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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도권 중심론자의 ‘예타면제’ 시비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면서, 수도권 중심론자의 이기적인 사고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설전은 지난 14일 윤 전 의원이 C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역에 다 공항을 만들면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에 무안공항에서 동네 주민이 고추 말리는 사진도 봤는데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한데서 비롯됐다. 듣기에 따라서는, 바로 이날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TK신공항 특별법을 비꼬는 투로 해석됐다. 이에 홍 시장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신공항을 비아냥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윤 전 의원을 직격했다. 홍 시장은 TK신공항 없이는 대구·경북의 미래가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두사람간 설전의 쟁점은 ‘예타’다. 윤 전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예타 기준을 완화하는 여야협치로 전국이 총선 공사판이 될 우려가 있다”며 비아냥댔다. 누가 들어도 대구·경북과 부산, 광주 신공항건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대규모 재정사업의 예타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도권 보수언론이 중심이 돼 예타면제 기준 완화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기사를 쓰자, 국민의힘이 갑자기 법안처리에 제동을 건 상태다.예타는 지난 1999년 예산낭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예타는 사업의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본심사인 타당성조사는 기술적인 문제에 중점을 둔다. 경제성 분석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B/C)’을 따진다. 자연적 돈과 사람이 몰려 있는 비수도권이 유리하다.과거에도 수도권언론은 사회간접자본(SOC) 예타면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세금 낭비·선심성 사업‘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예타지수는 그 속성상 인구나 경제력이 집중된 곳일수록 높게 나오게 돼 있다. 수도권에서는 도로나 전철건설 등을 위한 예타가 수월하게 진행되지만, 비수도권 SOC건설은 예타면제 없이는 거의 사업이 불가능하다. 예타가 수도권 일극주의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 재정법시행령에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적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 면제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국회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예타면제의 기준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준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차별과 특혜 논란으로 지역 간 갈등이 심각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 명확한 기준 없이 광역단체별로 1개의 SOC사업에 예타를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했다가, 지자체간에 큰 혼란이 발생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당시 각 지자체가 SOC사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권력실세들에게 줄을 대는 사태가 발생했다. 윤희숙 전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 정치인들은 국가균형발전이 시대적 과제임을 꼭 명심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예타와 상관없이 공기업 지방 이전을 단행해 비수도권 지역민들로부터 두고두고 칭송을 받지 않는가.

2023-04-25

AI 진리전쟁

전재영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역사에 대해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역사란 인쇄된 종이 조각에 불과한 것. 중요한 것은 역사를 만드는 일이지, 역사를 쓰는 일이 아니다.”그가 정확하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역사를 만드는 일 만큼, 역사를 쓰는 일은 예전에도 중요했고, 앞으로 어쩌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껏 불러왔던 역사라는 것이, 이제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데이터라고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데이터는 인간의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철학, 종교, 윤리 등 모든 분야의 심오한 질문들에 응답할 수 있는 AI 개발을 위해 사용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지금 ChatGPT에게 낙태나 이민자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을 하면, 매우 중립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런 답이 가능한 것은, 사회적 이슈가 될 법한 내용들은 ChatGPT를 만든 OpenAI가 검열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의 편향된 답과는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잘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여기서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검열 작업이 누구의 생각을 바탕으로 되었냐는 것이다. 위키피디아의 글들은 전 세계 흩어져 있는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검열을 하지만, ChatGPT에 행해진 검열은 한 조직의 생각에만 기반을 둔 검열이기 때문이다.우리는 구글 검색을 할 때, 일일이 링크를 눌러보며 내가 찾는 것과 가장 가까운 검색결과를 분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전부 건너뛰고, 바로 답을 줄 수 있는 ChatGPT가 구글을 대체할 것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의 독점이 딱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글 검색을 하는 동안은, 우리가 검색 결과를 추려내는 일종의 검열자 역할을 스스로 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최소한 진리를 강요받지는 않았다. 아니 최소한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비진리인지를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우리에게 주어졌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선택권을 잃어버리는 중이다.OpenAI는 계속 중립을 유지할 것이라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회사는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 한 대기업이나 한 국가에 속하는 것을 원치 않는 몇몇에 의해 세워진 비영리회사로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몇 억 달러를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공급받는 하청업체가 되어 버렸다.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을 쫓아내고 공화국을 세운 동물들은 7계명을 작성했고, 그 중 하나는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동물이 죽임을 당했는데, 원래 계명은 이미 소리 소문 없이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로 수정되어 있었고, 어느 누구도 원래 계명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 했기에, 그 죽임은 이유 있는 죽임으로 합리화 된 채 그냥 그렇게 마무리 된다.위키피디아가 시작한지 20년이 지났다. 이제는 위키피디아에 있는 문서들에 대해 진리를 판가름하려 드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동물농장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이제 진리전쟁을 준비해야만 하는가?

2023-04-25

포항 수도산을 거닐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처럼의 여유로운 휴일 아침,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길숲을 따라 걸었다. 폐선된 철도부지에 도시숲을 조성하던 중 분출된 천연가스에 불이 붙어 ‘불의 정원’이 된 불꽃은 6년째 계속 타오르고 있고, 양학동으로 이어지는 비탈진 주말농장 터에는 시민들의 문화·전시·휴양을 만끽할 수 있는 ‘포항철길숲 시민광장’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줄곧 자전거로만 달리던 철길숲을 한가로이 걸으니 이것저것 보이는 것도 많고, 주변의 상가나 식당 등 달라진 곳도 더러 보인다. 그렇게 한시간여 걸어서 이른 곳은 포항시 북구 덕수·우창·중앙·용흥동 일부지역에 위치한 덕수공원이다.수도산 자락에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인 6·25전몰군경 충혼탑과 반공순국청년동지위령비, 모갈거사(茅葛居士) 순절 사적비 등 호국·보훈시설과 충절·공덕비가 있는 덕수공원은, 관음사 등 3개의 사찰과 포항시 당산(祠堂)을 비롯, 호국감사둘레길·운동시설 등이 조성돼 철길숲과 연결되는 시민들의 행락, 휴식처이다. 산이라기 보다는 78m의 낮은 구릉같이 보이는 수도산을 처음에는 백산(白山)·서산(西山)·모갈산 등으로 불리다가, 일제시대인 1923~1926년에 걸쳐 산마루에 완공된 저수조(貯水槽) 등의 상수도 시설로 인해 현재는 수도산(水道山)이라 불리우고 있다.40년 이상 포항지역에 살면서 차를 타고 서산터널을 통행하거나 수도산 주변을 수없이 지나치면서도 덕수공원과 수도산을 제대로 둘러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긴,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급행열차 같은 일상의 틈바구니에 놓치고 챙기지 못한 일들이 어디 산책이나 산행뿐이랴. 가끔씩 여유롭게 주변을 찾아 문화재나 유적지를 답사하며 자연을 벗삼다 보면,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이 한결 새롭게 깊은 울림으로 스며들텐데 말이다. 그래서 떠남과 스밈은 고금동서와 만나 사유하고 교감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수도산의 중턱쯤에는 회백색의 콘크리트 육각형 구조물로 일제시대의 건물양식을 띤 돔 형태의 뾰족한 지붕으로 마감된 당시의 배수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10여㎞ 정도 떨어진 도음산 학천계곡에서 물을 끌어와 고지대의 상수도 시설에 물을 채운 후 당시 중앙동, 덕수동 일대 300여 가구에 급수를 해줬다 하며, 물의 덕은 커서 그 지경이 없다는 뜻의 ‘수덕무강(水德无疆)’ 글씨가 건물에 새겨져 있지만 글씨를 쓴 사람의 이름자는 훼손된 상태다.초록의 향연이 굽이치고 있는 수도산 일대는 도심 속의 쉼터 같이 아늑하게 다가왔다. 그다지 높지도, 힘겹지도 않은 둘레길을 따라 걸으니 군데군데 아파트 숲과 주택가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고, 멀리 영일만의 푸른 바다와 포스코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문화적인 유적이 있고 전망 좋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다니, 공원에서 느껴지는 호젓함보다는 테마가 주는 정겨움으로 위안과 안도감을 주는 편한 곳이 아닐 수 없었다.몇일 간 심했던 미세먼지가 사라지니 개운하기만 하다. 어쩌면 ‘수도산’ 같은 명칭의 일제 잔재가 미세먼지 마냥 찜찜하게 여겨짐은 필자만의 과민일까, 기우일까?

2023-04-25

우리가 책을 볼 때, 책은 우리를 본다

우리 세대에서 가장 통찰력 있는 이미지 비평가 중 하나인 존 버거는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하는 질문을 통해, 동물원에서 인간이 동물을 관찰하는 것에 담겨 있는 의미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인간은 동물원 안에 갇힌 동물들을 보러가지만, 정작 그곳에 진정한 동물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원에서 우리는 인간과 친밀한 동물의 모습을 보러가지만, 그것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동물원 속의 동물과 인간의 구별된 모습에 불과하다. 인간의 시선을 통해 만들어낸 구경이라는 행위의 가치는 제도의 한계를 벗어나 그 근원을 바라보는 것이 될 수는 없다.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동물원의 쇠창살 너머로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의 이미지를 발견하지만, 그 너머로 우리를 바라보는 동물의 시선은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하는 그대로의 것일 뿐이다.우리가 책을 통해 세상을,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것 역시 어쩌면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한때 인간의 문학은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미니어처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다시 세상을 바꾸는 도구로 여겨지기까지 했지만, 정작 그 문학 속에 진정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이미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들어 있는 것뿐이다. 마찬가지로 내 손이 닿는 영역 저 바깥에 존재하는 타인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문학작품을 통해 가끔 진정한 타인을 만난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고 친밀한 타인만 존재한다.우리가 동물원을 벗어나서야 동물의 진짜 동물성을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진정한 세상이나 낯선 타인이란 책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의 눈에 들어올 수 있는 대상일지도 모른다. 동물원이 아니고서야 동물을 보기 어려운 것처럼, 문학이나 책이 아니고서야 세계나 타인의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 속에 진정한 그것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동물원’은 과연 인간이 ‘나’를 벗어나 진정한 세계를 발견하고, 저 바깥의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을 보여준 가장 고전적인 우화이다. 이 희곡은 오래 전 가족을 떠난 톰이 자기를 소개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톰의 어머니인 아만다 윙필드는 먼 나라를 동경하여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꾸려가면서 현실을 부정하고 빛났던 과거를 동경한다. 하지만 아만다는 과거와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아들인 톰과 로라의 삶에 끊임없이 간섭한다. 아만다에게 있어 현실이란 그저 부정의 대상일 뿐이고, 그 시선은 현실 너머의 빛나는 과거를 향해 있을 뿐이다.이 가족 드라마 속에서 ‘유리동물원’이라는 제목은 로라가 집착하듯 모으고 있는 유리로 된 동물들을 가리키는 것이면서, 또 아만다가 가족을 바라보는 방식으로서 그녀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이기도 하다. 로라는 자기가 모으던 ‘유리동물원’을 깨뜨리고 만 짐과의 사랑을 통해 현실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지만, 정작 로라가 마주친 현실은 허위와 거짓으로 가득차 있었다. 유리동물원 속 모든 가족들은 자기들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으며, 환상에서 벗어나 실제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가족의 환상을 떠나는 방법밖엔 없었던 것이다. 세계대전이 아직 한창이던 1944년 극작가인 테네시 윌리엄스는 당시 미국인들이 갖고 있던 가족에 대한 환상과 실제 사이를 폭로하는 작품을 썼던 것이다.우리는 동물원에서 동물을 보고, 책을 통해 세상을 본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의 시선이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난 뒤 저기 있는 비어있는 실제의 현실을 만나는 것까지가 독서의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3-04-24

