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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반지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우리사회의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는 심각하다. 포퓰리즘과 진영논리, 편 가르기와 팬덤정치가 공동체의 지성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지성의 최후 보루인 언론과 지식인들까지 권력과 야합하여 반지성적 행태를 보이는가 하면, 반지성주의를 비판했던 대통령 자신도 언행불일치로 반지성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반지성주의 담론은 자기중심적 가치관과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반지성주의’란 지성의 유무(有無)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의 작용방식이 ‘이성적·합리적 소통을 수용하지 않는 정신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반지성주의자들은 대체로 자기확신·적대감·성찰불능 등의 인지적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쓴 호프스태터(R. Hofstadter)는 “반지성주의는 서로 대척점에 선 세력들의 공통적 특징”이라고 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가장 큰 원인은 반지성주의”라고 민주당을 겨냥한 반면,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반지성주의가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측의 공통된 잘못은 ‘가치중립적 개념인 반지성주의’를 ‘내편과 네 편’으로 나누어서 편향된 진영논리로 접근했다는 사실이다. 반지성주의를 비판한 세력이 바로 그 반지성주의에 빠져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슬픈 코미디’가 아닌가?이처럼 우리는 반지성주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탈진실시대의 포퓰리즘 정치는 인간의 지성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은 정보홍수로 인해 생각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쉽게 이성을 포기하고 감정의 길을 택한다. 게다가 반지성주의는 그럴듯한 대의명분이나 선의로 포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 이해관계와 연결될 경우에는 더욱 단절하기가 어렵다.그렇다면 우리는 반지성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신’과 ‘제도’의 양면적 혁신이 절실하다. 정신적 측면에서는 편향성 극복을 위한 지성주의 가치관의 내면화가 요구된다. 지성의 원천은 ‘사실’과 ‘합리성’이다. ‘인지적 편향성’은 소통의 과정에서 반지성주의를 유발 또는 촉진시킨다. 지성주의는 ‘감정이나 의지보다 이성과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타협에 필요한 민주적 가치관, 즉 “동의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agree to disagree)”는 정신이 중요하다. 이 때 그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지식인은 ‘비판적 지성주의’를 견지해야 함은 물론이다.이와 함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의 혁신도 수반되어야 한다. 반지성주의 정치는 승자독식이라는 대통령제의 영향이 크다. 정치는 진영 간 싸움인 동시에 진영을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승자의 독식으로 패자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면 협치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화와 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정치제도를 구축해야 반지성적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다. 물론 제도개혁 이전이라도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야당과의 대화와 협치를 통해 반지성적 정치풍토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23-04-10

퇴계 귀향길

홍석봉 대구지사장 퇴계 이황은 454년 전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해 안동 도산서원까지 장장 270km의 길을 꼬박 13박 14일에 걸쳐 고향으로 돌아왔다. 수구초심의 ‘퇴계선생 귀향길’이다.퇴계 이황(1501~1570)은 말년에 고향인 안동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퇴계는 수개월에 걸쳐 선조에게 사직 상소 끝에 1569년 3월 4일 귀향을 허락받았다. 그의 나이 69세 때다. 그는 노구를 이끌고 700리 귀향길에 올랐다. 멀고도 험난한 노정이었다.퇴계 귀향길은 지난 2019년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개최한 ‘제1회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걷기 행사’로 시작됐다. 퇴계 귀향길이 복원된 지 4년 만에 다시 재연 행사가 열렸다.‘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가 지난 9일 마지막 구간인 삽골재에서 도산서원까지 걷기 여정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이번 귀향길 재현행사는 45명의 재현단이 퇴계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지난달 27일 경복궁을 출발, 9일 도산서원까지 5개 시·도와 17개 시·군·구의 길을 걸으며 선생의 참뜻을 되새겼다. 구간별로 봉은사 원명스님과 차담회, 강연, 시 해설, 고유제 등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퇴계 귀향길은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불리면서 소문이 나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경북도는 이번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지방시대의 성공모델을 퇴계정신에서 찾았다. 그의 귀향이 서원운동으로 발전했고 국가의 자원과 인재를 지방으로 되돌려 지방시대 혁명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마지막날 일정을 함께 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제2의 퇴계혁명의 정신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바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10

여권내 TK 물갈이론…지도부 희생이 먼저

여당의 원내대표 선출로 총선지도부가 구성되면서 대구경북(TK) 현역 물갈이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TK지역은 22대 총선에서도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이미 현역의원에 대한 용퇴 요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보수텃밭에서 자리가 비어야 인재영입이 가능해진다. 윤석열 대통령도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을 위해 공천과정에서 손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대통령실 근무 일부 직원들이 TK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21대 총선(2020년) 때는 TK 현역 교체율이 64%나 됐다. 25지역구 중 16개 지역구 현역이 교체됐다. 앞선 20대 총선 때도 대구 현역 교체율은 75%, 경북은 46.2%에 달했다.지난주 대구 달서을 출신 윤재옥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된 배경도 총선공천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총선 때마다 영남권 현역 교체율이 높았던 만큼, 이 지역 현역들이 차기 총선 보험용으로 윤 원내대표를 적극 지지했다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도 투표직전 토론에서 “(현역이) 공천에 억울함이 없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는데, 이 점이 TK를 비롯해 영남권 의원 표심을 끄는 데 주효했다는 후문이다.여당의 내년 총선전망은 어둡다. 여권 안팎에선 이대로 가다간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권으로선 내년 총선에서 벼랑 끝 승부전을 펼쳐야 한다. 만약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거대야당과 좌파진영의 압도적인 힘에 밀려 그야말로 식물정권이 되기 때문이다.총선승리를 위해서는 현재로선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는 여당의 모습을 쇄신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려면 당 지도부가 현역의원을 장악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당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도할 수 있고, 민심을 얻을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 카리스마를 가지려면 먼저 자기희생이 필요한데, 내년 총선에서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하는 극약처방도 한 방법이다.

2023-04-10

잇단 대형 호재로 도약 기회 만난 달성군

달성군이 올 들어 국가산업단지 지정 등 대형 호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군 전체가 기대감에 들떠 있다고 한다. 대구에서 두 번째 국가산단이 지난 3월 달성군 화원, 옥포읍 일원으로 결정됐다. 2009년 달성 구지면이 처음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지 14년만에 또다시 달성군에 국가산단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일자리가 생겨나는 국가산단 지정은 한마디로 쾌거다. 정부와 대구시는 이곳을 미래차, 로봇, 융합거점 단지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대구시는 달성군 하빈면에 21세기형 최첨단 도매시장을 짓겠다는 발표를 했다.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이전지로 최종 확정한 것이다.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은 연간 1조1천억원이 거래되는 한강이남 최대규모 도매시장이다. 대구시는 2031년까지 이곳에 4천억원을 투자, 모든 농수축산물의 거래를 디지털로 전화하겠다고 밝혔다.또 최근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업인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 등이 포함된 문화예술허브단지가 달성군 소재 대구교도소 후적지에 개발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당초 대구 북구 경북도청 후적지에 건립하려던 계획이 대구신청사 추진이 늦어지면서 달성군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는 국비 등 6천억원이 투자되는 대구를 대표하는 글로벌 예술문화단지가 조성된다.이 밖에도 이미 예타사업으로 선정된 3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전국 최초의 로봇테스트필드 구축 사업도 순항 중에 있다. 달성군에 투입될 대형사업의 규모는 어림잡아도 수조원에 이른다. 10년 이내 달성군의 미래는 지금과 비교가 안될 만큼 면모일신 할 것으로 예상된다.달성군은 기업유치로 일자리가 생기고 인구가 유입되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진행되는 곳으로 일찍 정평 나있다. 2019년 인구 26만명을 돌파하면서 전국 82개 군지역 중 인구가 독보적으로 많은 곳으로 주목을 받았다. 유가와 현풍면이 읍으로 승격되고, 군내 평균 연령이 39.8세로 대구에서 가장 젊은 기초단체로 부상했다.달성군의 대형 사업들이 얼마나 잘 뿌리를 내리느냐 하는 것은 자치단체의 역량에 달렸다. 달성군은 군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2023-04-10

선거법, 다 잃었을 때를 생각하라

김진국 고문 내년 총선에서 야당을 찍겠다고 한다. 지난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다.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라고 답한 사람이 50%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36%)는 사람보다 14%포인트 많았다. 3월 초 ‘정부 지원론’이 42%, ‘정부 견제론’이 44%였던 데 비하면 한 달 사이에 견제론으로 확 기울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지난주 울산시 교육감과 울산 남구 구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이겼다. 울산 남구는 국민의힘이 유리한 지역이다. 구의원 선거, 한곳이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년 총선을 짐작하게 하기 때문이다. 유리한 지역을 더 뺏기면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더 어려워질까. 가뜩이나 야대(野大) 국회에 눌려 있다. 내년 총선이 같은 결과면 바로 레임덕이다.여론은 원래 조변석개(朝變夕改)다. 그렇지만 짧은 기간에 급격히 바뀔 때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국민의힘 전당대회, 한일 정상회담, 근로 시간 개편안 혼선,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국민의힘 최고위원 잇단 설화(舌禍), 여권 도지사 산불 때 골프, 술자리…. 모두 한 달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전당대회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는 행사다. 그런데 역주행했다. 후보끼리 격렬하게 총질한 것은 불가피했다고 치자. 대통령 핵심 측근을 제외하고는 모두 몹쓸 인간으로 만들고, 주저앉혔다. ‘우리 세상’이라고 기고만장했는지, 이해 못할 언행들이 이어졌다. 그러고도 여론이 바뀌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많은 사람이 매운맛을 좋아한다. 정치에서도 화끈한 것을 바란다. 그렇지만 잠시 기분뿐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水至淸則無魚)라는 말이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청빈한 공직자에게 부패를 유혹하는 되지도 않은 말”이라고 폄훼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보다는 일도양단(一刀兩斷)의 흑백논리를 경계한 말이 아닌가 싶다. 세상이 그렇게 쉽게 양분할 수 있는 건 아니다.민주당에서는 자기 반성적인 의견을 내면 ‘수박’이라고 낙인을 찍는다. 국민의힘은 대표 선출 규정에서 여론조사 30%를 없애버렸다. ‘윤핵관’이 아니면 배신자, 나쁜 놈으로 몰아세웠다. 그렇게 다 쫓아내면 무엇이 남나. 극단적인 주장을 정체성이라고 강조한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미련한 짓이다. 스스로 지지세력을 줄이고 있다. 당장 재·보궐선거 성적표를 받아봤다.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린 총선이 바로 내년 4월이다.당내에서 이 모양인데, 여야 관계가 잘될 리 만무하다. 민주주의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다. 대화로 타협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경쟁 정당을 파트너가 아니라 무찔러야 할 오랑캐로 규정하는데, 무슨 타협이 가능하겠는가.2020년 총선은 치욕적인 선거다. 법을 만드는 거대 양당이 선거법의 취지를 대놓고 무시하고, 편법으로 의석을 훔쳤다. 어차피 다시 이 법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의석을 도둑질한 두 정당도 다 안다. 그런데도 어느 당도 사과하지 않았다. 또다시 선거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안간힘이다.선거법을 먼저 무력화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그렇지만 선거 결과는 완패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갔다. 그냥 두었으면 민주당이 과반도 못 가져갔다. 민주당만이라도 자기가 밀어붙인 법을 지켰다면 도덕적 명분을 얻고, 반(反) 국민의힘 연대를 주도할 수 있었다. 정권을 지켰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양대 정당은 모두 완승을 꿈꾼다. 선거법 개정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득표율을 존중하는 상생의 길은 피한다. 두 정당끼리만 나누어 먹으면 파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모 아니면 도다. 야당일 때를 생각하고, 완패했을 때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면 윤 대통령 처지가 된다. 민주주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상생이다. 선거법은 그렇게 고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생의 기반부터 닦아야 한다. 민주당은 다수당의 횡포를 포기하고, 정부·여당은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4-09

