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적절히 화를 표출하기

등록일 2023-08-01 19:01 게재일 2023-08-02 17면
스크랩버튼
분노는 거듭 분노를 낳을 뿐이다. /언스플래쉬
분노는 거듭 분노를 낳을 뿐이다. /언스플래쉬

대중교통을 탈 때 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마주한다. 2시간 40분 거리의 열차 이동 내내 큰 소리로 통화를 주고 받는 사람, 휴대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 사람, 어린 아이가 복도를 뛰어다녀도 가만히 지켜보는 부모 등 어느 곳을 가도 온갖 소란 속에서 아주 많은 피로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피로를 감당해 내느라 필요 이상의 너무 많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쉽게 낳기 마련이라서, 결국 어딜 가도 너무 많은 화가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저기서 얻은 스트레스 꾸러미를 집으로 돌아와 하나씩 풀 때, 건강한 사람들은 취미를 통해 푼다지만 나는 아주 가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몰라 난감할 때가 있다. 무작정 러닝머신에 올라가 걸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 놓고 매운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는 쉽지 않다. 결국 책상에 앉아 나는 무엇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조금씩 생각하다보면 무언가 명확해지는 지점이 있고, 어떠한 상황에서 화가 발생했는지 알게 된다.

상황을 인지해서 종이 위로 그때의 감정과 상황을 부려놓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조금씩 해소된다. 하지만 내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성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될 때에는 벽에 부딪힌 듯한 막막한 심정을 느낀다.

때마침 ktx 열차에 앉아 수많은 소음에 둘러 쌓여 강현식, 최은혜 저자의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를 읽고 있다. 책은 오랜 기간 내제된 ‘화’로 인해, 마음이 병들고 아픈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집 바깥에서는 늘 친절한 사람이지만 유독 집에서만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 화를 내는 방법을 몰라 난처한 사람, 버림받는 두려움 때문에 자기 파괴를 일삼는 사람, 상대가 화를 내면 마음이 돌아서 모든 관계를 끊는 이들의 일화가 차례대로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를 너무 폭발적으로 내거나, 또는 화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유년 시절부터 시작된 결핍이 있었고, 치료받을 기회나 상황을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기에 상처를 방치하며 자라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유독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이 가지는 불만이나 화를 표출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긴다. 무리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또는 불편한 감정을 한 개인이 참고 넘어가면 모든 상황이 다 해결된다고 여기며 상황을 무마시킨다. 유년시절부터 분노는 늘 숨겨야만 하고 적절히 화를 표출하여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선 학습하지 않기에 더 큰 분노가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되고 만다.

화를 참고 억누를수록 분노 표출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자기 자신을 해한다거나 타인에게 엉뚱한 방향으로 큰 분노를 표출하게 되어 상황을 계속해서 악화시킨다. 분노는 거듭 분노를 낳을 뿐이고 특히 타인에게 전염성이 높아 이성적으로 판단이 불가능한 분노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내가 지금 어떤 것에서 불편한 마음을 느끼는지 뚜렷하게 바라보며 상황을 인지해야 한다. 인지만으로도 화는 느닷없고, 마냥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임을 알게 되고 내가 지속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났는지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분노를 느낀다면 나의 의견을 전달한 후 해결책을 모색해야 함을 강조한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이해해보며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책은 계속해서 말한다.

오래된 상처를 꺼내어놓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은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대개 트라우마 속에는 해소되지 못한 화가 감추어져 있고, 늘 화를 감추고 억누르며 살아왔기 때문에 화가 난 순간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기란 큰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분노라는 실타래를 조금씩 풀게 되다보면 어느 순간 쉽게 풀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화를 다스리기 위해 상담과 치료를 진행하던 이들이 점차 화를 적절히 표현하게 되는 부분을 읽다보면 나 또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꼈던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나뿐만 아닌 타인에게도 조금 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30, 우리가 만난 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