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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봉이 김선달’과 관람료 폐지

홍석봉 대구지사장 구례 화엄사의 말사인 천은사는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힌다. 천은사는 노고단 길목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았다. ‘산적 통행료’ 비난이 일었다. 등산객들의 집단소송과 국민청원이 잇따랐다. TV드라마 소재가 됐다.조계종과 문화재청이 지난 1일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조계종 산하 사찰 입장시 징수하던 문화재관람료를 4일부터 폐지했다. 지역의 불국사와 석굴암, 동화사 등 전국 65개 사찰이 대상이다.문화재관람료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징수를 시작했다. 사찰이 국가를 대신해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보호·관리하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1967년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통합 징수했고, 2007년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만 폐지했다. 이후 문화재 보호·관리비용을 받겠다는 사찰 측과 못내겠다는 등산객들의 관람료 갈등이 불거졌다.문화재관람료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을 계기로 폐지됐다. 정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비유해 조계종의 거센 반발을 샀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불교계 달래기에 나섰다. 문화재보호법을 개정,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감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올해 419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앞서 영천 은해사는 지난해 4월부터 무료 개방했다. 액수도 크지 않은데다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주시도 4일부터 대릉원 관람료를 전면 폐지했다. 사찰과 왕릉 등 문화재 무료개방은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누이줗고 매부 좋은 격이다. 금액은 미미하지만 의미는 크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03

한방문화축제, 약령시 활성화로 이어져야

대구 대표 축제 중의 하나인 한방문화축제가 5일 대구 중구 약령시 일원에서 열린다. 대구 약령시 한방문화축제는 1658년 처음 개장된 국내 최고(最古)의 한약재시장의 전통과 문화를 잇고 있는 행사다. 대규모 약재상이 밀집한 대구 약령시는 365년이란 오랜 전통을 지녔을뿐 아니라 우리나라 한방산업의 맥을 이어가는 곳이다. 한방산업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한방축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2001년 한국 기네스위원회는 대구 약령시를 국내 최고의 약령시로 인증했고, 2014년 이곳은 한방관련 분야 최초로 한방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약령시의 전통에도 한방산업 쇠퇴 등의 여파로 대구 약령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대구약령시 에코한방웰빙체험관이 작년 12월 10년도 안돼 문을 닫았다. 2014년 52억원을 들여 문을 열었으나 찾는 사람이 없어서다. 대구 약령시를 방문하는 사람도 5년 전 보다 반토막이 났다. 300군데가 넘던 한방관련 점포도 지금은 14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 인근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먹거리 상권이 형성되자 주로 임대로 있던 한방관련 점포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또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특구법을 개정하면서 대구 약령시 한방특구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한방산업의 지속적 발전은 물론 대구가 가진 한방관련 문화의 전승과 도심관광 활성화를 위해서 대구 약령시를 살리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특히 약령시는 대구 중심부에 위치해 당국의 육성 의지에 따라서 문화와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방특구 지정 이후 한방문화축제 이외 별다른 관련사업이 추진되지 않은 것은 약령시 활성화에 대한 당국의 무관심 때문이라 볼 수 밖에 없다.역사와 문화, 예술은 그 맥이 끊어지면 다시 살리기가 쉽지 않다. 5일부터 열리는 한방문화축제가 대구 약령시의 새로운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되길 기대한다. 일회성 행사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약령시의 문화적 가치를 일깨우는 축제로 키워가고,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대표 한방축제가 되게 당국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2023-05-03

국회는 지방시대 열 특별법제정, 왜 미적대나

이철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경북도지사)이 그저께(2일)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의결을 거쳤지만, 지난달 26일 열린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연말 열린 정기총회에서도 신속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시도지사협의회가 특별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자체와 기업이 협의한 후 정부가 지정하는데,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과 직원에게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 교육자유특구는 학생선발·교과과정 개편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와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교육 공급자 간 경쟁을 통해 다양한 명문 학교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법사위가 문제 삼는 부분은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 통합에 대한 조문이다. 1991년 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아직 시행되고 있는데 현행 법률과 원리를 무시한 채 교육 자치와 일반 자치의 통합을 명시한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 통합은 시·도와 시·도 교육청 간의 협력강화를 의미한다. 해당 조항은 이미 2010년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신설돼 13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교육자유특구가 학교 서열화와 입시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야당의원들의 비판과 관련해서는, “교육자유특구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긴급한 대응정책이다. 특구의 상세내용은 교육부가 별도의 법률로 정하는 만큼 그 때 가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밝혔다. 누가 들어도 공감이 가는 설명이다.지방시대위원회 신설내용도 명시한 이 특별법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삼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 시도지사협의회가 중심이 돼 특별법이 이달 중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야당의원들을 설득하길 바란다.

2023-05-03

원인불명 두통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한의원을 하다 보면 의외로 많이 오는 질환이 두통이다. 보통은 양방의원이나 양방병원에 가서 검사도 하고 약도 먹고 하다가 안되서 오는 경우가 많아 한의원에 두통으로 왔다면 제법 아프다는 소리다. 그중 일부는 너무 아파 죽겠다고 한다. 당연히 원인은 알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한의원에 방문한다.나도 개원 초기엔 배운 대로 침을 놓고 약도 주고 하면 증상의 개선이 이뤄지니 배운 대로 해도 충분 했지만 극히 일부는 침을 놓고 약을 써도 잘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는 보통 뒷골도 너무 아프다는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아 목 뒤쪽과 뒷골 부위 어깨 부위에 부항으로 피를 뽑는 사혈을 한번 씩 해줬는데 다음날에 너무 좋아져서 고맙다고 인사를 몇 번 받고 나서야 두통에 뒷목과 어깨의 사혈이 아주 효과가 좋은 것을 알았다.후에 더 알아보니 두통과 흔히 말하는 뒷골 즉 뒷목과 어깨 부위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을 알았다. 스트레스나 과다 사용 등으로 목과 어깨 근육이 뭉치면 머리로 가는 혈액 순환이 안좋아지고 이에 뒷골과 머리쪽 근육들이 뭉치면 복합적으로 두통이 발생한다. 원인을 뭐라 하나로 단정 지을순 없지만 뇌의 질환이 아닌 두통들은 거의 대부분이 목과 어깨의 뭉침을 크건 작건 동반을 하는 것이다.이에 어느 순간부턴 두통이 있다고 하면 신경학적 검사로 뇌 쪽 문제는 없는지 살피고 혹은 검사를 하고 온 걸 확인 후 뒷목과 어깨 쪽 사혈을 하고 침으로 목과 어깨 쪽 근육을 풀어주고 근육을 풀어주거나 원인에 맞는 한약 처방을 며칠 분씩 투여하면 5회~10회 정도의 치료만으로 대부분 만족스러운 치료 결과가 나왔다. 가끔씩 체해서 오거나 감기 몸살 등으로 오는 두통은 목과 어깨를 풀고 침은 손과 발 배 쪽으로 놓아 체한 것을 풀어주고 몸살이 개선되면 두통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하니 한의원에 오는 두통은 대부분이 치료가 가능했다.그러나 침으로 해결 안되는 경우가 일부 있는데 어지럼증이 기본으로 동반된 두통이나 검사 상 이상은 없지만 두통시 구역질을 하거나 배가 심하게 아픈 경우 두통이 깨어질 듯이 아픈 경우는 목 어깨의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꼭 무조건 한약 처방이 동반 되어야 한다. 어지럼이 기본으로 동반된 경우는 어지럼증을 치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한약 처방을 해야 한다. 오령산이나 택사탕 영계미감탕 등 어지럼에 특효가 있는 처방을 환자 상태에 따라 면역력을 높이는 약재들과 함께 투여하면 보통 한 달 안에 탁효를 보게 된다. 두통시마다 구역질을 하거나 깨어질 듯한 통증 특히 여자들 생리 전후로 두통이 심하면서 배가 찬 경우도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한다. 배를 따뜻하게 하고 자궁의 기능을 보해주는 오수유탕이나 당사오탕을 투여하면 수년 혹은 수십년 괴롭혔던 극심한 두통이 몇달안에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두통한자 대부분은 적절하지 않은 치료와 진통제 위주로 일시적으로 두통만 누르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처 한의원에 가서 침과 부항 치료 한약 치료를 받아 보면 훨씬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3-05-03

녹색 스웨터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며칠 전 옷장 정리를 했다. 작년까지는 철지난 겨울옷을 넣고 봄옷을 꺼내는 수준이었지만 올핸 과감한 정리를 해 보기로 했다.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라이프까진 아니더라도 안 입는 옷은 눈 딱 감고 버려야겠다고 굳게 마음 다졌다. 작년 안 입었던 옷, 작아 못 입는 옷을 추리고 분류하다가 문득 든 생각. 평소 회색, 감색, 검은색의 무채색 옷을 많이 입는 나였다. 그런데 진초록 블라우스와 면 블라우스, 초록색 긴 치마, 큰 체크무늬 녹색 셔츠, 잔 체크무늬 연록색 셔츠, 쑥색 원피스, 연두색 니트, 녹색 가죽자켓, 검푸른 롱패팅까지 녹색의 옷 참 많다. 내가 이렇게 녹색 계열의 옷을 많이 입었었나 갸웃거리다가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소환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초봄, 수학여행 때 엄마가 사준 녹색 스웨터.집안 형편이 유족했던 3학년 때까지는 옷도 많았다. 철철이 옷 해 입힐 형편이 안 될 정도로 급격히 기울어진 가세 탓에 나는 3학년 때의 옷을 6학년 때까지 입었다. 6학년 어느 날 아침 전교 조회 시간이었다. 천 명이 훨씬 넘는 전교생이 넓은 운동장에 길게 줄 서서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듣는 지루한 시간이었다. 갑자기 6학년 6반 이정옥을 부르는 확성기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친구들이 너라며 눈짓하길래 엉겁결에 뛰어나갔다. 조회대 위에 올랐다. 무슨 표창장을 받았다. 그때의 내 심경은 영예로운 상장을 받는 기쁨도 자랑도 아니었다. 오로지 내 옷, 소매 짧은 보라색 옷의 팔 뒤꿈치를 넓적한 갈색 천으로 볼품없이 기운 옷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전교생이 모두 내 팔꿈치만 보는 것 같아 수치심만 가득했다. 전교생의 박수 소리도 비웃음으로 들렸다. 내려와 제자리로 와서도, 교실에서도 내내 부끄러워 슬펐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3년 내내 그렇게 기운 옷을 입거나 소매 짧아 내복이 삐죽 나온 옷을 입은 나를, 최근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도 기억할 정도로 난 가난한 아이였다.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날 저녁, 엄마가 시장의 옷가게로 나를 데려갔다. 수학여행비도 어렵게 마련해 줬을 엄마였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나는 엄마의 과감한 결심에 다소 의아해했지만 새 옷 입을 생각에 그저 신났다. 당시 유행하는 옷이 내 눈에 띄었다. 친구들이 많이 입고 있는 세련된 패턴의 스웨터였다. 엄마가 그걸 사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암말도 하지 않았다. 새 옷이면 됐지 유행은 언감생심이었다. 엄마가 신중에 신중을 기한 끝에 사준 옷은 녹색 스웨터였다. 목 부분이 흰색 레이스 처리된, 다소 심심한 패턴이지만 엄마가 골라 준 눈물겨운 옷이었다. 엄마는 내친김에 바지까지 골라 주었다. 3년을 입어 구멍이 크게 난 무릎에 더 크게 덧댄 천으로 기운 바지를 입고도 군말없는 딸을 보며 엄마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자꾸 눈가가 스멀거린다. 엄마가 옷을 고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딸에게 어울리는 색깔? 옷의 가격? 옷장의 녹색 옷들을 보니, 아, 난 지금껏 녹색 스웨터를 골라 입힌 엄마의 안목과 선택을 무한정 신뢰하고 있었나 보다. 내일은 초록의 긴치마에 연록색 잔체크셔츠를 입어볼까 싶다.

