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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공대, ‘K푸드’ 세계시장 진출에 참여

정부가 ‘K문화’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푸드테크 산업에 포스텍(포항공대)이 참여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포스텍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푸드테크 공모사업에 선정돼 대학 석사과정에 관련 계약학과를 개설하기로 했다. 이 학과는 기업들과 연계해 산업체 맞춤형 업체 종사자를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푸드테크산업은 경북도가 미래 100년을 이끌 몇 안 되는 산업으로 인식하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야다. 포스텍은 올 7월말까지 교육생 모집 등 학과 개설 준비를 완료하고 올 2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입학생은 등록금의 65%를 지원받으며 대학은 연간 7천만 원의 학과운영비, 기업은 연간 6천만 원 규모가 지원된다. 강의내용은 로봇기반 식품과 AI 융합, 스마트팩토리, 개발기술 등 푸드테크 분야 이론 및 실습 교육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관련기업들에겐 과제해결을 위한 컨설팅도 해 준다.푸드테크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반도체, AI(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 기술과 K푸드로 불리는 문화적 부분까지 결합한 신산업이다. 포스텍과 같은 명문 공과대학 석사과정에 관련학과가 개설되는 이유다. 온라인 배달 플랫폼부터 무인 주문 시스템인 키오스크, 식물과 곤충을 활용한 대체식품, 음식료 제조·배달 로봇 등 진출분야도 다양하다. 지난달 정부주도로 ‘푸드테크 산업 발전협의회’가 구성됐으며, 이 자리에서 “푸드테크 산업 투자기회를 놓치면 700조원 규모의 시장을 해외 기업에 잠식당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이 산업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품목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지만, 아직 국내 스타트업이 100곳 내외일 정도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푸드테크 기업이 성장하려면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타이밍을 놓쳐 한번 뒤처지면 모든 기술을 선점당해 끌려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포스텍과 같은 유수대학이 주도해서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2023-03-20

외국인공동체 조성사업, 인구대책 물꼬 되길

경북도가 외국인 유치와 정착 사업을 통해 전국 처음으로 인구위기 문제 해결에 도전해 눈길을 끈다. 경북도는 지난해 9월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올해부터 외국인공동체과를 별도 신설하는 등 외국인공동체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동안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외국인 지원업무가 한곳으로 모이면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됐고, 학계 등과 연계한 전문가 그룹의 외국인공동체 TF단도 구성했다.지금부터는 도지사가 영주권 바로 아래 단계인 거주비자(F-2)를 추천 발급할 수 있게 돼 도내 인구감소지역에 거주·취업하는 외국인들은 10년 이상 걸리던 거주비자를 바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비자 문제로 한국을 떠나야 했던 외국인의 불편도 덜 수 있게 됐다.경북도가 이처럼 외국인공동체 사업에 적극 나선 것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취업 중이거나 유학 중인 외국인이 경북에서 정착하고 또 이들이 지역사회에 진출하면 지역사회 활력과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글로벌 시대라는 흐름에 맞고 저출산 국가인 한국의 인구문제와 관련해서도 경북도의 외국인공동체 사업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성과를 잘 낼 수 있을지가 숙제다. 경북도는 2015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급격히 줄어 지금은 23개 시·군 중 18군데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그 중 청송, 영양, 영덕 등 7곳은 고위험지역에 해당한다.지금 상태라면 인구감소로 인해 빚어질 사회적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이철우 지사는 “경북을 아시아의 작은 미국처럼 외국인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외국인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경북에는 현재 9만8천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한다. 10년 전보다 그 수가 74% 늘었다. 한류 문화로 한국을 찾으려는 외국인 수요는 앞으로 더 늘 전망이다. 경북도의 외국인공동체 조성사업이 전국적 모델로 성공할 수 있도록 치밀한 준비가 있길 바란다. 이 사업은 인구문제 해결의 물꼬이자 글로벌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2023-03-20

‘농촌유학’, 희망을 본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농촌유학’이 인기다. 폐교 직전의 농촌 학교를 살리는 효자가 됐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마을은 활기를 찾았다. 농촌 마을에 생기가 돌고 있다.농촌유학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2010년부터 농촌유학시설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현재 전국 28개 농촌유학센터가 운영 중이다. 정부는 종사자 인건비, 컨설팅·홍보비, 기자재 구입비 등 연간 15억 원 가량을 지원한다.해마다 참여 학생 수가 느는 등 농촌유학에 대한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만족도도 높다. 유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촌유학생은 정서적 안정과 인성 함양에 도움됐다는 평가가 많다.서울시 교육청 조사결과 10명 중 6명 이상이 농촌유학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건강 식생활’, ‘자립심 향상’ 등이 이유다. 학부모 10명 중 4명이 농촌유학을 보낼 의향이 있다고 했다.2013년 대구은행에서 퇴직한 부부가 설립한 경북 봉화의 ‘청량산풍경원’ 농촌유학센터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올해 농축산부(11억 원)와 경북도(4억 원)로 부터 15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 각종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현재 서울·부산·대구 등에서 온 20명의 유학생이 생활하고 있다. 학생들은 농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고 개울에서 물놀이하면서 다양한 농촌·생태 체험을 한다. 마을 인구의 절반이 이곳 학생이다. 폐교 위기의 명호초교와 청량중학교도 활력을 찾았다. 봉화의 상급학교로 진학생도 꽤 있다.농촌유학센터가 도농 교육 교류 활성화 기여 등 농촌살리기의 모범 사례가 됐다. 농촌에서 희망을 본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3-20

불법만 아니면 다 괜찮은가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지난 삼일절, 한 아파트 베란다에 일장기가 내걸렸다. 이를 본 주민들은 해당 가구를 찾아가 강력하게 항의했고, 세대주 부부는 ‘일장기 거는 게 불법이냐’라고 응대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토착왜구’라는 신조어로 대표되는 ‘완전히 청산되지 못한 식민주의’의 문제로 보는 관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들에 ‘법’ 외에는 아무런 판단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기도 한다.‘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법언(法諺)이 있다. 인간 사회에는 도덕, 관습, 윤리 등과 같이 법보다 더 넓은 차원의 규범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즉, 어떤 행위의 위법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행위가 사회적으로 다 용인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국가나 사회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은 법이 강제했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체의 유지와 구성원의 존엄을 위해 규범을 만들어 낸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보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다.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이나 강제 징용 피해자들과 같이 일본의 식민 지배로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존재하고 식민지 경험이 집단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한, 일본이 식민 지배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와 보상을 실현하지 않는 한 삼일절에 일장기를 내거는 행위는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니 처벌할 수는 없지만, 도덕적 비난까지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김수영 시인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비판하기 위해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썼다. ‘김일성 만세’와 같은 극단적 의견도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언론자유가 성립된다는 뜻이다. 표현의 자유 역시 법으로 강제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진정으로 성숙한 사회라면 ‘김일성 만세’를 법으로 처벌하는 대신, 공론장에서의 논쟁과 합의, 그리고 교육을 통해 독재자를 찬양하는 행위를 사회적 금기로 만들어 낼 것이다. 금기를 위반하는 자는 시민적 상호부조 시스템에서 추방함으로써 응징하면 된다.독일의 옛 동독 지역에 오래 거주한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 지역에서는 네오나치 집회가 종종 일어나는데, 파시즘과 신고립주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그 몇 배로 모여들어 네오나치 시위대를 감싸고 구호를 외쳐 그들의 모습과 메시지가 외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식과 양심, 역사의식을 갖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사회의 존재가 필수적이다.‘불법이냐 합법이냐’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어 버린 사회를 상상해 보자. 그런 사회를 반길 사람은 재력과 권력으로 법의 허점을 파고들 줄 아는 자밖에 없을 것이다. 양심과 상식이라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2023-03-20

왜 고독사는 계속되는지

김규인수필가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 핵가족화를 향해 간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후진 개발국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지켜보는 이 하나 없는 캄캄한 방안에서 사람들이 홀로 죽고 한참 뒤에야 발견된다. 25%를 넘는 1인 가구 사회에서 만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는 이러한 경향을 부채질하고 자본주의는 홀로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외로운 삶을 부추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호모 사피엔스, 우리 인간은 그 사회성을 잃어간다. 홀로 사는 삶에 익숙한 사람들이 막대 두 개를 잇댄 사람 인(人)의 의미를 이해나 할 수 있을까.국민소득이 높아져도 그것은 남의 일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부의 불평등은 심해지고 경제적으로 실패한 사람은 일어서기조차 힘겨운 현실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사회로부터도 너무나 쉽게 고립되고 외로움은 가까이 찾아든다. 그래서 사회와 사람과 정보와 공간에서 고립된다. 찾아갈 곳도 찾는 이도 모임도 사라진다. 투명 인간으로 남는다.고립은 나이를 가라지 않는다. 피가 끓는 젊은 사람에게도 다가간다. 햇빛조차 들지 않는 좁은 방에서 취업을 꿈꾸는 핼쑥한 청춘에게 거듭되는 실패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혼자만의 시간만 늘어난다. 이제는 웃음을 잃고 하나뿐인 목숨을 지키는 것도 힘이 든다.빨리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어 사느라 날마다 겪는 혼밥, 언제나 나를 피해 가는 취업 합격의 소식, 갑자기 삶을 산산조각 낸 사고, 사업의 실패로 인한 가족의 해체, 나이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죽음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지. 날마다 올리는 기도에 응답 없는 신을 원망하는 날이 늘어난다.우리가 자랑하던 3대가 모여 살던 삶의 공동체는 각자의 일을 찾아 떠난 현실 앞에 너무나 맥없이 무너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하고 돈마저 없는 사람은 존재감마저 사라진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진 사회에서 어김없이 나타나는 고독사는 너무 흔하다. 그들은 쉽게 잊힌 사람이 된다.몇 번의 클릭만으로 지구 반대편의 사정을 알 수 있는 현실에서 정작 내 옆의 이웃이 죽어가도 모르는 이 현실이 맞는 것인지.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인지 통계조차 없는 현실이 부끄럽다. 늦게나마 ‘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되고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각 지자체는 고독사를 줄이는 정책을 내어놓는다. 그들의 생존 신호를 이제 사회에서 감지하기 시작한다.사람과 사람을 잇자. 사람이 만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자. 외로운 사람들이 한곳에 모을 수 있는 틀을 만들자.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사람이 본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현대사회에 길들어버린 인간의 야성을 되찾자. 마주 잡은 손에서 온기를 느끼고 응어리진 가슴을 열게 하자.고립된 사람들의 생존 신호를 우리 사회는 찾고 그들의 삶을 응원해야 한다. 살아있을 때는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아플 때는 위로하고 삶이 다 할 때는 사람들의 빈 자리를 채워주자. 더불어 사는 삶의 틀을 만들자.