김천시의 도시공간구조와 도로교통망 확충

김충섭 김천시장 도시(都市)는 도읍(都邑)과 시장(市場)이 합쳐진 말로 도읍은 행정 및 정치의 중심지를, 시장은 상업 및 경제의 중심지를 의미한다.김천시도 1949년 시 승격과 함께 도시형성의 초기에 해당하는 도시공간구조를 갖게 되었다. 시가지의 중심에는 시청과 김천역, 전통시장이 자리를 잡았고 버제스의 동심원(同心圓) 형태로 시가지가 형성되었다.1960년대 중반 인구 21만 여명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당시 도시화와 산업화에 편승하지 못하면서 도시발전의 정체기를 맞이하게 되었다.그러나 지방자치제 시대의 개막과 함께 김천은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고 부곡동에 맛고을 상가와 아파트단지가 건립되면서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분화돼 호이트의 선형(扇形) 이론과 같은 형태로 도시가 발전했다.1995년 도농복합도시로서 김천시와 금릉군의 통합시 새출발과 함께 시청이 신음동으로 이전하고 그 일대에 대단위 아파트단지, 병원, 이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신도심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농소·남면지역에는 이전 공공기관 13개 기관을 중심으로 한 경북혁신도시(율곡동, 현재 2만3천명)가 2007년부터 건설되는 한편, 2010년 11월, 김천(구미) KTX 역이 개통하여 새로운 신도시가 탄생했다.현재 김천시는 원도심(평화남산동, 김천역), 신음동, 율곡동이 하나의 중심지 기능을 수행하면서 해리스와 울만의 다핵심(多核心) 이론과 같은 도시공간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김천시는 다핵심 도시공간구조에서 토지이용 및 도시계획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고 도시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3개의 중심지구를 상호연계 시키고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고질적인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도로교통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이다.이에 김천시는 도로·교통 시설확충으로 도심 교통난을 해소하고, 시민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주간선도로 확장 및 개설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국도59호선(김천∼구미·선산) 확장, 국도대체우회도로 어모(옥률)∼대항(대룡) 구간 개설, 김천희망대로(시청∼혁신도시) 개설 등 3개 사업을 올해 안에 준공·개통하기 위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김천 희망대로는 총 사업비 1천 513억원 예산으로, 연장 5.6㎞에 4차선 도로를 개설하는 대형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시청 앞 신음동 삼거리에서 유한킴벌리 구간의 도로(대신터널)가 준공돼 현재 이용 중에 있다. 나머지 유한킴벌리∼혁신도시까지 3.04㎞ 도로가 2023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김천 희망대로’가 개통되면 신음동과 율곡동(혁신도시)를 연결하는 최단거리 노선의 교통축을 형성해 기존에 자동차로 25분 걸리던 것이 15분이면 도착한다. 이와 함께 구도심과 신도심을 연계하는 도시개발 사업이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삼애원 일대 대신지구 도시개발과 신규로 조성 중에 있는 김천1일반산업단지 4단계 분양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교동·삼락동 주거지역과 신음동 시청 일대가 달봉산으로 인해 단절돼 도심 발전축이 단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봉산 터널’개설사업을 계획하고 올해 보상비 20억원을 확보하여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교동택지∼달봉산∼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도로개설은 신음동 시가지가 확장되고 산업단지가 추가로 조성돼 일자리가 늘어남에 따른 교통량 증가로 도로개설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사업이다.총사업비 755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총연장 1.87㎞에 4차로로 개설한다. 지난 2019년 설계용역을 시작으로 2023년 올해부터 보상을 실시하고 2025년 개통할 예정이다.이밖에도 현재 김천시에서는 국도3호선(김천~거창), 국도59호선(김천~구미), 국도대체우회도로를 비롯해 903호 지방도 사업 및 도시계획도로, 농어촌도로사업 등 타 도시보다 월등히 많은 도로 사업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신설 및 확장되는 주간선도로는 접근성 개선과 교통량 분산효과로 편리하고, 빠르고,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고, 도로 인근지역은 주거지 개발 등 도시개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3-04-09

‘시피사모’의 개구리 떼창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꿈틀거릴 때다. 어둑한 데서 꽁꽁 웅크렸다가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났다. 몇몇 마음에 맞는 이들과 수목원 나들이 한다. 이곳은 계절 따라, 절기 따라 다양한 핑계를 대며 수시로 찾는 곳이다.한 시간 남짓 차를 타고 달리면 경북수목원이 나온다. 수목원은 해발 500~900m로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분지로 이루어졌다. 수목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시샘하는 늦겨울 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친다. 따뜻하게 데운 보온병을 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수를 향한다. 갓길에는 키 작은 나무들이 간들바람 등에 타고 햇볕을 향해 왁자지껄하다.호수로 가는 길 오른쪽 산비탈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그런데도 서둘러 봄 단장 중이다. 지난해 심었다는 맥문동에 새 볏짚을 덮느라 일하시는 분들의 손길이 바쁘다. 그에 비해 왼쪽 양지바른 곳에 터 잡은 식물들은 이른 봄볕을 쬐느라 기지개를 켠다. 자주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수목원의 나무들이 주는 미세한 흔들거림은 늘 새롭다.마음이 있는 곳이라 벌써 오감이 열린다. 호수가 아직 보이지도 않는데 먼저 귀가 열린다. 저 멀리 윙윙 윙, 개굴개굴하는 소리가 수목원을 들썩인다. 또 코가 발름거린다. 비릿하다. 그런데 어제의 비릿함이 아니다. 꾸덕꾸덕한 비릿함이다. 수목원의 햇볕에 무장해제 되었나 보다. 이제 눈마저 시원하다. 나뭇가지마다 꽃을 피우려 꽃눈이 빼꼼하다. 모든 감각이 호수로 향한다.개구리들의 노래가 시작된 곳이 어디일까. 호숫가 가장자리 길섶이 소리에 누웠다 일제히 일어난다. 조심조심 다가가니 개구리들은 소리를 멈추고 호수로 냅다 줄행랑을 친다. 순식간에 길섶이 뒤에서부터 파도처럼 눕더니 개구리 떼들이 지나간다. 꼭꼭 숨어있던 개구리들이 물속으로 달린다. 무리에 합류하지 못한 개구리는 슬금슬금 기어간다. 이마저도 놓친 개구리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하느라 무리에서 멀어진다. 개구리 노랫소리가 호수를 맴돌아 수목원을 가득 채운다.시를 읽고 피아노를 사랑하는 모임 ‘시피사모’가 있다. 커피 마시며 수다를 나누다 가볍게 결성한 모임이다. 가만 보니 그 중 한 사람은 수준급의 피아니스트요, 시를 읽고 나누는 시문학 강사이며 얼마 전까지 컴퓨터 지도를 한 강사, 손만 대면 집 안 구석구석이 환하게 환골탈태하는 달인 한 사람, 이렇게 회원은 넷이다. 한 사람을 빼고는 피아노 건반하고는 멀어 보이는 조합이다. 이순혜 수필가 뒷방으로 밀려있던 먼지 뒤집어쓴 피아노를 조율했다. 시피사모는 멋진 꿈을 그렸고, 그 후로 심장이 떨렸다. 봄바람이 불면 우리가 배운 것을 거리공연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선포했다. 꿈은 크게 그리고 그 시작은 작게, 첫 곡은 개구리 동요였다. 딩, 딩, 딩 한 음 한 음을 눌렀다. 거의 두 달 만에 개구리 전곡을 연주했다. 찬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모두 피아노 앞에 모여 개구리 노래를 불렀다.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 ~’ 집에서 연습할 때는 틀리지 않았는데 같이 노래 부르며 피아노 치니 두어 군데 틀렸다. 손에 땀이 났지만, 우리는 그렇게 훤한 낮에 노래를 떼창을 했다.수목원의 산개구리 합창은 남성 중창단이다. 중, 저음의 묵직한 베이스음이 아래서 노래 각을 잡는다. 어쩌다 긴 울음 끝에 개구리 테너가 오선지에 튀어 오르기도 한다. 걸음을 멈추고 앉아 무슨 노래를 부르는가 싶어 귀를 더 연다. 조금만 귀를 기울여 들으니 개구리들은 일정한 음의 길이를 내고 있다. 여럿이 한 무더기의 음을 내는 듯하다. 잘 꾸며진 중창단 한 사람이 내는 목소리 같다. 개구리 합창단의 노랫말은 어떨까, 자꾸 궁금해진다. 허공에 그린 원고지에 ‘개구리 합창’ 제목을 적었다가 ‘시피사모’라 다시 썼다.어느 토요일 저녁, 영일대해수욕장 한 모퉁이에서 개구리들의 합창이 들리는 듯하다.