2023-05-03

어떤 청년들의 시대

이서수 작가의 소설 ‘미조의 시대’는 재개발로 인해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미조가 어머니와 함께 살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는 이야기이다. ‘미조’에게는 아버지가 남긴 5천만 원이 있다. 하지만 5천만 원은 2020년대 서울에서 그리 크지 않은 돈이다. 더군다나 괜찮은 집을 구하기엔 더더욱 더. 때문에 ‘미조’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의 낙후된 동네 이곳저곳을 돌며 그나마 나은 환경을 찾아다닌다.자신들의 터전을 찾아 세계를 헤매는 민족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낯익은 것이다. 아마 그 기원을 찾자면 이집트인들의 핍박으로부터 히브리인들을 탈출시키고 정착할 곳을 찾아 헤맨 모세의 이야기가 시초에 가깝지 않을까. 시초로부터 무한히 반복되어 온 ‘터전 찾기’의 서사. 이러한 서사의 기본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나’를 포함한 공동체를 억압하고 핍박하는 타자로부터 해방을 ‘원하고’, 그리하여 모진 수난 끝에 그것을 ‘얻는다’.무언가를 ‘원하고’, 또 그것을 결국에는 ‘얻어낸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서사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얻어낼 것에 대한 필요성과 갈망이다. 얻어내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갈망이 크면 클수록, 서사는 당위를 획득한다. 모세의 민족 서사가 그러한 당위를 획득하는 것은 바로 이집트인들의 도저한 핍박과 수탈이다. 그것이 잔인하게 묘사될수록, 인물의 갈망과 그에 따른 행위는 설득력을 얻는다.때문에 우리가 이러한 플롯을 드라마나 영화 따위의 미디어물로 만들 때에는 그들의 표정과 행동을 최대한 악랄하게 묘사한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이에 대한 가장 정교한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와 같은 작품들에서 악당들은 자신의 악랄한 의도를 숨기지 않고 말과 표정으로 드러내며, 주인공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행위에 강력한 설득력을 부과한다. 예컨대 그와 같은 악당의 얼굴이란 인간의 근원적인 권리인 ‘자유’를 억압하는 타자의 형상이다.하지만 ‘미조의 시대’에서 악당은 결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주인공 ‘미조’는 재개발이라는 수난을 피해 자신과 어머니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떠나지만, 소설은 결코 악당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세의 서사가 이집트인이라는 명확한 타자를 제시함으로써 탈출의 당위성과 목표를 확고하게 드러내주었다면, ‘미조의 시대’는 그러한 타자를 감춤으로써 이 서사를 더욱 도저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소설의 구체적인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도저함은 더욱 구체적이게 되는데, 가령 이들은 모세의 민족과 같이 현실보다 ‘더 나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이들이다. 아버지는 이들에게 5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물려주었지만, 그 돈은 서울에서 이들이 원하는 것을 현실화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때문에 둘은 ‘더 나은 곳’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낙후된 곳으로 계속해서 흘러간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우리가 짐작할 수 있듯, 그 흘러듦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세상의 속도 속에서 5천만 원이라는 돈이 그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릴 때까지, 이들은 더 낙후된 곳으로 계속해서 흘러갈 것이다. 구체적인 악당이 제시되지 않는 서사 속에서, 이들을 향한 핍박과 수난, 폭력의 역사는 훨씬 교묘하고 저열하게 제시된다. 이집트인의 구체적인 폭력이 자리하던 곳에는 ‘문제는 충분한 돈을 마련하지 못한 자신’이라는 불투명한 폭력과 죄의식이 분출된다. 때문에 핍박과 수난은 이들에게 동기의식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자책감과 무기력함을 불어넣는다. 문제의 원인을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만드는 교묘한 폭력이 만연하는 곳.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무대인 21세기의 대한민국이다.최근 어떤 조사에서 30대의 평균 소득이 월 500만원이라는 조사결과를 보았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월 500만원을 버는 사람이 과연 그토록 흔할까? 그럼에도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나’에게 닥친 경제적 불행과 그로인한 수난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에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금 ‘네’가 불행한 것은, 네가 평균에도 못 미치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메시지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통계와 평균의 마법이 커져가는 빈부격차를 눈속임하고 있을 뿐인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집트인’은 차라리 인간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들은 악행을 자행할 때에도 인간의 얼굴과 표정을 고수하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그들은 이 모든 불행이 오직 너의 탓이라고 속삭이지는 않았으니까.

2023-05-02

감자수프를 먹는 오전 열 시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능력은 중요하다. /언스플래쉬 “최근 심하게 스트레스받는 일 있으셨어요?”의사의 말에 고개를 저으려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간 얼마나 무수한 질문에 괜찮다고 답했던가. 특히 직장에서 그랬다. 상사의 무례한 언사를 웃어넘겼고 부당한 요구를 묵묵하게 받아냈다.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를 제기하면 응당 피곤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나만 입 다물면 된다고 마음을 다잡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되뇌었다. 다 이렇게 산다고. 힘들다고 말하는 건 유난이라고.“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게 좋아요.”나는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다’며 흐흐 웃었다. 몸 여기저기가 망가졌다는 진단을 들으면서도 생판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들락거리고 염증 때문에 수술하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유난인가 하며 스스로를 탓했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타고난 체력이 약하다는 것이 원망스럽게만 느껴졌고 내가 어떤 면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그도 그럴 것이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문학을 공부한다는 핑계로 오랜 시간 학생으로 머물렀고 세상과 직접 부딪히며 관계 맺는 일보단 책상 앞에 앉아 읽고 끼적이는 시간이 더 길었다. 현실을 살아내려고 하니 몸이 아픈 것이라고 밖엔 설명할 수 없었다. 엄살 부리는 것이라는 혐의를 피하기가 어려워 보였다.“그런 생각이 병을 깊어지게 하는 주범이에요.”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이었다. 다른 생각은 불필요했다. ‘몸이 아프다. 그러니 푹 쉬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이 사실이었다. 이유를 덧붙이게 되면 그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왜곡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교묘하게 본질에서 벗어나기 마련이었다.특히 어떠한 결과에 따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건 건강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했다. 능력 이상의 것을 붙잡으려고 애쓰는 것은 현명하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해내야 한다고 막연하게 외치는 것보다 눈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하되 그것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가뿐하게 털어내는 것. 어렵지만 평생에 걸쳐 훈련해야 할 인생의 과제였다.긍정과 낙관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많은 것이 술술 풀릴 것이라고 믿던 때가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소설 쓰기의 시작이라고 외쳤지만 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괴로웠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도저히 채워지지 않았고 스스로가 위선자처럼 여겨졌다. 항상 그랬다. 나를 가장 열심히 괴롭히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올해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보겠다고 결심했다. 그 어느 때보다 몸이 아팠던 시간, 나는 나의 어려움을 알고 도와주는 사람들의 다정함을 경험했고 그러한 선의가 늘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랐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평소였다면 침대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았을 오전 열 시에 노트북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자주 가는 카페에 들러 감자수프를 주문했다. 수프는 예쁜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한눈에 봐도 오랜 시간 정성으로 끓인 것이었다. 숟가락으로 떠서 꿀꺽 삼키자 뱃속 깊은 곳까지 따끈따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리고 기사를 통해 아이돌 가수의 비보를 접했다. 전날 새벽에 벌어진 일이었다. 감히 그런 생각을 했다. 알 것 같다고.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터널 속에서 헤매는 감각. 그건 최근의 내 상태와 비슷했다. 두 눈을 감고 그의 얼굴을 그렸다. 상실감은 뱃속을 데워주는 수프의 온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창밖으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보였다. 동시에 햇볕을 머금고 반짝이는 나뭇잎이 눈에 들어왔고 초여름이 가까워져 온다는 실감이 들었다. 잎사귀 사이로 부서지는 빛과 파도처럼 일렁이는 나무 그늘을 바라봤다.나는 앞으로 몇 번의 계절을 지날 것이며 그때마다 무수히 아프고 슬플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오전 열 시의 찬란함과 온 몸에 퍼지던 감자수프의 온기를 떠올리겠다. 이토록 사소한 하루가 생을 버티게 하는 달콤한 위안이 된다는 것을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2023-05-02

윤 대통령에게 급한 건 ‘통합의 리더십’

심충택 논설위원 극심한 진영대결과 정치양극화가 우리나라 국격과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은 역대급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방외교가에서도 성공적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민주당만은 윤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순간부터 혐오스런 단어들을 동원해가며 꼬투리를 잡고 있다. 출국 당일 “불안과 공포의 한 주가 시작됐다”고 했다가, 대통령이 귀국하자 “텅 빈 쇼핑백만 들고왔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글로벌 호갱외교’라는 신조어를 써 가며 대통령을 조롱했다. 외교성과가 상당히 불쾌한 모양이다. 국가 명운이 걸린 대통령의 외교·안보행위를 민주당은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하는 못난 인간”이라고 비난한 말과 뉘앙스가 비슷하다.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다수결을 이용한 입법폭주도 멈추지 않았다. 간호법과 방송법을 단독 처리하며 연일 사회적 갈등을 조장했다. 간호법의 경우 의사·간호사 간 직역 갈등이 첨예한 만큼 견해차를 좁힐 공론화작업이 긴요(緊要)한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자칫 국가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위기가 예고돼 있는데도 ‘내 알 바 아니다’는 무책임한 태도다.우리나라는 지금 북한의 핵 폭주로 실질적인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 언제 어디서 교전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미·일 동맹관계가 확고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전쟁이 나도 우리를 지원해줄 국가가 별로 없다. 이런 위기속에서도 정국 헤게모니를 장악한 민주당은 오로지 진영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있다.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많아지는 것은 국민적 피로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위기를 해소할 마지막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방미외교 성과를 국민통합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야당과의 대립을 피하지만 말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대화창구를 찾아야 한다.‘편 가르기 리더십’으로 나라를 망친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사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는 것은 썩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광온 의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친(親)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는 당선 후 이 대표를 지지하는‘개딸(개혁의 딸)’들로부터 비토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만나 국정운영 협조를 당부하는 것은 자연스런 통치행위다.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랫동안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곧 총선공천 시즌이 온다. 지지율을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여당 내에서도 정적(政敵)들이 생긴다. 그전에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외교성과를 거둔 지금이 야당과 만나고 국정난맥을 풀 절호의 찬스다. 민주당도 더이상 국민을 양극단으로 분열시켜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민심이 용서하지 않는다.

