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군처럼 봄이 진군해왔다. 그처럼 기세등등하던 동장군이 퇴각하고 음지로 숨어든 겨울의 잔병들도 봄볕에 소탕되었다. 대지에는 바야흐로 찬란한 혁명의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어둡고 냉혹하던 구악과 폐습을 말끔히 청산하고 눈부신 신생의 기운이 폭죽처럼 터져 나온다.
혁명(revolution)이란, 정치사회학이나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급격한 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정치사회학적 혁명의 경우, 대중 또는 군을 동원해서 정치권력을 가진 체제를 강제적으로 전복하여 새로운 정치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의 사회과학자인 허버트 사이먼이 정의한 정치적 혁명의 개념은 정치권력의 교체 후 정치사회제도에 일관된 변화·계획이 추진된 경우로 그 의미를 한정한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잭 골드스톤 교수는 기존 권력의 붕괴를 목적으로 기성 정치구조와 사회 내 정치적 권위의 정당성을 합법적·비합법적인 대중 동원 및 제도권에서 벗어난 행동 따위로 변혁하려는 시도라고 정의 했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이론철학가 중 한 사람인 한나 아렌트는 혁명과 반란의 차이를 엄격하게 구분했는데, 그녀의 관점에 의하면 혁명은 자유(freedom)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에 반란은 해방(liberty)을 목적으로 한다. 혁명이란 단지 폭정을 뒤집었다고 해서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폭정의 종결 이후 자유를 체제에 성공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완료된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가 한나 아렌트처럼 혁명과 반란을 이질적인 개념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며, 혁명을 반란의 한 형태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경우 반란(rebellion)은 혁명보다 더 넓은 의미의 총체적인 반정부활동 개념을 지칭하며, 혁명은 정의 그 자체로 반란의 일종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대체로 실패하면 반란, 성공하면 혁명으로 구분된다.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에는 ‘어떤 국가의 헌법 내지 기본적 법질서가 자연법에 어긋나는 부당한 것이라는 인식이 그 사회에 팽배하여 마침내 그 불일치를 힘에 의하여 극복하려는 급격한 투쟁이 전개될 때 이것을 혁명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 혁명으로 불리는 사태는 ‘4·19혁명’이 유일하다. 5·16 군사정변도 당시에는 ‘5·16 군사혁명’이라 했으나 지금은 쿠데타로 통용되고 있다. 대중의 동원이 없이 군대만을 활용한 강제적인 정권교체는 쿠데타로 규정하지만, 지배계층의 교체를 넘어서 정치 사회 전반에 있어 체제의 급격한 변화가 뒤따른다면 혁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간 대규모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부르는 세력도 있지만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공식 명칭은 아니다.
혁명이든 쿠데타든 대한민국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런 급격한 변화가 밑거름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혁신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만연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일소하는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고 시대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