2023-04-09

존재 증명하기와 존재하기

유영희 작가 몇 년 전 어느 예능 프로에서 이경규가 어떤 어린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자 이효리가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고 한 말에 시청자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결과이고, 아무나 된다는 것은 그저 자기 자신이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화 ‘청춘스케치’에서 레이나가 ‘23살에는 뭔가를 이루고 싶었다’고 하자, 친구 트로이가 ‘23살 때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아를 찾는 것’이라고 한 말도 이효리의 반문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전 근대사회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곳에서 붙박이로 살아서 나로 존재하기만 해도 나의 존재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무엇인가가 되어야 하고 이제는 그것을 남에게 알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얼마나 알려지느냐가 성공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심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고 나는 누구인가 하는 회의감과 괴리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무엇보다 ‘존재하기’가 절실해지고 있다.그러나 존재하기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다. 트로이가 아무리 치즈버거와 커피, 담배 몇 개비, 그리고 약간의 대화로 충분하다고 해도 그런 삶이 지속가능하기는 어렵다. 이효리 역시 어떤 순간에는‘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살겠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인생에는 뭔가 이루는 것도 필요하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필요하다.오랜 기간 서예를 연마한 동창이 시간이 갈수록 상 받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면서, 그래서 출품에는 아예 관심을 끊었다고 한다. 서예를 즐기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온전하게 존재하기를 원할 뿐, 대회에 작품을 내는 일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존재를 증명하는 일에는 아무래도 자신과 다른 사람을 대상화하거나 수단으로 삼는 일을 피할 수 없다. 작품을 출품하는 순간, 인격은 사라지고 등수라는 대상으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며칠 전 종강한 EBS1의 ‘존재와의 대화’에서 심리학자 김정규 역시 존재를 회복하기는 해야 하지만 인간을 대상화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한다. 칸트 역시 모든 이성적 존재자는 목적 그 자체로 실존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써만 대하지 말고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라.’고 하여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는 것도 인정한다.‘존재를 증명하기’와 ‘존재하기’, 다 중요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비율로 하면 좋을까? 이 질문에 김정규는 삶에서 80% 정도는 인간을 대상화하고, 나머지 20% 정도는 존재하기로 하자고 말한다. 지나친 존재 증명도 문제지만, 존재하기에 너무 치우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할 것은 아니지만, 굳이 회피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다. 셀럽의 한마디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자신의 형편에 맞는 비율로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

2023-04-09

마음을 여는 소통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마음속엔 방이 여러 개 있다. 어떤 방은 사시사철 활짝 열려있어 누가 들고나던 별문제가 되지 않고, 또 어떤 방은 안으로 굳게 잠겨있어 웬만해선 누구도 그 안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다. 때로는 밖으로 잠긴 방도 있는데 꼭 맞는 열쇠가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어떤 이는 늘 열려있는 방을 보고는 넌 참 열려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늘 굳게 닫혀있어 결코 열릴 것 같지 않은 방을 목격한 이는 마음을 좀 열어두라고 하기도 한다. 늘 열려있는 방이 부산스럽게 느껴지는 이는 내게 외향적이라고 하고, 어쩌다 바람 소리 휑한 방에 들어섰던 이는 너 요즘 힘들구나 한다.기분에 따라 어느 방문을 열어둘지 결정하는 건 나일 테지만 간혹 어느 방문이 열렸는지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는 것도 사실이다.때가 되면 저절로 열리는 방이 있는가 하면, 일정 시기가 되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방도 있다. 어떤 방은 갑자기 조금씩 작아져서 안에 든 사람을 몰아내기도 하고, 아무리 왕래가 많아도 괜스레 허전하기만 한 방도 있다. 그래서 마음을 연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누군가 내게 마음을 열라는 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그 방을 열라는 것일 텐데 나조차도 찾기 힘든 그 방들을 어떻게 열어두어야 할까. 이 방만큼은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기를, 알려고 들지 않기를, 혹여 그런 방을 보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모른 척 지나쳐 주기를 바라게 된다.소통은 마음의 방에 들어가는 것이고, ‘타인에게 이르는 가장 선한 길’이다. 그 방에 들어서면 가라앉았던 기분이 부유하며 상대를 향해 무장해제를 하게 된다.어떤 방은 억지로 열어서 들어가기도 하고, 또 어떤 방은 꼭 맞는 열쇠가 있어 따뜻하게 번져오는 온기가 마음으로 스며들어 행복하게 만든다. 억지로 열어서 들어가면 강력한 방화벽이 작동하고, 열쇠로 열고 들어간다는 건 겨우내 얼어붙은 흙이 완강함을 풀고 서서히 스미어서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 여리디여린 풀싹들이 지면으로 올라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그 열쇠는 충고 하고픈 마음을 누른 채 얘기를 듣는 것이고, 판단하는 마음 없이 상대방을 응원하는 것이다. 2천4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로, 에토스(ethos)·파토스(pathos)·로고스(logos)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 번째 에토스는 발로 뛰는 진정한 솔선수범으로, 진실됨과 높은 윤리의식을 갖는 것이다. 두 번째 파토스가 중요한데 아픔을 들여다보고, 기쁨에 보태서 감동을 주는 감성이다. 옳은 말만 한다고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며, 비판적이지 않은 태도로 같은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때 마음의 문은 열릴 것이다. 세 번째는 로고스로 거짓됨 없이 논리적으로 있는 그대로 설득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다.진실만을 말하는 것보다 감성이 3배 더 영향력이 있고, 솔선수범과 진정성까지 보여주면 6배 더 영향력이 올라간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2023-04-09

꽃다지와 꽃샘추위

김규종 경북대 교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배운 첫 번째 노래가 민중가요 ‘꽃다지’와 동물원의 ‘거리에서’였다. 저녁 어스름 무렵이면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면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하고 시작하는 ‘거리에서’가 시나브로 입안을 맴돌았다. 처연하고 서정적이며 내장(內臟) 깊숙한 곳을 푹, 찔러오는 가사와 음조가 날마다 흔들리던 나의 내면을 후려갈겼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일이다.유학 나가기 전에 나는 적어도 30곡 정도의 민중가요를 알고 있었다. 쾰른에서 첫 번째 어학 과정을 성공리에 마치고 작은 잔치(kleine Fete)를 했을 때 ‘이 산하에’를 부른 일이 기억난다. 러시아 민요 세 곡을 알던 청춘의 빛나던 시절을 함께했던 노래 가운데 하나가 ‘이 산하에’였다. 야경꾼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늦은 밤 도서관에서 귀가할 때도, 뭔가 애잔하고 답답할 때도 길동무가 돼주었던 노래가 ‘이 산하에’였다.그런데 ‘꽃다지’라는 낯선 노래가 주는 정감은 색다른 것이었다. 강력하고 웅혼하며 유장(悠長)한 노래들과 결이 다른, 애틋하고 섬세하며 가슴을 아프게 저미는 노래였다.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나 오늘 밤 캄캄한 창살 안에 몸 뒤척일 힘조차 없어라~’ 무력감과 무기력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나약한 자아를 고백하는 민중가요라니! 그래서일까?! 어렵지 않게 서둘러서 노래를 배우고 익혔다.세월은 물처럼 흐르고 사라져 자취도 없는데, 어제오늘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언론은 ‘꽃샘추위’라 규정한다. 모든 꽃이 일제히 피어난 ‘백화제방(百花齊放)’의 통렬한 3월도 지났는데 느닷없는 꽃샘추위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뒷집 할머니는 윤이월로 인해 봄이 늦고 늦추위 있을 거라 했는데, 요즘 일기는 전혀 가늠할 수 없다. 인간이 지구별을 끝없이 착취한 결과로 자연파괴(自然破壞), 기후변화, 환경위기가 초래된 것 아닌가?!마당에는 올해 꽃다지 풍년이다. 작년에 군데군데 앙증맞은 자태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기를 거듭한 꽃다지였다. 그랬던 녀석들이 마당을 점령할 태세다. 꽃다지와 함께 새로 주둔한 제비꽃들의 위세도 대단하다. 작년에 쑥과 우슬, 민들레를 정리하고 난 후 안심한 게 화근이다. 꽃집 주인 말로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나 떨어지면 그 30배에 이르는 꽃씨가 퍼져나가 군락을 이룬다고 한다.한편으로 무척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론 저 많은 녀석을 어찌 감당하리, 하는 걱정도 찾아온다. 마당을 절반 넘게 차지했던 사초(조릿대)와 쑥, 민들레의 추억이 아직도 삼삼하다. 잔디 심은 마당을 건사하노라면 거의 날마다 호미로 불원초(不願草)와 전쟁해야 한다. 풀과 싸워서 이기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잔디 형상을 유지하는 것이 게으르지 않은 주인 행색이라 수고로운 노동을 아껴서는 아니 된다.입김마저 하얗게 나가는 아침마당에서 때늦은 한기(寒氣)와 만나면서 인생살이 곳곳에서 나를 덮쳐왔던 크고 작은 시련을 생각한다. 봄꽃 흐드러진 봄날의 정한(情恨)이 깊어만 간다.

2023-04-09

윤 원내대표, 대통령에게 쓴소리 할 수 있어야

치밀하고 안정적인 대야 협상력을 인정받은 대구 달서을 출신 윤재옥(3선) 의원이 지난주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소속 의원 115명 중 109명이 참석한 원내대표 경선에서 65표를 얻어 44표를 얻은 4선의 김학용 의원을 제쳤다. 그는 지난 2010년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마지막으로 경찰에서 퇴직한 뒤 19대 총선 때부터 21대까지 연이어 대구에서 당선됐다. 윤 원내대표가 주호영 의원에 이어 집권여당의 지도자로 부상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당장 당 내부에서 ‘도로 영남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기현 당 대표가 울산 출신인데다 서열 2위인 원내대표마저 대구 출신이 뽑히자 ‘이런 구도로 총선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일리 있는 걱정이다. 수도권 위주의 색채를 가진 민주당과도 비교된다. 여당 지도부가 영남권 의원 일색으로 채워짐으로 인해 당의 외연확장과 총선 공천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지금은 여야관계도 최악이다. 윤 원내대표는 당장 야당의 입법폭주에 대응해야 한다. 민주당은 ‘노란 봉투법’ ‘안전운임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을 이달 임시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며, 쟁점이 돼 온 방송법·간호법도 국회본회의에 직회부했다. 현재 여당은 민심에 호소하며 야당의 일방적인 입법추진을 막고 있지만, 여론전에서도 고전 중이다.국민의힘의 최대현안은 누가 뭐래도 내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윤석열 정부가 중도층이나 젊은층의 지지를 회복하는 계기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뾰족한 방안이 없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전략자문위원장을 맡아 민심을 가감 없이 후보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레드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로 쓴소리를 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그가 지금 해야 할 역할도 대선 당시와 같다. 지금 국민은 윤 대통령이 최측근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2023-04-09