2023-05-02

팔공산 국립공원, 자랑스러운 유산돼야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이 드디어 이뤄진다. 환경부는 환경의 날인 다음 달 5일에 맞춰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립공원 지정에 앞서 2일 팔공산과 접한 대구시, 경북도 지자체와 국립공원공단 등 9개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팔공산의 체계적인 보전과 지역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한다. 업무협약에는 팔공산의 체계적인 보존과 지속 가능한 탐방서비스 제공,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협력사업 발굴 등의 내용을 담고, 팔공산 국립공원 조기 정착을 위한 승격준비단도 출범시킨다.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는 팔공산은 규모(12만6천58㎢)면에서 전국 국립공원 중 14번째로 크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5종을 포함 야생생물 5천296종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다. 자연경관자원 77곳과 국보 2점, 보물 25점 등 문화자원 91점도 보유하고 있다. 갓바위와 팔공산, 파계사 등 전국적 명소를 많이 간직한 산이다.2012년부터 지역 시도의회와 민간단체 등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승격을 제기했으나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지주의 반대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개발이 엄격히 규제되는 반면 국가로부터 인력과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 팔공산의 자연적 가치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된다.우리 지역 최고 명산인 팔공산은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문화자산이다. 무분별한 난개발로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구시 지형재 환경수자원국장의 말대로 “자랑스러워 할 유산이 되게 해야”할 것이다.또 국립공원 승격이 알려지면 관광객의 발길도 훨씬 잦아질 것이 전망된다. 현재 연간 방문객 358만명이 486만명으로 증가할 거라 한다. 국립공원 승격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 하니 자연과 경제가 함께 사는 일석이조 성과다. 오랜 숙원이었지만 늦게나마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것은 다행스럽다. 국립공원 승격을 계기로 팔공산의 가치를 더 다듬고 알려서 전국 최고의 명산이 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시도민과 각 기관의 애정 어린 관심이 절대 필요하다.

2023-05-02

마약사범과 사형제도

우정구 논설위원 유엔은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부여한다. 우리나라는 2016년 이 수치를 넘어서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지가 벌써 7년이 됐다.특히 청소년층의 마약사범 증가율이 폭증하고 있고, 우리 사회 곳곳에 마약류가 이미 깊숙이 침투해 마약류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여느 때 보다 높아져 있다.검찰이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류를 공급하는 범죄자에 대해서는 “최고 사형을 구형하겠다”는 특단 대책을 내놨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마약 음료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사법당국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사법당국의 이런 엄단 의지에 비해 실제적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사법당국이 마약사범은 느는 데 반해 처벌은 솜방망이 정도로 가볍게 처리해왔기 때문이다.마약범죄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하는 나라로는 아편전쟁을 경험한 중국과 싱가포르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2014년 6월 한국인 마약사범 2명을 자국법에 따라 사형을 집행했다. 우리 정부의 인도적 선처 요청에도 중국 정부는 “마약사범엔 예외가 없다”는 식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이다.싱가포르는 마약을 밀수하다 적발되면 사형에 처하는 무관용의 정책을 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의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사형을 집행한다. 작년만 마약 밀매범 11명을 사형했고 올해 또다시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사형제 폐지라는 국제적 흐름에도 이들 국가는 마약사범에 대해선 사형제도를 존속을 고집한다. 마약사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마약청정국으로 가는 길임을 보여준 사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5-02

경북안전체험관이 뭐길래…유치열기 과열

어제(2일) 신청을 마감한 경북종합안전체험관 공모에 경북도내 23개 시·군 중 상당수가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공모신청을 한 시·군들은 주민 수만명의 유치 염원을 담은 서명부를 제출하거나 유치 출정식을 개최하는 등 과열 양상도 빚고 있다. 그만큼 인구 소멸위기를 겪는 경북도내 시·군들이 관광 인프라 유치에 목말라 있다는 반증이다. 종합안전체험관은 재난 종합 안전 체험시설이며, 전국적으로 소방본부 안전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아 체험관 유치 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경북도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330억원을 들여 7천㎡ 규모의 체험관을 지을 방침이다. 공모 신청을 한 각 시·군은 편리한 교통망과 주변 관광자원을 내세우며 유치당위성을 호소하고 있다. 영주시는 유치추진위원단이 지난 1일 경북도청을 찾아 5만명의 시민서명부를 제출할 정도로 유치 염원이 강하다. 포항시는 “체험관은 애초에 포항에 짓기로 했다. 당연히 지진피해지역에 입지하는 것이 맞다”, 경산시는 “경북은 물론 대구와 경남까지 아우르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안동시는 “북부권 인구소멸위기 타개차원에서 도청신도시에 체험관이 들어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구미시는 산동읍 에코랜드 인근을 사업부지로 정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했으며, 상주시는 편리한 교통과 다양한 관광자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경북도가 체험관 공모를 서두르는 것은 올 하반기에 진행될 행정안전부 공모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경북도는 이달 안에 부지 선정을 끝내고 행안부 공모에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부지는 선정위원회가 구성돼 인구수, 교육수요, 미래가치 등을 지표로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결정한다. 정부에서는 모든 시·도에 종합안전체험관이 1곳씩 있어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 공모 선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북과 전남, 대전, 세종시에만 체험관이 없다. 체험관 건설은 국비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북도와 소방본부는 체험관 유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부지선정 절차가 투명하고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2023-05-02

성취하려면 바꾸지 말아야 한다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영국의 이야기다. 이전 직장동료 부부가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의 관찰과 경험을 기반으로 쓴 책의 제목이다. 수백 년 전통을 가진 대영제국의 나라, 영국은 과거 영광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지만, 아직도 건재한 나라다. 빨리 바꾸는 것이 미덕인 한국인의 눈에는 참 신기했다고 한다. 시민들이 불안해할까 해서 경찰도 뛰지 않는다고 했던가.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출현하는 요즘, 10년 이후의 사업의 지형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하다. 이 급변하는 환경의 와중에도 국가의 미래는 설계되고 또한 실현되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 변화하려면 혁신하려면, 그 지향점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1999년 봄 새로 과학기술부 장관에 취임한 서정욱 장관이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했다. 취임 이후 출연연구기관들을 방문하고 기관장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당시 연구단지 담당 기자 한 분이 출연연구기관의 신진 과학자들과 장관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기획했고, 필자도 그 자리에 초청받아 참석하게 되었다. 밤늦은 시간 계룡산 자락 도예촌의 한적한 찻집에서 장관과 청년 과학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날 모임의 모든 대화는 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는데, 오래 잊히지 않는 장관의 말이 있다. “장관이 바뀌었다고 정부 정책이 바뀌면 어떻게 과학기술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내가 장관으로 취임했지만, 전임 장관이 세운 계획은 바꾸지 않고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려고 합니다.”2차세계대전 이후 한 세대, 동서냉전의 시기만 해도 누가 독일의 통일을 꿈꿀 수 있었을까. 그러나 동서독의 통일 과정에서도 바꾸지 않는 것의 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후 서독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이 정권을 바꾸며 수상이 되었지만, 그 기간 동독을 향한 서독의 정책은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서독 정부는 서독의 주민들은 물론 상대방인 동독의 주민들,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인 주변국들로부터 견고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분단의 상징 베를린장벽은 하룻밤에 무너졌지만, 실제로 통일은 서독 정치인들의 불변함을 통해 수십 년간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정책은 대통령이 바뀌는 5년마다 바뀐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에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금기시된다. 5년마다 정책과 목표를 변경하니, 5년짜리 계획만 무성하다. 단거리 스프린트는 잘 뛰는데 장거리 마라톤은 꼴찌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받아든 성적표의 명암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 동시에 OECD 최고 자살률 국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국가, 동시에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의 국가. 이제 우리 다음 세대에도 자랑스러울 나라의 모습을 꿈꾸고 싶다. 그리고 그 꿈 이룰 긴 계획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고 바꾸지 않아야 한다.바꾸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굳게 방향타 흔들리지 않게 붙들고 있는 것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바뀌는 환경과 상황에도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죽을힘 다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노력이 소중하다.이제 길게 계획하고 바꾸지 말자.