영천 임고서원, 정몽주의 숨결

영천에 가면 고려말 충신,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1337~1392년)를 모시는 임고서원(臨皐書院)이 있다. 1600년경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은 이 서원은 해가 좋은 날, 맑은 공기를 폐부에 녹여가며 한나절 산책하기에 딱 좋은 풍광과 정취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원의 입구에는 수령이 500년이 넘은 웅장하고 풍성한 은행나무가 반갑게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 근처에 정몽주의 단심가와 그의 어머니가 지었다는 백로가가 새겨진 독특한 모양의 기념비가 보인다. 그 옆에는 서원으로 들어서는 계단이 있다. 임고서원은 현재 신서원과 구서원으로 나뉜다. 왼쪽에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몇몇의 건물이 구서원이며, 오른쪽에 큰 마당을 중심으로 시원하게 서 있는 건물들이 신서원이다. 근처의 ‘포은이 물고기가 아니라 용을 낚는다’고 이름 붙인 조룡대(조옹대)와 용연, 상징적인 선죽교와 포은박물관, 지역문화와 연계가 높은 충효문화수련원, 산책로가 모두 서원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임고서원은 1553년 경상도 관찰사 정언각(鄭彦慤·1498∼1556년)이 건의하고, 노수·김응생·정윤량·정거 등이 함께 창설을 계획하여 그 1년 뒤인 명종 9년에 창건되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소수서원(紹修書院·1543년)의 건립 때처럼 퇴계 이황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임고서원은 ‘조선왕조실록’에 사액서원이 되는 과정을 5번이나 기록할 정도로 조정의 관심을 받았으며, 소수서원(안향)·문헌서원(최충)·남계서원(정여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남의 대표적인 서원이 되었다.사액서원이 된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면서 나라가 인정한 위상이다. 왕이 하사한 사서오경과 많은 위전을 보유하여 지방문화의 최전방에 위치하게 되었으며, 직지사·인각사·환성사·운부사 등의 토지에서 세금을 수조할 수 있었으며, 생선과 소금과 노비를 통해 경제적인 안정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입의 안정은 서원의 운영을 원활하게 하여 그 영향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임고서원의 영남을 아우르는 영향력은 목판이 아닌 목활자를 소유하고 있어 지방의 관공서에 빌려주었다는 기록이나 임진왜란 이후에 다시 사액서원이 되었다는 기록이나 ‘심원록(尋院錄)’에 적힌 방대한 방문자 이름만 살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심원록’에 의하면, 주로 퇴계학파와 남명학파가 많이 방문했으며, 종종 기호학파에서도 방문했다. 퇴계학파와 남명학파 모두 방문 기록이 많은 이유는 기축옥사(己丑獄事·1589년)로 인해 동인이 남인과 북인으로 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임진왜란 전에는 퇴계학파만의 서원이 아니라 영남 전체를 아우르는 서원이었다. 하지만 임고서원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완전히 화재에 소실되어 8년간 향사도 못 지내고 불타버린 옛터에 겨우 한 칸의 초가집을 마련하고서야 정몽주의 영정을 모시는 수모를 겪는다. 1600년 이원익에 의해 새로 짓게 되면서, 선조 36년(1603년)에 현재의 위치에서 다시 사액을 받는다. 이후 서원철폐령(고종 8년, 1871년)으로 문을 닫았다가 1965년에 이르러서야 정몽주 위패만 모시고 다시 서원을 복원하였다.정몽주와 충은 뗄 수 없는 단어다. 하지만 그는 조선을 위한 충신은 아니었고, 쓰러져 가던 고려의 중흥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다. 그가 조선에서도 ‘만고의 충신’이 되었던 이유는 태종의 추앙과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년)의 극찬이 있어서이다. 정몽주와 죽음의 대척점에 서 있던 태종의 이러한 행위는 성리학을 빠르게 정착시키기는 방편도 되었지만 ‘다른 길을 걷는 자에 대한 존경’이라는 옛 선비들의 기상을 드러낸 부분이기도 하다.포은은 효로서도 유명하다. 19세에 부친상으로 3년 움막 생활을 하고, 24세에 장원급제를 하나 29세에 모친상으로 3년간 시묘살이를 한다. 1389년 그의 효행을 기리며 유허비가 세워졌다. 조선 성종때 경상감사 손순효(孫舜孝·1427~1497년)는 꿈속에서 백발노인의 “내가 이곳에 묻혀있는데 꺼내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인근을 수색한다. 그는 유실되었던 포은의 유허비를 찾아 다시 세웠다. 유허비는 복원된 정몽주 생가 인근에서 찾아볼 수 있다.현재의 임고서원은 교육기관이자 의례의 장소이자 지역 문화의 중심이었던 옛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문화재 보존과 관광으로 인한 지역의 활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소극적인 활동이 주를 이루며 지역 문화의 최전방에 있던 활발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영천만의 콘텐츠로 삼기에는 경기 지역에 포은과 관련된 행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각 지역만의 콘텐츠여야만 할까. 포은은 유명인이라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와 관련된 역사적 장소는 전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지역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관광 상품과 체험형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전국이 연계된 문화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해가 좋은 봄날, 푸른 새싹이 돋아 싱그러운 임고서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포은 정몽주의 숨결을 되짚어본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최정화 스토리텔러

2023-04-24

대구 수출 고공행진…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전국적인 수출 부진에도 대구지역 기업의 수출이 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3월 대구지역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1.8% 증가한 11억5천만 달러로 전월 10억1천만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월별 수출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가장 높다.같은 기간 전국이 46억3천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과 달리 대구는 2억5천만 달러의 흑자까지 기록했다.이같은 호조세는 전기차 배터리소재와 경작기계 등의 미국발 수요가 늘고, 중국의 리오픈닝 영향으로 기계류, 의료용기기의 수출이 증가한 때문이다.무역협 관계자는 이런 수출 증가세에 대해 “친환경 모빌리티와 같은 성장산업에 필수인 중간재를 공급한 때문”으로 원인을 분석했고, 또 대구시는 “시가 추진하는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으로도 분석했다.대구는 지난해 7월 민선 8기 출범후 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 등을 5대 신산업으로 설정하고 산업별 육성 전략을 추진해 왔다. 대구 미래 50년을 이끌 주력 업종을 시대변화 등에 맞게 다듬어 가고 있다. 단기간에 실적이 나오진 않겠지만 첨단 분야에서 성과가 도출된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전국 수출부진 속에 지역에서 괄목할 성장을 낸 것은 의미있다.최근 대구와 경북은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지역 미래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또 대구에 국가산단이 추가로 지정되는 등 대구경제에 대한 지역민 기대감도 과거보다 높아졌다.신산업과 유망기업을 잘 유치하면 도시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도시간 기업 유치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런 이유다. 자치단체가 어떤 정책을 펴고 어떻게 기업을 지원하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최근 대구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게 지역의 산업구조 재편 노력과 유관하다면 산업구조 개편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지역산업에 대한 정밀분석과 전략을 통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주어야 한다. 특히 대구시는 유관기관과의 소통의 폭을 더 넓혀 중소기업이 많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전략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3-04-24

부유한 국가, 불행한 국민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유엔이 최근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HR) 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OECD 38개국 중 35위로서 최하위권이며, 조사대상 137개국 가운데 57위다. 세계 10위의 경제력, 1인당 GDP 3만3천 달러의 부유한 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불행이다.행복이란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은 ‘삶의 질적 만족도’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평가’이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물질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가치관, 사회적 신뢰도, 정부의 청렴도, 사회적 관계 등 정신적 요인들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그렇다면 한국인들은 풍요 속에서 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가? 양극화와 빈부격차로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소득·교육·기회의 불평등에 따른 빈곤의 대물림이 심각하다.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경쟁문화는 동물의 세계와 같다. OECD국가들 가운데 최악의 자살률·우울증·노인빈곤율·사회적 고립도 등은 불행의 증표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0.78%는 청년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반증한다.반면에 행복지수 6년 연속 1위인 핀란드 국민들의 삶은 다르다. 핀란드는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제도화된 나라다. 연간 30일의 유급휴가, 출산에 따른 유급육아휴직은 부모 각각 160일이 보장되고, 노인·장애인·신생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이 완벽하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고, 그들은 높은 세율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특히 핀란드인들의 행복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요인은 ‘신뢰’이다. 정부와 정치에 대한 높은 신뢰, 공동체에 대한 높은 상호신뢰가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었다. 정치인들의 청렴한 삶은 사회적 신뢰를 조성했고, 대화와 타협의 선진정치문화는 국민통합에 기여했다.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제 한국이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우리의 행복은 ‘정부와 개인’의 차원에서 ‘물질과 정신’이 동시에 개선되어야 제고될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국민신뢰 회복, 소득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 행복한 나라는 구성원들 간 행복격차가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원의 강화와 ‘워라밸’의 제도화 역시 중요하다. 나아가 행복을 위한 올바른 가치관교육, 즉 개인적·물질적 가치 못지않게 사회적·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전인교육’이 절실하다.개인차원에서는 ‘행복할 수 있는 인생관과 가치관’이 요구된다. 행복은 외적·물질적 조건보다는 내적·정신적 성숙에 더욱 좌우된다. 행복은 돈·권력·명예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 일정수준을 지나면 더 이상 행복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돈·권력·명예와 관련하여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함으로써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바로 ‘내 안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2023-04-24