2023-03-20

1919년 3월, 잊어서는 안 되는 참혹했던 시간들

삼일절은 1919년 3월 1일에 있었던 3·1 운동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해마다 삼일절로 시작하는 3월과 광복절이 있는 8월이 돌아오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되짚으며 항일독립에 헌신한 선열들을 추모한다.지나간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러한 시간을 만들어 기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쌓이면서 그 의미가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그저 반복적인 습관처럼 잠시 생각하고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지금 3월, 그때 그 시절 만세를 부르며 독립을 위해 힘겹게 저항했던 선조들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장석영(張錫英·1851~1926)은 1919년 2월 4일부터 11월 1일까지 기록한 ‘흑산기사(黑山記事)’에서 성주 지역의 만세 운동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3월 2일은 성주의 장날이었고, 이날을 맞이해 유생이고 상인이고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대거 모여 만세를 부를 것이라는 소문이 이전부터 파다했다.무성한 소문은 태풍 전 고요처럼 불안을 야기했고, 곧 일어날 만세 운동이 염려스러웠던 일본은 순검을 보내 장석영을 불러들였다.유림의 존장인 장석영이라면 만세 운동을 저지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처럼 되지는 않았다.“3월 2일, 본 고을(성주)의 장날이다. 본 고을의 유생(儒生)과 교도(敎徒) 그리고 상인들이 이날에 크게 만세를 부를 것이라는 풍문이 심하게 돌았다. 이날 식후에 고을의 순검(巡檢) 두 사람이 와서 만나보기를 청했다. (생략) 얼마 후 공문을 가지고 왔기에 부득이 수레를 타고 가는데 고을 가까이에 이르자 만세 소리가 산악을 뒤흔들었다. (생략) 가마꾼을 재촉해 출발했는데 고을 밖으로 나가자마자 만세 소리가 또 한바탕 크게 일어났고 잠시 후 대포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상인들이 풍비박산되었다. 대개 수 천 명의 상인들이 날이 저물어도 흩어지지 않고 깜깜한 밤에도 곳곳에서 만세를 계속해서 불렀으므로, 일본인이 변괴가 있을까 염려해 발포했던 것이다. 대포에 죽은 자가 6명, 중상을 입은 자가 10여 명이라고 했다.” -장석영의 ‘흑산기사’ 1919년 3월 2일의 기록 중에서성주의 순검은 대구 경무청의 요청으로 장석영을 찾아왔다. 장석영이 공문이 없다면 응하지 않겠다고 대답하자 순검이 곧장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공문을 가져왔다.결국 가마를 타고 성주 경찰서로 들어가는데, 읍내 근처에 다다랐을 때 큰 함성의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문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경찰서에 도착한 장석영에게 경무청의 사람은 군민의 만세를 제지시켜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이에 장석영은 “내가 부르라 시킨 적도 없지만 찬성한 적도 없다. 오늘 만세를 부르는 것은 하늘의 뜻이니 사람의 힘이 아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만세를 외치는 것이 어찌 나의 찬성을 기다린 것이겠는가.”라고 대답하며 거절했다. 덧붙여 경무청에 속했지만 당신도 한국 사람이니 비록 함께 만세를 외치지 않아도 마음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되물었다.면담을 마치고 경찰서를 나섰을 때 다시 만세 소리가 진동했다.뒤이어 대포 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만세를 외치던 수 천 명의 상인들이 풍비박산 나듯이 날아가고 흩어졌다. 해가 져도 흩어지지 않고 깜깜한 밤이 될 때까지 곳곳에서 만세를 계속 불렀기 때문이었다. 더 크게 확산될까 두려웠던 일본인은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을 향해 대포를 쏘았고, 이 대포에 사람들은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었다.장석영은 그 모습을 침통하게 지켜봤다. 그가 만세 운동에 찬성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이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 그러나 장석영은 곧 체포되었다. ‘파리장서’와 ‘통고도내문’ 등을 쓰며 독립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이었다. 옥중 생활은 그야말로 혹독했다.순사들은 잡혀 온 조선인들을 삼엄하게 감시하며 짐승처럼 다루었다. 감시 기준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뺨을 때리고 허리를 차는 등 못 견딜 정도로 능욕을 가했다.장석영은 이러한 능욕과 수모 속에서 죽을 결심을 하고, 굶어 죽기 위해 곡기를 끊었으나 쉽게 이루지 못할 것을 깨닫고 자결을 포기한 채 옥중 생활을 견뎌냈다.장석영을 체포한 후 일본인 검사가 “국법을 위반하고 인심을 선동하는 것은 국가의 적이 아닌가”라고 심문하자, 장석영은 매섭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지금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토지를 빼앗았다고 칠 때, 빼앗긴 사람이 토지를 찾고자 하는데 빼앗은 자가 도적인가 찾고자 하는 자가 도적인가? 찾으려는 자와 빼앗은 자가 재판소로 와서 송사를 벌인다면 재판관은 누구더러 도적이라 할 것인가”라고.지금 우리가 누리는 소중한 시간들은 그 시절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 발전적인 미래로 나아가지 못해서는 안 되지만, 지나간 역사를 쉽게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2023-03-20

수도원의 출현과 중세미술의 발달

중세미술을 보다 잘 이해하려면 수도원이라는 공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수도원은 오로지 종교적 삶에 헌신하기 위해 속세와 거리를 두고 세워진 신앙 공동체이다. 중세시대의 수도원은 근본적으로 종교적 목적을 위해 지어졌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기능을 수행했다.중세시대에는 보편 교육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맹이었다.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은 고위 계층에 제한된 일종의 특권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지식이라는 것은 일상이 이루어지는 좁은 영역 안에서 경험적으로 얻어진 것에 불과했다.이러한 중세시대의 상황 속에서 수도원은 교육이 이루어지고 지식이 생산되고 그리고 그것이 보존되고 전수된 곳이었다.수도사들은 신의 뜻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 성서를 읽을 수 있어야 했고 수도원에서는 성서의 내용을 보존하고 보전하기 위해 필사작업이 이루어졌다.수도원은 고행수덕을 삶으로 실천한 종교적 은둔자들에게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성인 안토니우스(251∼346)는 일찍이 이집트 광야에서 홀로 은둔 수도자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수도자들의 아버지로 여겨진다.홀로 은둔생활을 하던 수도자들이 서서히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수도원의 기원이 된다. 최초의 수도원은 터키의 카파토키아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방의 교회들이 이를 받아들여 수도원이라는 종교적 시스템이 만들어졌다.서유럽지역에서 가장 먼저 수도원이 세워진 곳은 프랑스의 시골마을 리귀제(Ligug00E9)이며 316년 뚜르(Tour)의 주교 마르티노가 설립했다. 372년에는 리귀제 인근 마을인 마르무티에르(Marmoutier)에도 수도원이 세워졌다. 지금의 프랑스에 해당하는 당시 갈리아 지역에 특히나 많은 수도원들이 지어졌으며 5세기 무렵에는 무려 230여 개의 수도원이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개별 수도원들은 각자 나름의 규율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이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수도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종교적으로 거룩한 삶을 실천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자 수도원들은 일정한 규칙과 규율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이런 배경에서 세워진 곳이 엄격한 규율로 잘 알려져 있는 베네딕트 수도원이다. 529년 누르시아의 성인 베네딕토(480∼547)는 몬테 카시노에 수도원을 설립하면서 종교적 이상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면서 실질적으로 지켜야할 수도원 규칙서(Regula Sancti Benedicti)를 만들었다.베네딕트 수도회의 규칙서의 핵심 내용은 경건한 기도생활과 지혜로운 실천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라틴어 문구가 ‘Ora et Labora’이며 우리말로는 ‘기도하고 일하라’는 뜻으로 번역된다. 강한 어조의 이 규율은 수도사들에게 성서를 읽고 기도와 묵상에 전념함과 동시에 육체적인 나태함을 철저히 금하면서 동시에 육체노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베네딕트회의 규칙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쓰여 있다. “나태함은 영적인 것이다.따라서 수도사들은 정해진 시간에 일 해야 하고 성서를 읽어야 한다. 매일 아침 6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육체적인 노동을 그 이후 저녁 6시까지는 성서를 읽어야하고 저녁 기도시간 까지는 계속 일을 해야만 한다” 수도회의 이 같은 규율은 육체노동이 종교적 영성활동과 밀접하게 닿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베네딕트 수도회에서는 수도사들이 잠시라도 나태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도와 거룩한 독서 그리고 육체노동이 조화되도록 공동체의 일과를 구성했다.베네딕트 수도회의 엄격한 규율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삽시간에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2023-03-20