2023-05-02

한시(漢詩)의 매력, 시낭송의 묘미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연록의 기지개를 켜던 잎새들이 푸른달 5월이 되면서 연신 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송홧가루 흩날리는 산자락이나 청보리 물결 일렁이는 들판엔 온통 푸르름으로 짙어가며 초록의 서사시를 쓰고 있는 듯하다. 종다리도 높이 떠 온종일 지저귀며 봄날을 노래하고, 흐르는 시냇물의 속삭임이나 수양버들 긴머리의 하늘거림도 어쩌면 저마다 봄날을 구가하는 초록 시편이 아닐까싶다. 그에 어울리듯 낭랑한 음색으로 시를 읊고 대금의 연주 속에 시창(詩唱)을 하며 봄날의 흥취를 한껏 누린 시낭송 마당이 간간이 흩뿌리는 빗소리와 함께 낭만과 운치를 더했다.잎새달 4월의 끝자락에 포항시낭송회가 마련한 여덟 번째 ‘시(詩)가 흐르는 뜨락(시뜨락)’은 이색적으로 열렸다. 한시(漢詩)와 자유시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음풍농월과 생활한시를 창작하며 삶과 세상을 관조하는 한시인(漢詩人)을 초대해 한시 이야기를 나누고, 한시와 한역시, 자유시 등을 낭송하며 시창으로도 부른 다양한 시 나눔 마당을 펼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경하고 어려운 한시를 쉽고 친근하게 각색하여 흥미와 감동을 더한 시낭송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낸 것이다. 한시가 이토록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함께 누릴 수 있다니, 참으로 다행스럽고 가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래(古來)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지어지고 한글 창제 이후로도 조정이나 민간에서 두루 창작, 통용되었던 한시는 한국시가에서 뗄 수 없는 뿌리깊은 역사성을 갖고 있다. 한시는 근체시(近體詩)는 물론 고체시(古體詩)라 하더라도 정형시(定型詩)에 가깝지만, 형식의 묵수(默守)가 아니라 엄격한 정형률이 요구되는 율격과 함축성으로 인하여 자유시에서 구현된 ‘자유’를 정형적인 틀 안에 충분히 들일 수 있을 정도로 탄력이 있다고 본다. 한시의 묘미는 바로 이런 데 있다고 본다.그러한 한시를 자유시처럼 능숙하게 구사하고, 또 한국 현대시를 율격에 맞게 한시로 옮긴다는 것은 결코 만만찮은 일이다. 그러나 한국 현대시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좋은 시가 영시(英詩)로 옮겨지듯이 한역시(漢譯詩)로도 출판된다면, 한자를 아는 세계인이라면 누구나 우리나라의 주옥같은 시를 접하고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그만큼 학문의 영역은 두루 통하고 우리 시와 한시의 외연을 넓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초록빛 담쟁이에 빗방울이 어리고 알록달록 우산 속에서 목소리가 피어나는 뜨락에서의 시낭송은 그야말로 한폭의 수채화같은 풍경이었다. 거기에 봄날과 어울리는 동요 메들리 아코디언 연주와 그윽한 곡조를 타고 흐르는 대금 가락은 시와 음악의 경계가 없는 절묘한 하모니로 여울지는 듯했다.강호는 넓고 좋은 시는 많다(江湖廣大好詩多)고 언급한 초대시인의 말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좋은 시는 ‘영혼을 치유해주는 약’이 아닐까 싶다. 아무쪼륵 시뜨락 같은 시 나눔 문화행사가 활성화되어 현실의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시와 낭송이 따스한 위로와 치유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2023-05-02

아낌없이 주는 아까시나무

홍석봉 대구지사장 아까시의 계절이다. 시골 길 차창 밖으로 아까시나무 흰 꽃이 산등성이를 감싸며 펼쳐졌다. 창을 열자 진한 꽃향기가 온 몸을 스친다.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는 나무는 사실은 아까시나무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5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 6월까지 향기를 뿜어낸다.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시기는 본격적으로 비가 오는 시기다. 산불 발생이 줄어드는 시작을 알려 산림 공무원들이 가장 반긴다.미국이 고향인 아까시나무는 19세기 말 국내에 들어왔다. 일제 강점기 때 산림녹화와 목재 및 땔감용으로 심었다. 번식력이 강해 묘지 주변에 뿌리내리면 제거가 어려워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한 산림을 복원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전형적인 콩과 식물로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질소를 고정시켜 준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아까시나무 꿀은 양이 많아 대표적인 밀원수(蜜源樹)다. 한 때 우리나라 나무의 10%를 차지했다. 국내 꿀 생산의 70%를 담당했다. 화력이 강하며 연기가 적어 땔감으로 적합하다.목재로도 쓸 만하다. 내구성이 좋아 공사장 방벽이나 받침목 등의 자재로 사용된다.아까시나무 꽃과 뿌리껍질은 약재로 사용된다. 이뇨, 소염과 항염증 성분이 함유돼 있다. 붉은 꽃이 피는 원예종은 관상용으로 인기다.30년생 아까시나무는 1㏊당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연간 약 13.8t으로 국내 나무 중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가장 뛰어난 상수리나무(14t)와 비슷하다. 꿀벌의 고장 칠곡군은 아까시나무로 친환경 상패를 제작, 보급하고 있다.아까시나무는 이렇듯 환경친화적이다. 꿀과 향기, 각종 자재까지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사람에게 준다. 고맙기 짝이 없는 나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01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가정의 달

가정과 관련한 행사가 많아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은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이자 성인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또 27일 부처님 오신 날까지 끼어있어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시간도 다른 달보다 많다.가정의 달 5월은 계절적으로도 온화해 지역마다 각종 축제가 풍성하게 열린다. 각 가정은 가정의 달 기념행사를 하랴, 가족과 함께 축제 구경도 가야 하는 등 돈 들 일이 많아 가계비 지출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가정의 달이 있기에 떨어져 지내는 부모님과 형제도 만나볼 수 있고, 가족 간의 끈끈한 정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의미가 가정의 달에는 있다.가족은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다. 가정이 건전해야 사회가 옳게 발전하고 국가도 부강할 수 있는 것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의미는 모든 것이 가정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다.하지만 우리는 바쁜 현대사회에 산다는 이유로 가족과 가정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특히 현대 사회가 낳은 핵가족화 현상이나 일인가구 증가 등 가족형태의 변화와 개인주의의 발달로 가정의 소중함을 망각하며 사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그러다보니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 자주 등장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증가하는 가정 폭력이 그렇고, 빈발하게 발생하는 아동학대나 노인학대 등도 우리의 가정이 튼튼하지 못해 빚어진 사회문제다.가정의 달은 현대사회에 투영된 오늘날 우리 가정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이다. 약해진 가족간의 유대를 다지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을 존중하고, 부부간에는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들도 이런 기회에 돌아보고 관심과 배려를 하는 시간이다.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가족 간에는 물론이요 이웃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가족 이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행복 공동체라는 가정을 위해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욱 분발 노력하는 달이 되어야겠다.

2023-05-01

시·군버스 보조금 집행내역, 철저하게 점검을

경북도내 시·군에서 시내버스회사에 지급하는 재정지원금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어 ‘돈 먹는 하마’취급을 받고 있다. 포항시를 예로 들면,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이 2018년 134억7천800만원에서 2022년 358억5천300만원으로 5년 만에 무려 166% 증가했다. 경주시도 비슷하다. 2018년 77억원이던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이 2022년 184억8천만원으로 5년새 110억가량 늘었다. 매년 22억원 정도 증가하는 추세다. 구미시는 시내버스 회사 2곳에 대해 2021년 31억4천400만원, 2022년 33억9천300만원을 지급했다. 1년새 보조금이 2억5천만원 더 늘어났다. 경북도가 도내 시·군지역 등을 운행하는 시외버스에 지급하는 재정지원금도 2019년 171억3천만원에서 2022년 200억원으로 증가했다. 경북도와 일선 시·군에서 시외버스나 시내버스 회사에 지급하는 재정지원금은 대부분 비수익노선 적자보조금이다. 농어촌지역의 경우 승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읍면지역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필요하기 때문에 버스회사에 적자 보전을 해 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승객수가 대폭 줄어 적자폭이 더 커졌다.농어촌지역 시외버스나 시내버스 비수익노선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주민세금이 투입되는 보조금이 투명하게 지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집행내역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감사원이 포항시를 대상으로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시내버스 보조금 지원 실태를 감사한 결과, 시가 버스회사에 유리하게 차량 감가상각비를 중복 계상하도록 해 4년간 47억6천만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시내버스 회사가 임의로 감차 운행했음에도 실제 운행가동률을 가감하지 않아 14억8천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타 시·군에서도 이와 비슷한 비리사례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도와 각 시·군은 시외·시내버스 재정지원금 지급과정에서 불법·특혜 행위가 없었는지 철저하게 확인해 보길 바란다.

2023-05-01

클뤼니 수도원교회와 로마네스크 건축의 발달

10세기에서 11세기로 넘어갈 무렵 중세 유럽 사회에는 봉건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봉건제도는 토지를 매개로 주군과 봉신 사이에 맺어진 계약을 토대로 형성된 사회제도이다. 봉건제는 넓은 땅을 소유했던 대지주들의 권력을 강화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토지를 소유했던 교회와 수도원의 세속적 영향력 또한 강화시켰다. 중세의 성직자들에게는 많은 사회적 특혜가 주어졌다. 이들은 지식을 독점했고 세금이나 노역을 면제 받았다. 교회에 대한 이 같은 특권은 종교적 기강 약화를 비롯해 여러 부작용들을 야기했다. 결정적으로 교회의 세속화를 부추겼다. 수도원 건립을 위해 토지를 제공해 준 영주들이 수도원 운영에 지나친 간섭을 행사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 졌다. 모든 권력은 권력의 속성상 부패하게 되어 있다. 이때도 그랬다. 부패한 종교권력과 부패한 세속권력이 온갖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성직자 임명권을 둘러싸고 충돌했다.종교의 본질이 오염되어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수도원 개혁운동이 일어났다. 그 불씨를 당긴 사람은 아키텐느의 공작 기욤이다. 그는 세속권력의 개입 없는 수도원 설립을 위해 자기가 소유했던 땅을 수도사들에게 내주었고 이렇게 지어진 것이 클뤼니 수도원이다. 910년 문을 연 클뤼니 수도원은 베네딕트 수도회의 규율을 엄격하게 지켜 진실된 예배와 경건한 삶과 구제의 실천을 강조했다. 클뤼니의 신앙회복 움직임은 불길처럼 번졌다. 가장 번창했을 때에는 이곳에 속한 수도원이 무려 천 이백여개, 수도사들의 수가 이 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많은 수의 수도사들이 클뤼니로 몰리면서 수도원 교회의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어 981년 첫 번째 확장 공사가 시작된다. 엄밀히 말해 확장공사라기 보다는 보다 큰 규모로 신축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렇게 두 번째 지어진 클뤼니 수도원 교회를 미술사에서는 편의상 클뤼니 II라고 부른다. 클뤼니 II는 장방형의 라틴십자가 구조를 가진 3랑식 바실리카로 지어졌고 회중석과 내진(內陣) 사이에는 익랑(翼廊)이 마련되었다.신축을 통해 넓은 공간이 확보되었지만 그 역시 충분하지 않아 다시 한 번 확장공사가 진행되어 1089년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지어진 세 번째 교회를 클뤼니 III라고 부른다. 클뤼니 III에서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크기가 커짐에 따라 건축의 세부 구조에도 큰 변화를 보이는데, 우선 3랑식 이었던 클뤼니 II에 두 개의 측랑이 추가되어 5랑식이 바실리카가 되었다. 천장의 구조에도 변화가 있었다. 원래는 신랑과 측랑 모두 평평한 나무 패널이 천장을 덮고 있었는데 세 번째 클뤼니 교회의 측랑에는 교차형 궁륭(Cross Vault)이 나타난다.또한 클뤼니 II는 하나의 익랑을 가졌으나 클뤼니 III에서는 익랑 하나가 더 설치되었다. 두 개의 교차랑 상단부 그리고 아래쪽 익랑의 바깥부분 상단에 각각 팔각형의 첨탑이 올라갔다. 건축 구조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후진의 외벽에 다섯 개의 소예배당이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진과 후진사이에 지나다닐 수 있는 주보랑(周步廊)이 생겼다.클뤼니의 수도원 개혁운동은 종교적인 측면에서 유럽 곳곳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클뤼니 III에서 보여주는 건축적 구조는 프랑스 지역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건축 그리고 더 나아가 파리를 중심으로 한 일 드 프랑스(le-de-France)지역에서 고딕 건축이 발달하는데 중요한 근간을 마련해 주었다. 클뤼니 교회는 1790년 프랑스 대혁명의 불길이 확산되는 가운데 완전히 파괴되었다. 한때 가톨릭 세계에서 가장 웅장함을 뽐냈던 클뤼니 수도원 교회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폐허로 변한 옛 흔적들이 을씨년스럽게 과거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미술사학자