의원수 축소안

우정구 논설위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30명 이상 줄이자는 제안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이다.야당의 호응이 있어야 실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데, 원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반대다. 여당은 다음 주 시작하는 국회 전원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나 현실화되기에는 넘어야 장벽이 많아 보인다.의원 수 축소와 관련, 작년 11월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그가 당대표가 되면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의원 수를 100명가량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개혁대상 1호로 손꼽히는 정치권이 먼저 솔선수범하자는 뜻이다. 또 지난 2월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의 페이스북에서 “의원 수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하원 수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80여 명 만해도 충분하다”고 언급했다.각종 여론조사서도 의원 수 축소에 대해 찬성이 반대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아도 의원 수는 줄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는 의미다.여당 대표가 비록 30명 정도 축소를 언급했지만 의원 수 축소 제안 자체는 유의미한 논제다. 당내 문제 돌파용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축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정치는 수준 이하의 언행 등으로 불신으로 꽉 차있다. 축소안의 등장은 자업자득 측면이 있다.독일의회가 지난달 의원 수 감축을 의결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감축 분위기가 뜨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마저 급격히 줄고 있어 의원 수를 줄이자는 게 명분과도 일치한다. 의원 수가 정치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의원 축소가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4-09

구미시, K-방산 전초기지로 거듭나길

구미시가 세 번의 도전 끝에 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 대상지로 선정됐다. 방위사업청이 공모하는 방산혁신클러스터는 국방 중소, 벤처기업의 발전을 위해 방위사업청과 지자체가 협력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산·학·연·군 등의 다양한 산업 주체가 참여해 방위산업 혁신성장생태계 구축과 함께 방산기업의 역량 강화에 나선다.2020년 처음 도입해 창원시와 대전시가 각각 선정된 데 이어 구미시가 이번에 조성 대상지로 선정된 것이다. 구미시는 2027년까지 구미국가1산업단지에 총사업비 499억원을 들여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첨단방위산업진흥센터가 건립되고, 방산특화개발 연구소,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게 된다.구미시는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최고의 수출산업도시로 성장한 도시다. 대기업의 해외시장 이전으로 다소 산업역량이 주춤했으나 지금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필두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특히 이번 방산클러스터 대상지 선정은 구미가 첨단산업 도시로 변모하는 데 큰 힘이 된다.구미에는 전자통신,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분야의 산업체가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방위산업과 관련 구미에 공장을 둔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은 방산 앵커기업으로 유도무기, 감시정찰, 전자장치 제어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구미는 180여 개의 관련중소기업이 포진, 방위산업 혁신성장생태계 구축에도 적합하다.이런 장점이 방산혁신클러스터의 대상지로 선정된 배경이나 이제는 방위산업의 선도도시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이철우 도지사는 “방산혁신클러스터 성공 모델을 경북에서 만들어 K-방산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야심을 밝혔다.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중소기업이 방위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구미국가산단 업체 가운데 방산 진입이 가능한 업체만 1천군데가 넘는다. 방산클러스터 선정에 따른 효과는 지역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확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방산클러스터 선정을 계기로 구미가 국가 첨단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2023-04-09

탄소중립 피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정부는 지난 3월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을 발표하면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한 세부 이행 방안도 제시했다.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가 203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40% 줄이겠다고 발표한 NDC의 실행계획이다. 핵심내용은 우리나라가 줄여야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총량은 40%로 유지(IPCC 협정상 한번 설정한 NDC는 후퇴할 수 없다) 하되, 기존 산업부문 탄소 감축 목표(14.5%·3천790만t)를 11.4%(2천980만t)로 줄이는 것이다. 2021년 NDC 발표 당시에도 에너지, 건물, 수송 등 6개 분야에서 산업부문 감축률이 가장 낮았었는데 이번에 다시 3.1%나 줄인 것이다. 산업계는 이번에 5% 감축을 ‘현실적인 감축량’이라고 주장했는데, 국무총리가 설득해서 그나마 11.4%로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산업계에서 줄여준 810만t은 에너지(전기)분야에서 400만 t, 해외부문과 CCUS(탄소 포집 활용, 전장기술) 등에서 410만t을 줄일 계획이다.기후경제학자인 서울대 홍종호 교수는 “2030년이 되면 국제무역규범이 기존의 ‘전통적 WTO 자유무역규범’에서 ‘탈탄소 무역규범’으로 완전히 옮겨질텐데 이러한 국제 추세에 맞춰 기업 경쟁력 재고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14.5% 감축으로 원상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지난 3월 20일 정부의 기본계획 발표 하루 전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6차 종합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긴박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글로벌 기업 구글은 벌써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여 RE100을 달성했는데, 한국 기업 네이버는 0.64%만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기업과 토종 기업 간의 재생에너지 경쟁력 수준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탈탄소 무역규범’에 대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부의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후퇴 정책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축소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된다.RE100 달성은 글로벌 기업들간의 피해 갈 수 없는 국제적 약속이다. 국가에 따라 에너지 믹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산업계에 대한 탈탄소 부담이 달라질 수 있지만, 글로벌 기업 경쟁력에서는 기준이 다를 수는 없다. 나라에 따라 NDC에 원자력이 포함되기도 하고 포함 안 되기도 하지만 RE100에 원자력 에너지는 포함되지 않는다. 순수 재생에너지만 포함된다. 2025~2026년부터 시행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철강제품, 유기화학물, 플라스틱 등 9가지 고탄소 배출 제품에 부과하는 일종의 탄소세다.무역이 국가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장벽이다. RE100은 우선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소비전력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서 채워나가야 한다. 원활한 국제 교역을 위해서는 산업계가 최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도록 해야 하는데도 정부가 잘못된 신호를 산업계에 보냄으로써 산업계의 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재생에너지 기반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조바심도 든다.필자가 대구, 구미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RE100 컨설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대구의 3공단에 있는 수출 중심의 안경 공장이나 애플에 납품하는 IT기업은 RE100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50KW, 100KW 정도라도 태양광 설치를 한다.하지만 성서산업단지의 내수용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태양광을 설치하면 RE100을 달성하고도 남는데도 필요성을 못 느껴 미적거리는 것이 현실이다.구미산업단지의 삼성, LG에 납품하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생산 여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태양광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 외관도 안 좋고, ‘정부가 어떻게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이런 상황에서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후퇴시키는 정부 정책에 대해 기업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정부 로비 대신 당장 공장 지붕이나 공터, 주차장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현재 가능한 20~30% 정도라도 재생에너지 공급에 앞장서야 한다.탄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실천하면 된다. 실천캠페인에는 가장 급한 산업계가 선두에 서야 한다. 국민들도 내 집 옥상이나 내가 다니는 회사 옥상 등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세금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캠페인을 독려해야 한다.탄소 감축은 어차피 맞아야 할 매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인 것이다. 피해 갈 길은 없다. 정부는 좀 더 타이트한 로드맵과 더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해서 산업계가 속히 RE100 달성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2023-04-09

어깨 통증 잡는 맞춤형 운동 치료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요즘같이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관절 통증이 자주 나타나거나 악화하기 쉽다. 관절 통증 가운데 어깨 통증은 우리나라 성인의 6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근골격계 증상이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와 이해부족, 막연한 견관절의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십상이다.어깨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 회전하는 관절이다. 그만큼 불안정한 부위이며 손상되기도 쉽다. 나이가 들면서 힘줄이 약해지고, 운동이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잘못된 자세 등 다양한 요인으로 어깨 통증이 생긴다. 나이가 들어 어깨 통증이 심해지면 자연스럽게 오십견으로 단정하지만 같은 어깨 통증이라도 회전근개 파열, 석회화 건염 등 다른 질환일 수 있다.회전근개 파열은 어깨 통증의 70% 정도를 차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최근에는 골프 등 스포츠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감싸고 있는 극상근, 극하근, 소원근, 견갑하근과 같이 4개의 힘줄을 말하는데, 어깨 안전성, 운동성, 유연성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 힘줄이 여러 원인에 의해 약해지거나 찢어지면서 발생하는 것이 회전근개 파열이다.대개는 과도한 어깨 사용으로 인한 힘줄 파열이 원인인데, 증상은 본인 스스로 아픈 팔을 움직여 보거나 정상적인 팔의 도움을 받아 아픈 팔을 앞으로나 옆으로 들어 올릴 때 극심한 통증과 운동 제한을 보이는 오십견과 다르다. 회전근개 파열은 팔을 움직여 보면 억지로 움직여지는 어느 한순간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어디엔가 걸리는 듯한 소리나 느낌을 받는다. 또 팔을 벌릴 때는 힘이 없는 것을 느끼게 된다.회전근개가 완전히 끊어졌다면 찢어진 힘줄을 관절에 붙여주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지만, 회전근개 파열이 생겼다고 무조건 수술할 필요는 없다.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부분 파열이라면 적절한 약물 치료와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운동 치료는 비수술적 요법 중 부작용이 가장 적게 나타나며, 근육 상태의 회복이 운동의 목표가 되므로 근본적인 치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어깨 통증 완화를 위한 운동 치료는 운동 유형, 빈도, 시간, 강도 설정이 중요하다. 운동 유형은 약으로 치면 성분과 같다. 운동의 종목일 수도 있고, 동작일 수도 있다. 크게는 유산소, 유연성, 근력 운동이 있고, 각 운동은 신체 부위와 근육에 따라 종목과 동작, 기구 등이 있다. 빈도는 약의 복용 횟수다. 하루 몇 번 또는 일주일에 몇 번인지를 의미한다. 시간은 약의 총 복용량이다. 운동에서는 지속시간을 의미하여 보통 분 단위로 설명한다. 강도는 약 성분의 함량이다. 운동을 얼마나 힘들게 또는 편하게 할 것인지를 말한다.어깨 통증 완화를 위한 운동 유형으로는 스트레칭 등 신전운동과 근력 운동이 좋다. 스트레칭을 몸풀기로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유연성은 체력요인 가운데 중요한 항목이다. 특히 재활에서는 아픈 부위가 정상적인 부드러움이나 가동범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그리고 벽 밀기나 팔굽혀펴기 등 자기 체중을 이용하거나 고무밴드로 하는 근력 운동도 함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다양한 매체에서도 어깨에 좋은 운동 방법은 추천되지만, 얼마만큼 자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할 때가 많다. 운동을 통해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 똑같은 형태의 운동을 한다면 운동 빈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트레칭 운동은 하루에 3회 이상을 해야 하며, 근력 운동의 경우 본인 체중이나 고무밴드를 이용한 운동은 하루 1~2회 정도가 적합하고, 바벨 등 무거운 중량으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주 2~3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근육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중량은 비교적 높이고 횟수는 적게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통증 완화 등 재활에는 다르다. 무겁게 하는 근력운동은 주로 표면의 큰 근육의 발달을 유도하지만, 심부근육의 발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통증은 주로 심부근육에서의 문제이며, 심부근육은 사이즈도 작고 상대적으로 적은 힘을 낸다. 통증으로 인해 힘을 잘 못 쓰는 상태라면 더욱 무게를 낮출 필요가 있다.스트레칭도 강하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완시키고자 하는 부위가 당기기 시작하는 각도에서 멈추어 날숨과 들숨을 4~5회 길게 반복하며, 2~3셋트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신전운동이든 근력운동이든 가늘고 길게, 그리고 자주하되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어깨 통증은 잘못된 진단과 처치로 어깨 힘줄이나 관절 손상을 부추길 수 있기에 전문가의 검사와 진단이 중요하다. 특히 어깨 근력과 관절 운동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 치료가 동반돼야 효과적인데, 재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기 검사를 받으며 본인의 건강과 체력 상태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2023-04-09