사이비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김진국 고문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충격이다. 사이비 종교를 폭로하는 뉴스가 과거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넷플릭스에 폭로된 내용을 보고는 숨이 막혔다.교주들이 메시아 행세를 하며 젊고 예쁜 여신도를 끊임없이 성폭행한다. 그러면서 마치 하나님이 은총을 내려주는 것처럼 감사하도록 세뇌한다. 여자 교주는 젊은 남자 신도를 침대로 불러들인다.그 울타리를 벗어나서야 명백한 사기였다고 깨닫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교주는 신도들에게 물욕과 성욕을 철저히 멀리하도록 요구하고, 어기면 폭행한다. 그러면서 교주 자신은 ‘메시아’라는 이름으로 구역질이 날 정도로 그 욕심을 채우고, 또 채운다. 노예처럼 일을 시킨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돼지우리에 가두고, 신도들이 아이가 죽을 때까지 매질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의 이모도 폭행에 가담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무 항변도 못 했다.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는 자기 뺨을 수없이 후려치고, 자책하며 울부짖었다. 그런데 아이가 죽을 때는 왜 몰랐을까. 다큐멘터리가 나온 뒤 증언이 이어졌다. 한 탈퇴자는 “보통 어린 나이에 입교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추잡한 성행위를 해도 ‘메시아가 하는 거니까 당연하다’라고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벌 좋고 멋있는 사람도 믿고 따르는데 ‘이 사람이 메시아일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정명석은 신도들에게 ‘미디어 절대 보지 마라’라는 공지를 내린다”, “신도들은 그의 말을 법이라고 생각하고 따른다”라는 증언도 나왔다. 폭로가 이어지자 JMS는 외부 사람의 교회 출입을 막고, 신자들의 외부 접촉도 단속했다.한 사기꾼의 힘으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추악한 범죄를 어떻게 믿고 따르게 했을까. 현란한 사기꾼의 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의 힘만으로 이런 범죄가 가능했을까.초등학교만 나온 정명석은 서울에 올라와 명문대 학생부터 전도했다. 명문대에서 명문대로 전파하고, 서울 시내 수십 개 대학에 종교 동아리를 만들었다. 기존 교단에 대한 젊은이의 불만을 건드리며 빠르게 확산했다.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 현란하게 설교하는 모습이 ‘성령’의 힘으로 비쳤다. 배우지도 못한 사람을 잘생긴 명문대생들이 따르자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믿게 됐다고 한다.교세를 확장할 수 있도록 그의 후광이 되어준 많은 신자가 있었다. 정부 관리, 법조인, 의사, 언론인, 장교 등 사회 엘리트층이 사실상 그의 보증인이 됐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정보, 상식에 어긋나는 사법 농단이 그의 아우라가 됐다. 특히 교주의 범죄 행위를 법 기술로 빠져나가게 만들어 무법천지를 만들었다. 그들이 모두 사이비 교주의 공범이다.정치는 어떤가. 언젠가부터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상식이 사라졌다. 진실은 목소리를 잃고, 가짜 뉴스는 번개처럼 퍼져나간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아무 책임도 없는 1인 방송이 전통 언론을 압도한다. 사람들을 속이는 선전·선동술은 점점 더 교묘해진다. 방송 채널마다 진실을 호도하는 기술자들이 설친다. 그 기술을 이용해 그들은 정치권으로 발탁되고,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사이비 교주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자기 진영의 선동 외에는 귀를 닫는다. 자기 진영에 불리한 이야기는 사탄의 유혹이라고 여긴다. 조금만 다른 얘기를 하면 문자폭탄을 날리고, 협박한다. 사이비 종교가 따로 없다.정치에서 이미 진실은 사라졌다. 무엇이 진실이냐를 찾지 않는다. 우리 편에 이익이 되려면 무엇이 진실이어야 하느냐를 먼저 생각한다. 조국 사태는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범죄 행위가 사실인지는 관심 밖이다. ‘교주’가 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에서도 진실은 외면된다.범죄자는 법 기술로 무죄를 만든다. 수사기관을 악마로 만들고, 수사를 못하게 막는 것을 개혁이라고 세뇌한다. 법이 있어도 집행할 수 없으니 무법천지다.국민은 가짜 주장에 휘둘려 분열한다. 가짜에 속은 국민의 무지를 탓할 것인가. 가짜를 선동한 정치인의 책임이 더 큰 것 아닌가. 사이비 정치의 범죄자들이 역사의 죄인이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3-19

흔들리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우정구 논설위원 서울, 인천, 경기 등 이른바 수도권은 국토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구는 국내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1970년대 전체 인구의 28% 정도가 수도권에 거주했으나 지금은 비수도권보다 더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100대 기업의 91%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고, 상위권 대학의 8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일자리나 돈, 출세, 문화적 욕구까지 수도권으로 올라가야 얻을 수 있어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그저 나온 게 아니다.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이처럼 벌어진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지금 비수도권 지방의 도시들은 노령화와 도시소멸의 문제로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다. 초라해진 도시의 모습에 허탈해하고 있는 것이다.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코자 만들어졌다. 수도권의 공장 신증설을 억제함으로써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국정 목표로 삼은지 오래됐다. 윤석열 정부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여러 번 외쳤다.최근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향후 300조원을 투자하는 등 6대 첨단산업 분야에서 550조규모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하지만 수도권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벌이면 지방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이란 대의를 저버리는 정책이 아니길 바란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3-19

나의 몸과 마음은 누구 것인가?!

김규종 경북대 교수 ‘명저 읽기와 토론’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묻는다. “그대들의 몸과 마음은 그대들의 것인가?!” 학생들 얼굴이 뜨악하다. 별 이상한 소리를 다 듣는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몸과 마음은 모두 나의 것이란 자명한 사실을 왜 물어보느냐, 그런 눈짓이다. 문제는 이것이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과연 우리 몸과 마음이 우리 것인지, 하는 문제가 단순명쾌하게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자명하지 않기 때문이다.내 몸이 내 소유라면 몸은 언제나 나의 희망과 요구에 따라야 한다. ‘멘사 클럽’에 들어갈 만큼 머리는 명민해야 하고, 걸출한 운동선수의 체격과 체력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로 3년 넘게 고생한 우리로서는 예방주사를 맞지 않아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실상은 어떤가?! 툭하면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키는 육신이 일반적인 현상인 걸 보면 내 몸은 내 바람과 무관한 듯하다.그렇다면 나는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변덕스럽지 않고 관대하면서 언제나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가?! 나는 초조하고 불안하며 마음에 차지 않고, 툭하면 짜증을 내고, 토라지는 일이 다반사에 옹졸하고 쩨쩨하며 이기적이다.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아우러져 살아가는 일도 종종 있지만, 속으로는 앵돌아져 있으니 불편하기가 유만부동(類萬不同)이다.무언가의 주인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조건은 항상성(恒常性)과 주재성(主宰性)이다. 언제나 그러하다는 것이 항상성이다. 들쭉날쭉 넘나듦이 없이 똑 고르게 그 본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내가 원하는 시공간과 상황에서 내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재성’이다. 아무리 곤고(困苦)하고 난처한 상황이라도 내가 바라는 수준을 지켜내고 오히려 전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녕 그러한가?!이런 설명을 듣고 난 학생들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도, 고민해본 적도 없는 자명한 명제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이 먹은 세대의 사유와 인식은 변화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성찰과 회개(悔改)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인식의 성립과 성장은 쉽지 않다. 반면에 20대 청춘의 영혼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이런 까닭에 그들이 더 나이 먹기 전에 최소한의 지적·정신적인 문제 제기가 절실한 것이다.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지식의 전파는 여전히 주입식 교육과 집중적인 암기에 편중되어 있다. 학문과 종교의 차이는 ‘도그마’의 유무에 있다. 언제든 더 올바르고 새로운 진리를 향해 열려 있는 분야가 학문 혹은 과학이다. 반면에 특정한 방향으로 완전하게 닫힌 세계로 돌진하는 것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같은 유일신에 기초한 종교다. 오늘날 한국 대학에서 지식과 정보의 전파과정은 나날이 선교와 비슷해져 간다는 혐의가 짙다.유연한 자세로 학문에 임하려면 결론을 열어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명하다고 여겨지는 명제와 지식과 정보에 물음표를 부여해야 한다. 미래로 열려진 지성의 시대를 기원한다.