주목받는 공유 숙박

홍석봉 대구지사장 에어비앤비(Airbnb)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명의 집 주인이 세 명의 숙박객을 맞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22년 말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용하는 세계 최대의 공유 숙박 서비스가 됐다. 자신의 방이나 집, 별장 등 사람이 지낼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빌릴 수 있다.국내에서는 2013년 1월 정식 오픈했다.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국내에 숙소 1만3천여 곳을 확보했다.지난해 말 기준, 에어비앤비는 220개국, 10만 개 도시에서 660만 개의 숙소를 갖추고 14억 차례의 체크인 횟수를 기록했다. 15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최근 서울의 한 에어비앤비 숙박업소에서 중국인 커플이 예약을 취소해주지 않는다며 120t의 수돗물과 평소 5배가 넘는 가스를 사용하고 출국, 민폐 사례로 언론 조명을 받았다.대구시는 최근 민관합동 단속을 벌여 공유 숙박 플랫폼을 이용한 무신고 숙박업소 3곳을 고발했다. 지자체 마다 합동 단속이 한창이다. 현행법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숙박업은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한옥 체험업과 농촌민박업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영업 신고를 않고 공유 숙박 플랫폼 등을 통해 빌라 등에서 숙박업을 하다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에어비앤비는 외국에서 숙소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됐다거나 성범죄 피해 등 이용객들의 주의보가 잇따르지만 이미 대세가 됐다.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한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학계 등에서 공유 숙박 플랫폼의 법제화가 논의됐지만 법 개정은 감감무소식이다. 공유 숙박과 기존 숙박 업체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우버에 이어 공유 숙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24

수도권중심 신당론, 與野 반성의 계기 돼야

민주당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도 몸담았던 금태섭 전 의원이 올 9월 추석 전에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 양당의 편 가르기 정치와 교착을 깰 수 있다”는게 창당 이유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30석’을 얻는 게 목표다. 금 전 의원의 신당창당 의도는 공감이 가는 측면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여야가 모두 싫은 무당층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무당층 비율이 29%로 나타났다. 민주당 36%, 국민의힘 31%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치다.우리나라는 지금 양당정치의 폐해로 중병을 앓고 있다. 여당지도부는 잇단 설화로, 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저께 페이스북에서 “자진 탈당하고 검찰수사 받겠다는 송영길, 당에 해악을 끼치든 말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이재명, 전광훈 늪에 빠진 여당 지도부”라고 양당을 비판하면서, “이러다가 정말 제3지대 정당이 탄생하나”라고 말했다.우리나라에서 제3지대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역 기반이 탄탄하거나 대선주자급 인물이 중심이 될 때 힘을 받을 수 있다. 여야 의원 중에는 아직 동조하는 의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3·8전당대회 이후 조용하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안 의원의 경우, 제3지대론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지만, 다음달부터 토크콘서트 형식의 대중정치활동에 나선다. 유승민 전 의원은 어제(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중외교에 대해 비판하며, 비주류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신당합류 여부가 주목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여당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으니 자기만의 노선으로 고쳐보겠다”며 합류에 선을 그었다. 제3지대 신당의 파괴력은 미지수이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왜 수도권 신당론이 주목을 받는지 철저히 분석해보고,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

2023-04-24

인공지능과 조화를 기대하며

김규인 수필가 과학기술의 발달은 휴대전화를 손에 들리고, 인터넷세상은 그들이 올리는 정보의 바다로 만들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고자 사람들은 더 빠르고 용량이 큰 시스템을 원했다. 이렇게 인공지능(AI)에 대한 요구는 커졌고 이제는 어디서나 ChatGPT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ChatGPT는 일상에 관한 단순한 질문에서 전문적인 분야에 관한 질문까지 능숙하게 대답한 답변이 매스컴을 통해 소개된다. 기대 이상의 놀라운 대답에 감탄도 하지만 엉뚱하거나 틀린 대답이 나올 때도 실망하기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머지않아 우리 삶의 중심에 우뚝 자리 잡을 것 같다.그도 그럴 것이 책 한 권을 7시간 만에 쓰고, 그가 쓴 글이 문학대회에서 수상하고 인공지능 관련 주식은 실적 관계없이 연일 오름세를 지속한다. 선진국에서는 미래의 먹거리로 인정하여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인공지능 관련 기업체에서는 계획을 세우고 조직을 확대 개편하며 돈을 투자한다.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일어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찬다.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일어난다. 애플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무분별한 사용을 걱정하며 ChatGPT를 17세 이상만 쓰게 하자며 앱 등록을 거부했다. 또한, 전쟁에 이용되는 것을 우려하여 인공지능이 사람 목숨을 결정하는 허용 범위, 인공지능 무기체계에서 자율성의 범위, 그 결과 책임에 대한 고민도 이루어진다. 유럽의회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정상회담의 필요성도 제안한다.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 자본주의로 인해 자신의 밥줄을 걱정하는 일반시민들의 근심도 늘어난다. 나아가 기술 발달이 인공지능을 가진 살상 로봇의 개발을 부추기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데 인간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대원칙이 개발에 앞서 필요하다.인공지능이 뛰어나다고 하여도 인간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으며 인터넷이 닿을 수 없는 정보는 답하지 못한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ChatGPT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만능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공지능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답을 말하였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신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정리하여 답할 뿐이다.그런데도 인공지능이 현대 산업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등장할 가능성은 크다. IDC 등 평가 기관에서 인공지능 시장 전망을 밝게 본다. 매년 급속하게 성장하는 큰 시장은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경제 외적인 면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이기에 기대와 불안한 마음이 함께하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어느 때보다 신뢰성, 공정성, 안전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존엄성마저 헤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어떤 일이라도 인공지능이 일의 결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생활에 폭넓게 쓰일수록 인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서로 보완하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조화로운 삶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2023-04-24

‘에어 조단’의 추억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6학년이 되자 농구화를 신고 등교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포츠는 단연 농구였다. ‘슬램덩크’와 ‘마지막 승부’, 그리고 기아자동차, 연세대, 고려대 등이 활약하던 농구대잔치의 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NBA(북미 프로농구 리그)의 인기 때문이었다.학교 앞 문방구에 가면 NBA 스티커와 수집책을 팔았다. 밀봉된 팩에 NBA 선수 스티커가 무작위로 들어 있고, 그것을 수집책에 붙여서 모을 수 있었다. 그 조잡한 인쇄 품질로 미루어 볼 때 정식 발매된 것이 아니라 이문에 밝은 누군가가 해적판으로 만들어 유통시켰던 것 같다. 수집책에는 선수 이름과 빈 칸이 있어서 모든 스티커를 모으면 이동식 농구대를 받을 수 있었다. 농구대를 놓을 만큼 넓은 마당을 가진 아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우리는 그 스티커 모으기에 열광했다. 샤킬 오닐, 찰스 바클리, 하킴 올라주원처럼 유명한 선수들의 스티커는 희귀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것은 마이클 조던이었다. 마이클 조던 단 한 명을 채우지 못해 매일같이 문방구를 들락거리며 용돈을 탕진하는 아이가 한둘이 아니었고, 나 또한 그중 하나였다.중학생이 된 기념으로 외할머니가 ‘에어 조단’ 농구화를 사 주셨다. 그때는 ‘조던’이 아니라 ‘조단’이라고 불렀다.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아티스’ 운동화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나이키 농구화는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그렇게 재미있던 미니카와 팽이치기가 점차 시들해지고, 빈 농구대를 찾아 이 학교에서 저 학교로, 이 공원에서 저 공원으로 방황하는 날이 늘어났다. 물론 ‘에어 조단’이 마이클 조던의 농구 실력까지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라서 내 슛은 림을 빗나가기 일쑤였다.최근 개봉한 영화 ‘에어’는 나이키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농구화인 ‘에어 조던’ 시리즈의 탄생과정을 다룬다. 1984년, 업계 최하위였던 나이키는 브랜드를 대표할 새 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NBA 루키였던 마이클 조던을 주목한다. 예산 부족으로 경쟁 업체들에 밀리는 상황이었지만, 나이키의 스카우터는 조던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단 한 명의 선수를 위한 농구화 라인업을 제안해 계약을 성사시킨다.이 영화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1980년대 미국발 대중문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당대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것이다. 하나의 상품에 불과한 농구화에 스토리를 부여하여 레거시(legacy·유산)로 만들어 내는 미국 문화의 힘이 경이롭기도 하다.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 분)를 중심으로 한 ‘에어 조던’ 팀의 활약상도 흥미롭다. 영화가 재현하는 나이키의 개방적인 기업 문화는 모든 직장인들의 꿈일 것이다.무엇보다도 나에게 있어 이 영화는 ‘에어 조단’을 신고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기억을 소환하게 해 주었다. 우리는 나이키 농구화처럼 현대적인 것들이 신화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현대의 신화’는 어떤 것들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2023-04-24

