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날씨가 무척 덥단다. 기온은 25도를 넘을 것 같고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영향으로 뿌연 대기는 미세먼지 ‘매우 나쁨’으로 예보되고 있다. 그 치열하던 선거 열풍도 사라지고 난 거리에는 벚꽃도 다 져버렸다.
4월의 달력을 다시 살펴본다. 많은 기념일이 있고, 특히 우리들의 기억을 불러내는 큰 사건이 많다. 4·3 제주 사건의 희생자 추념일도 있고 16일의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명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지 못한 채 진도 해상에서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단원고 학생 등 300여 명의 원혼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19일은 4·19혁명 기념일이다. 1960년 3월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들이 중심 세력이 되어 일으킨 의거(義擧), 크게 말해서 민주혁명이다.
혁명(revolution)은 사회적 가치체계가 변화하였거나 그러한 변동을 야기시키는 과격한 사회적, 정치적 변동을 의미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는 해방과 함께 민주주의 교육이 실시되어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변화시켰고 삶의 도시화로 기존 질서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4·19의거와 같은 반정부시위가 민주항쟁으로 번져서 고교생과 대학생 약 3만여 명이 나라를 제2공화국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큰 선거를 치르고 나면 어디에선가 사회 변화가 꿈틀거릴 수 있다. 이 혁명이란 말은 꼭 정치적인 것에만 쓰는 것이 아니고 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혁신들을 언급하며 우리의 뇌리에 박혀있다. 요즘 사회는 3차 디지털 혁명을 거쳐 AI와 빅데이터 등 인터넷 기술 발달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며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선거 결과가 마음을 질퍽거려 밝은 길을 달려봤다. 지난 일요일,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에서는 무형문화재 전승공연이 있었다. 포항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가 포항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이화 도화 만발하다’라는 주제로 가야금 병창, 판소리, 살풀이춤, 농악뿐만 아니라 택견까지 우리의 고유문화를 이어 나가는 행사였다. 한여름 한겨울을 빼고 매월 둘째 주 일요일 오후에 ‘신라마을’ 잔디밭에서 펼치는 공연이라, 많은 관객이 한옥의 마루에 걸터앉아 흥을 나누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귀비고(貴妃庫)에도 내려가 연오랑세오녀의 전설도 살펴보며 포항시의 축제 활성화 노력을 헤아려 봤다.
해안도로를 달려 호미곶 유채밭에 가보니 14만 평의 노란 물결 속에 휩쓸리는 상춘객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가득하다. 가을에는 메밀꽃과 해바라기가 아름다운 들판을 만들게 하는 것도 신선한 변화이려니 호미곶광장으로 가서 ‘상생의 손’을 본다. 이번 주말 20일부터 이틀간 제13회 호미곶 돌문어 축제가 열린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활문어 경매 쇼와 문어잡기 체험, 가요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으니 가족들과 함께 호미곶을 찾아 바닷바람 맞으며 유채꽃 향기도 듬뿍 맡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호미곶 막걸리 한 병 사서 돌아오는 길, 붉은 저녁노을이 영일만을 가득 채운다. 푸른 동해, 영일만과 호미곶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어 옛 철강 도시 포항의 위상을 뛰어넘는 관광 혁명이 일어나기를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