2023-03-19

“포스코, 지역인재 양성에 적극 참여해달라”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17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본점소재지를 포항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원안 의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주총 결의에 따라 포항지역사회와 상생한다는 합의정신과 그룹의 미래발전을 조화롭게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했다가 포항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포항시민들은 본점소재지 이전을 환영하면서도 포스코홀딩스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의 실질적 기능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주주총회 통과는 국가와 지역, 그리고 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기업이 지방에서 필요한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포스코그룹이 지역인재 양성에도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이 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지난해 포스코 문제로 포항지역사회가 홍역을 치른 핵심이유는 ‘지방=우수인재 부재’라는 ‘사회적 등식(等式)’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회적 등식은 수도권 밑으로 가면 인재를 뽑기 힘들다는 ‘인재 남방한계선’이라는 기막힌 용어도 만들어냈다. 사실 기업투자 네트워크가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이러한 용어가 생길 만도 한다.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대기업이 지방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는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포스코도 그동안 포항지역 스타트업과 인재양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포스텍(포항공대)과 산학협력을 통해 인공지능분야 전문가를 양성해 왔으며, 지난 2021년 포스텍에 개관한 체인지업그라운드는 현재 큰 성과를 내고 있다.포항시를 비롯해 대부분 비수도권 지자체는 지금 모든 인적·물적자원의 수도권 집중화로 소멸위기를 겪고 있다. 포항은 철강산업 활성화로 한때 인구가 52만명을 넘어선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50만명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인구유출의 중요한 원인은 일자리 때문이다. 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지방의 인재를 양성할 경우 청년과 그 가족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2023-03-19

경북, 국가 원자력산업 메카로 도약해야

경북도가 지난주 경주 하이코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경주시, 울진군, 한수원 등 원자력 관련기관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선포식을 개최했다. 정부의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등 원자력 생태계 강화라는 국정과제에 맞춰 경북도의 미래원자력산업 구상을 밝히는 자리였다. 또 경북도가 국내 원전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도 함께 표방했다.특히 지난주 정부가 전국 15곳에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지정하면서 경북 경주와 울진에 원전산업 관련 국가산단을 조성키로 발표하면서 경북의 원자력산업은 이제 입지가 더욱 공고히 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경북이 새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힘입어 국가 원자력산업 중심지로 부상할 조짐이다.원전산업과 관련한 경북도의 치밀한 후속 조치가 잘 뒷받침된다면 경북은 우리나라 원전산업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여건에 놓이게 된 셈이다.경북은 국내 가동 원전의 절반인 12기가 운영되고 있다. 설계부터 건설·운영과 폐기물을 담당하는 모든 기관이 있어 원전의 전주기 운영이 가능 한 곳이다. 국내서 이런 기능을 갖춘 곳은 경북이 유일하다. 더욱이 대형 원전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옮겨가는 글로벌 추이에 맞는 인프라 조성도 경북이 가능하다.경주에 조성될 국가산단은 이런 국제적 흐름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생태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소형모듈원자로에 대한 연구와 실증을 담당하게 된다. 연구기능과 산업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지역이 바로 경북인 것이다.게다가 우리나라 수소산업 전진기지로 육성할 울진의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이 조성되면 경북은 원전 가동과 원자력 연구와 산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명실공히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원자력산업의 지역으로 자리를 매김할 수 있다. 원전산업이 세계적으로 새로운 조명을 받는 시기다. 경북의 원전산업도 시대 변화에 걸맞게 변신해 지역경제에 큰 활력소가 되어야 할 중대시기다.

2023-03-19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의 미래를 위해

박남서 영주시장 지난 2월 27일 환경부에서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40년 동안 답보상태를 이어오던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허용은 2009년부터 소백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왔던 영주시에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울긋불긋한 것이 꼭 비단 장막 속을 거니는 것 같고 호사스러운 잔치 자리에 왕림한 기분”같다며 퇴계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소백산은 1987년 우리나라 1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에 이어 산악형 국립공원 가운데 네 번째로 넓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특히 능선이 아름다워 철마다 수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지만 직접 등산이 어려운 사람들은 소백산의 절경을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이 때문에 영주시에서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추진해왔지만, 환경문제와 경제적 타당성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소백산의 훼손에 대한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케이블카 설치가 어쩌면 더 이상의 훼손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도 있다.수많은 발길이 닿으면서 망가지고 상처 난 탐방로의 지켜야 할 곳과 개방해야 할 곳을 철저하게 구분해 식생의 회복이 필요한 곳을 쉬게 하는 등 환경도 지키면서 관광의 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달성하는 방법을 얼마든지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소백산 케이블카는 경제성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정복형의 탐방문화를 조망형으로 바꾸어 국립공원을 보호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추진되고 있다.영주시는 소백산 케이블카 설치를 통해 망가진 탐방로를 복구시켜 환경을 회복하고, 관광 편의를 높여 지역 관광객을 유입하는 두 가지 시너지 효과를 이루고자 한다.눈앞의 작은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결정이다.두 번째 이유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다.케이블카 설치와 같은 문제는 생태환경의 측면과 함께 장애인 등의 접근성의 측면, 관광 활성화의 측면 등 다양한 방향으로 검토돼야 한다.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은 관광의 편의를 높이는 노력을 점차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전국 22개의 육상 국립공원 가운데 케이블카가 설치된 곳은 단 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보행이 어려운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케이블카는 높은 산에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만큼 접근성이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들의 산악 관광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인프라다.그리고 마지막 이유가 지역 관광산업의 활성화다. 영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비롯해 우리나라 유일의 K-문화테마파크인 선비세상 등 전통 문화유산을 보유한 전통문화의 도시다.그러나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소백산 케이블카는 영주 관광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의 관광산업을 체류형으로 변모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실제로 목포의 경우 해상케이블카 설치 전 연간 380만명 수준이었던 관광객이 케이블카 설치 이후 7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이에 지자체에서는 케이블카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앞으로 관광객 2천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영주 지역 관광에도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영주시는 올해 소백산 케이블카 추진 위원회 구성을 추진해 공청회와 토론회, 주민설명회 등 의견수렴의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연환경영향평가 용역실시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조선시대 풍수학의 대가 격암 남사고 선생이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 죽령고개를 넘어오다 소백산을 바라보며 절을 하고 “이 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며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소백산이 그동안 우수한 자연경관으로 환경을 살리고, 사람을 살려 왔다면 이제는 지역을 살리는 산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2023-03-19

봄을 소묘하는 소녀의 시간

이희정시인 촘촘한 체 같은 어스름이 번져 오고사랑니 뽑혀 나간 동그란 아픔 위에봄 저녁 물 끓는 소리 무심하게 고이는데만지면 부서질까 당신의 마음가닥가늘고 빳빳한 쓸쓸의 올올들이뜨겁게 곤두박질치며 물속에서 몸을 푼다참았던 시간들을 찬물로 헹궈 내면어쩜 몇 가닥쯤은 당신에게 가닿아반음쯤 낮은 자리에서 흰 음계로 울어줄까-서숙희, ‘국수를 삶는 저녁’ (‘가히’ 창간 특집- 2023년 봄호)우리에게 ‘국수’라는 식재료는 음식으로도 심상으로도 별미다. 주식인 밥과는 달리 소박하지만 특별한 친밀감을 자아내기에 이만한 서정도 없을 것이다. 작품 제목 ‘국수’를 뽑아내기 위한 오브제로 시어 ‘촘촘한 체’는 맞춤이다. 시적 화자는 색보다는 선과 면으로만 소녀의 무채색 봄을 소묘하고 있다.“시는 그림과 같이(ut pictura poesis)” 라는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구호는 여전히 주효하다.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 시의 미덕이라면 더욱 이 시는 서사보다는 묘사가 승하다. 흔히 묘사는 창작 기법에서 인물의 마음속 풍경을 배경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쓰인다. “촘촘한 체 같은 어스름이 번져 오고”의 첫 행에서부터 심상을 거느린 묘사가 이미지를 믿음직하게 견인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시를 그림 대하듯 읊노라면 어느새 고요를 거느린 섬세한 풍경에 눈이 순해지고 마음결마저 연해지고 마는 것이니.“현실풍경이건 심상풍경이건 글은 해석의 산물”이라고 했다. 서숙희 시인(64)이 그리는 ‘국수를 삶는 저녁’의 풍경은 채색되지 않은 연한 봄이다. 시인이 시어를 길어내는 시간은 가는 국수를 체에 걸러내듯 촘촘하고 예민한 순간이기에 “물 끓는 소리마저 무심하게 고”인다. 이어 봄 저녁의 현실풍경은 “만지면 부서질까 당신의 마음가닥”의 심상 풍경과 절묘하게 포개지며 자연스레 운율의 음계를 놓는 것에도 일조하고 있다. 화자가 그리는 풍경은 반음 낮은 자리에서 단아한 서정의 여린 직선으로 흐르고 있다.어떤 글이든 고명에 한눈을 팔면 노상에서 객사하기 십상이라고 했다. 시력 30여 년의 시인이 화려한 수사보다 시의 본령인 국수가락에 전심을 다하고 있음을 주목해 보자. 시적 화자는 “가늘고 빳빳한 쓸쓸의 올올들”로 마치 시를 처음 대하는 소녀처럼 공손하게 맞는 것이다. 타협이나 굴종을 모르는 타고난 국수가락의 성정은 돌연 시의 허리쯤에서 “뜨겁게 곤두박질치며 물속에서 몸을 푼다.” 이는 제목이 상징하는 ‘국수를 삶는 저녁’의 창작(조리)과정을 풀어내는 동시에 화자의 내적 열망을 교묘하게 비등하며 카타르시스를 준다. 마치 영화 마블시리즈 앤트맨의 슈퍼히어로를 연상시키듯 줌인과 줌아웃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온탕과 냉탕을 벼리는 것이다.이처럼 화자는 대상에 대한 격정 어린 내성을 “찬물로 헹궈 내” 봄 저녁의 풍경 한 올 한 올을 체에 내리듯 소담스레 ‘국수’라는 가락에 풀어내고 있다. 오래 기다리고 감추었던 빳빳한 국수의 외형은 어느새 물의 방식에 순응하며 쓸쓸하고도 부드러운 봄 저녁으로 치환된다. 선에도 감정이 있다. 기다림의 애틋함이 높은 감정의 선이라면 쓸쓸과 울음은 낮은 무채색 감정이다. 울음은 감정의 바닥까지 다 긁어내야 도달할 수 있다. 시를 기다리며 한생을 살아가는 시인의 담백한 저녁, 그 애정의 발화를 본다. “어쩜 몇 가닥쯤은 당신에게 가닿아 반음쯤 낮은 자리에서 흰 음계로 울어줄까”마침내, 소녀의 국수 가락은 희디흰 음계로 저 먼 곳까지 공명할 것이다.