‘환동해 중심의 가까운 섬’으로 도약하는 울릉도

남한권 울릉군수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유치환 시인의 시 울릉도의 첫 시행이다. 귀중한 국토의 일부로서 울릉도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을 잘 드러내주는 명시이다. 하지만 지금 울릉도는 ‘환동해 중심의 가까운 섬’으로 도약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첫 행보는 울릉도 독도 지원 특별법이다. 울릉도 독도는 지정학적 특수한 위상과 더불어 환동해 중심이자 지역 자원의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이고 실질적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다. 일본의 영토 분쟁과 더불어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과 지역민들의 정주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경북 시장군수협의회는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결의문까지 채택하고 오늘 9월 입법을 목표로 종횡무진 활약 중에 있어 울진군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올해 초 눈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발전가능성과 겨울 관광거리가 전무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젠 사시사철 관광상품을 발굴하고 기존의 관광상품을 더 발전시켜 나아갈 계기가 마련됐다. 또 제4의 섬의 날 행사는 울릉군에서 열리는 첫 번째 국가 기념행사로 8월 8일부터 15일까지 8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 행사를 통해 섬 주민들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울릉도 독도의 가치와 중요성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지역특산물을 단순히 운송 판매에 그치지 않고 연구 개발해서 고부가 가치의 제품을 개발해서 상품화를 시도하고, 기술을 민간에 이전, 울릉군의 농업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지역의 성장 동력이 주민들에게서 나온다고 할 때, 현재 울릉은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상황이다. 특히 전반적인 정주여건의 열악함이 인구유출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점이다.정주여건은 관광객들에게는 편의성으로 체감되며, 주민들과 이전을 고민하는 잠재적인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중요조건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인구 증가를 위해서는 정주여건 전반을 향상시켜나가야 한다.우선 의료 분야를 살펴보면, 울릉도 내부의 의료 역량을 높이는 것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태의 응급 환자 이송 체계를 더욱 상시적이고 신속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이에 지난 1월 보건복지부와 해군본부를 차례로 방문해 도서벽지인 지역사정을 고려해 의사가 없는 진료과목에 공보의를 배정해 줄 것과 울릉도에 주둔하는 해군 118전대에 의무실 설치를 건의했다. 그 일환으로 임시방편이나마 해군1함대 의무대가 울릉군민 대민진료를 발판으로 지속적인 대민진료의 계기가 됐다.하지만 관광수요가 증가하면서 울릉군의 관광객 환자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여서 1차 의료 인력의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의료 인력 보충 및 의료원내의 요양시설을 입원시설로 변경해 관광객 및 주민의 간단한 봉합수술이나 입원 시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이뿐만 아니라 대학병원과의 의료 협약 추진을 통해 울릉 내부의 의료 역량을 높여가기 위해 노력중이다. 교육은 울릉군내에서 초·중·고교육은 물론, 대학교육까지 높은 수준까지 받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이다.울릉도 독도 특별법이 제정이 된다면 울릉고등학교에서 서울시내 유수의 대학들에 정원 외 입학이 가능해지고 교육으로 인한 인구 유출 방지는 물론이고 인구 유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도서지역으로서 물류 문제 해결도 과제이다. 내륙과의 물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본질적 원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울릉군 차원에서 주민생필품 해상운송비 보조와 농수산물 택배비 무상지원 차량 운송비 지원을 통해 울릉의 물류가 매일 유통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농수산물의 신선도를 위해서 적기에 안정적인 수송이 이뤄지도록 1일 택배사업을 시행 중이다. 주민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울릉(사동)항과 연계해 바다를 메워 건설 중인 울릉공항건설이 순항 중이며 경북도의 2030년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이 찾도록 한다는 목표에 발맞춰 체류형, 스마트 관광 인프라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2023-04-23

다무포를 아시나요

야무진 꿈을 꾸었다. 이십 대였나, 삼십 대였나, 동해안 국도를 걸어서 종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꿈은 액자 속에 흐릿하게 갇히고 현실은 형광의 도시를 누비느라 바빴다. 어쩌다 한 번씩 답답한 액자를 벗어나 빨주노초파남보 하늘을 그리고 싶다. 이런 날은 무작정 집을 나선다. 서너 시간 혼자 어슬렁거릴 곳을 찾는다.고래가 머무는 곳,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이어진 해파랑길 14코스인 다무포 고래마을이다. 골목이 뿜어내는 소리는 낮고 가늘다. 그 소리를 담은 집들은 모두 오수에 빠진 듯하다. 4월의 봄바람도, 방파제에 한 번씩 부딪히는 파도도, 갯바위에 앉아 꾸욱, 꾹 대는 갈매기도 풍경을 이루는 화소이다.하얀 등대가 보이는 의자에 앉는다. 등대는 바닷길에 불 밝히느라 꼿꼿한 채 서 있다. 굵은 비, 가는 비 내려도, 태풍으로 속의 것들을 다 긁어 토해낼 때도 흔들림이 없다. 따뜻해진 봄 바다 그 위로 갈매기 서넛 난다. 그래, 지금쯤 수평선 너머 고래가 떼를 지어 오고 있겠다. 4월과 5월쯤 고래 산란기에는 이곳 먼바다에 고래가 나타난다. 그 종류가 20여 종이 넘는다. 바다 향해 귀를 쭈욱 열자 멀리서 고래 소리가 다양하게 들리는 듯하다.다무포의 맑고 적당한 수온은 고래가 새끼를 낳고 회귀하기 좋은 조건이다. 해마다 이때쯤 수십 마리씩 고래는 다무포 앞바다를 찾는다. 한때 고래잡이로 마을 주민들은 넉넉한 생활을 누렸다. 그런데 1986년 국제협약에 의해 상업적인 포경이 금지되었다. 그 이후 마을 길목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사라지고 활기로 가득했던 집안도 더는 들썩이지 않았다. 이십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행히 2008년 고래생태 마을로 지정되었다. 수평선 저 멀리 고래 떼가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관심이 생겼다는 것은 벌써 행동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음이다. 다무포 마을의 쇠락이 멈추고 그곳에서 작은 꿈틀거림이 음쑥음쑥 자란다. 2019년 ‘포항시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역량강화 사업’에 선정되어 마을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따가운 여름 햇볕과 함께 골목이 들썩거렸다. 마을 담벼락 곳곳에 하얀색 페인트를 입히고, 그 위에 미역 그림이 한들거린다. 미역 줄기 사이로 물고기가 춤을 추고, 거북이 한가로이 노닌다. 담벼락마다 다른 그림과 조형물은 이 곳을 찾는 이에게 다채로운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한다. 이순혜 수필가 바다에서 담벼락으로 옮겨 온 고래가 타일 속에서도 헤엄친다. 여럿이 그린 고래는 그들만의 고래로 골목을 가득 채운다. 가만 들여다보니 유치원생에서 고등학생 그리고 학부모도 참여했다. 하나씩 짚어가며 고래를 불러들인다. 그의 이름들을 부르자 어느 유치원, 어느 초등학교 몇 학년이라 쓴 명찰을 앞세우고 지느러미를 파닥거린다. 이들은 커다란 한 마리 고래가 되어 담벼락을 꽉 채운다. 포항시에 따르면 4월에서 5월 해안선을 따라 헤엄치는 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동해에서 고래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오늘은 먼바다의 고래가 다무포 마을 골목에서도 만난다.나란히 어깨를 맞춘 파란 지붕 따라 골목을 걷는다. 아까부터 따라온 담벼락의 고래도 숨을 몰아쉬며 잠시 멈춘다. 누구는 이곳의 로맨틱한 풍광이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닮았다고 한다. 산토리니에는 고래가 없는데, 고래가 머무는 이곳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산토리니에 가면 다무포 마을에 가봤니? 라고 물어볼 것이다.한 번쯤 마음을 빼앗길 만한 곳을 찾는다면 이곳에 오시라. 고래가 머무는 파란 지붕과 하얀 담벼락이 있는 다무포에. 마음 한 켠에 잔잔하게 흐르는 여유를 갖고 싶다면. 따스한 봄날의 여기 풍경은 가장 빛나고 반들반들한 마음 한 곳에 저장할 만하다. 곳곳에 쉬어가기에 괜찮은 상상의 의자가 당신을 기다린다. 저 수평선 윤슬이 반짝이는 곳에 고래 한 마리가 튀어 오른다. 나는 고래 등을 타고 동해를 유람하는 꿈을 상상하겠다.

2023-04-23

민심과 함께 가는 방법

김진국 고문 지난 대통령 선거는 비호감 대결이었다.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모두 50%를 넘었다. 60%를 넘은 후보도 있다. 비호감 투표를 쉽게 풀어보면 이런 것이다.“A가 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 A만 아니라면 누가 되어도 좋다. A 외에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 B다. B에게 투표해 A의 당선을 막아야겠다.”비호감 투표에 정책이 끼어들 틈이 없다. 정책 때문에 표를 찍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후보들이 국가의 미래 비전을 그리는 데 힘을 쏟을 이유가 없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당락을 결정한다. 경쟁 후보의 비호감을 키우기 위해 흑색선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선 가능성을 따지다 보면 양대 정당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가 된다. 이런 선거를 계속하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비호감이 늘어난다. 유권자는 정치로부터 멀어진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無黨層)이 지난해 대선 이후 가장 많은 31%에 이르렀다. 18~29세에서는 무당층이 54%, 30대도 37%나 됐다. 중도층에서는 무당층이 41%에 달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이 바람에 내년 총선에서 제3당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87년 헌법 체제에서 제3당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제3당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양당제로 돌아갔다. 3김 정당과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한때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20~30대는 탈이념 성향이 뚜렷하다. 이들의 절반가량이 무당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그런 탓이다.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사안별로 자기 의견이 분명하다. 양대 정당이 이들을 품으려 했지만 결국은 갈등을 겪으며 밀어냈다. 결국은 이들이 중심 세대로 커갈 것이다. 이들의 불만이 양대 정당에서 충족되지 못하면 제3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더 중요한 것은 선거법이다. 현행 선거법은 고칠 수밖에 없다. 계속 위성정당을 만들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동형’은 실패했지만, 큰 방향은 지지율과 의석수의 비례성을 높이는 쪽이다. 사표(死票) 심리에 막혀 비호감 정당을 계속 선택할 수는 없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는 2대 1까지 줄였다. 표의 가치를 같게 해야 한다는 이유다. 같은 논리로 늘어난 무당파에게도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선거법을 아무리 고쳐도 대통령은 어차피 한 사람이다.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을 끌어안는 수밖에 없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할 때마다 자신을 찍지 않은 사람까지 받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점점 더 갈등과 분열의 상징이 되어간다. 대통령은 국민 통합의 상징이다. 다른 누가 그 역할을 하겠는가.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갇혀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4주째 30% 정도에 정체돼 있다. 취임 직후를 제외하면 내내 30%와 40% 사이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지지율만 깎아 먹었다. 잔치가 되어야 할 행사가 혐오만 불러일으켰다. 지도부는 출범하자마자 계속 사고만 치고 있다. ‘윤심’ 논란 탓에 부담을 윤 대통령에게 돌렸다.윤 대통령은 정부와 정치권을 재빨리 장악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과 정치권은 다르다. 검찰은 핵심 요직만 장악하면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은 그렇지 않다. 검찰 조직은 일사불란하다. 이견을 틀어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정당이 일사불란하면 유권자가 달아난다.정치는 표다.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선거를 해야 한다. 이기려면 지지 세력을 넓혀야 한다. 정치는 깎아서 빛이 나는 보석이 아니다. 깎으면 깎을수록 힘이 줄어드는 삼손의 머리카락이다. 민심은 물이다. 잘만 이용하면 땅을 비옥하게 하고, 무역선을 띄울 수도 있다. 물결을 거스르면 배가 뒤집힐 수 있다. 겁을 먹고 물길을 막으면 망조가 들 수도 있다.그렇다고 정치지도자가 민심에 끌려다녀서도 안 된다. 함께 가되 조금은 앞서서 이끌어야 한다. 마음이 앞서 너무 앞서 달리면 민심과 멀어진다. 한 발짝, 아니 반 발짝만 먼저 가야 한다. 목동은 혼자 달려봐야 소용없다. 양 떼와 함께 가야 빨리 간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4-23