TK 신공항 특별법 드디어 13일 처리되나

국회 법사위 문턱에 걸린 대구경북(TK) 신공항 특별법이 오는 1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마침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동시 처리하기로 약속한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지난 5일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TK신공항과 광주신공항 특별법은 다음 주(10~12일) 열리는 법사위에 상정된다. 두 특별법 모두 쟁점사항에 대한 여야 조율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된다.TK신공항 건설사업은 군위 소보면과 의성 비안면 일원에 중·남부권 항공물류 중심공항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전부지인 대구시 동구 지저동 일대 K2부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사업도 포함된다. 신공항 사업비는 12조8천억원으로 추산되며, 2025년 착공해 2030년에 완공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동안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TK신공항이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국비지원을 담은 특별법이 꼭 제정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수도권에서는 ‘영남과 호남 공항 바꿔먹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TK신공항과 가덕도·무안 신공항은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지역격차를 해소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TK신공항 특별법에는 ‘기부 대 양여’의 특례에 따라 신공항을 건설하되 초과한 비용은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는 내용과 함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종전 용지 개발 사업의 조세 및 부담금 감면 등의 핵심 내용이 담겨 있다. 신공항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신공항 주변과 종전부지(K2)에 새로운 대규모 경제권이 형성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공항 주변에 200만평 규모의 물류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곳에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그야말로 초광역 신공항 경제권이 새로 조성되는 것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이 TK신공항을 두바이처럼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공항으로 건설한다는 목표를 정한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시차가 많이 나는 미국이나 유럽의 수출입 물류를 확보하려면 ‘잠들지 않는 공항’이라는 차별화 전략이 꼭 필요하다.

2023-04-06

연금개혁, 하기 싫어도 해야

홍석봉 대구지사장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또 배움의 즐거움을 떠나 일단 너무 싫어한다.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스스로 공부한다.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것이 공부다. 개인의 장래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국민을 위해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는 말을 했다. 기득권 혁파 및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완성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었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윤 대통령이 저항 세력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약속한 주요 개혁 과제를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윤 대통령은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과 일전불사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도 말했다. 방해 세력과는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다짐이다.지난달 말 예정됐던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발표가 전격 취소됐다. 국정 지지율 하락에 놀란 여당이 발표 선언 이틀 만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뒤집었다. 요금 인상을 정치가 막았다.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을 비난할 때가 언제인가 싶다. 빚더미에 올라선 한전이다. 정상화는 점점 멀어져간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그냥 뒀다간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한일 관계 정상화는 북핵 등 동북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국내외의 부정적 여론을 무릅쓰고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현 정부의 딜레마다. 거기다가 일본 측의 ‘독도’ 발언으로 일이 더욱 꼬였다. 다시 키를 잡고 가야한다. 기왕에 빼든 칼이다. 후퇴는 곤란하다.국민연금 개혁 방치는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정치가 개입하면서 수익률 세계 꼴찌라는 터무니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제도는 지속될 수 없다. 우리의 미래가 불안해진다. 출산율과 국민연금 기금투자 수익률을 대폭 올려도 2060년 이후 기금 소진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더 많이 오래 내고, 적게 받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 중이다.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적잖다.모두 전 정부의 유산이다. 표가 떨어질까 두려워 방치하거나 미뤄둔 것들이다. 이젠 빼도박도 못할 상황이 됐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연금 수령 시점을 2년 늦추는 연금개혁안을 하원 표결 없이 입법하는 초강수를 뒀다.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노동계는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가 시끄럽다. 마크롱은 자칫 레임덕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생명을 걸었다. 미래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어차피 모든 국민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정치권은 정치생명을 걸고 연금개혁을 밀어붙인 마크롱을 배워야 한다.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외통수다.

2023-04-06

봄비와 단비

우정구 논설위원 봄비는 봄철에 내리는 비를 이르는데, 국어사전에는 조용히 가늘게 오는 비로 정의하고 있다. 여름비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 소나기처럼 빗방울이 굵게 내리나 봄비는 대지와 새순을 살짝 적시는 보슬비처럼 내린다.그래서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어느 시인은 봄비 내리는 것을 송홧가루 날리듯 내린다고 표현했다. 봄비는 추운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비여서인지 정감도 있다. 봄비를 주제로 한 시와 노랫말이 많은 이유다.가뭄 끝에 전국에 걸쳐 많은 비가 내렸다. 모두가 단비라 불렀다. 꼭 필요한 시기에 알맞게 맞추어 내린 비란 뜻이다. 한자말로는 단비를 감우(甘雨)라고 부른다. 고마운 뜻의 단비는 순수 우리말인 데다 어감도 좋아 사람의 이름으로도 잘 쓰인다.이틀에 걸쳐 전국에 내린 비는 제주도 산지에는 300㎜ 이상 비를 뿌리는 등 대구와 경북에도 약간의 비를 내렸다. 가뭄으로 애를 태웠던 농민들이 가장 먼저 반겼다. 또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로 일어나던 산불로 고생하던 소방수들도 잠시나마 숨을 돌렸다. 국립산림과학원은 5㎜ 정도의 비가 내리면 25.1시간 즉 하루 정도 산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2015년 3월 기상청은 봄비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해 발표한 적이 있다. 대기질 개선효과, 가뭄해소, 산불예방 효과 등 약 2천400억 정도 라 했다. 어떤 셈법으로 나온 계산인지 알 수 없으나 지금과 같은 시기에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금비다.농업을 천직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비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특히 봄비를 쌀비라 불렀다. 봄비가 농사에 끼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아쉽지만 고마운 봄비 소식이 있어서 다행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06

달성군 문화예술허브 추진, 대구발전 기폭제로

대구시가 당초 경북도청 후적지에 조성하려던 문화예술허브를 달성군 대구교도소 후적지로 바꿔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 등이 포함된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공약사업이다. 현 대통령 임기 내 추진되는 것이 사업의 성과를 봐서라도 가장 바람직하다.그러나 당초 대구시가 계획한 도청 후적지는 현재 대구시 공무원의 65%가 근무하고 있고, 예정된 대구시 신청사 건립은 아직 구체화된 게 없다. 게다가 도청 후적지 일부는 국토부의 도심융함특구 대상지로 겹쳐져 있어 문화예술허브 사업을 조속히 시행하기에는 부적절하다.반면에 달성군 대구교도소는 올해 중 달성군 하빈면으로 이전한다. 부지 면적도 충분하다. 일부 접근성을 문제 삼으나 대구시민의 41%가 거주하는 서부권의 부족한 공연전시 문화 해소를 위해선 바람직한 측면도 많다. 무엇보다 국정과제에 포함된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을 빠른 시간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대구시는 이 문제와 관련, 문체부를 방문해 협의했고 문체부도 “협의해 나가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 공약사업인 문화예술허브 조성에는 모두 6천억원이 넘는 국비가 투자된다.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조성해 대구를 글로벌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대구는 15년간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개최한 도시다.또 이쾌대, 이인성 등의 뛰어난 화가들이 활약한 근대미술의 발상지다. 달성군에 들어설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을 계기로 대구가 국제적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어가야 한다. 스페인의 작은 도시 빌바오시가 구겐하임미술관 건립으로 세계적 관광지로 떠오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앞으로 세계는 문화예술 분야가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세상이 된다. 달성군의 문화예술허브 사업은 소외된 지방도시의 문화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준을 넘어 국제적 교류를 통한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 대구 성장의 기폭제로 삼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23-04-06

청명 날 봄비, 산불을 끄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번 주는 청명·한식에 식목일까지 몰려있다. 청명은 ‘하늘이 맑아진다’는 날이라 날씨가 좋으면 그해 농사가 잘되고 고기도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러나 올봄은 유난히 가뭄이 심하고 산불이 잦아 걱정이었는데 마침 단비가 내려 크고 작은 산불도 끄고 산과 들도 물기를 머금게 하였으니 오히려 농사가 잘될 것이 아닌가.오동나무 꽃 피우고 종달새 나타나고 첫 무지개가 뜬다는 청명 절기에 예년처럼 되풀이된 식목일의 산불을 각인시키려는 듯, 지난 2일 오전 충남 홍성을 시작으로 전국 34곳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은 강풍에 힘을 얻어 4일까지 58곳으로 확산해 그 발화원인에 야릇한 의심을 사게 만들기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피해가 심한 10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주택과 공공시설의 피해복구 등 후속 조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산불 피해 면적이 10ha 이상인 곳만 5곳, 그중 4곳이 충남 호남이다. 경북은 최근 3년 동안 청명 한식 전후로 10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전국적 산불 사태에서 경북지역 피해가 적은 것은 올해 1월 출범한 경북소방본부 소속 ‘119산불특수대응단’이 24시간 진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이다.그동안 계속되어 온 가뭄 현상으로 전국의 산천은 거의 말라버렸고 이에 따라 화재위험이 크다는 우려에 3월 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위험지수 4단계 중 ‘높음’으로 예측하며 4일 비가 내리기 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자료를 보면 희한하게도 식목일날 산불 발생이 2000년 50건, 2002년 63건 등 청명·한식에 많이 발생했다.옛날 임금이 고을 수령들을 통해 백성들에게 내려주는 불을 받으려고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었다’고 한식이라고 했지만, 불을 금했다는 이날 요즘 산불이 많다 보니 그 의미가 묘하다. 이제 산불도 다 꺼졌으니 한식에 약밥, 쑥떡을 먹으며 무병을 빌고 또 윤달이니 조상묘를 찾아가서 풀 베고 잔디 입혀 성묘하며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지금껏 강원과 경북이 산불 주요 발생지역이었던 것은 태백산맥의 영서에서 영동으로 불어오는 양간지풍(襄杆之風) 탓이라 하며 이번처럼 충남 호남지역에서 많이 발생할 것은 예상치 못했다. 다행히 청명 날부터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려 산불은 껐지만, 평균 이하 강수량으로 50년 만의 가뭄 해갈에는 부족할 것 같다. 그런데 제주와 남해 지역에서는 호우주의보, 강풍특보 등이 내려 항공편 결항사태를 빚었으니 참 이상한 기후 현상이다.요즘은 식목일 행사도 뜸하다. 그러나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고 했으니 비록 산림복구엔 100년이 걸린다지만 잿더미가 된 축구장 4천400개 넓이의 산에 힘을 모아 나무를 심어야겠다. 산불 피해로 마음 둘 곳 없는 이재민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봄갈이하는 들판에도 계속 비가 내렸으면 한다. 이상 고온으로 서둘러 핀 벚꽃이 이번 단비로 모두 떨어져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시원한 메밀국수 한 그릇 훌훌 말아먹고 진달래술 한잔하며 정녕 아름다운 4월을 만들어 가자.

