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 한차례 폐기된 경험이 있는 이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또다시 폐기된다면 이것이야말로 21대 국회가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21대 국회가 처리할 시간은 5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임시국회가 마지막 기회다.
다행히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는 관측이 나와 21대 국회 내 처리에 대한 기대감을 주고 있다. 특별법은 원전가동으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관한 세부적 규정을 명기한 법안이다. 1978년 고리원전 가동 후 쌓인 사용후 핵연료가 1만8천t에 이르러 더이상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자칫 원전을 멈춰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한 법안이다.
지난 2월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 핵연료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저장시설 확보가 시급하다”며 법안의 국회 통과를 호소한 바 있다. 그는 “한빛, 한울, 고리원전은 10년 내 방폐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최악의 경우 원전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앞으로 국내 32기 원전에서 4만4000t까지 사용후 핵연료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장 시작한다 해도 37년이 걸린다고 하니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경북 경주시 등 원전소재지 주민들은 고준위 특별법이 불발되면 자칫 임시저장 시설이 영구시설화되는 것 아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항의를 수 십차례 벌이기도 했다. 특히 원전 수출 등 다시 불붙은 원전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법안의 통과는 서둘러져야 한다.
세계 원전운전국 상위 10위권 내 국가 중 영구방폐장 건설에 착수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5월 중 열릴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탈원전 친원전 등의 이념적 논쟁을 떨쳐내고 여야는 국가의 장래를 내다본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반드시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