슬기로운 직장생활, 신념(信念)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지난주 포스코 50기 QSS개선리더와 함께 2박 3일 제주도 연수를 다녀왔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따라 2020년부터 중단되었던 포스코 QSS개선리더 연수 프로그램을 재개한 것이다.1일 차에는 팀 안에서 나를 돌아보고, 팀워크를 향상하는 성찰 워크숍, 2일 차에는 경영 위기극복 다짐 및 QSS활동 발전 방향 워크숍, 3일 차에는 제주 용암수, 에너지 미래관 등 첨단시설 벤치마킹 견학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필자는 그곳에서 혁신 활동의 리더인 개선리더에게 ‘성공적인 QSS개선리더를 위한 자세’란 제목으로 강의를 하였는데, 이때 소개한 자세와 신념은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직장인에게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여 소개하고자 한다.첫 번째는 열정과 끈기이다. 열정이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집중하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더디 가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처럼 열정 있게 하려면 일을 좋아해야 한다. 끈기란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원주민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라는 속설에는 ‘비가 올 때까지 끈기 있게 기우제를 지낸다’ 라는 역설의 의미가 있다.두 번째는 소통과 협력이다. 소통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하고, 이해와 배려는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예의로서, 나를 낮추고 상대를 존경하고 배려해야 한다. 협력은 끈끈한 동료애와 믿음을 기반으로 서로 힘을 합쳐서 도와주는 것으로 동료에 대한 믿음이 팀워크(Teamwork)로 나타나며, 협업을 통해 성공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세 번째는 구체적 계획과 실행이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신들의 영역이라는 히말라야 8천m 고봉 16개를 최초로 등정하자 기자들이 대장에게 성공의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자 “구체적인 계획과 철저한 실행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직장인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도 이와 유사하다. 변화무쌍한 프로젝트 환경에서 구체적 계획 그리고 철저한 실행을 통해야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위에서 논한 3가지 자세는 신념이란 단어와 합해질 때 폭발적인 시너지가 난다. 신념(信念)이란 한자는 상형문자가 발전하여 한문이 됐는데, 신념이라는 한문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인 변에 말씀언이 믿을 신(信)자이며, 이제 금에 마음심이 더해져서 생각념(念)이란 글자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신념을 풀이 해보면 “사람(人)이 지금(今) 자기 마음(心)에 끊임없이 하는 말(言)”로 풀이가 된다.‘시크릿, 신념의 마력’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신념은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믿는 것이며, 그 신념에 대한 보상은 믿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끊임없이 된다고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열정과 끈기, 소통과 협력, 철저한 계획과 실행”의 자세로 무장하길 바라며, 이를 통해 도전하는 삶, 성공적인 삶, 행복한 삶을 이루어 나가길 빈다.

2023-04-23

인간이기에 기억한다

유영희 작가 초등교사 이현길은 춤추는 선생님이다. 혼자서만 추는 것은 아니고 아이들과 같이 춘다. 그는 교사 생활 17년 차로, 그동안 계속 아이들과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에 특별히 뜻깊은 졸업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무대를 만들어 SNS에 올리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다. 그가 올린 영상마다 이런 활동이 얼마나 어려운지 공감하는 현직, 퇴직 교사들의 감동 댓글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이유는 그저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어서라고 한다. ‘기억’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돋보인다.지난주에, 암 투병 중이신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을 동창과 함께 만나고 왔다. 헤어질 때 선생님이 한 말씀 하신다. 지금도 내 눈에는 너그들 고등학교 때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네는 내 맘 모를끼다. 그렇지 않다. 선생님의 기억과 다르기는 하겠지만, 우리 역시 그때를 눈에 선하게 기억한다.기억한다는 것은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자 조지프 르두는 ‘우리 인간의 깊은 역사’를 통해 인간의 뇌가 발달해온 과정을 설명해준다. 새로운 상황에서 자신의 반응을 선택하여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행동적 유연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영장류는 숙고할 수 있게 되었는데, 특히 언어를 가진 인간은 그냥 숙고보다 뛰어난 심사숙고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어서 그는, 인간은 심사숙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에서 목표의 가치를 저장할 수 있고, 이것을 이용하여 미래에 더 새롭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좋은 경험은 삶의 활력소가 되기에 그런 일을 기억하는 것은 즐겁고 자연스럽다. 반면 나쁜 경험은 고통을 수반하기도 하고 비용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잊고 싶은 사람, 잊으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심한 경우, 나쁜 경험을 기억하는 사람을 조롱하기도 한다. 학폭을 오래전 장난으로 치부하거나 학폭 당한 일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그런 걸 여태 기억하느냐고 비웃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기억하는 것이다.4월은 기억해야 할 역사적 기념일이 많다. 조금 멀리는 1960년에 일어난 4·19 혁명 기념일이 있고, 가까이는 9년 전, 4·16 세월호 참사가 있다. 그러나 이 기억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치 있게 저장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외치던 신동엽의 마음을 우리는 이미 잊은 지 오래되었고, 4·16 참사의 기억 역시 기억의 저편으로 넘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하고 심사숙고할 줄 아는 인간이다. 나쁜 경험이라도 미래의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좋은 경험으로 기억되는 데는 대화가 있다. 아이들은 이한결 선생님과 춤을 추면서 대화했고,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은 수업과는 상관없이 우리에게 5분 스피치 기회를 주었다. 4월의 경험에서 알맹이만 남기고 미래의 유익한 결과를 선택하는 심사숙고 과정에서도 우리는 더 많이 기억하고 대화해야 한다.

2023-04-23

같은 것 달리 보기

김규종 경북대 교수 얼마 전 중간시험 감독을 하다가 손에 얻어걸린 작은 책자를 읽다가 생각에 잠긴다. 몇 년 전 우리 학과에서 초빙한 신임 교수의 글에 눈과 마음이 간 것이다. 그는 20년 전의 자신과 요즘 학생들을 비교하면서 아주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2020년대 대학생들이야말로 단군 이래 최고의 이력과 지적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수많은 지식과 정보에 노출되고, 체험을 통해서 예전 세대가 꿈도 꾸지 못한 것을 몸소 경험한 세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어린 시절부터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폰과 친하기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그들만큼 뛰어난 지식과 정보를 가진 세대는 일찍이 우리에게 없었단 것이다.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화기에 백과사전이 내장돼 있기에 필요한 어휘나 골자만 써넣으면 언제 어디서든 정보가 얼굴을 내미는 세상 아닌가?! 따라서 그는 요즘 세대를 걱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지 말고, 외려 그들의 가능성과 미래를 믿는 편이 낫다고 결론 맺는다.나는 그에게 동조하기도 하지만, 생각은 다르다. 2020년대 청년들이 휴대전화로 지식과 정보 검색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엔 동의한다. 빠른 손놀림으로 그들은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휴대전화에서 얻는다. ‘전광석화(電光石火)’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진 ‘사자성어(四字成語)’다. 문제는 이런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를 청춘들이 전혀 모른다는 사실에 있다.중고등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교수들 입에서 나온 지 한참 지났다. 세계사나 인문 지리를 공부하고 진학한 인문대나 사회대, 경상대 학생들이 거의 없다. 한국사는 물론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 역시 깜깜이다. 시험을 위한 시험 ‘수학능력시험’에 맞춰서 찍는 훈련만 한 것인지 속이 답답할 지경이다. 모든 면에 너무나 캄캄절벽이다.전화기에 들어있는 지식과 정보는 어떻게 쓰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그때그때 주머니에서 머리에서 가슴에서 꺼내서 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잠시만요, 하고 검색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가장 큰 문제는 독서량의 절대 부족과 기본적인 한자 혹은 한문 능력 부재에 있다.손가락 몇 번 두드려서 얻어내는 지식과 정보는 이내 잊힌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가고 상실한다. 고금동서 막론하고 진리다. 여기저기 책을 읽고 어렵게 찾아가며 묻고 기록하고 생각하면서 얻어야 진정한 지식과 정보로 남는 법이다. 더욱이 우리는 중국과 일본, 대만과 함께 유구한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최소한의 한자나 한문은 지식 습득에 필수적이다.각고(刻苦)의 고생 끝에 대학에 온 것은 대견하고 환영할 일이지만, 수능을 대신할 근본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때다. 강제된 독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독서와 한문 공부도 절실하다. 봄이 깊어가는 시절에 새삼 젊은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한다. 곧 소쩍새 울 것이다.

2023-04-23

포항시, 기업인의 ‘투자유치 助言’ 경청하길

포스코가 광양제철소에 2차전지와 수소산업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포항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포스코의 주요 투자처가 광양제철소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 때문이다. 2차전지와 수소산업은 포항시가 온갖 행정지원을 하며 집중 육성하는 산업이다. 포항시는 현재 정부에 2차전지특화단지 지정신청서를 제출해둔 상태다. 특화단지 대상지인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산업단지는 지난 2019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이후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대기업·중소기업 협력 생태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 그리고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핵심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제를 석탄 대신 그린 수소로 하는 기술이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포항제철소 인근 바다매립허가를 국토부에 제출해 둔 상태인데, 정작 포항시와는 깊이 있는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바다매립에 대해 지역사회 일각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포스코의 광양제철소 투자결정에 대해 특히 포항지역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 기업인들은 포항이 2차전지와 수소산업 메카로 부상하는 시점에서, 포스코가 산실(産室)인 포항제철소를 제치고 광양제철소에 투자결정을 한 것은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소재지는 포항으로 옮겨 왔지만, 미래철강 산업구도의 주도권은 광양에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포항철강공단 내 상당수 기업인은 “포항시가 산토끼만 잡으려 하지말고 집토끼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항으로 이전하는 기업뿐 아니라, 기존 포항지역 기업들이 재투자할 경우 과감한 규제완화와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포항시는 이제 포스코가 마냥 포항 위주로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위기감을 느끼고 포항을 기업친화적인 도시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포스코가 공장 지을 땅이 없어 광양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을 포항시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023-04-23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왜곡·폄훼되면 안 된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이 일부 정치인의 말다툼 과정에서 사업의 본질이 왜곡되거나 폄훼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특히 방송에 출연한 윤희숙 전 의원이 대구경북신공항과 관련해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으나 지역 신공항을 두고 “고추 말리는 공항”에 비견하는 등 사업의 의미를 추락시키는 자극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역민에게 큰 실망을 준다.또 그는 대구경북신공항과 광주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된 것을 두고 “미래세대 등골을 빼먹는 달빛동맹이 아닌 달빛결탁”이라 한 것은 존망의 기로에 선 두 도시의 애절한 염원을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 전 의원은 “신공항 건설에 소요되는 20조원을 창의적으로 쓴다면 지역을 위해 근사한 구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했으나 지금껏 국가는 그보다 더 많은 예산을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쏟아부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아직도 매년 수 만명의 젊은이가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신공항은 막다른 골목에 이른 지방도시가 던진 미래를 위한 마지막 생존수단이다. 특히 대구경북신공항은 과거 중소규모의 공항과는 결이 다르다. 물류 중심의 중추공항을 지향하고 있다. 신공항을 정치적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지방경제의 회생적 관점에서도 보아야 한다. 신공항과 연계가 잘되면 지역경제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도시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우주산업이 발전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하늘길은 많아져야 한다. 지방에 한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수도권론자들은 지방에 신공항이 건설되는 것에 대해 지금도 비판적이다. 국토면적 12%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비정상에는 눈을 감고 있으면서 말이다.신공항 건설은 홍준표 시장의 말대로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신공항은 군사·물류공항이지 정치공항이 아니다”고 했다. 지방소멸 위기감에서 탈출하려는 지역의 노력이 왜곡되거나 폄훼되어선 안 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신공항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2023-04-23

