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그저께 SNS를 통해 “나는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라. 가뜩이나 허약한 지지층이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당내 쓴소리에 귀를 닫는 ‘쫄보정치’를 그만두고, 외연확장에 힘을 쏟으라는 충고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국민의힘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 아니라 용산탕’이라는 말은 김기현 대표체제 이후 계속 회자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일색으로 당이 운영돼 견제·자정·확장 기능을 상실했다는 얘기다. 집권당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있으니,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총선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7%(한국갤럽)에 달했다는 사실을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총선 판세는 중도·무당층이 결정한다. ‘여의도 제1당은 중도·무당층’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윤 대통령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도 최근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 지지층 35%, 민주당 지지층 35%를 제외한 나머지 30%의 무당층이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무당층은 주로 수도권과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에 집중돼 있다. 지난 총선기준, 수도권은 253개 지역구 중 절반에 가까운 121개의 의석을 가지고 있다. 2030유권자 수는 1천400만명이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총선주자들의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당의 다양성은 공천과정에서 정확하게 나타난다.
국민의힘이 수도권과 무당층 민심을 끌려면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끊임없이 윤 대통령과 집권당을 향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쓴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 이준석은 최근 ‘여의도 재건축 조합’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채널에는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와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출연하고 있다. 이준석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된 인물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구속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풍수전문가가 다녀간 것에 대해 “국가안보상 중요한 시설을 결정하는데 왜 풍수 보는 사람이 나타나느냐”며 쓴소리를 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로선 ‘적어도 이준석·유승민과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유상범 당 대변인은 홍 시장 발언에 대해 “해당(害黨) 행위자가 책임을 안 지면 제대로 된 정당이냐”는 식으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 상황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총선은 8개월 조금 더 남았다. 총선 판세를 결정할 수도권과·중도층 민심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그들이 원하는 총선메뉴는 무엇이든 수용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