2023-03-19

품질과 설비 그리고 역량 향상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가 음식점을 찾을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서비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째로 맛을 선택할 것이다. 가격이 싸도 맛이 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는가 하면 맛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줄을 서고 기다리는 식당이 있다. 그래서 문구 중에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라는 말로 음식의 맛을 위트 있게 표현하면서 품질을 은근히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식당에서의 품질인 맛과 같이 생산 현장에서의 품질은 만들어지는 제품이 사용 목적 혹은 사용자의 요구를 얼마나 만족시키고 있는가이다.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전세계 모든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수준을 높여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1910년대 프레드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를 시작으로 신뢰성과 품질보증을 거쳐 전사적 품질관리로 발전해 왔고 최근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작업을 로봇화 지능화 하여 품질 변동이 적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식당이든 생산 현장이든 제품의 품질은 설비, 사람 그리고 재료와 이를 가공하기 위한 물, 가스 등의 가공체계의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재료가 제품이 되는 과정인 가공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이해하고 가공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한 기본 항목을 도출하여 잘 관리하면 생산하는 제품이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특히 설비 중심의 생산라인에서 가공은 재료가 설비와 만나 변형, 변질, 분리, 결합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말하며 재료와 설비가 만나는 점을 가공점이라고 한다.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가공점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설비에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본체체결 구동전달운동 유압 공압 윤활 전기제어로 구성된 6계통의 조건 설정과 정상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재료의 온도, 폭, 두께 등과 같은 가공 조건과 재료의 가공을 원할 하게 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물, 가스, 세정유 등과 같은 가공제계의 조건관리 항목의 도출과 관리 또한 잘되어야 한다.많은 회사들이 공장내 자재를 정리 정돈하고 설비를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활동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도달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설비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가공 원리를 이해하고 가공되는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설비와 재료의 관리항목을 도출하여 항시 정상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공장의 자동화 지능화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하여 현장 직원의 설비와 품질관리 역량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 설비의 가공 원리와 품질관리 항목을 도출하여 관리 기준을 만들고 이상 발생시 신속하게 조치하고 다시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설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역량이 향상되는 것임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실행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2023-03-19

춤을 춘다는 것

유영희 작가 어느 유투버가 4, 50대가 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 세 가지는 외로움, 돈, 건강이라고 한다.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김민식 전 MBC PD도 50 중반에 사표를 내고 나서 외로움 문제가 심각했나 보다. 그가 퇴사하고 2년 만에 올해 초 ‘외로움 수업’이라는 책을 냈으니 말이다. 자신이 쓴 칼럼 일부 내용이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되자 스스로 벌주기 위해서 퇴사했다고 하니, 그렇게 혼자 있게 된 시간은 많이 외롭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니 외로움은 치매의 원인이 된다면서 자신이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 몇 가지를 소개해준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가장 먼저 춤을 꼽은 것을 보고 반가웠다. 사실은 나도 한 달 전부터 춤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식은 줌바를 춘다는데, 내가 배우는 것은 현대 무용이다.발목이 안 좋아서 60분 걷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춤이라니 정말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고, 일반인 대상 수업이라 더 편하게 진행할 텐데도 남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것이 아직도 쑥스럽고 어색한 상태다. 그러나 90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배우는 것도 많다. 줌바나 에어로빅 같은 운동은 정해진 동작을 따라 하지만, 현대 무용은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흐느적거리는 것은 아니다. 기본 동작을 알려주면 음악에 따라 자기가 동작을 만드는데, 코어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처럼, 속은 강건하지만 겉은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움직이다 보면, 내가 주로 하는 동작의 패턴을 알게 된다. 게다가 줌바는 웬만한 체력이 아니고서는 시도하기 힘든 격렬한 운동이지만, 지금 배우는 현대 무용은 자기 몸 상태를 돌보면서 한다.더 중요한 순간은 가끔 음악을 틀지 않고 움직일 때이다. 음악이 있으면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가기 쉬운데, 음악이 꺼지면 그야말로 몸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나만의 동작을 알게 된다. 그렇게 나오는 내 몸의 움직임은 또 다른 나의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몇 주가 지나자 선생님은 내 동작이 많이 커졌다며 보기 좋다고 하신다.무엇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목적이 있고 의식적으로 하지만 몸 언어의 특별한 점은 나의 의도가 많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디로 가야지 방향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런 동작을 해야겠다고 의도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그 동작이 나온다. 현대 무용의 이런 춤 방식은 노자가 말한 ‘일부러 하지 않는 함’인 것 같다. 그래서 90분을 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지도 모른다.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50대 중반의 남자에게는 줌바가 적당할 수도 있지만 60이 넘은 여자에게는 이런 현대 무용이 알맞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몸의 언어를 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줌바든 현대 무용이든 노년의 자신에게 춤을 허하자. 외로움도 극복하고 건강도 만들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일석이조 아닌가.

2023-03-19

새마을 깃발

강길수 수필가 언제부턴가 이 집 앞을 지날 땐, 반갑고도 찜찜하다. 출퇴근 때 오가는 이면도로의 한 집 앞이다. 가정주택을 조금 개조하여 경로당으로 쓰고 있다.본채 외관은 그대로이고, 대문 부분과 길 쪽 담장을 헐고 출입을 편케 한 구조다. 특이한 점은, 대문 헌 좁은 공간에 세운 깃대 셋에 언제나 깃발을 걸어둔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본채 벽에는 ‘모범경로당’이란 팻말이 붙었다. 깃발은 중앙 깃대에 태극기, 앞에서 볼 때 오른편에 새마을기, 왼편에 단체기가 걸려있다.출퇴근길에 초등학교 앞 두 곳, 중학교 앞 한곳을 지난다. 세 학교 모두 현관 입구 위에 세 개씩의 깃봉이 있다. 오늘 퇴근길에 세 학교가 내 건 깃발을 살폈다. 세 학교 모두 중앙 깃대에 태극기, 마주 볼 때 오른쪽 깃대는 비어있고, 왼쪽 깃대엔 학교기로 보이는 기가 걸려있다. 우리 초, 중등 교육의 현주소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초, 중등 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경로당 앞에서 더 마음 가는 깃발은 ‘새마을기’다. 펄럭이면 펄럭이는 대로, 늘어져 있으면 늘어진 대로 반갑고도 찜찜하다. 새마을기는 오천 년 민족의 숙원인 가난을 물리친 우리 시대의 찬란한 발전상징이 아닌가. 한데, 우리 지역 초, 중등 교육의 현장에는 새마을기가 안 보인다. 몇 해 전, 이웃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일하러 갔다가 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새마을기를 만나 얼마나 반가웠던지!…. 늘 깨어있는 학교라는 마음이 들었었다.‘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공자의 말씀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죽은 걸까. 지난 수년간 온 사회가 정치 모리배들에 의해 날조되고 유린당해도, 우리의 자유 민주주의 자정(自淨) 시스템은 작동하지 못했다. 국가사회의 공익보다 제 편의 사욕만 채우며 가르기만 일삼던 내로남불 비양심 정치꾼들…. 양의 탈을 쓴 가짜 우파, 가짜 좌파들이 판을 치고 나랏돈을 쌈짓돈 삼아 쓰며, 사회를 병들게 해 왔다.과거가 없는 현재란 없다. 또, 현재가 없는 미래도 없다. 과거를 단절하는 것은 곧, 현재가 부정당한다는 진실을 우리 사회는 잊고 산다 싶다. 현재가 과거의 결과일 진데, 그 원인을 배척하는 사회가 온전할 수 있을까. 경로당의 새마을기 앞을 지날 때 느끼는 반갑고도 찜찜한 마음은 바로, 우리 사회가 온고이지신을 외면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지난해 기적처럼 국민의힘이 집권했다. 이는 직전과는 달리, 과거를 품어 나가라는 하늘의 도움과 계시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가 꼭 이어가야 할 자산은 무엇일까. 보릿고개 때부터 지금까지 온몸으로 살아낸 증인 세대로써, 단연코 ‘새마을 운동’이라 본다. 70년대 이래 나라 근대화의 근간이었던 새마을 운동을, 현실을 반영(modify)해가며 ‘제2의 새마을 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 길만이, 병든 우리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길로 보이니까 말이다.우리가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 정신’으로 새로 일어선다면, 기후변화와 코로나 후유증과 지구촌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난관도 능히 헤쳐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다시 새마을 깃발이 온 나라에 펄럭이도록….