2023-05-01

유배길에서 스스로에게 되새긴 ‘중꺾마’

요즘 유행하는 대부분의 신조어와 줄임말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생소하기 짝이 없다. 그 뜻과 유래를 애써 찾아보지 않으면 추측조차도 어려운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중꺾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라는데, 힘들거나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때 이 말을 많이 쓴다고 한다. 순간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아갈 때 어울리는 말이지만, 삶의 전반을 두고 보더라도 이 말은 의미가 작지 않을 것이다.경북 의성 출신의 고송(孤松) 신홍망(申弘望·1600~1673)은 1639년(인조 17) 40세 때 문과에 급제해 여러 관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는 1652년(효종 3) 7월에 사헌부지평에 제수되어 부임했는데, 당시 이시매라는 인물이 올린 상소를 두고 취했던 행동이 발단이 되어 유배를 가게 되었다. 사건의 정황은 다소 길고 복잡하다. 그러나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이시매의 상소 내용에 선현(先賢)을 모욕한 표현이 있어 논란이 일었고, 이에 대해 신홍망이 분개하면서 일반적인 상소 처리 규정을 따르지 않고 독단으로 임금에게 논계(論啟)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 때문에 신홍망은 사간원의 논박을 받고 파면당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중앙에서는 이 논란이 종식되지 않고 지속되면서 결국 유배까지 가게 된 것이었다. 이때의 경험을 일기체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 곧 ‘장사일록(長沙日錄)’이다. 일기는 압송이 시작되는 1652년 10월 9일부터 시작해서 해배되어 집으로 돌아온 12월 21일에 끝이 난다. 일기 앞부분에 본인의 유배 경위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신홍망은 당시 사건을 스스로 이렇게 기록했다.“나는 평생에 다른 재능은 없고 다만 ‘삼가고 조심함(愼重)’을 첫 번째 공부로 삼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언관(言官)의 직책을 맡게 되어 이시매의 상소문에서 선현을 욕보이는 도리에 어긋난 말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이에) 분을 참지 못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물리치고 나서서 독단으로 논계했고, 위로 성상의 위엄을 범해 끝내 먼 변방으로 귀양 가는 화를 당하였다.”- 신홍망의 ‘장사일록’ 중에서신홍망은 자신이 독단으로 계문을 올리려고 할 때 동료가 성급함을 지적하며 만류했던 것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동료가 이시매의 기세를 두려워하여 굳게 만류하면서 ‘그대는 이미 홍문록(弘文錄)에 이름이 올라 있소. 듣자니, 이조(吏曹)에서 내일 정사(政事)를 열어 그대를 교리(校理) 제1후보로 추천하려고 한다는데, 어찌 성급하게 처신하려 하시오? 이 계문(啓文)이 한 번 나가고 나면, 벼슬길은 여기서 막힐 것이오.’라고 하였다. 나는 웃으면서 ‘세상의 영욕(榮辱)은 정해진 몫이 있는데, 내 어찌 얽매여서 끌채 밑의 망아지같이 행동하겠소?’라고 하고, 피사(避辭)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를 청하는 것를 먼저 제출한 후 잇달아 탄핵 상소를 올렸다. 독단으로 계문(啓文)을 올리는 것이 규정을 벗어나는 일임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마는 부득이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신홍망의 ‘장사일록’ 중에서신홍망은 유배형이 떨어져 유배길에 올랐지만 한성으로 압송되는 도중 감등부처(유배지의 등급을 낮춤)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후 대신들이 부처환수(유배형을 거두어들이는 것)를 지속적으로 요청하였으나 효종이 끝까지 허락하지 않는 등 조정에서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므로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홍제원에서 명을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평해로 유배지가 결정되었고, 신홍망은 서둘러 한성에서 평해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 “이 몸이 무슨 까닭으로 이런 아득히 먼 하늘 끝, 땅 모퉁이에 떨어졌는가. 답답한 마음 누를 수가 없다. 그렇지만 먼 변방 벽동(碧潼)으로 귀양가는 것에 비하면, 비록 남방 외진 고을의 음습한 바닷가라도 목숨은 보전할 수 있을테니 다행이다. 불행한 고비가 닥치면 사람이 피하기 어려운 법이지만, 군자는 거처함에 어떤 상황을 만나더라도 편안하게 여길 것이니 어찌 귀양살이의 괴로움이 나의 마음을 얽어맬 수 있겠는가.”-신홍망의 ‘장사일록’의 일기 중에서신홍망은 스스로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이 사건에 휘말려 유배까지 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곧 풀려나기는 했지만, 그 미래를 알 수 없었기에 신홍망은 어쩔 수 없이 중간중간 괴롭고 복잡한 마음을 표출했다. 식구들이 슬퍼할 때, 유배형이 확정되었을 때, 유배지를 향해 이동할 때 마음이 울적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외부의 시련에 자신의 신념이 꺾이지 않길 바라면서.

2023-05-01

삶의 주위에 책이 있어야

김규인 수필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와 경쟁하듯 빠름을 추구하는 인터넷은 가뜩이나 낮은 독서율을 더 끌어내린다. 그렇지 않아도 ‘일 때문에, 공부 때문에’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만 듣는 책 읽지 않는 자의 항변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독서율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데에 있다.책을 읽지 않아도 즐길 거리가 너무 많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텔레비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우리의 시간을 너무나 쉽게 빼앗는다. 넷플릭스나 각종 OTT 플랫폼은 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잠시도 쉴 틈이 없을 만큼 다양한 게임과 볼거리, 흥밋거리를 제공한다.하루에도 쏟아지는 정보가 얼마인가. 날아드는 수많은 정보를 감당하기도 힘이 드는데 책까지 읽으라고 하면 무리인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책만을 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을 챗GPT에 물어보면 무어라고 답할까.과학기술의 발달은 너무나 속도가 빨라 따라가기도 버겁고 잠시만 한 눈을 팔면 뒤처지고 만다. 이것을 만회하려면 ‘빨리’를 외치며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세상이 이렇게 바쁜데 베짱이처럼 책을 읽으라면 무리가 될까. 돌아보면 노을을 언제 보았는지 까마득한데 책을 읽으라는 소리는 사치처럼 들릴지도 모른다.그러면 책을 읽지 않고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아갈 수가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챗GPT가 활개를 치는 세상에 책을 통해 관련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우리는 챗GPT의 노예가 될 것이다. 우리가 만든 문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통해 기본적인 삶의 진리는 깨달아야 한다.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좋은 점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책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은 능동적인 행위이다. 그냥 책을 펼쳐놓으면 저절로 읽히지 않는다. 글을 읽으며 생각하고 손은 책장을 넘겨야 한다. 삶은 늘 그렇지만 능동적인 행동을 통하여 얻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도 그렇다.논리보다 감각적인 디지털 자료는 순간순간 쉽게 읽히고 그냥 지나친다. 나타내는 방법이나 표현은 다양하고 풍부하지만, 개인이 무분별하게 자료를 올림으로써 틀리거나 해를 끼치는 자료도 많다. 언제나 수동적인 생활을 강요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책은 액면적인 가치만을 탐하거나 순간적인 생각에만 머무는 것을 막는다. 책장을 넘기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아날로그적인 연속된 삶 속에 우리를 둔다. 책은 필요한 것만 가져다주는 디지털이 아니라 삶의 기본을 보여주며 인간다움을 잃지 않게 한다.일회적인 물질문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을 가까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쳇GPT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될지라도 이를 조정하는 자는 늘 사람이기를 바란다. 인류의 지식을 간직한 책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음을 잘 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주변에서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삶의 주위에 책이 있어야 한다.

