민의 생존과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트루먼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 한민족을 일제 치하에서 해방시켰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 남침 때는 미군 파병을 결단,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을 구했다. 하지만 트루먼은 그동안 한국에선 푸대접 받았다. 이승만이 독재자로 평가절하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인은 트루먼이 맥아더의 원폭 투하 요구를 거절, 북진(北進) 통일이 좌절됐다고 믿어왔다. 맥아더를 치켜세우기 위해 트루먼을 깎아내린 것이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맥아더 동상은 최근까지 좌파 단체들에 의해 모욕당하기도 했지만 인천 자유공원에 당당히 서서 한국의 발전상을 지켜보고 있다. 이에 반해 트루먼 동상은 임진각 한구석에 초라하게 방치돼 있는 형편이다. 평가절하됐던 트루먼이 이승만과 함께 호국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 앞에 나란히 섰다.
이승만과 트루먼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지난달 27일 칠곡 다부동 현장에서 열렸다. 다부동은 한국전쟁에서 연합군이 승기를 잡은 역사적 장소다. 민간 주도로 만든 두 동상은 2017년 완성됐으나 마땅히 세울 곳을 찾지 못하다가 경북도와 칠곡군의 도움으로 다부동에 안착했다. 양 대통령은 1954년 8월 5일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의 트루먼 자택에서 처음 만난후 69년 만에 다부동에서 동상으로 다시 만났다. 제막식 날은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이기도 해 의미를 더했다.
북한의 기습 남침에 즉각 대응한 이승만과 트루먼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 자유민주주의와 한미동맹의 표상이 된 두 사람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