2023-03-16

굿바이 코로나 마스크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 2년 5개월 만에 자율화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3월 20일부터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이 방역수칙을 성실하게 준수해온 덕분에 지난 1월 말 착용 의무 조정 후 일평균 확진자 38%, 신규 위중증 환자 55% 감소 등 방역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판단에 의한 것이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과 대형시설 내의 개방형 약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이다. 학교의 통학 차량도 포함된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약국, 요양병원 등의 감염 취약 시설에서는 계속 유지한다고 한다. 다만 혼잡시간대의 대중교통 이용자, 고위험군, 유증상자에게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현재까지의 누적확진자는 전 국민의 60%인 약 3천만 명이며 항체 양성률도 70%이고 일일 확진자가 약 9천 명으로 10주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는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까워졌으니 일상회복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마음으로 ‘마스크 착용해제’ 선언을 가슴 열고 기쁘게 받아들이자.2019년 연말에 갑자기 들려온 ‘우한 폐렴’ 소식이 다음 해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놀랐는데 세계보건기구 WHO는 팬데믹을 선언하였고 10월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실시로 위반 시에 과태료 10만 원까지 부과했다.2021년 남아공화국 변이의 국내발견 후 4월 12일 실내·외마스크 착용 전면 의무화를 실시했으며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 발생으로 2022년 3월 17일 역대 최다 확진자 62만1천124명 기록을 세웠고 4월과 5월에 거리두기 종료,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해제를 했다가 9월에 전면해제를 발표했었다. 그리고 지난 1월 30일 ‘착용 의무’를 ‘권고’로 1단계 해제를 하여 신학기를 앞둔 학교와 학원, 어린이집 등에도 밝은 기운이 비치었고 드디어 3월 20일 전면해제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시적 증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일률적인 방역은 사실상 끝이 난 것이다. 일본도 ‘노 마스크(No-mask)’를 선언했고 세계적으로 마스크 착용해제 국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마스크 착용은 사회성 발달을 저해한다고 하지만 여론 조사에서 해제 후에도 ‘계속 쓰겠다’는 사람이 70%인 것을 보면 그동안 습관화되어버린 일면이 없지도 않다. 그 환경적 요인으로, 벗었다 썼다 하는 번거로움, 미세먼지, 차가운 날씨, 알레르기 등이 있고 심리적 요인으로는 ‘익명성’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부터 개인의 선택에 달렸으니 스스로 준비하고 챙겨서 가벼운 봄나들이를 할 수도 있겠다.이제 의료기관 착용해제와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만 남겨두고 코로나 팬데믹은 힘을 잃고 있다. 3년 전 마스크 사려고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섰던 기억들…. 품귀현상, 사재기, 가격 폭등, 마스크 5부제까지 경험했던 마스크 KF94는 888일간의 쉼 없는 사투를 끝내고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턱스크, 마스크 미인 등 숱한 신조어를 만든 마스크가 새로운 생활용품으로 탈바꿈하는 꿈도 꾸어 본다.

2023-03-16

신규 국가산단, 지금부터 기업유치가 과제

정부가 그저께(15일) 발표한 신규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에 대구·경북에서 신청한 4곳(달성, 경주, 안동, 울진) 모두 선정돼 경사를 맞았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포항의 경우 국가산단으로 선정되지 않았지만, 제철산업을 울산의 조선산업과 연계해 환동해 경제권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포항은 지난달 말 국가첨단전략산업인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정부에 신청해 둔 상태다.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사업시행자 선정 후 개발계획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 관계 기관 협의 절차를 거쳐 정식 지정된다. 대구국가산단은 달성군 화원·옥포 일대에 들어서며, 미래자동차와 로봇이 융합된 미래모빌리티 관련 기업이 주축이 된다. 대구에는 이미 국내 전기차 모터 80%를 생산할 정도로 탄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경북은 경주와 안동, 울진 세 후보지 모두 신규 국가산단으로 선정됨에 따라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기대감이 크다.지금부터 과제는 입주할 기업유치다. 산단 조성 후 이렇다 할 기업을 유치하지 못하면 지역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울진과 안동은 이미 대기업 입주 수요를 확인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울진 원자력수소 산단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한 다수 대기업이 투자의사를 전했으며, 안동 바이오생명 산단에도 한국콜마, 유한건강생활 등 중견기업이 입주약속을 했다. 대구는 수요조사를 한 결과 103개 지역기업이 입주를 희망했다고 하지만, 산단을 대표할 앵커기업 유치가 절실하다. 경주시 SMR 국가산단도 현재 발표할 만한 입주희망 대기업이 없는 상태다. SMR 설비의 생산, 수출에 무게를 둔 만큼, 원자로 핵심기술을 보유한 대기업 유치가 필수적이다.이번에 선정된 이 지역 국가산단에 들어설 모빌리티·원자력·수소·백신 산업 클러스터는 국가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정부도 추진지원단을 가동해 발목 잡는 모든 규제요소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각 지자체는 국가산단이 대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인구유입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23-03-16

대중교통 마스크 해제… 공공의료 강화 시발점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마스크착용 의무화가 오는 20일부터 해제된다. 이제 마스크를 써야 할 곳은 의료기관, 요양원 등 감염 취약시설만 남는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실내마스크 착용의무를 조정한 후 일평균 확진자 38%, 신규 위중증환자는 55%가 감소했고 신규변이도 발생하지 않는 등 방역상황이 안정적”이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다.이로써 2020년 10월 시작한 마스크 착용의무화는 2년 5개월만에 끝나게 된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남은 방역조치인 확진자 격리의무도 조만간 해제할 거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사실상 종결을 앞두고 있어 국민이 그토록 갈망했던 일상회복이 이제 본격화된다.그러나 대중교통 마스크의무가 해제됐다고 감염 우려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보건 당국도 “혼잡시간대의 대중교통 이용자, 고위험군, 유증상자들은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중교통 마스크 해제를 찬성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를 두고 “성급한 결정”이라 비판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하루 1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건강관리에 힘써 왔던 선의의 피해자 발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2019년 처음 발생한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6억7천여 만명이 감염되고, 680여 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국내서도 3천여 만명 넘게 감염됐고 사망자가 3만4천여 명에 달했다.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막심했다. 사회적 비용은 물론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겪은 국민적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막바지에 왔지만 신종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또다시 반복될 거란 전망이 유력하다. 20세기 들어 세계는 각종 신종 감염병으로 많은 인류의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국내적으로 코로나19가 안정세에 들어선 것은 다행이나 코로나의 경험을 토대로 지금부터 보다 강력한 의료체계 구축에 힘 모아야 한다. 특히 대구와 경북은 수도권에 비해 공공의료 기능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지역사회의 노령화는 팬데믹 위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지역의 공공의료 강화에 집중 투자가 있어야 한다.

2023-03-16

MZ세대의 파워

우정구 논설위원 MZ세대란 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초∼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학술적 배경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대학생 상대의 한 잡지사가 처음 사용한 것이 유래다. 지금도 젊은 세대를 통칭할 때 이 표현을 잘 쓴다.그러나 엄밀히 말해 M세대와 Z세대는 다르다. 특히 시간이 흘러 초기 밀레니얼 세대의 나이가 40대로 접어들면서 신세대 젊은이의 상징처럼 MZ세대를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한 리서치의 인식조사에서 대중들은 MZ세대를 16∼31세로 본다고 한 것은 MZ세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잘 반영한 대목이다. “요즘 젊은이”로 보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Z세대는 스마트폰을 기준점으로 가른다.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률에 따라 Z세대를 구분하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2000년대 이후 세대가 기준이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당장의 행복을 쫓는 세대다. 소비성향에서도 그들의 특징이 있다.서로 다른 M세대와 Z세대를 묶어 MZ세대로 부른 데는 언론의 무분별한 오남발이 큰 원인이다. MZ세대의 실제 정의는 10대에서 40대까지 폭넓으나 마치 20대를 대상으로 MZ세대를 표현할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학계서는 잘못된 세대 구분을 강조하면 사회문제의 본질이 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주 52시간 근무 유연화를 시도하려는 정부 정책을 두고 MZ세대가 반발하자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했다. 젊은 세대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하란 뜻이다. MZ세대가 우리 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했다는 의미기도 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3-16

'무노동 무임금' 예외는 없다고?

홍석봉 대구지사장 ‘무노동 무임금’은 파업 기간 동안은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노동 원칙이다.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기준이자 관행이다. 우리 사회에 폭넓게 적용된다. 정치인들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적용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 등이 줄기차게 주장해왔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권리 침해로 여기고 외면해온 터이다. 구속된 지방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의 중심에 선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적용 법률 개정 요구와 함께 지방의원에게도 이를 적용하자는 것이다.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있으면서도 꼬박꼬박 월정수당을 받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세금이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시의원의 사퇴와 월정 수당 340만 원의 지급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구속 4개월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다. 여론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대구시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고 조례 개정 의견을 듣는 등 제도개선 분위기가 일었지만 의장단은 함구하고 있다. 논의 필요성만 인정한 채 관련 조례 개정 움직임에는 소극적이다. 대구시의회가 관련 조례를 개정하면 다른 기초의회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은 데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오히려 국회부터 먼저하는 것이 순리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말 지방의원이 구속되면 월정수당을 주지 않거나 감액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대구시의회 등 지방의회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월정수당을 제한하는 곳은 10곳 뿐이다. 지역에서는 수성구의회가 유일하다.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법안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도 여러 건 발의됐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의원들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법안은 마냥 계류 중이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이렇게 또 넘어갈 모양이다.지금 국회는 가관이다. 기껏 방패 국회나 열고 상정된 법안은 잠재운 채 해외나들이엔 열심인 국회의원들이다.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연 1억5천426만 원이다. 이와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유지비, 사무실 소모품비 등 각종 명목으로 1인당 평균 1억150만 원이 지원된다. 의원마다 8명씩 둘 수 있는 보좌진 인건비로 5억 원 안팎이 나간다. 의원 1명 당 세금 7억5천여만 원이 지급된다. 해외시찰 명목의 해외여행 경비도 세금으로 지원한다. 각종 혜택이 어마무시하다. 총선 때마다 내놓던 ‘보수 삭감 공약’엔 아예 눈 감았다. 그런데도 2018년부터 5년 연속 세비를 올렸다. 매번 셀프 인상이다. 국민 눈총과 비판 여론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권익위도 국회의원에 대해선 권고 조차 않았다. 2019년 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세비 반납 법안 제정에 찬성 80.8%, 반대 10.9%의 답변이 나왔었다. 국민 대부분이 국회의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옥중 월정 수당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국민이 분노한다.