2023-05-01

AI는 글쓰기 교사가 될 수 있을까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최근 챗GPT(ChatGPT)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흥미로운 사용 경험들이 공유되고 있다. 길고 복잡한 내용도 기가 막히게 요약해준다거나 매우 편리한 검색엔진처럼 활용했다는 식의 짧은 감상부터 그럴듯한 소설을 써냈다는 후기, 율격을 갖춘 한시(漢詩)를 짓더라는 후기까지. 작업의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사용 경험도 천차만별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어졌던 일들을 인공지능이 해내고 있다는 놀라움이다.사실 이러한 놀라움은 알파고-이세돌 대국이 불러일으켰던 충격의 연장선상에 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세계 최정상급 기사인 이세돌 9단과 총 5판을 대결하여 4번 승리하였다. ‘바둑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는 종목’이라는 전제가 깨진 것이다. 이제 바둑과 같이 복잡한 사고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이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교육 현장에서는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 대중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글쓰기 과제물의 경우 학생이 직접 쓴 것인지, 아니면 대화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생성한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몇몇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과제물 작성에 챗GPT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윤리서약을 받기도 한다. 만약 대화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생성한 응모작이 문학 공모전에서 입상한다면?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이 쓴 소설과 사람이 쓴 소설을 완벽하게 구별하는 것이 가능할까?물론 아직까지 대화형 인공지능에는 허점이 많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학습과정 자체가 사회문화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주제에 대해 질문할 경우 인공지능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마치 ‘답변 강박’에 걸린 사람처럼 보유한 데이터를 조합해서 거짓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글을 만든 정조대왕의 업적에 대해 말해줘”라고 명령하면 챗GPT는 “한글을 만든 정조대왕은 조선시대 22대 군주입니다. 그는 국가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글이라는 새로운 문자를 창제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라고 답한다.반면 대화형 인공지능이 새롭게 발명된 유용한 도구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긴 글을 요약하는 것처럼 비교적 단순한 작업은 대화형 인공지능의 주특기이다. 나아가 어떤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 자체가 사유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화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모든 글쓰기는 ‘메타적 글쓰기(meta writing·글쓰기 자체에 대한 글쓰기)’이자 비평이라고 볼 수 있다.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해당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한 언어로 제시하는 과정, 완성된 결과물을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활용하기만 한다면 대화형 인공지능은 ‘피노키오’의 말하는 귀뚜라미처럼 우리의 ‘외장형 양심’이자 충실한 조언자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2023-05-01

가짜 뉴스의 뿌리는 정치권이다

김진국 고문 ‘미국이 왜 이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마다 미국을 모범 사례로 인용해왔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이게 미국 민주주의야?’하고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그런데 역시 미국이다. 보수·극우의 선봉이었던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터커 칼슨이 전격 해고됐다. 그는 트럼프 당선을 위해 막말과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가 대선 불복의 근거로 든 투·개표 부정이 있었다고 거짓 방송해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회사에 약 1조 원을 물어주게 했다. 칼슨의 메일과 메신저에서는 투·개표 부정이 없었다고 믿고 있었던 사실까지 드러나 더 충격이다.반대 진영의 CNN도 간판 앵커 돈 레몬을 같은 날 해고했다. 그도 트럼프가 패배하자 방송 중 기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편파적이었다.우리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다. 한국 언론의 진영화가 심각하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한 1인 방송이 등장하면서 편파성이 더 심각해졌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가짜 뉴스 경쟁을 벌인다. 공공방송까지 ‘아니면 말고’식으로 무책임하게 내지른다. 그럴수록 오히려 팬덤이 생기고, 수익이 오른다. 청담동 술자리가 전형적이다. 거짓으로 밝혀졌는데도 억지 의혹을 계속 쏟아내며 후원금 풍선을 주워 담았다.문화체육관광부가 20일 가짜 뉴스 퇴치 대책을 발표했다.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하고, AI 가짜 뉴스 감지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국민통합위원회과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도 허위 정보, 뉴스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 정부 때도 가짜뉴스 처벌법을 추진했다. 한쪽 진영의 잣대를 들이대면 역시 실패한다.진짜 악성 가짜 뉴스들은 정치권에서 만들어낸다.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다. 한눈에 진위를 알 수 있는 문제도 정치권이 나서면 진실이 감춰진다. 자기 진영에 유리한 것만 진실이라고 우긴다.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자마자 가짜 뉴스가 나왔다. 윤 대통령을 만난 넷플릭스 대표가 앞으로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고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의 양이원영 의원이 이 말을 거꾸로 알아듣고, “지금 해외에 투자할 때냐”며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비난이 쏟아지자 이 글을 내렸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결정된 투자 건으로 넷플릭스와 사진 찍으러 가신 거 아닌가”라고 다시 비틀었다.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윤 대통령이 화동 볼에 입을 맞추며 답례한 것을 두고 “미국에서는 성적 학대 행위로 간주된다”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부시 전 대통령이 화동 볼에 입을 맞추는 사진으로 반박했다. 장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병 어린이와 찍은 사진을 ‘빈곤 포르노’라며, 조명을 설치하고 설정 사진을 찍었다고 비난했다가 고발당했다. 전문가가 조명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이재명 대표도 “나도 조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고발해라”라고 조롱했다.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 하지만 비난을 위한 비난, 트집을 위한 트집은 보기에 영 불편하다.정부·여당도 별로 나아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에 대해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파문이 일자 국민의힘은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가 녹취록이 공개되는 바람에 망신당했다. 가짜 뉴스를 공격하면서 사실 확인도 안 했다.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브리핑했다가 미국 측이 부인하는 일도 자초했다. 똑같다.‘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하고 옥신각신하더니, 또다시 설화(舌禍)를 만들었다. 사과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는 윤 대통령의 생각에 공감한다. 하지만 정치지도자의 말은 진중해야 한다. 마음이 아무리 급해도 국민을 설득하면서 함께 가야 한다. 혼자 서두르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다. 국민을 쫓아만 가서는 안 되지만, 정말 자기 생각을 실현하고 싶다면 외고집으로 돌진만 해서도 안 된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4-30

중얼거리는 사람, 부유하는 말들

이희정 시인 근사한 말이 어디 있나말을 많이 한 날은 마음이 켕긴다후환이라는 말 참 두렵다 말이 없는 사람은분노를 감춘 사람말을 쟁여두면 병이 온다기괴와 기형으로 달변은 앙금을 남기지거짓말을 복용한 날은 손톱을 깎는다안경을 닦고 책갈피를 문지른다 나를 베어 문 웃음이일생의 말들을 훑으며 지나간다뻥 뚫린 폐점처럼 근사한 말이 어디 있나근사한 말이 어디 있나중독자의 눈빛으로 말은 병든 난간에 앉아지나가는 얼굴들을 쬔다입을 열면 죄가 툭 튀어나올 것 같아큼큼거리며 모자를 고쳐 쓴다 ―정병근, ‘중얼거리는 사람(여우난골, 2023)’ 중 ‘말의 신사’ 전문 시인만큼 언어에 대해 민감한 촉수를 가진 이가 있을까. 정병근 시인의 신작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닿지 못해 제 몸속을 떠돌아다니며 부유(浮游)하는 말들을 담고 있다. 시인은 “근사한 말이 어디 있나 // 말을 많이 한 날은 마음이 켕긴다.”며 자문자답의 방식으로 중얼거리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말이 없는 사람은 / 분노를 감춘 사람”이라고. 말은 마음을 품고 있다. 하여 “말을 쟁여두면 병이 온다 // 기괴와 기형으로”. 또한 말은 대단히 모순적이다. “달변은 앙금을 남기지”, “나를 베어 문 웃음이 // 일생의 말들을 훑으며 지나간다 // 뻥 뚫린 폐점처럼” 달변이 거짓에 가까운 것이라면 차라리 말문을 닫아야 할까.육체노동이 줄어든 자리를 감정노동과 정신노동으로 메우고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은 시들고 아플 때가 많다. 최근 미디어 속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이 공황장애, 우울장애 등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언어는 공명하지 못한 채 떠다닌다. 시인은 “병든 난간”에 앉아 지나가는 얼굴들, 즉 말(言)들을 쬐고 있다. “입을 열면 죄가 툭 튀어나올 것 같”다면서 “큼큼거리며 모자를 고쳐 쓰”는 것으로 말로 말 많은 세태를 적시하기도 한다. 자칫하면 말은 죄악의 원흉이 되기 쉽다. 우리는 ‘차단’이라는 단호한 말을 쓰지 않고도 ‘신사적’인 침묵으로 타인을 외면하기도 한다. 이렇듯 해도 탈, 하지 않아도 탈인 말은 이율배반적이다. 말하기의 5원소 중에 ‘침묵’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자책한다. 한순간의 말실수로 모든 것이 날아가는 일은 허다하여 ‘세치 혀에 재갈 물리라’는 금언도 있지 않은가. 사람에 따라 말보다 글을, 글보다 말을 더 잘하는 식의 표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결국 모든 것은 말로 시작된다. 구어든 문어든 발화하는 순간 말도 글처럼 발표(publish)되는 것이다. 시인의 말, 신문의 말, 드라마 속 배우의 말, 잡지의 말, 논문의 말, 유튜브의 말이 모두 다르다. 다르다는 것은 기능과 취향만의 문제일까.오래전 작은 아이가 막 글을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중사공이 뭐예요?” 거대한 풍력 발전기 진입로에 세워진 안내 문구 ‘공사 중’을 그렇게 읽은 것이다. 당시에는 아이가 글을 역방향으로 읽은 사실보다 홀로 글을 깨쳤다는 사실에만 환호했었다. ‘공사 중’이든 ‘중사공’이든 때때로 우리는 말이나 행동에 자기검열의 팻말을 걸어 두고 싶을 때가 있다. 슬며시 몸속 깊이 묻어둔 침묵이라는 원소를 불러내 ‘공사 중’의 잠행 시간을 가져보아야 할까.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회이든 생각하는 마음 없이 말과 글이 생겨날 순 없으니 ‘중얼거림’은 기저음(基底音)처럼 시인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입은 상처는 병을 물고 생을 흘리듯 말을 훑으며 떠다닌다. 누군가에게 ‘차단’된 혀들은 이렇듯 실소를 물고 부유(浮游)한다. 언어라는 기호는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연장이면서도 가장 불안전한 수단이기도 하다. 정병근 시인에게 언어의 재현은 사상의 배포가 아니라 사유에 대한 의심이기에 말의 신사는 없다.“입을 열면 죄가 툭 튀어나올 것 같아 큼큼거리며 모자를 고쳐 쓴다.”