2023-04-06

지성인(知性人)의 사명과 역할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바람직한 문명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성인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해박한 지식과 합리적인 사고, 도덕적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지성인의 역할이다. 또한 지성인은 뛰어난 지식과 인격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발명을 창출하며, 예술과 문화, 철학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문명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가능케 하며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류의 진보를 촉진한다. 요즘 우리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반지성적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뒷골목 불량배들의 얘기가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 만연해 있는 폐단을 말하는 것이다. 반지성이란 정략적 의도나 개인적인 감정, 불의한 이념을 쫓는 편견 등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반지성적인 시각과 행동이 생산한 편견과 거짓정보는 언론과 인터넷매체 등을 통해 삽시간에 확산될 수 있다. 그로 인해 일반 국민들은 진상을 호도하게 되고 민심이 왜곡되는 것이다.반지성적 풍조의 발원지는 정치권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보니 합리성이나 진실성, 도덕성 따위를 무시한 거짓과 왜곡, 억지와 모함이 판을 치는 것이다. 거기에 각종 언론매체들이 선정적으로 가세해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거짓과 천박함을 당연시 하게 되었다. 정치세력을 형성하는데 편 가르기 만큼 손쉽고 유용한 것이 없다. 이념이든 계층이든 젠더든 일단 편을 갈라서 저들끼리 싸우게 해 놓으면 절반은 거저먹는 게 정치세력이다. 그 한 쪽 편에 힘을 실어주고, 거기다 포퓰리즘과 선전선동으로 민심을 잡으면 집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공학적 계산이다.편 가르기 정치의 대표적인 수단이 ‘내로남불’이다. 무슨 짓이든 내가 하면 정의롭고 상대방이 하면 불의와 적폐라는 논리다. 이런 억지 주장을 관철하려면 당연히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아무리 비리와 거짓이 드러나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후안무치가 지지 세력을 공고히 하는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후안무치의 결정판은 적반하장이다.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라는 것이다. 궁지에 몰리면 자신의 비리와 부정 혐의를 오히려 상대편에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수룩한 국민들에게 사건의 본질을 흐려 양비론 정도만 끌어내도 성공인 것이다. 패거리정치판의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 진영논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진영논리의 추진력은 확증편향에서 나온다. 반지성적 풍조에 휩쓸려 천박해지고 황폐해진 민심은 사회를 병들게 한다. 언론과 교육과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 역시도 편이 갈리고, 부정과 비리를 공정하게 단죄해야 할 사법부조차도 진영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지성이 횡행하는 사회에서는 지성이 오히려 적폐로 몰린다. 무조건 자기 패거리를 지지하지 않으면 저주와 혐오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것이 지성의 역할이고 사명이다. 악조건일수록 오히려 더 분발하여 정의로운 언행으로 맞서야 한다.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지성인의 역할이 절실한 현실이다.

2023-04-06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나라가 좁다. 우리나라 면적은 세계 108위에 인구 숫자로는 세계 29위라서 인구밀도가 세상에서 네 번째로 높다. 좁은 땅에 복닥거리느라 늘 경쟁과 다툼이 화두다. 모든 게 좁은 문이고 일상이 긴장과 투쟁의 연속이다. 웬만한 시험은 몇십대 일 경쟁이 다반사가 아닌가. 기회가 없지는 않지만 늘 제한적이고 바늘구멍이다. 다음세대에게 우리는 어떤 내일과 비전을 가르칠 수 있을까. 사회는 늘 복잡하고 치열하며 힘든 싸움만 부추기는데, 청년들은 무엇에 희망을 걸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답답하지 않을까.호연지기(浩然之氣).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넓고 큰 기운이라 하였다. 호연지기를 품고 내일을 설계할 때 인물이 나고 세상이 바뀐다 하였다.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과 땅 사이에는 한반도만 있는게 아니다. 시선이 가 닿는 지평이 넓어야 한다. 세상 저 끝까지 호기심과 상상력의 경계를 넓혀야 한다. 나라 안에서 우리끼리만 바라보며 이기고 질 생각을 하니 긴장과 고난의 연속이 아닐까.정치와 사회, 문화와 경제도 국내로만 시선을 고정하면 모든 게 정체되고 탈출구가 좁아 보인다. 생각을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면 뜻 밖에 할 일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글로벌호연지기를 길러야 한다. 담장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호기심부터 길러야 한다. 우리와 다른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경계를 허물어 다른 점을 발견하고 닮은 가닥을 찾아야 한다. 세상의 모습을 글로벌하게 알아야 하고, 세계가 움직이는 방향을 깨우쳐야 한다. 저 밖을 향한 관심과 궁금증을 키워야 하고 조금씩이라도 날마다 세상을 생각해야 한다. 어울려 일하고 겨루며 ‘널푼수’를 키워야 한다. 더 넓게 생각하고 더 멀리 바라보며 더 깊이 느껴야 한다.국내만 바라보며 답답했던 심사가 글로벌한 지평을 내다보며 넓어져야 한다. 나아진 국격과 함께 자신감도 한층 높여야 한다.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도 자신있게 익혀야 한다. 세상을 만날 준비부터 쌓아 올려야 한다.글로벌은 이미 현실이다. 펼쳐진 마당을 알아채야 한다. 경쟁과 다툼으로 소중한 에너지를 소진할 게 아니라 글로벌 환경을 깨우쳐 앞서가야 한다. 다음세대는 글로벌호연지기를 장착해야 한다. 좁은 국내를 벗어나 광활한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좁은 한반도 갇힐 수가 없다. 상상과 창의로 세상과 겨루어야 한다. 무엇을 바꿀까, 누구와 일할까, 어디에서 펼칠까, 넓고 깊게 생각하는 다음세대를 길러야 한다. 우리의 다음세대들이 글로벌호연지기를 펼칠 때 대한민국의 운명과 국격도 더욱 상승할 터이다.경북교육을 세계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경북교육청의 교육비전이 새롭게 보인다. 구호에 그칠 일이 아니라 실천적이며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어릴 적부터 세상을 느끼고 배우고 익혀 세상을 바꾸어낼 인재로 길러야 한다. 좁은 땅에서 경쟁으로 시들어 갈 일이 아니라, 넓은 텃밭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도록 길러야 한다. 글로벌은 교육으로 실천해야 한다.

2023-04-05

회전교차로의 효과

홍석봉 대구지사장 예전에 로터리로 불렸던 원형 교차로가 회전교차로로 재탄생, 주목받고 있다. 회전교차로를 설치한 도로의 교통사고와 인명피해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회전교차로 설치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는 셈이다. 행정안전부 분석 결과 2020년 대구 3곳과 경북 13곳 등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한 후 사고현황 분석결과 대구는 3개 지점에서 지난해 단 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시행 전 7건에 비해 85.7%가 감소했다. 인명피해는 사망자 없이 3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72.7%의 감소율을 보였다고 한다. 경북은 13곳의 회전교차로에서는 지난해 총 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부상자 10명에 그쳐, 시행 전에 비해 사고와 인명피해가 각각 27.6%와 25% 줄었다.교차로 통행시간도 회전교차로 설치전보다 평균 4.3초(20.8%) 단축돼 원활한 교통 흐름에 도움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회전교차로는 1960년대 영국이 개발한 원형 교차로다. 차량이 한쪽 방향으로 돌아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십자 교차로 대신 도로가 만나는 중심부에 교통섬을 만들어 차량이 이 교통섬을 돌아가도록 했다. 일반 교차로와 달리 신호등이 없고 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순서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신호대기가 필요 없어 차량 흐름이 원할해지고 정면 충돌 우려가 없어 교통사고도 줄어든다.반면 교통량이 많은 곳과 도심 지역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기존 교차로에 비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대형차량이나 특수차량은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크다. 통계로 입증됐다.적절한 곳에 회전교차로를 확대 설치할 필요가 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05