금값의 질주

우정구 논설위원 금값이 폭등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금거래소 가격으로 한돈(3.75g)에 36만7천원을 기록했다. 한국금거래소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2014년 3월(4만6천940원)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올랐다.최근 금값 폭등과 관련해 재미있는 뉴스가 하나 떴다. 2008년 함평군이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진 붉은 박쥐가 함평에서 발견된 것을 계기로 이를 관광상품화 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순금의 황금박쥐상이 대박이 난 것. 제작 당시 27억원을 들여 순금으로 만든 황금박쥐상은 예산 낭비라는 세찬 비판을 받았으나 최근 금값 폭등으로 황금박쥐상이 137억원으로 몸값이 오르자 전국적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금에 대한 인류의 애착은 오래됐다. 금관이나 금장식 등의 유물이 발굴된 것으로 미뤄보아 이미 수천년전부터 금은 인류에게 권위와 영광의 상징이었다. 영국의 파운드화가 가장 믿을만한 화폐가 된 것도 금본위제를 기본으로 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영국은 식민지로부터 뺏어온 금이 영국은행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우리나라에선 아기 백일이나 돌잔치에 금반지를 선물하는 관습이 있다. 아기가 금을 지니고 있으면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속설에 따르는 측면도 있으나 시대가 바뀌어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순금의 평가 때문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 금값은 더 가치를 발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금을 되팔면 시간이 지난 만큼 보상이 되는 것이 금의 가치다.최근 금값이 폭등한 것은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국제경제 침체 등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금값이 폭등하면서 돌잔치 선물용인 한돈 반지가 반돈으로 줄어들고 1g 반지까지 등장했다. 금값의 질주 언제쯤 멈춰질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4-23

포항시 투자하기 좋은 도시 맞나

이시라 사회부 포항 경제를 성장시킬 매머드급 투자 기회를 눈앞에서 놓쳐 버렸다. 이번에는 무려 4조4천억원.포스코그룹은 오는 2033년까지 광양제철소 옆 동호안 부지에 이차전지 소재·수소단지 조성 등 신성장산업 사업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포항시가 포스코의 공장건설 부지 확보에 머뭇거리는 사이 정부의 ‘규제 적극 완화’ 카드에 포스코가 적극 호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대규모 투자가 실행 되면 광양은 생산유발 효과가 연간 3조6천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조3천억 원, 취업 유발효과가 연간 9천명에 이르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창출된다.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포항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지난해 인구 50만명이 붕괴되고 난 뒤 급속한 인구 유출이 지속되고 인구 감소를 해결할 만한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투자가 포항과 경쟁관계인 광양에 집중된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다.포항이 광양에 투자기회를 뺏긴 이유는 신규 생산 설비를 건설할 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포항시는 포스코의 이번 광양제철소 대규모 투자를 사실 왜곡없이 객관적 시각으로 들여다 봐야 한다. 그간 규제를 핑계 삼아 기업의 투자 유치에 대해 소극적 태도롤 보인 것 아닌지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실제로 이번에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부지 관련 취재를 하면서 포항시의 답변을 듣는 과정에 ‘이건 아닌데….’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직원들에게 실망했다.국제사회의 탄소 중립에 발맞춰 포스코도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건설부지 확보 과정에 포항시의 행정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하는데도 직원들은 한결같이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란 식이었다.전화 받는 과마다 서로 ‘해양수산부’와 ‘환경부’의 몫이라고 떠넘기며 관련없다는 식이었다.업무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부서에서는 “환경영향평가 관련 업무는 중앙행정기관이 할 일이지, 포항시의 업무가 아니어서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포항과 포스코는 반세기 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성장해왔다.긴 시간 동안 포항시민들은 포스코의 발전이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며 이는 곧 국가 경제 발전에 귀결된다는 점을 잘 안다.하지만 정작 기업활동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포항시 직원들은 지역의 다급한 현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지금이라도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sira115@kbmaeil.com

2023-04-20

정보통신 야사(野史)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전화기는 물론 라디오도 없는 마을에서는 이웃 마을의 소식도 누가 와서 직접 전해주어야 알았다. 재 너머로 시집보낸 딸의 안부를 장날 그 마을에서 온 장꾼들에게 물었고,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자질구레한 여성용품을 파는 방물장수들이 세상 소식을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도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 말고는 자연에서 보고 듣는 것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대부분이었다.시골 동네에도 라디오가 들어오면서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그만 기계 상자 속에서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아나운서라는 사람이 수시로 나라 안팎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더 신기한 것은 남인수나 고복수, 황금심 같은 가수들의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하는 것이었다. 좀 규모가 큰 면소재지 같은 곳에서는 라디오 방송을 유선으로 중계하는 업자도 생겨났다. 라디오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달마다 약간의 돈을 내고 유선방송업자가 달아준 스피커를 통해서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방송하는‘금주의 인기가요’를 들으며 가사를 받아 적기에 열중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이미자, 최희준, 배호, 남진, 나훈아, 문주란이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였다.1960년대부터 KBS, MBC 같은 텔레비전 방송국이 개설되면서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한 것은 그야말로 인류사적인 사건이었다. 1972년 4월부터 12월까지 방영된 TV 드라마 ‘여로’를 보기 위해 국민 대다수가 그 시간에 모든 일정을 잠시 중단했다는 에피소드도 방송사에 남을 일이었다. 목소리로만 듣던 노래를 가수들이 직접 텔레비전에 나와서 부르는 걸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1981년부터는 컬러텔레비젼이 나와서 모든 것을 더 생생하게 전해 주었다.교환 전화가 다이얼 전화로 바뀌면서 공중전화도 생기고 전화기 보급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여러 날 걸려 편지로나 전할 수 있었던 사연도 전화 한 통이면 해결이 되었다. 삐삐로 불리는 무선호출기도 나와서 전화기를 떠나 있는 사람에게도 급한 용무가 있으면 신호를 보낼 수가 있었다. 1980년대에는 드디어 휴대전화기가 출시되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통화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2010년대에는 다기능의 스마트폰이 등장해 인터넷 검색과 금융거래, 사진기 등이 한손 안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실로 개벽 세상이 아닐 수 없었다.이제 노년에 접어든 우리세대는 위의 모든 과정을 몸소 겪어온 대한민국 정보통신사(史)의 산 증인들인 셈이다. 지금은 주로 동기회나 동호인, 종교단체 등의 단체카톡방에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세상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최근에는 챗GPT까지 등장해서 무한정 대화를 나눌 수도 있으니,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오싹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린 시절과는 천양지차의 금석지감이지만, 온갖 세상을 골고루 겪어본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일 것이다.달력을 보니 22일이 ‘정보통신의 날’이어서 잠시 지난 일들을 돌아보았다.

2023-04-20

곡우(穀雨)에 쌀값 투정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0일은 곡우(穀雨)다. 보통 음력 3월 중순인데 올해는 윤달이 끼어있어 이제야 춘3월이니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농경(農耕)의 절기이다. 무논에 가래질하고 논둑을 다듬고 논갈이하여 못자리를 잘 다듬어 놓으면 한 해의 풍년이 가슴에 차오를 텐데, 일기예보를 보니 중부지방에 이슬비 오고 대구는 30℃가 넘는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고 한다.옛 농가에서는 볍씨를 담근 장독을 씻어두고 자작나무나 박달나무의 즙으로 ‘곡우물’ 마시며 반가운 사람을 기다리다가 부정한 일을 겪었던 사람들이 오면 대문간에서 소금을 뿌리거나 쑥을 태운 연기를 쬐게 하여 나쁜 기운을 막고 한해의 불행을 피하자는 풍습이 있었다.올해도 농민들의 마음은 풍년을 빌겠지만 근래 쌀 풍년의 기쁨은 국가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풍년 탓인지 쌀값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떨어져 45년 만에 최대폭락을 기록하여 농민들의 시름이 크다. 이에 야당은 쌀값 정상화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국회를 통과시켰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 처리되어 시끄럽다. 쌀값이 떨어지면 국민은 좋을 텐데 왜 개정을 하려는가? 그 해결을 위해 국가의 수매 의무화, 다른 작물 생산 유도, 쌀 가공법을 개발을 통한 수요 증가 등이 제기되고 있다.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 첫째, 가격이 싼 수입쌀이 늘어나고 둘째, 우리 식습관이 변하고 있으며 셋째로 풍년으로 과잉생산된 탓이라고 한다. 중국산은 값싸고 관세할당물량으로 수입해야 하며 쌀 소비는 30년 전의 1/2 정도로 떨어졌으니 식습관을 개선해야겠다는 의견도 있다.쌀 생산을 보더라도 보급률 90% 이상으로 작년만 해도 25만t이 남았다. 쌀은 세계인구의 40%가 주식으로 하고 있는데 세계 120여 개국에서 년 6억t을 생산하며 모든 곡물의 25%이다.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세계 10번째 정도이지만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자랑스럽게 1위이다. 그것은 우리의 기술로 신품종을 개발하고 토양관리와 병해충 방지뿐만 아니라 비료 살포 등에도 힘을 기울인 덕분이다.몇 년간 풍년이 들었고 그동안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당 손님의 감소와 곡류 소비 감소 등으로 우리의 230만 농민들이 생산한 쌀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한 현실이다. 제안 발의된 양곡관리법의 수매 의무화 부분을 살펴보면 초과 생산 3% 이상 또는 쌀값 하락 5% 이상일 경우 정부가 의무 매입하여 안정시키겠다는 것인데, 여당은 쌀값 정상화가 아니라 남는 쌀 강제 매수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보호 지원으로 쌀값을 올리면 남는 쌀은 정부가 국가보조금으로 매입 보상하여 생산 농민을 보호할 것 같지만 오히려 또 과다 생산할 우려도 있다.예전엔 남아도는 쌀을 북한으로 보내준 적도 있다지만 미사일을 계속 쏘아대며 국제평화에 찬물을 끼얹어 UN 제재를 받기에 보내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쌀 농업과 가격조정에도 새로운 종묘법 등 기술을 개발하여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룬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 보자. ‘쌀이 넘친다’ ‘쌀이 남아돈다’…. 그래도 흉년보다는 낫겠지.