2023-03-16

산불예방, 우리의 실천으로부터

유문선 포항북부소방서장 해마다 봄철이면 안타까운 산불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다. 지난해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로 기록된 울진 산불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해 역시 경북에서만 43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로 강과 하천이 가물고 강하게 부는 바람에 한 번 산불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대형화재로 번지는 일도 잦아졌다.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산불 발생의 많은 비율은 자연적이지 않다. 소방청이 2022년 발간한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산불 발생원인은 입산자 부주의에 의한 실화가 대부분을 차지했고(79.7%) 그다음으로 원인 미상(11.6%)이 뒤를 이었다. 많은 재산피해를 발생시키고 자연을 파괴시키는 산불의 원인은 담뱃불과 논·밭두렁 태우기 등 부주의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작은 주의만 기울이면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그렇다면 산불 예방을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산불예방을 위한 첫걸음은 성냥이나 라이터 등 화기물 소지 금지에서 시작된다. 산림이나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는 취사와 흡연, 흡연 후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적발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일부 지역은 산림보호를 위해 화기물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입산 제한 대상이 되므로 사용 유무와 상관없이 집에서 나오기 전 소지 여부를 재차 확인해야 한다.또한 산림 인접지역에서는 논·밭두렁 소각행위를 금해야 한다. 예전부터 많은 농가에서는 병해충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봄철 논과 밭을 소각하는 행위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는 해충방제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세먼지 발생 및 봄철 산불의 원인이 될 뿐이다. 영농 부산물 소각행위 역시 산림보호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 행위이며 위반 시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마지막으로 산불을 발견했을 때에는 즉각 119에 신고해야 한다. 초기의 작은 불은 나뭇가지나 외투 등을 사용해 두드리거나 흙을 덮어 진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지만, 화세가 커지고 있다면 신속히 벗어나 119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시에는 등산로에 설치된 산악 위치표지판의 고유번호를 알려주는 것이 신속한 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등산 중 위치표지판을 지나친다면 잘 기억해 두도록 하자.산불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불이 대형화재로 번지면 화재진압이 장기화 되고,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장비와 인력이 소모된다. 한번 타버린 산은 회복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축구장 1만7천300개 면적을 태우고 1천400억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남긴 울진 산불이 발생한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산불예방에 동참해 모두가 행복한 봄의 산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2023-03-15

커피향기처럼

배문경 수필가 커피를 마신다. 봄볕아래서 후배와 점심 후의 나른함을 섞고 수다를 한 스푼 첨가해서 홀짝거린다.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더러 뜨거운 커피에 녹아내렸고 긴 장마에 우산을 털며 들어서는 커피숍의 커피향기는 눅눅함마저도 잊게 했다. 지금은 그저 편안한 휴식의 단맛을 느끼고 있다.오빠는 “인생도 쓴데 커피까지 쓰게 마시겠냐”라면서 두 스푼의 설탕을 넣어 휘휘 저어마셨다.그러고 보니 쓴맛, 단맛, 짠맛, 매운맛, 단맛까지 달달하거나 모든 맛이 커피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223이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다. 커피 두 스푼에 프리마 두 스푼 설탕 세 스푼으로 탄 커피는 인기 짱이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사로 자주 인용되기도 했다.얼마 전 문인협회에서 큰 행사를 진행했다. 식사는 늘 제공했지만 커피를 제공한 경우는 없었다. 추가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을 제공했다. 그 자리에서 백일장 작품을 심사하는 일까지 하게 되니 일석이조였다. 음식의 텁텁한 맛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는 커피에 모두 기분 좋아하셨다.커피를 한때는 검은 악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깊게 빠져들 매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이 검은 악마가 인간에 의해 음료수가 되기까지는 한 목동의 조금은 충동적인 얘기가 밑받침된다. 염소를 치던 에디오피아의 칼디라는 소년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소년은 어느 날 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은 염소들이 날뛰는 것을 보고 자신도 먹었다. 그러자 기분이 상쾌해지고 활력이 솟구치는 기분을 느낀다. 이후 인근 수도원의 수도사들에게 알리게 되고 그들은 악마의 것이라며 두려움에 불속에 던졌지만 커피열매가 불에 타면서 향긋한 냄새를 내고 잠을 쫓는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커피음료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어쨌든 우리는 깊게 들여다봐도 검기만 한 음료를 이제는 다양하게 만들어 즐거운 식감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까페라떼, 바닐라라떼, 달고나라떼, 까페모카, 아인수페너라떼, 아이스아메리카노 등 다양한 메뉴를 앞에 두고 고르는 재미와 뭘 먹지하며 들여다보는 메뉴판엔 다양한 음료가 손짓한다.기분이 언짢다면 조금 달달한 메뉴인 아인슈페너라떼를 선택해 보면 어떨까. 아메리카노 위에 얹은 묵직한 크림은 탱탱하고 쫀쫀해서 크림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같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놀란다. 덥고 답답하다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최고다. 작은 즐거움으로 기분을 업(UP) 시킬 수 있다.펼쳐진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파란색 지붕이 신선했던 지중해를 배경으로 선전하던 음료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그곳에서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꽃이 번져나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유럽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노천카페의 풍경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후배 순희와 여행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상태다.커피는 인생의 맛 중에서도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명약이다. 왜냐하면 슬프거나 화나거나 힘들 때 혹은 내 곁에 아무도 없어도 마실 수 있다.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많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 때도 커피향기가 배어 나오는 카페가 있다. 그들과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수다를 떨다 일어날 때도 먼지 같은 일상사가 살만한 세상으로 바꿔져 있기 일쑤다. ‘무엇으로부터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있다는 것은 다소 위안이 된다.지금 나는 푸른 바다의 파도가 넘실대는 구룡포 바닷가에 앉아 커피 마실 생각을 한다. 까만 커피위에 부드러운 우유가 얹혀 진 채 커피 하트를 보며 여유를 부릴 생각만으로 즐겁다. 인생 뭐 별 것 있냐며. 그러고 보니 예전 싸이월드의 아이디가 ‘커피향기처럼’이었던가.그 사이 봄바람 나겠다며 마음은 길을 나서고 있다.

2023-03-15

<5>부동산 투자 ABC 비방을 듣다

당나무는 김 사장과 어린 시절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고향의 어린 시절에는 여름철이면 더욱 아쉽기도 한 아련한 추억들이 샘솟는다. 아이스께끼! 아이스께끼! 여름이면 어김없이 아이스께끼 장사가 자전거 뒤 나무통에 그 잊지 못할 아이스께끼를 싣고 소리를 냅다 지르며 나타난다. 아이들은 미리 천초를 바다에서 채취해서 모아 놓았다가 아이스께끼로 바꾸어 먹기도 했다. 그 차고 달콤한 맛은 평생의 입맛의 기준을 정해 버렸다. 강냉이 엿장수의 가위소리도 그렇고 심지어 벌꿀을 가져 와서 미역과 교환하기도 했다. 돌미역은 만물을 향한 요술쟁이였다.그 달콤한 콩가루를 덮어쓴 쑥떡을 머리에 이고 온 할머니도 있었다. 마을 앞 바위틈에는 군침 도는 먹거리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철철이 새로운 해산물들이 기나긴 세월을 이어오면서 마을을 속인 일이 없었다. 주민들은 자연이 주는, 그것을 믿고 신뢰하고 힘들어도 기다렸다. 바다가 곧 집 앞 놀이터이고, 생명의 먹거리로 이어진다. 마을 앞바다의 수 만평에 이르는 넓은 돌바닥에는 돌김, 파래, 참고동, 갯고동, 따개비, 안장구, 참게, 말치, 토씨, 군소, 멍데이, 다시마, 말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해산물이 서로 앞다투어 생존 경쟁을 하고 있었다.돌김은 옛날 임금님에게 진상할 정도로 유명했다. 그 고소한 맛은 천하의 일품이다. 김에 밥을 싸서 입에 넣으면 입안의 침이 참기름보다 더 고소함으로 가득 찬다. 지금도 자연산 돌김은 미식가들에게는 바다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김 채취는 겨울철에 하는데 다소 따뜻한 날을 선택해서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한꺼번에 동일한 시간대에 출발하여 돌김이 자란 바위로 향한다.가히 동네 주민들이 모두 모여 들어가는 모습은 한판의 전쟁터를 향한 군사들을 방불케 한다. 먼저 들어가서 돌김이 많이 자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웃사촌 같은 염치는 치장에 불과하다. 채취한 돌김은 볏짚으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발에 물과 함께 김을 풀어 놓고 얇게 널어 건져서 발위에서 햇빛에 말리면 된다.돌김보다 좀 다른 파래는 다소 물이 더 깊은데서 자라는데, 건조 방법은 김과 같으나 불에 구우면 쓴 맛으로 변한다. 마을 앞 얕은 물에서 자라는 고동은 두 종류가 있는데 참고동과 갯고동이 있다. 참고동은 가장 흔하게 자라고, 삶아서도 먹고, 생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 갯고동은 생것으로는 먹을 수 없고, 주로 놀래기 등 고기 낚시 미끼로 쓰인다. 안장구라는 말똥성게는 알이 붉은 색인데 깊은 물에서 자라는 보라성게에 비해서 맛이 달아서 밥에 넣어 비벼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당나무와 김 사장은 또래 친구들이 불렀던 노래도 불러 본다.“바리(파도) 궂는다 배 올려라, 바리 잔다 배 내려라. 니(너) 배 네 배 돛 달아 놓고 시월 벌판에 돈 벌려가세, 빨간 보따리 돈 보따리, 처갓집 담 위에 올려놓고, 나는 좋아 나는 좋아 장모님 고무신도 나는 좋아!”부동산 비방을 이어간다. 전혀 그런 온천공의 권리가 독립된 물권으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전 소유자는 이미 부도를 예상하고, 전국에 온천을 이용 할 수 있는 이용권을 수만 장 팔아버려 김 사장과 다툼이 생겼고, 부도로 전 소유자를 만날 수조차도 없었다. 온천공 없는 온천은 앙코 없는 찐빵보다 못 했다. 온천 목욕탕을 운영 할 수 없었다. 결국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보상 받은 돈을 모두 날려 버렸다. 김 사장은 부동산에 대한 자격도 있고 해서 어느 정도 전문지식이 있다고 생각 했는데 현실적으로는 어쩌면 부동산 ABC도 몰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말이 있다.그래서 신목이 된 당나무에게 부동산 ABC에 대한 비방을 듣는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요지의 토지를 찾는 것이 최상이다. 토지는 언제든지 건축이 가능한 토지와 그렇지 못한 땅이 있다. 서진국 작가 소위 도시계획법상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의 토지는 소유자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고 자연녹지, 공원 등의 토지는 특정한 조건이 맞을 때에 한하여 건축 허가가 난다.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기준도 건축허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부동산의 권리는 소유권이 가장 큰 권리이고, 전세권, 임차권, 유치권, 담보권 그리고 관습법상 지상권, 분묘기지권 등 여러 권리가 있다. 이론적으로는 토지도 사람의 일생과 같이 돌고 돈다는 것이다. 키친이라는 학자가 부동산의 변화를 연구한 논문, 소위 키친 사이클에서 부동산도 사람과 같이 일생이 있다는 것이다. 유아기가 있고, 성장기, 장년기, 노년기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자세히 긴 기간을 통하여 부동산의 변화를 보면 초기에는 새로운 토지가 조성된다.그 토지에 사람들이 모여 활발한 사회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다가 또 다른 지역이 새로이 발전하여 개발되면서 먼저 발전된 지역은 쇠퇴된다는 것이다. 과거 서울 강북권에는 최고의 주택지역과 상업지가 조성되었다가 일정기간이 지난 후 최고의 주택지가 강남으로 옮겨가면서 상당한 상권도 강남에 형성되었다. 부동산이나 인생도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환생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2023-03-15