2023-04-30

42억 아시아의 꿈과 희망이 예천에서 달린다

김학동 예천군수 예천군은 42억 아시아의 꿈과 희망을 품고 달릴 국제대회 개최 준비로 분주하다.오는 6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예천스타디움에서 ‘제20회 예천아시아 U20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열린다.이번 대회는 2년마다 20세 이하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무대로 아시아 45개국에서 선수, 코치 등 1천5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대회이다.우리나라에서는 예천군에서 최초로 개최된다. 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군 지역에서 대규모 국제대회를 유치했다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예천군은 대회 40여 일 앞두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전국 대다수 도시가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등으로 지역소멸이라는 난제에 빠져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예천군은 신도시 건설에 따른 인구 증가와 각종 투자유치 외에도 중장기 스포츠마케팅 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흔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불리는 관광산업 못지않게 스포츠산업은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력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예천군은 군 단위의 소도시이기는 하지만 스포츠 분야에서는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곳이다. 명실상부한 활의 고장으로서 2명의 궁장 보유자를 배출했다.육상분야에서는 사계절 전천후 육상훈련이 가능한 예천육상실내훈련장 및 경북육상실내훈련장을 중심으로 경사로 훈련장, 모래사장 훈련장 등을 벨트화하여 최고의 육상훈련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스포츠 인프라로 인해 예천군에는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을 위해 9만여 명의 양궁·육상 선수들이 찾고 있다.예천군은 아시아 육상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을 발굴하는 최고 권위의 U20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육상의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기회이다.예천군은 대회 유치가 확정된 뒤 전담 TF팀을 구성·운영해 오고 있다. 대회조직위원회를 설치하고 하부조직을 기획운영팀과 홍보지원팀으로 나눠 차근차근 대회를 준비해왔다.자원봉사자와 운영요원 모집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모집된 900명의 자원봉사자는 선수단 통역, 안내, 시설 운영 보조 등에 힘을 보탠다. 50여 명의 운영요원도 선발해 별도의 강습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 뒤 경기장 내 심판을 보조하는 역할로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행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재정을 투입해 시설 개보수에만 총 95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등 대회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53억 원으로 예천스타디움 구조 변경 공사를 끝냈고, 1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전광판 설치도 완료했다. 현재 진행 중인 조명타워 설치와 경기장 도색 작업도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다.국제대회의 핵심은 원활한 대회 운영이다. 이미 국제 수준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예천군은 매년 5~6차례 열리는 전국규모의 육상대회를 다년간 개최해오며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특히,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대회 개최에 참여했던 다수의 관계자가 이번 대회 운영에 참여하는 만큼 세계적 수준으로 치러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예천군은 육상메카로 자리매김하며 쌓아온 노하우에 글로벌 역량을 더해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기록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치의 오차 없는 완벽한 무대를 제공할 계획이다.예천군에서는 양궁 유니버시아드나 군인 체육대회의 종목별 양궁 경기를 개최한 적은 있지만, 단일 종목 국제대회를 치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세계 수준의 육상대회 개최 역량을 과시해 볼 참이다. 작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가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러낼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육상도시의 명성을 아시아 전역에 각인시켜줄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나아가 국내에서 개최하는 국제대회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대한민국 육상에 희망을 밝혀 주는 계기를 마련할 생각이다.이번 대회는 단순히 하나의 대회를 치르는 게 아니라 5만6천여 군민 모두가 글로벌 마인드를 갖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세계적인 스포츠 도시로 발돋움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겠다.

2023-04-30

아이를 죽이는 교육

김규종 경북대 교수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은 일 년에 단 하루 있는 어린이 ‘해방의 날’이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공부에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혹사당하고 있는지를 보다 못한 유엔이 나서서 어린이들에게 휴식과 놀이를 권고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지구촌에서 이토록 가혹하게 어린이들을 공부로 닦달하는 두 나라가 있으니, 인도와 한국이다.교육에 관한 대표 저서로 사람들은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을 꼽는다. 당연한 일이다. 1762년에 출간된 ‘에밀’은 260년 세월이 흐른 오늘에도 시의성과 설득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에밀’이 출간된 해에 조선의 영조는 27살 먹은 사도세자를 뒤주에 넣어 굶겨 죽였다. 문명과 야만의 지극한 대비가 선연하다.‘에밀’이 출간되기 7년 전인 1755년에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기막힌 통찰을 선보인다. 학문은 무위에서 예술은 사치에서 나왔다고 일갈한 것이다. 그 문장을 읽던 순간 온몸을 관통(貫通)하는 전율에 잠시 눈을 감아야 했다. 농업혁명으로 촉발된 잉여(剩餘) 농산물이 불러온 계급과 문명 그리고 국가의 탄생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켰던가!훗날 출간된 ‘사회계약론’이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이론적 기반이 되었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유럽 제국주의가 남미의 은을 약탈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유럽의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여 계몽주의를 가능하게 하고, 마침내 산업혁명과 정치혁명까지 일어나 유럽은 그야말로 근대를 일구는 첨병으로 세계사를 쥐락펴락하지 않았던가!‘에밀’을 읽다 보면 수능시험 하나로 귀결되는 우리의 초중등 교육의 야만적이고 살인적인 경쟁교육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어린이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참혹하고 처절한 교육 아닌 교육이 교육의 탈을 쓰고 주인 행세하는 나라! 어린이를 타고난 본성에 따라 교육해야 인간답게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루소가 살아있다면 뭐라 할 것인가?!노예처럼 공부만 하는 아이는 불행하다고 외치면서 루소는 미래 행복을 위해 시작하는 교육은 야만이라 못 박는다. 대학입시 하나만 보고 초등에서부터 선행학습으로 달려가는 이 나라의 21세기 극성 엄마들을 야만인으로 규정하는 18세기 ‘에밀’. 어린이를 천재 혹은 수재로 만들고 싶어 안달 난 숱한 엄마들에게 경종을 울리면서 루소는 말한다.“어린 시절 지나친 독서는 아이에게 재앙이다. 호기심으로 글자를 익히게 하고, 아이의 어휘를 아이에게 맞는 수준으로 제한하라. 아이는 농부처럼 일하고, 철학자처럼 사고해야 한다.”공부 잘하는 자식을 선전하고 과시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힌 엄마의 과욕이 아이를 정신적·육체적 예비 장애인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참혹한 현실! 자기의 말을 노예처럼 순종해야 착하다고 머리 쓰다듬는 엄마는 미래에 자식이 남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은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루소는 질책한다. 당신이 아이를 위한다는 구실로 강요하는 살인적인 교육을 그만두지 않으면 아이는 평생 고통받을 것이다. 이제는 제발이지 멈출 때다.

2023-04-30

수성못 소유권 갈등 끝내고 대구시민 품으로

대구의 대표 관광지이자 시민 휴식처인 수성못의 소유권 갈등이 해결책을 못찾고 여전히 증폭 중이다.지난주 대구 수성구의회는 수성못 관광안내소 앞에서 수성못 소유권 반환을 위한 결의문 낭독과 함께 대시민 서명 운동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이인선 국회의원과 김대권 수성구청장도 함께했다.수성못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은 2018년 농어촌공사가 대구시와 수성구청을 상대로 수성못 일대 부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점유한 대가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내면서 본격화했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농어촌공사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농업생산 기반시설로서 기능을 다한 수성못의 소유권을 대구시민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지난해 8월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수성못 소유권이 대구시로 무상양여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을 요청했다. 또 이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폐지된 저수지 등을 관할 지자체에 무상양여할 수 있게 하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이런 갈등 속에 대구시 등이 농어촌공사에 대해 재산세를 부과했고, 농어촌공사는 재산세 회피를 위한 시행령 개정으로 맞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져 있다.수성못은 일제 강점기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조성한 인공 저수지다. 도시발전 과정에서 수성못 일대가 유원지로 개발되면서 수성못은 농업용수 공급 기능이 사실상 폐지된 상태다. 지금은 대구시민이 가장 즐겨찾는 휴식처이자 관광지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지자체가 대구시민의 공간을 보다 쾌적하게 개발하고자 하나 농어촌공사에 소유권이 있으니 공사의 협조가 없으면 개발을 더 진행할 수가 없다. 재판 결과와 별개로 국회서는 이 문제와 관련한 법안을 추진 중에 있다. 지역 정치권이 나서 현실적 대안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수성못이 지금과 같은 명소로 탄생한 것은 지자체의 공이다. 또 시민의 휴식처로서 자리를 잡은 지도 이미 오래된 만큼 시민의 품에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올바른 방법이다.

2023-04-30

가능성 열린 테슬라 유치, TK총력전 펴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나 테슬라 기가팩토리(전기차생산공장) 한국 신설을 다시 한번 요청함에 따라, 포항시를 비롯한 국내 항만도시들이 테슬라 유치의지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머스크에게 특별히 제작한 브로슈어를 전달하면서 “테슬라가 한국 투자를 결정한다면 입지·인력·세제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한국은 기가팩토리 투자지로서 여전히 최우선 후보 국가 중 하나”라고 응답했다. 머스크가 윤 대통령과 약속한 대로 한국을 방문할 경우 테슬라 유치 가능성은 커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도 머스크와 화상 면담을 통해 테슬라의 한국투자를 요청했고, 머스크도 “한국이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라고 말했었다. 그 후 국내에서 포항을 비롯해 울산, 강원도 등 7개 지역에서 테슬라 유치 계획을 정부에 전달했다. 특히 포항은 영일만산업단지 인근에 50여만평 규모의 테슬라산단을 조성키로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다가 지난 1월 한 외신이 테슬라가 인도네시아와 기가팩토리 신설을 잠정 합의했다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테슬라 유치 열기가 갑자기 식었다. 당시 머스크는 이 보도에 대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는 허위인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라”고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테슬라가 아시아에 제2 기가팩토리 전용공단을 신설한다면, 포항이 최적지다. 포항은 영일만항 물류 인프라와 원활한 교통망에다 안정적인 철판 공급망을 갖춘 포스코,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 클러스터, 포스텍의 연구기반까지 구축되어 있어 전기차공장 입지로는 타 도시를 압도하고 있다. 포항시가 영일만에 추진하는 테슬라 전용공단은 자동차를 선적할 항만과 바로 접해 있다.유철균 경북연구원장은 포항에 테슬라를 유치하면 경북은 경기도에 버금가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유치는 TK(대구경북)의 도약을 위한 둘도 없는 기회니만큼, 경북도와 포항시는 테슬라 유치를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한다. 로봇산업에 강한 대구시와도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

2023-04-30

아메리칸 파이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인에게 가장 한국적 음식은 김치나 된장과 같은 숙성음식이다. 미국인에게 가장 미국적인 음식은 무얼까? 단연코 아메리칸 파이다. 그중에서도 애플파이다. 아메리칸 파이는 미국 어느 곳에서나 즐겨 맛볼 수 있는 미 국민의 디저트다. 요리 방법도 지역따라 각양각색이다. 아메리칸 파이 축제도 많이 열려 미국 여행 때는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이다.미국 숙어에 ‘as American, as apple pie’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주 미국적’이라는 뜻이다. 아메리칸 파이를 미국의 상징처럼 표현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그의 학창시절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화제다. 아메리칸 파이는 ‘빈센트’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돈 맥클린(77)이 작곡한 곡이다.인기 절정인 가수들이 1959년 다음 순회공연을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사한 것에 영감을 얻어 작곡한 이 곡은 ‘그날 음악은 죽었다(the day the music died)’라는 가사로 국내서도 잘 알려져 있다.원작자 맥클린은 백악관 국빈만찬에 초대를 받았지만 콘서트 투어 중이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윤 대통령의 노래를 듣고 “내년에 한국에 가서 함께 노래할까 한다”고 화답했다고 외신은 전한다.윤 대통령의 노래 선곡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미국적인 이미지의 아메리칸 파이였다는 것은 절묘한 측면이 있다. 외국인이 아리랑 노래를 우리말로 불러 한국인에게 감흥을 안겨주는 것과 같이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부른 이 노래가 양국간의 정서적 친밀감을 더 높여주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음악이나 예술이 갖는 마술같은 효과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30