2023-04-20

홍준표의 입

홍석봉 대구지사장 입과 손이 문제다. 구설이 잦다. 필화(筆禍)도 적지 않다. 방송 출연과 SNS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슬 퍼렇던 독재 시절에는 논객들의 준엄한 정치평론이 문제가 돼 옥고를 치르곤 했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시기에 때 아닌 구설과 필화가 무성하다. 국민의힘은 구설로 만신창이다.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구설과 필화를 쓸어 담기에 정신이 없다. 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당 지도부가 원인을 제공했다. 최고위원과 고문 등 입만 열었다 하면 탈이 난다. 원군을 자처하는 목사까지 가세해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댄다.그 중심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있다. 홍 시장의 거친 입과 훈수에 참다못한 당 원내대표가 고문직 ‘해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 안팎에서 홍 시장에게 훈수정치 중단을 촉구했다. 일각에서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가 꼬이고 있다. 급기야 입단속에 나섰다. 야당도 불똥을 우려,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엉뚱한 곳에서 다시 불씨가 되살아났다. 입심 거센 전 여성 의원이 홍 시장과 공박을 벌였다. 홍 시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싸잡아 ‘놀라운 꼰대’라며 비꼬았다. “이대로면 총선 참패”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루전에 입을 닫겠다고 선언했던 홍 시장이 그 사이를 못참고 즉각 반박했다. “입 다물고 조용히 있으라”고 원색적인 용어까지 사용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그동안 각종 정치 현안과 관련, 정부 여당은 물론, 정치권에 특유의 직설적 표현으로 훈수를 떠왔다. 지지층은 사이다 발언이라며 반겼다. 홍 시장은 상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아픈 구석을 콕콕 찔렀다. 존재감을 과시했다.홍 시장의 촌철살인의 언변과 SNS글은 정치권에서 가히 대적 상대가 없을 정도다. 정치 9단의 노련한 공세에 상대는 웬만하면 두 손 들고 만다.도전은 가차없이 응징한다. 홍 시장의 입과 손에 형편없이 망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하는 이들에겐 수치감과 적개심만 남는다. 차기 대권후보를 꿈꾸는 그에게 잦은 구설은 독이 될 수 있다. 지역 보수층에서는 홍 시장이 원로로서 당이 흔들릴 때는 바로잡아 주고, 후배 정치인들에게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예로부터 선비들은 혀끝과 손끝을 조심하라고 했다. 혀끝은 말과 음주를 말한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구설에 오른다. 손끝은 도박을 가리킨다. 글 쓰는 이들에겐 필화다. 입과 손끝을 잘못 놀려 자칫 명예훼손에 휘말리면 경을 칠 수 있다.주나라 시조 후직(后稷)의 사당에 쇠로 만든 사람이 서 있었다. 공자가 주나라의 태묘(太廟)에 가서 이 금인(金人)을 보았다. 입은 세 겹으로 봉해져 있었고, 그 등에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다. 경계할지어다. 말을 많이 하지 말라! 입은 뭐가 문제인가? 화의 문이 된다. 힘을 믿고 날뛰는 자 제명에 못 죽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 반드시 적수(敵手)를 만나게 된다. 경계해야 할 것이다”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2023-04-20

경주 대릉원

우정구 논설위원 경주 대릉원(大陵苑)은 경주시 황남동에 위치한 옛 신라의 왕과 왕비, 귀족층의 것으로 추정되는 23기의 대형 고분군이 모여 있는 곳이다.특히 그곳에 있는 천마총은 1973년 발굴 작업을 벌여 신라금관 등 국보급 유물 10점을 포함 모두 1만1천여점의 유물이 출토된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드문 고고학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당시 놀라운 유적의 출토로 많은 국민이 흥분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고분은 현재까지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또 쌍무덤 형태의 대릉원 황남대총은 당시 왕족 부부의 묘로 추정되며 당시의 순장풍습을 알 수 있게 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출토된 유물로 당시에도 서역과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신라 최초 경주김씨 출신의 왕으로 전해지는 미추왕릉도 이곳 대릉원에 있다. 삼국사기에 “미추 이사금을 대릉에 장사 지냈다”는 글귀에 따라 이곳을 대릉원으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유네스코가 경주역사유적지 5군데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는데, 대릉원지구도 그 가운데 하나다. 대릉원은 경주의 대표적 사적지로 지난 한해만 133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때마침 문화재청이 천마총 발굴 5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벌인다고 하니 대릉원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것 같다.‘1973 천마를 깨우다’는 제목의 발굴 50년 기념사업은 선포식과 함께 각종 학술행사 등으로 연말까지 진행된다고 한다.경주시가 유료 입장의 대릉원을 무료 개방했다. 경주 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다. 세계적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의 관광산업 진작을 위해선 바람직한 결정으로 보인다. 대릉원을 중심으로 더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찾아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4-20

포스코 광양에 집중투자…포항 초비상 상황

포스코그룹이 전남 광양 동호안 산업단지에 4조4천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와 수소 관련 공장을 짓기로 했다. 철강 업종만 들어갈 수 있는 현행 입지 제한 규정을 정부가 완화해 준 덕분이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설비 확장 등을 위해 제철소 동쪽 바다인 동호안 지역을 메우고 있다. 거의 540만㎡는 매립을 마쳤고, 나머지 225만㎡는 2050년까지 매립이 끝난다고 한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 “국가첨단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광양지역 신성장산업 투자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산업입지법 시행령을 포함해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올 상반기 내에 입법예고를 완료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그동안 동호안 산업단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수차례 건의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홀딩스가 동호안 산단에 10년간 대규모 투자를 해서 2차전지와 수소 단지를 조성한다.포스코그룹의 광양 투자계획이 발표되자 포항지역사회는 상실감에 젖어 있다. 포스코가 광양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포항지역 투자를 줄이겠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투자업종이 포항시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산업과 겹치기 때문에 포항으로선 초비상 상황이다.포스코는 현재 포항제철소 내에 수소환원제철소 부지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순로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부지를 확보하려면 정부가 포항국가산단 계획변경을 승인해 줘야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소 예정부지에는 공유수면매립(134만171㎡) 부분이 포함돼 있어 환경영향평가와 주민설명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계획이 빠르게 진행되려면 정부와 경북도, 포항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포스코그룹이 현재 코크스공장과 액화천연가스 터미널로 사용하고 있는 광양 동호안 산단부지를 그룹 신사업의 중요거점으로 활용할 경우, 포항지역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포항으로선 포항제철소내 수소환원제철소 건설 부지를 조기확보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2023-04-20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야 기업 찾아온다

대구시가 기업애로 해결과 규제개혁을 위한 합동간담회를 지난 19일 엑스코에서 개최했다. 올 들어 두 번째다. ‘2023 대구 원스톱기업지원박람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최근 기업투자 입주가 집중되고 있는 대구국가산단과 달성 2차산단, 성서 미니클러스터 입주기업 대표 등이 참석해 기업애로를 전달했다. 또 각 기관에서는 이종화 대구시 부시장을 비롯 한국산업단지 대구본부,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 교육청, 신용보증재단 등에서 관계자가 참석해 해결책 모색과 향후 대응책을 제시했다.대구시는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후 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행정규제 혁파에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구시가 운영하는 원스톱 기업투자센터다.작년 8월 홍 시장은 신속한 원스톱 투자지원 서비스를 위해 15개 기관으로 구성한 원스톱 투자기관협의체를 발족시키고, 원스톱센터를 통해 기업의 애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기업이 대구에 투자를 결정하면 건축인, 허가 등 모든 행정절차를 대구시가 대신해 한번에 신속하게 해결해 투자 걸림돌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이날 간담회서 대구국가산단에 6천여 억원을 투자한 2차전지 양극재 생산기업인 엘엔에프는 국가산단주변 시내버스 및 통근버스의 확대와 각종 편의시설의 확충을 건의했다. 대구시는 이를 수용, 국가산단주변 인프라 확충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성서산단 내 섬유제조 기업인 송이실업은 “최근 고금리에 따른 경영비용 증가로 기계장치 설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이에 시가 이자 일부를 지원하는 경영안정자금 활용을 안내했다.지방도시마다 도시생존을 위해 좋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좋은 기업은 좋은 기업환경을 가진 곳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대구가 전국 최고의 기업환경도시라는 평을 듣는 데 대구시가 앞장서 주길 바란다.