대구 미분양 적체, 정부차원 특단조치 나와야

대구시가 대구지역 미분양주택 해소 대책을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건의했다. 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대구지역 미분양주택 물량 해소를 위해선 지방정부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동시에 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을 긴급히 요구한다는 뜻이다. 2월 말 현재 대구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1만3천987가구로 국내 전체 물량의 18.5%다. 입주 예정물량도 3만6천여 가구다. 이런 미분양 주택 증가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고도 한다. 미분양 사태 장기화로 주택건설회사와 관련업계의 경영난은 물론이거니와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로 실수요자들이 제때 이사를 할 수 없는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대구시의 입장이다.지난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 가격은 1.8%가 떨어졌다. 특히 대구지역은 ·5.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국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보다 더 많은 미분양 물량을 안고 있는 데다 시중의 집값마저 폭락하니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의 경기는 설상가상격이다.급등했던 집값이 떨어진 것은 집값이 안정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미분양 사태가 빚을 경제적 불안감 등 후유증을 더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대구시가 이번에 중앙정부에 건의한 내용 가운데 조정대상지역 지정 및 해제 등 주택정책 규제 권한의 일부를 지자체로 이양해 달라는 것은 설득력 있는 부분이다. 지방마다 다른 부동산 시장을 두고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상대적 불평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지방사정에 맞게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지방화 시대와도 맞는 정책 흐름이다.대구시는 지난 1월 신규 주택사업 승인을 보류하고 후분양 유도, 임대주택 전환 등으로 미분양 안정화 대책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미분양분 해소는 여전히 부진하다. 대구시 건의를 살펴보고 정부는 미분양 후폭풍이 생기지 않게 선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2023-04-05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한의원 내원 환자의 상당수가 국가에서 노인으로 인정하고 치료비를 줄여주는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2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진료를 하다 보니, 건강한 중년으로 처음 만난 분들이 몸과 마음이 모두 쇠약해진 노인으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가끔 환자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확인되어 치매 검사를 권하게 되는 경우는 내 마음도 많이 불편해진다.100여 년 전 알츠하이머 박사가 치매로 사망한 사람의 뇌를 해부해보고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이상 단백질이 침착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후 거대 제약 회사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치매를 치료하는 기적의 약을 만들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100년이 지난 2021년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등의 약이 개발되어 치매 증상의 일부분을 호전시키고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 치매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치매 예방을 위한 방법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산소 운동이다.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에서 경도의 인지 장애가 있는 65세 이상 308명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진행한 연구에서도 유산소 운동의 효과가 나타났다. 주 1회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한 그룹은 인지 기능이 유지되거나 향상됐고, 뇌의 위축이 멈췄다. 그러나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의 인지 기능은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뇌가 위축된 사람이 많았다.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세포의 에너지원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가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나이가 들면 이 물질이 점점 줄어드는데, 치매에 걸린 사람은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유산소 운동은 무리한 시간과 강도로 하기보단, 일정한 심박수로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기, 조깅, 수영, 등산 등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동의보감에서는 치매를 癡呆(치매) 呆病(매병)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대의 한의학에서는 치매를 3종류로 분류한다. 아직은 치료법이 없는 진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뇌경색과 뇌출혈의 예방과 치료를 통해 발병을 막을 수 있는 혈관성 치매, 우울증, 약물, 내분비 이상, 감염 등 기타의 원인으로 생기는 치매로 분류한다. 우울증이나 내분비 이상 등으로 생기는 치매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발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당한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억간산, 반하백출천마탕 등의 처방이 신경세포 보호, 기억과 학습 능력 개선, 베타밀로이드 독성 완화 등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전침, 약침 등을 활용하여 뇌신경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일생을 성실히 살고 마지막이 아름답기를 꿈꾸는 것이 보통 사람의 희망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자주 하고, 잠을 충분히 자는 습관을 만들자.

2023-04-05

또 한 마리 강아지 아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손주들은 나를 아키 할머니라 부른다. 원래 손주들 집에 있다가 우리집으로 온 강아지 아키 때문이다. 아들이 결혼 전 동물보호센터에서 아기때 입양한 후 10년을 기른 갈색 푸들, 그래서 이름도 아키(일본어로 가을)라 지어 잘 지낸 놈이었다. 몇 년 전 고양이가 들어오게 되는 사정이 생겼다. 아키가 베란다로만 숨어 나오지 않았다 한다. 우리집에 데려올 때 울며불며 이별을 서러워하던 손주들이었다. 집이 가까우니 자주 보러오면 된다고 겨우겨우 달래느라 진땀깨나 흘렸다. 아키가 온 후론 할머니 집에 오는 걸 아키집에 간다고 하며 좋아하더니 급기야 우리 부부는 아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버렸다. 뭐 어떠랴….아키는 까도녀 베리를 배려해 뭐든 스스로 기꺼이 이순위를 자처한다. 먹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우리 곁자리조차도 베리보다 후순위다. 순위매김을 해야 다툼이 없다지만 아키는 스스로 양보하는 것이 제 몸에 익숙한 듯보인다. 산책할 땐 어쩜 그리도 보폭을 잘 맞추는지, 한두 발자국 걷고는 쳐다보며 눈을 맞추고, 몇 발자국 걸은 후 또 올려다 쳐다본다. 집안에서도 늘 나만 따라다닌다. 나는 종종 그런 아키를 다정아키라고 부르곤 한다. 잠잘 때도 내 곁에 오려고 틈만 나면 침대에 올라 내 발치에 자리를 잡곤 한다. 거실로 쫓으면 제 전용 의자에 올라누워 세상 불쌍한 포즈로 잠을 청하곤 하는 아키다. 우리가 소파에 자리 잡으면 베리가 먼저 제 자리를 정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 빈 옆자리로 말없이 와 앉는다. 차를 탈 때도 그렇다. 같이 뒷자리에 앉히면 베리는 어김없이 냉큼 앞자리의 조수석으로 뛰어와 내 무릎에 앉는다. 베리가 부러운가 낑낑대던 아키는 이내 잠잠해진다. 말없이 얌전히 쓸쓸하고 고독한 뒷자리의 시간을 혼자서 감내한다.베리가 아픈 후엔 베리에 대한 배려가 더 애틋해졌다. 베리의 기저귀를 갈 때면 안쓰러운 듯 가까이 와서 냄새 맡고 몸을 핥아준다. 까칠한 베리도 싫지 않은 듯 몸을 내어주는 것 같다. 베리가 입원했을 땐 식음을 전폐하여 병원에 면회다녀온 후에야 식욕을 되찾은 정말 다정도 병인 아키였다. 그런 아키가 지난 주 몹시 화가 났다. 실제 화가 난 건진 모르겠으나 난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 모두의 집에 가서 풀뽑고 꽃씨 뿌린다고 하루를 머물다 왔다. 이름을 불러도 꼼짝않고 반기지를 않았다. 늙은 베리는 그렇다치고 아키가 이상했다. 고개를 외로 꼬고 쳐다보질 않아 몸에 이상이 생겼나 걱정했다. 지난밤 돌아오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였다.아키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내 발치께에 뉘였다. 밤새 같이 잤다. 이튿날 아침 아키는 평소의 발랄함을 되찾았다. 잠에서 깨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 덥석 안긴다. 앞다리를 어깨에 얹고 얼굴엔 제 얼굴을 갖다대어 마구마구 혀를 내민다. 눈을 마주치고 짧은 꼬리를 격렬히 흔든다. 역시 다정한 아키는, 정에 약한 아키는, 그놈의 정 때문에 마음 상해 삐쳤던 거였다. 그 후로는 모두의 집에 갈 때마다 둘 다 데려간다. 비록 뒷자리의 고독일지언정 함께 있는 것이 아키에겐 더 좋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2023-04-05

살구나무에 재미가 열리고

양태순 수필가 텃밭에 갔다. 겨울 동안 뜸했던 발길에 밭이 엉망이다. 펄럭이는 비닐 쪼가리와 도착지를 잃은 종이와 떠나기 싫어 뭉그적거린 낙엽이 바람에 휩쓸려 수없이 굴러다닌 자국이 지천이었다. 가져온 커피를 홀짝이며 혼자서 적적했을 밭에게 무심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옷을 갈아입고 호미를 들었다.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묶인 것을 긁어모으니 큰 더미가 되었다. 나중에 분류를 해야겠지만 우선은 모아 두고 흙을 살폈다. 호미질을 해보니 흙이 부슬부슬하다. 아마도 얼었던 흙이 봄기운을 받아 살을 풀어헤치고 있었던가 보다. 무너진 두둑을 새로 흙을 돋우어 다듬고 물고랑을 만들고 흙 뒤집기를 했다. 손바닥만 한 텃밭이라 한나절 호미질로 그럭저럭 태가 났다. 다음 주에 상추를 비롯한 채소를 심기로 하고 호미를 놓았다.봄나물을 캐러 들에 갔다. 밭이 많아서 냉이나 달래, 쑥이 있을 것 같아 조금만 캐서 봄을 먹으리라 생각했다. 밭둑을 살피며 쭉 갔는데 냉이만 보였다. 시력이 나쁜지 봄나물이 살길을 찾아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봉지 안에 든 냉이가 한 끼는 될 것 같아 그만하고 들녘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묵정밭 둑에 두어 그루 나무에 튀밥 같은 꽃이 피어 있었다. 벌들이 잉잉 꿀을 빨고 있다. 꽃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나는 무슨 꽃인지 몰라 곁에 있던 이에게 물었다. 살구꽃이란다. 살구꽃, 입 안을 맴도는 아릿한 향기가 찌르르 운다.어릴 적, 살구나무는 친구였다. 흔히 마당 귀퉁이나 대문 주위에 있었건만 친구집 살구나무는 대밭에 있었다. 시누대로 울을 겸한 것인데 중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앞에는 배꼽마당이 있어 우리는 자주 나무에 오르곤 했다. 좁은 마당에서 숨바꼭질, 딱지치기가 지루해지면 나무에 매달려 시시거리며 놀았다. 살구를 따준다, 매미를 잡는다, 너보다 높은데 올랐다는 둥 갖가지 이유로 나무를 오르내렸다. 나무와 어울려 노는 어린 날은 여물어갔고 나무는 쑥쑥 품을 넓혔다.그런 어느 날, 나는 나무에서 미끄러져 발바닥이 대꼬챙이에 찔렸다. 이쑤시개만 한 것이 살에 박혔다. 절름거리면서도 야단맞을까 두려워 울지도 못했다. 부모님은 꾸중 한마디하고 의사에게 데려갔다. 의사 앞에서 나는 아프다는 핑계로 엉엉 울었다.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서러웠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 이사를 했고 그곳에는 살구나무가 없었다. 그렇게 살구나무는 내 놀이 테두리 밖으로 밀려났고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그 살구나무는 어땠을까. 우리가 수피가 맨들맨들하도록 못살게 구는 것이 싫었을까, 찾아와서 놀아주는 것이 좋았을까. 우리 때문에 괴로웠다면 시들시들했을 텐데. 매해 잎을 무성하게 피우고 튼실한 열매를 맺은 것으로 보아 우리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반가웠던 듯싶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눈앞의 살구나무를 들여다본다. 가지마다 매달린 옅은 분홍 꽃이 보러 와 달라 부르는 손짓 같다. 나무를 만지며 손끝에 감각을 모은다. 우둘투둘 무늬가 꿈틀거린다. 꽃과 잎을 통해 자유로이 숨을 쉬던 통로를 일제히 오므리고 한겨울 추위를 막아내던 자리, 두꺼운 껍질도 끝내 견디지 못하고 거칠게 갈라졌던 흔적이다. 온몸으로 겨울을 건너 봄을 피웠다. 홀로 거친 시간을 견뎌내고 이토록 환하게 웃어주니 애썼다, 꼬옥 안아주고 싶다.사람도 혼자 걸어가야 하는 삶이고 나무도 홀로 커가는 생이다. 그렇더라도 가끔은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는 손이 의지가 되듯이 숲에 사는 나무는 뿌리나 가지, 잎이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외진 곳에 터를 잡은 나무는 바람도 우박도 빗줄기도 고스란히 혼자의 몫이다. 살구나무가 만개한 꽃으로 가지를 살랑거리는데 짠한 마음이 든다. 나무가 쓸쓸해서 더욱 열심히 꽃을 빚었을까 싶어서, 한때 나무를 찾았던 소년 소녀를 기다렸을까 싶어서.먼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살구나무를 불러온다. 너를 생각하면 가지마다 조롱박처럼 열렸던 친구들의 얼굴과 재미를 찾아 못살게 굴었던 어린 날의 시간이 참 그립다. 내 마음 깊은 곳에는 행복했던 시절이 살구나무에 재미나게 매달려 있다.