합법과 정의 사이

유영희 작가 2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모범택시’가 얼마전 시즌 2로 돌아와서 시청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모범택시’의 인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드라마에서 다룬 사건이 모두 실제 있었던 사건이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 사건 중에는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 사건도 있어서 시청자들에게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준 셈이다.4월 27일 진통 끝에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특히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모범택시 2’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눈에 띈다. 모범택시 9화와 10화에서는 의사 안영숙이 손이 떨려 수술을 못하게 되자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로 수술을 시키다가 걸려서 면허가 정지되었지만 6개월 후 재교부받아 다시 같은 의료 사고가 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의료사고에 대해 안영숙이 적절한 처벌을 받지 않고 다시 병원을 차리려고 하자 모범택시 팀이 단죄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에피소드는 의사가 반복적으로 범법을 저질러도 면허가 유지되는 점을 악용한 사례를 고발하고 있다.게다가 현행 의료법은 허위진단서 작성이나 허위 진료비 청구와 같은 의료 행위와 관련된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의료인 결격사유로 보고 있어서 일정 기간 자격 제한을 하지만, 강력범죄나 성범죄 경우는 아예 결격사유로 보지 않아 그런 죄를 지어도 바로 의사로 복귀할 수 있어서 논란이 많은 상황이었다.그래서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결격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범죄’로 넓혀서 선고유예를 포함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금고형 한 번에 영원히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아니고 금고 이상의 형으로 면허 금지되었다가 재교부 받은 후 다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10년간 재교부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현재 변호사 법무사 회계사는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결격사유가 된다. 그런데 이런 개정안에 대해 의사협회에서는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고 과잉 입법의 여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이런 뉴스를 보면서 어떻게 드라마와 현실이 이렇게 다를까 의문이 생긴다. 시청자들은 안영숙이 심각한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계속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현행 의료법에 공분했지만, 현실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을, 그것도 두 번째 면허 정지를 받고서야 10년 금지하는 조항이 부당하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을 보면, 이 괴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한편으로는 택시 기사 김도기의 활약이 판타지에 가까운 영웅적인 모습이라 이런 방식이 오히려 현실의 합법적 해결을 외면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제대로 심판받지 못한 사건이 해결되기 어렵다면, 드라마에서만이라도 응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모범택시 2 블랙썬 에피소드에서 김용민 기자가 김도기의 해결 방식에 대해 ‘합법은 아니지만 정의로웠다’는 대사가 나온다. 합법과 정의가 일치하는 사회는 언제쯤 올까?

2023-04-30

혁신의 모멘텀은 무엇인가

정상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혁신은 조직의 힘으로 움직이는 속성이 있고 오랜 습관화 된 편함을 바꾸는 것이기에 저항이 따르고 우호적이기 어려운 일이다. 편함에 변화를 주면 더 편함에 이르는 것을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피하려 한다. 혁신은 치아 교정원리처럼 들어간 치아와 나온 치아를 바로잡고 철사로 묶어 3년을 보내고 보조경을 끼워 1년 반을 보내야 제 위치에 자리잡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일하는 사고 일하는 방법을 체질화 하려면 치아교정원리처럼 많은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최근 필자가 컨설팅 하고 있는 P사의 지원 부서에 혁신의 전문성을 갖춘 임원이 부임했다. 혁신활동의 지침이 남다르고 부서 혁신의 동력을 걸며 함께 활동하는 조직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일에 영혼을 불어 넣어라, 문제의 본질을 보고 원인을 규명하라. 스토리를 만들어야 역사가 된다. 질문의 리더십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라. 개선 후 작업표준화하라’ 등 현장에 생각이 서고 있다.가뭄의 단비처럼 좋은 현상이고 현장 개선력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기업의 혁신활동은 대내외 변화에 맞는 방향설정과 현황 분석 후 목표를 정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조직 전체가 공감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 혁신의 모멘텀은 무엇인가. 조직적 요소와 기능적 요소로 구분한다. 조직적 요소는 조직구조, 분위기, 문화, 리더십 등이 있고, 기능적 요소는 기업역량, 기술개발, 경영전략, 혁신전략 등에 따라 모멘텀은 달라진다. 혁신은 조직의 힘으로 움직이지만 조직은 인사가 동력이 된다. 인사는 조직내부의 혁신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4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추진한다.첫째,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관점을 얘기한다. 인사는 이러한 다양성을 유지하고 관리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인재육성과 성장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은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인사는 인재육성과 성장을 촉진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조직내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장려함으로써 혁신을 촉진 할 수 있다. 셋째, 학습과 개발이다.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이뤄진다. 인사는 학습과 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넷째, 조직문화이다. 조직문화는 혁신을 촉진하거나 반대로 억누를 수 있다. 인사는 조직문화를 조율하고 조정하여야 한다. 위의 4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인사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혁신의 모멘텀을 갖는 것이다. 혁신이 지속성을 가지고 진화 발전하는 길은 인사와 연계하는 활동이 되어야 하며, 제도화, 시스템화 시켜 모든 직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습관화로 나타나 영속적인 기업의 일하는 문화로 가야 한다.글로벌 선진기업 도요타자동차는 개인의 성장비전을 직속 상사가 제시하며, 일과 개선의 강한 모멘텀이 되고 있고, 개인도 꿈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조직의 혁신 모멘텀이 되는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인사가 행위의 단초가 된다.

2023-04-30

기록과 보존 안 하는 한국 사회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시니어 테니스 대회에 고문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본부석의 경기대진표에는 한 번 지면 탈락하는 토너멘트의 경기결과가 표시되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이겼는지만 표시하고 스코어가 표시되지 않고 있었다. 이상한 풍경이었다. 경기진행자는 모든 다른 시니어 대회도 그렇게 한다고 전한다.미국에서 오랫동안 동호인 테니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스코어 표시를 안 하는 대회를 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도 과거 필자가 진행한 대회는 그렇게 한 적이 없었는데 가벼운 충격이 다가왔다.스코어가 표시되지 않으면 어떻게 경기가 진행되었는지 알 길이 없고 승자 패자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비상식적인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게 ‘기록과 보존을 안하는 한국사회의 단면’이다.그런데 돌이켜 보면 포스텍에서 28년간 테니스 동아리 지도 교수를 하면서 매년 거행되는 각종 대회의 결과를 잘 보존하라고 했건만 잘 보존되는 걸 보기 힘들었다. 결국, 일부는 지도 교수가 기록 보존했지만, 학생들도 그런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았다.하긴 국가적 차원에서의 청와대 기록이나 정부 기록도 잘 보관되지 않아 전 정부의 기록들을 참고하지 못하고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또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전 정부의 부서를 폐기하고 생소한 새로운 부서를 만든다. 다행히 이번 정부는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몇 년 전 포항 역사의 상징 포항 기차의 역사(驛舍)는 결국 무참히 부서졌다. 그 부서진 역사 위로 차가 달리지만 허탈감은 너무 심했다. 특히 해병대 출신의 전역 장병들의 가슴은 휑하니 뚫렸다는 소문이다.눈물과 기쁨,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포항역이었다. 일본시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해방과 함께 건축된 포항역사는 거의 100년 가까운 포항의 산증인이다.필자는 10년 전 2013년 여름 두달 간 드레스덴이라는 옛 동독의 명품도시에서 드레스덴공과대학교 총장의 초청으로 방문 연구를 한 적이 있다.그곳엔 아주 유명한 프라우엔교회 (Frauenkirche)가 있다. 이 교회는 300년 전 지어졌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전쟁이 끝난 후 드레스덴 시민들은 언젠가 재건축될 것을 생각하며 무너진 프라우엔교회의 돌에 번호를 매겨 보관했고, 독일 태생의 한 과학자가 노벨상 수상 기금을 모두 기부해 어린 시절 프라우엔 교회의 기억을 되살리며 10여 년 전 완전 재건축에 성공했다고 한다.그에 반하여 한국에서는 옛 건물들과 유적지들은 사라지고 있다.서울의 종로2가에 있던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화신백화점 건물이 사라진 건 큰 충격이었다. 일제시대에 건축되어 옛 건축미를 가지고 있던 그곳은 초현대 건물로 바뀌었다. 중앙청 건물은 일제의 잔재라고 하여 폭파시키고 해체하였다. 단성사 국도극장 등 보존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이젠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파리나 런던, 바르셀로나나 리스본 등 유럽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형성되어 있다. 옛 건물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이러한 유럽의 오랜 도시들뿐만 아니라 역사가 일천하다는 미국의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도 방문해 보면 옛날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그러한 역사적 건물들이 관광자원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치욕의 역사적 건물, 부서진 역사적 건물도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교훈으로 삼고 있다.심지어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상업도시의 중심 젯다를 방문했을 때, 젯다의 옛마을을 보존하고 있었다. 젯다의 ‘올드타운’이라는 옛마을을 재건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급격히 발달하는 나라이지만 사우디는 국격으로는 한국에 뒤지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젯다의 옛마을은 비록 세련되게 보존은 하지 못했지만, 옛모습 그대로 놔둔 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역사적 가치란 무엇인가. 반드시 건물이 고풍스럽고 멋있어야 하는가. 그냥 오랫동안 거기에 있던 건물이라면 그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다. 그 건물의 초석은 그 시대의 것이고 건축양식은 좋든 싫든 그 시절 것이다.진행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폐철도 공원 조성 시 축소된 모형을 건립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 모형이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왜 한국은 역사를 무시하고 부수고 없애는 것일까 그리고 기록을 보존하지 않는 것일까?서울의 성냥갑처럼 서 있는 아파트촌을 보면 어지러워지기까지 한다. 요즘은 각 지역도 마찬가지로 황폐해지고 있다. 그냥 부수고 없애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걸 좋아한다.기록도 하지 않고 옛것을 무시한다. 역사는 무시당하고 있다. ‘기록과 보존을 안 하는 한국사회’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2023-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