2023-04-20

풀을 뽑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봄 되자 제 먼저 알고 새싹으로 내민 풀들이 마당 여기저기 그득했다. 쑥, 민들레, 봄까치꽃, 광대나물, 냉이, 망초대…. 풀을 뽑으며 풀이름을 검색해서 이름을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 잡초는 아니었다. 이 풀들은 나물이기도 하고 약초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자라게 해두기엔 사람 사는 집꼴이 아니었다. 작년 여름 사람을 사서 두어 번 풀을 베었어도 돌아서면 또다시 무성히 자란 풀들이었다. 예초기도 샀지만 자랄 때마다 베기엔 너무 번거롭고 성가실 것이다. 어떤 이는 제초제를 뿌리라고 했으나 손주들이 와서 놀 집인데 싶어 꺼림칙했다. 크게 자라기 전 어린싹일 때 뽑으면 쉬울 거라 생각했다. 풀 없는 너른 옆마당에 백일홍씨를 잔뜩 뿌려 한여름 내내, 최소 100일을 꽃대궐로 만들고 싶은 열망도 컸다. 환상이고 오산이었다.이틀을 작정하고 풀뽑기에 들어갔다. 앉아서 호미로 파내기도 하고, 서서 쇠스랑으로 찍어내 보기도 했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김매듯 고랑을 만들며 앞으로 또는 뒤로 자세를 바꾸어도 보면서 풀을 뽑았다. 어린 풀들은 완강히 버텼다. 어린 풀이지만 그 뿌리는 깊고 힘셌다. 하기야 몇 년째 그 자리에서 견고하게 뿌리 내리고 줄기 뽑아 꽃 피우고 온 마당과 길섶에 마음대로 씨를 흩날려 퍼트렸던 풀들이 아닌가.망초대가 정말 가당찮았다. 망초대는 얕되 넓게 뿌리 내리는 풀이다. 가는 실뭉치가 엉긴 것 같은 뿌리는 질기고 견고했다. 뿌리를 뽑으면 묵직한 흙덩이가 딸려 나온다. 풀을 뽑는 게 아니라 땅의 거죽을 벗긴다고 할 정도였다. 망초대를 캐낸 곳엔 영락없이 움푹 팬 구덩이가 생겼다. 흙을 털어 던져 무더기를 이룬 곳에서 또 연노란 싹을 올리는 질긴 생명력이란...나는 각색 풀들과 타협하기로 했다. 쑥과 민들레의 뿌리는 깊고 길었다. 파내기가 쉽잖았다. 쑥은 캐어 쑥국을 끓여먹으리라 생각하며 뽑았다. 며칠 후 쑥은 또 무성히 자랐지만 좀 쉽게 뽑혔다. 뿌리 깊고 튼튼한 민들레는 벌써 노란꽃을 피워대고 있었다. 나비도 이따금 앉는 걸 캐내기 안쓰러웠다. 담 밑 한 귀퉁이에 모아주었더니 더욱 샛노란 빛으로 민들레밭을 이룬다, 살려두면 홀씨 날려 마당 어디든지 퍼트릴 텐데 싶어도 우선은 살려두자.뒷담벼락 따라 제법 예쁜 자줏빛 꽃을 피우는 광대나물은 과감하게 캐냈다. 예쁜 꽃이라며 남편이 몇 삽 떠서 화분에 심길래 미안함을 덜었다. 이른 봄부터 연보라색 작은 꽃을 피운 봄까치꽃도 이곳저곳 만만찮게 많다. 뽑아도 뽑아도 끝없어서 이 역시 담벼락 한켠에 흙 묻은 채로 던져 모아주었더니 생글거리며 또 연보라꽃을 피운다. 수돗가에 잔뜩 모여 잘디잔 흰 꽃을 피워낸 냉이는 캐지 않고 냉이꽃밭으로 두기로 했다. 여러 날 걸친 풀뽑기가 힘에 부치기도 하려니와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사흘에 걸쳐 풀을 뽑았다. 아니 풀들을 재배치했다는 게 옳다. 그러고도 풀들이 내어 준 너른 빈터엔 백일홍씨를 잔뜩 뿌려 주었다. 꽃대궐이 환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23-04-19

다이어트 어떻게 할까?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봄이 되면 한의원에 늘어나는 환자군이 있다. 겨울에는 뚝 끊겼던 환자들이 오는데 바로 다이어트를 원하는 분들이다. 봄이 되면 겨울과 다르게 날이 따뜻해지고 몸도 따뜻해지고 식욕도 오르고 옷도 얇아진다. 다이어트는 사실 살을 빼는 것과 더불어 건강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건강을 위해 훌륭한 식이 요법을 할 수 있을까.현재의 다이어트는 살을 뺀다는 개념이 주로 포함된 단어지만 실제로는 식이요법이다. 즉 어떻게 음식을 잘 먹어서 나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가 단어의 기본 개념이다. 살을 빼는 것은 덤이고 어떤 다이어트 방법이 나의 건강을 지킬 수가 있는지 살펴보자.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먹어야 할 것은, 고기를 많이 먹고 채소는 적당히 먹는다. 먹으면 안 될 것은 밥과 빵 국수 라면의 탄수화물과 과일 그리고 과다한 물의 섭취다. 간식은 절대 먹으면 안 되고 위에 말한 식단을 하루 두 번 먹으면 된다.고기를 많이 먹으라고 하면 의례히 따라 붙는 소리가 고기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느냐 콜레스테롤이 증가하지 않느냐 건강에 해롭지 않느냐? 반문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조던 피터슨이 본인과 딸이 먹고 건강을 되찾아 유명해진 순수 육식을 하는 카니보어 식단은 순수 육식만 했을 때 몸의 근육량이 늘고 콜레스테롤 수치나 당수치가 개선되고 특히 낫기 힘든 면역 질환이 개선된 사례가 많이 보고 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했던 황제 다이어트가 이것이다.고기만 먹기는 힘드니 고기를 먹다가 채소도 좀 먹고 하면 되지만 절대 같이 먹으면 안 될 것이 국과 찌개 그리고 밥 혹은 면류다. 한국인의 식습관은 국과 찌개 밥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다이어트를 할 때는 절대적으로 금해야 할 것이 밥과 국수 빵 등의 탄수화물이다. 내가 살찌는 것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서다. 탄수화물 과다섭취로 중성지방이 축적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당 조절이 안된다. 당장 줄여야 할 것은 고기가 아니라 탄수화물이다.그리고 과일도 금해야 한다. 과당과 물이 섞인게 과일이라 과일 위주로 식단을 정하면 살이 찐다. 과일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살을 빼고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를 한다면 먹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물도 일부러 많이 마시면 안 된다. 티비에서 하는 소리를 듣고 물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살이 찐 사람은 보통 몸이 붓는다. 목이 마를 때만 물을 마셔라.밥도 먹고 싶으면 고기 채소 밥은 두숟갈 이렇게 조합해서 먹어도 된다. 너무 힘들게 다이어트 하면 오히려 한번씩 폭식을 할 수 있으니 개인 건강과 사정에 따라 적절히 조절 하면 된다.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만족도가 모든 치료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이 다이어트 치료 법이다. 예전에는 비싼 가격으로 접근이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다이어트 환 등으로 접근성도 많이 좋아졌고 다이어트 방법에 보조적으로 꾸준히 복용하면 식욕 억제와 부종 제거 등에 큰 도움이 된다.이번 봄 열심히 다이어트 해서 건강도 지키고 살도 빼보는 건 어떨까?

2023-04-19

불씨와 풀씨

배문경 수필가 헤스티아는 불의 신이다. 근래 부쩍 늘어난 산불이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제우스는 그녀에게 순결을 지킬 권리를 인정하고, 인간이 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 제물이 산불로 희생된 산과 나무, 사람과 동물을 결코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식목일 가까이 전국에서 30여 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수십 년, 수백 년간 숲을 지키고 자란 수목들이 산불로 잿더미가 되었다. 산불의 원인으로는 실화(失火)가 25%로 가장 많고 쓰레기소각, 건축물화재, 논·밭두렁 소각, 성묘객 실화 등의 순서다. 지난해에는 74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해 20년간 가장 많았다고 한다. 곳곳에 산불감시원이 있지만 여전히 산불은 발생되고 있다.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월남전에서 살아온 해병대 아저씨가 선물한 아오자이를 입은 인형을 품에 안고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았다. 대들보며 기와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불길은 무녀의 춤사위를 보는 듯이 현란했다. 자다 뛰쳐나온 나의 맨발에 닿던 냉기를 아직도 기억한다.그 화재로 평생 고통 받는 어머니를 보며 자랐다. 가족 모두 입을 다물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전 재산이 잿더미로 변했고 어머니는 화병(火病)을 얻어 약을 끊임없이 드셨다. 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쉴 수가 없다며 고통스러워했다. 가족 모두가 길거리로 내몰렸다. 다행히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둔 농막이 결국 가족의 터전이 되었지만 남루하고 슬픈 가족사를 만들었다.몇 해 전 영주 부석사를 구경하고 늦은 시간 돌아오다 산불을 만났다. 차들은 도로를 빠져나가지 못해 긴 줄을 만들었고 먼 곳에서 회색 연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차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 불길에 휩싸이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었다. 어릴 적 화재도 떠오르고 영화에서 본 화재가 바로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벗어나지 못한다면 차를 포기하고 공룡을 피해 달아나던 사람들처럼 뒤돌아서 뛰어야하나 고민을 했다.그때 신호봉을 든 경찰과 공무원이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그 상황에서 다행스럽게 벗어날 수 있었지만 늦은 밤까지 안내하는 사람들이 걱정될 정도였다. 그제서야 뉴스를 보면서 며칠 만에 잡힌 불길의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또 다시 영주 박달산과 영지산 산불현장에 헬기 20대가 투입되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끊이지 않는 산불에 잃게 될 인명과 재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소설가 김훈은 소방차가 지나가면 안도한다고 했다. 소방관을 존경한다고도 했다. 오늘도 소방관이 없다면 화재현장에서 목숨 걸고 우리를 살려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은 나무를 잘 건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기념할 날이 많다. 삼일절, 광복절, 추석과 설날처럼 이제 소방관의 날이 하루 더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재산을 객관적으로 지켜줄 사람은 소방관밖에 없지 않을까. 얼마 전 결혼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화재에 투입된 젊은 소방관의 사망소식은 안타까움을 넘어 슬펐다. 너무나 중요한 한 사람을 잃은 슬픔이었다.산불이 지나간 자리로 숲은 다시 생명을 키운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싹이 트고 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황량하던 벌판에도 한해살이풀들이 자라나고 키 작은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아주 천천히 조금씩 숲이 만들어진다. 오랜 시간 후에 여러 조건에 따라서 숲을 구성하는 식물들이 바뀌어 가는 것을 숲의 천이(遷移)라고 한다. 그리고 숲을 구성하는 식물이 변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는 숲을 극상림(極相林)이라고 한다. 수종의 크기가 작고 수명이 짧은 종에서 크기가 큰 다년생(多年生)종으로 바뀐다. 이 과정은 백년에서 이백년이 걸린다.잃은 것을 되찾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영원히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큰 구원의 손길과 행운이 따라오지 않는다면.오늘도 풀씨 하나가 곱게 싹틔운다. 불씨가 태운 대지 위로.

202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