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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의대 설립, 결코 포기 해서는 안 된다

등록일 2024-04-14 18:16 게재일 2024-04-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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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울대는 되고 포스텍은 왜 안되는가?

최근 25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37%가 의사과학자이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대표 과학책임자 70%도 의사과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과대학의 경우 한해 졸업생 4만5천명 중 3.7% 가량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매년 1천700명가량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된다.

미국은 연구중심 의대를 별도로 운영한다. 이런 의대들은 공과대와 협업하거나 아예 공과대가 의대를 설치해서 신약개발이나 바이오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의대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가 되는 이들이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모집정원이 3천58명이므로 30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첨단의학 기술의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충격적인 뉴스가 연일 들린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신청 대상에서 의대 신설은 제외되면서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포스텍의 의대 설립도 미뤄지고 있다.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이 이뤄지면서 의대가 없는 대학은 정원 확보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의료계의 반발도 크다. 의료계는 “의대 가운데 연구중심의대를 지정해야 한다”며 포스텍의 계획에도 반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과기의전원 설립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의대 증원 논의를 마친 뒤 의대 신설을 차례대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따라 15명 증원을 신청했다.

이와 별개로 의과학과 신설을 전제로 한 학부 정원 50명을 별도 요청했다. 서울대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서울대는 65명을 추가로 육성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는 되고 포스텍은 왜 안되는가?

이런 와중에 포스텍이 이제는 의과학대학 설립에 소극적이라는 어리둥절한 소식이 언론에 보도 되고 있다.

포항시에서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의대 정원 증원과 신설 의과학과 배정받기, 이사회의 인준받기, 연차적 재원 확보 등 문제가 많이 앞에 놓여 있긴 하다.

의대 증원이 이뤄져도 교육부에 의과학대 설립과 정원 배당을 신청하자면 그보다 먼저 포스텍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재원 계획을 확립해야 하는 것이 필요한건 다 안다.

그러나 의과학자 양성, 의대 설립의 목표를 놓아서는 안 된다. 더 고삐를 당겨야 한다.

축구에 run-and-kick(뛰고 공차기)도 있지만 kick-and-run(일단 공을 차고 뛰기)도 있다, 공을 차고 뛰는 것이다. 먼저 목표를 설정하고 달리는 것도 중요한 전략 중에 하나이다.

포스텍 리더십은 의과학자 양성과 의과학대학 설립의 목표에서 한걸음도 물러 나서는 안 된다.

포스텍은 생명과학이 아주 강하며 인프라도 한국 최고 수준이고, 의과학은 의학·공학·기초과학을 융합하니, 그것이야말로 포스텍 전체에 재도약의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폭발점이 될 것이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다. 진료보다는 임상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를 연구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환자 치료나 의약품, 의료기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줄기세포 치료제, 인공장기, 유전자검사,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산업과 의료 분야의 최신 연구와 기술 개발을 맡고 있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인력이 의사과학자이다.

최근 포항시장은 포스텍에 협력을 촉구하였고, 이에 최근 시장과 총장 두 분이 만났다고 한다.

이날 비공식 만남에서 정확한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대 설립에 대한 공동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만은 확인되었고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문은 다행이다.

지금은 의대 설립 인가를 받는 것에 집중해야지 다시 수억원을 들여 의대를 설립할지 말지를 물어보는 용역은 시간과 비용 낭비이다. 그런 용역을 하면서 시간낭비나 이미 수렴되고 지역민들이 서울까지 올라가 데모까지 한 사항을 검토할 시간과 여유가 우리에게 있지 않다고 본다.

포항시와 포스텍은 우선 소통창구 정비부터 들어갈 계획이고 기존에 어긋났던 소통 조직을 재구성해 보다 활발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것인데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

포스텍은 어떤 대학인가?

지역에서 사립대가 전국과 세계적인 명성을 갖는 신설대학 세계 1위의 신화를 쓴 대학이 포스텍 말고 또 있는가?

포스텍이 걸어온 개척자 정신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포스텍은 그저 하나의 대학이 아니다.

누군가 한국의 미래를 묻거든 관악이 아닌 형산강을 바라보도록 포스텍은 그러한 시대를 끌어가고 있다는 걸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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