2023-04-05

갑오(甲午)

육십갑자 중 서른한 번째에 해당하는 갑오(甲午)다. 천간(天干)의 갑목(甲木)은 우뚝 선 나무처럼 강직하고 바르다. 지지(地支)의 오화(午火)는 6월의 태양이며, 동물로는 달리는 야생마다.갑오일주는 큰 나무가 햇빛에 빛나듯 당당하고 시원한 모습이다. 우뚝 선 나무처럼 강직하고 바르며 안전감이 있다. 갑목(甲木)이 오화(午火)를 생하여 주위를 밝혀준다. 총명하며 공부를 잘하지만, 열기가 쉽게 사그라지듯이 끈기가 부족하다. 이상이 높고 개성이 강하여 지도자로 실력을 발휘하려는 욕구가 많은 편이다.갑오의 말은 역마의 기운이 있어 자유롭고 분주하게 여러 장소를 다니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이사도 자주하고, 여행도 자주하고, 많은 환경과 접할수록 강한 상승의 운이 있다. 젊어서 타향에 가면 일찍 성공하기도 한다. 창조적이고 개척정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갑오일주는 삶의 기복이 많은 일주다. 눈치가 빠르고 재치가 있는 반면, 성격이 급해 일처리는 속전속결이다. 오화(午火)의 열기가 과일을 성장시켜 열매를 맺게 하지만, 결과 위주이기에 이해타산적이다. 모든 면에서 득실을 따져보면 소탐대실이다. 모든 일이 늦게 이루어지니 기다림이 중요하다. 또한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끼어들어 구설수가 따르니 조심해야 한다.말솜씨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최적화된 일주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언변이 화려하고, 떠벌이는 것을 좋아한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남의 일에 간섭하여 미움을 받기도 한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잦아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해 자신만의 의견을 강요하다보니 꾸지람이 되기도 한다. 자존심이 세어 최고가 되어야 직성이 풀린다. 허풍 또한 심하여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맹자’ 등문공 하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매일 이웃의 닭을 훔쳤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그러한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충고하였다. 그러자 닭을 훔친 사람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한 달에 한 마리만 훔치다가 내년에 가서 그만두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만약 그러한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았으면 즉시 그만 두는 것이 옳지, 무엇 때문에 내년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인가?아무리 능숙하게 거짓을 말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혀끝으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투로, 표정으로, 완벽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갑오일주는 남녀 상관없이 본인을 가꾸고 꾸미기를 좋아해서 이성에게 어필이 잘 된다. 주변에 이성이 끊이지 않는 것은 남녀 공통이다. 특히 여자의 경우 홍염살(紅艶殺)이 있어 미모가 뛰어나고, 눈웃음을 치기 때문에 주변에 항상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성향이며,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매력을 지녔다. 사회활동을 하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가 있지만, 가정에 소홀해서 부부가 화목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홍염살은 붉은 홍(紅)에 고울 염(艶)이다. 마치 6월부터 피는 붉은 칸나와 같다. 꽃말은 정열, 존경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피며, 꽃은 참으로 예쁘고 매혹적이다. 미인초로도 부린다. 키가 크고 넓은 잎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서 풍만함이 느껴지며, 넘치도록 붉은 꽃은 야해 보인다.칸나에 대한 전설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인도에 ‘네와다드’라는 질투 많은 악마가 있었다. 어느 날 붓다가 유명해지자 질투가 났다. 질투에 사로잡힌 네와다드는 붓다를 해치려고 마음을 먹었다. 붓다가 지나갈 때 큰 바위를 굴러 붓다를 죽이려 했다. 기회를 엿보고 있던 네와다드는 때마침 지나가는 붓다를 향해 큰 바위를 굴렸고, 굴러온 바위는 붓다 발 아래서 부서졌다. 깨진 바위의 파편이 붓다의 발등을 때려 피가 흘렀고, 피가 떨어진 땅에 붉은 색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칸나다.1894년 조선말 갑오년에 갑오개혁으로 백성을 위한 민권이 성문화되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법전인 경국대전도 갑오년에 완성되었다. 조선 성종5년(1474년)인 갑오년에 개정하여 시행된 경국대전을 갑오대전이라고 칭한다. 성종은 즉위한 1470년 경국대전을 수정하게 하였는데 이때 나온 것이 신묘대전(辛卯大典)이다. 여기에도 누락된 조문이 있어 이를 보완하여 개수한 것이 성종5년 2월 1일부터 시행된 갑오대전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쉽게 말하면, 고려와 조선의 차이는 법치주의의 구현 및 실현이었다. 갑오(甲午)의 특징이 서민적이고 타인을 위한 이타심이나 봉사심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 때문에 이러한 파격적인 법도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여자 관노비가 임신한 경우에는 출산 전 30일, 출산 후 50일 등 총 80일 휴가를 준다. 그래서 갑오(甲午)는 ‘한여름 땡볕의 나무 그늘’이라고도 한다.사람들을 쉬게 해주고, 괴로움을 덜게 하고, 남을 도와주고픈 마음은 본성이 발동해 영적인 힘이 최고조에 이른다. 갑오년도 갑오월도 갑오일도 갑오시도 그러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적인 욕심은 내려놓으면 된다. 우리가 숙고하고 주목해야 할 것은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다. 어떤 방법에 의해 법과 질서를 바로잡을 것인지 숙고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법을 제정해도 집행하는 사람의 도덕기준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 피해가 민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그 어떤 목적도 없이 자신을 가진 것 이상으로 내세우는 사람은 멸시받아 마땅하다. 허풍을 떠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짓을 좋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허풍쟁이 같아 보인다. 그러나 어떤 목적이 있어서 큰소리를 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세상의 호평이나 명예 때문에 큰소리치는 자는 허풍쟁이로서 그다지 크게 비난할 것이 못되지만, 재물이나 재물로 바꿀 수 있는 것들 때문에 큰 소리 치는 자는 허풍쟁이보다 더 추악한 인간이다.

2023-04-05

공공형 택시앱 ‘대구로’, 시장독점 구조 깨야

지난해 12월 공공배달앱을 달고 출발한 ‘대구로 택시’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형 택시 호출앱 ‘대구로 택시’가 출시 100일을 맞은 가운데 가입 택시 수가 전체 운행 택시의 67.4%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하루 호출 건수도 1만건을 넘어 택시 한 대당 4.5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구로 택시 앱가입 회원수도 출시 당시 30만명에서 42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로 택시는 기존의 대형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택시의 시장 지배적 구조에 대응하고, 과도한 수수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택시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출시한 공익적 사업이다.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구조 속에 출발함으로써 성장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측했으나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파악돼 다행스럽다. 대구시는 당초 올해 말까지 4천명 가입을 목표로 했으나 출시 한달 만에 이를 추월하고 지금은 전체 택시의 70%에 육박할 정도다. 물론 공공형 택시앱의 출시에 맞춰 초기에 주어지는 수수료 면제나 쿠폰 제공 등의 각종 인센티브 효과도 있겠으나 공공형 택시에 대한 이용객의 만족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구시가 대구로 택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응답자의 95%가 만족을 표시했고, 만족 이유로 30%가 ‘친절’을 꼽았고 ‘안전 운전’과 ‘최적 코스’가 각각 22%와 18%로 집계됐다고 한다.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 구조는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 가속화되고 독점적 위치에 따른 과도한 수수료는 시민의 발인 택시의 이용료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공공앱의 출시를 지원하는 것도 택시의 공공성 때문이다. 공공앱의 대구로 택시가 순항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시민들은 공공형 택시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이 이용하고 택시업계도 공공형 택시로서 시민이 100% 만족할 수 있게끔 만반의 준비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구시는 공공형 택시의 경쟁력 강화에 더 힘을 보태야 한다.

2023-04-04

느닷없이 날벼락 맞은 포스코 정비협력사들

포스코가 정비분야 자회사 설립을 위해 오는 10일부터 직원채용에 나섬에 따라, 그동안 관련 업무를 맡아왔던 협력사들이 사실상 폐업 위기에 놓였다. 자회사 채용규모는 포항과 광양제철소별 2천300여 명이며, 채용이 마무리되면 오는 6월부터 회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자회사 직원은 공개채용절차를 거치며, 협력사 직원들을 우선 채용한다. 포스코 소속의 대형화된 자회사를 만들어 체계적인 정비기술 역량을 축적해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이다.문제는 협력업체의 향후 진로다. 포스코는 지난달 그동안 설비 정비와 유지보수를 해오던 25개 협력사(포항 12곳) 대표에게 자회사 설립 계획을 통보했다. 포스코는 협력사가 희망하면 자회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협력사들로선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자회사에 참여하더라도 기존 직원들의 포스코 행을 막을 방법이 없어 문을 닫든가, 헐값에 회사를 포스코에 넘겨주든지 해야 한다.현재 지방의회를 비롯해 포항과 광양 지역사회는 포스코의 정비자회사 설립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협력사 폐업위기뿐만 아니라 협력사에 작업복이나 안전화, 사무용품 등을 납품하는 업체들도 거래처가 사라져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경우 정비 자회사가 설립되면 계열사인 엔투비 그룹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일반 자재, 원부자재 및 공사설비 등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포항지역 8개 협력업체 대표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법률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일방적인 자회사 설립이 공정거래법과 노동시장질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이와관련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도 “포스코의 자회사 설립추진이 지난해 대법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판결 취지에 부합하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가 정비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협력업체나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부터라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수십년간 같이 일해온 협력업체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의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202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