외국인 근로자 무단이탈 방지에 역점을

영농철을 앞두고 있다. 영농 준비에 농민의 마음도 바빠질 시즌이다. 올해 농어촌 일손 지원을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경북도내 배정이 확정됐다. 상주시 954명, 영양군 830명, 봉화군 718명 등 도내 시군에 배정된 인원은 모두 5천614명이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됐던 작년보다 두배 가량 늘었다. 이들은 순차적으로 도내 시군에 배치돼 바쁜 농가의 일손을 돕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든 농어촌의 일손을 돕는데 큰 보탬이 된다.전국적으로도 올해는 많은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배정됐다. 문제는 해마다 발생하는 무단이탈 등의 인력 관리가 제대로 될지가 의문이다. 작년 경북도내 배정된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10% 정도가 무단이탈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무단이탈자가 생기지 말란 법은 없다.불법 상태에서 무단이탈한 이들은 이동 동선조차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비자발급을 받고도 임금을 더 많이 주는 공장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농번기에 갑자기 일손이 빠져나가면 농가로선 영농 차질 등 황당하기 짝이 없다.이런 점을 고려, 정부나 지자체가 외국인 근로자 인력관리에 나서고 있으나 지금껏 실효적 성과를 내지 못해 농가들이 골탕을 먹는 사례가 빈번했다.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해 귀국 보증금 예치제를 시행했으나 까다로운 입국절차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줄어들어 이 제도도 올해는 폐지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률을 높인다는 이유로 규제를 오히려 완화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관리가 더한층 힘들어진 것이 현실이다.일부 지자체에 따라서는 성실하게 기간을 마친 근로자에 대해 항공료를 지원하는 곳도 있고, 일부 지자체는 전담부서 설치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성과는 두고 볼 일이다.경북도도 성실 계절근로자의 재입국 추진이나 시군별 농촌인력지원 전담팀 구성 등의 아이디어를 내고 있으나 성과는 장담할 수 없다. 농번기를 맞는 농어촌 인력지원에 지자체의 깊은 고민과 배전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2023-03-15

대구 핵심성장동력 될 ‘빅데이터 인재양성’

대구시가 지역대학, 연구기관과의 공조(共助)를 통해 빅데이터 인재 양성에 나서 성과가 주목된다. 대구시는 지난해 영남이공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그저께(14일)는 수성대,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과 빅데이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산업 맞춤형 실무 중심의 전문가 양성이 목표다. 수성대는 빅데이터 혁신거점으로 육성 중인 수성알파시티 인근에 있어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대구시의 구상은 우선 대학과 DIP 주관으로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DIP는 창업경진대회와 연계해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과제발굴을 돕고, 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실적을 내면 학점을 인정해 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창업과 취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DIP는 학생들의 수업에 직접 참여해 데이터 활용 및 분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킬 멘토링 역할도 해 준다. DIP는 산학공동으로 세미나·토론회 등의 다양한 행사를 열어 지역사회에 빅데이터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간다는 구상이다.미래산업은 급증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성장요소가 된다. 공공행정이나 의료, 소매업, 제조업, 개인정보 부문 등에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할 경우 상상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적인 IT기업들은 현재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빅데이터 시장 개척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확보라는 측면에서 대구시의 노력은 평가받을만하다. 빅데이터 시장에서 앞서가려면 필수적으로 관련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특히 대학생들처럼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생각을 하는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 대구시가 앞으로 산학협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또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대구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23-03-15

결국 미디어가 한다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학교폭력은 무섭다. 폭력은 범죄라는 상식이 있지만, 폭력이 학교에서 벌어지면 이를 어찌해야 하는지 누구에게나 어렵다. 피해당사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학교, 교육청과 정부 등 모두 이를 대처하는 방식에 혼돈스럽고 당혹해한다. 사건이 붉어지면 언론이 뜨겁게 보도하고 정치가 담론으로 삼기도 하지만, 오래 가지않아 불씨는 시들고 기억에서 다시 멀어진다. 그런가하면, 종교를 허울삼아 못된 짓들이 발생해도 우리는 마찬가지였다. 교회나 사찰 등지에서 성폭력이 간간이 발생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대처방식은 늘 같은 모습이었다. 정치와 언론이 근본적인 대안들을 만들어주었으면 하지만, 기대가 있었을 뿐 우리 사회는 같은 문제를 너무 오랫동안 품고만 있는 셈이다.미디어의 역할이 신선하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의 실체를 극적으로 부각하여 날카로운 시선을 던진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복을 행사하는 극적진행을 통해 학교폭력이 처음부터 없어야 했다는 당위명제를 던진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실제피해자들을 가감없이 등장시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의 깊이와 범죄상황의 적나라한 모습을 있었던 그대로 전달한다. 언론에 기대했던 사실의 전달과 정치에 기대했던 해결의 실마리를 미디어의 이야기가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학교폭력과 사이비종교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보다 강도 높은 전달효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언론과 정치는 각성해야 한다. 사실전달이 언론의 본령인 가운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도 함께 전달하고 제시하는 시도도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 번져가는 솔루션저널리즘(Solutions Journalism)은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탐색한다. 정치는 중첩한 사회문제를 논하며 정치적 수사와 탁상공론으로 허비할 게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담론을 설정하고 토론을 진행하여 실천적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언론이 겉모습만 겨우 보도하고 정치가 허망한 수사만 반복하기를 그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기대와 희망을 더 이상 당신들에게 걸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치와 언론에서 실질적인 담론과 실천적인 대안을 구하기보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은 다음 시민들이 다른 방법을 찾아내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언론과 정치가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결과를 빚을지도 모른다.디지털세상이 그래서 무섭다. 특히, 정치와 언론에 가혹한 현실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사회문화적 현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던 대중에게 정치와 언론이 가교역할을 해 주었다면, 디지털은 그 거리를 현저하게 좁혀놓았다. 모든 뉴스와 사건의 현장이 시민들에게 그리 멀지 않게 되었다. 언론의 보도기능과 정치의 담론진행조차 누구나 온라인에서 가능하게 되었다. 언론과 정치가 보통사람들의 일상에 가 닿는 저널리즘과 정치행위를 실천해야 한다. 언론과 정치가 본질을 회복해야 사회가 살고 나라가 선다.

2023-03-15

‘명품’ 안동소주

홍석봉 대구지사장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와 프랑스 꼬냑 지방의 꼬냑 및 까뮤트레이션, 중국의 마오타이주가 세계 3대 명주로 꼽힌다.스카치위스키는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 10조 원을 기록했다. 고급 위스키의 가장 큰 소비처가 한국이다. 스코틀랜드는 위스키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는 증류장과 지역 명소와 연계하는 체험 상품을 개발해 한 해 2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중국 마오타이도 고급 브랜드로 국제화에 힘써 주가 총액이 삼성전자 보다 높은 420조 원에 달한다. 연간 매출액 20조 원의 세계적인 주류 기업이 됐다.일본도 세계 5대 위스키 생산국가에 든다.우리나라에도 안동소주 등 위스키 못지않은 좋은 술이 많지만 외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안동소주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며 세계 명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스코틀랜드 현지를 둘러보고 시장성을 살펴본 후 내놓은 진단이다. 경북도는 안동시와 전통주 업체, 대학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 대표 상품을 만들기로 했다. 안동 주요 관광지에 홍보관을 건립, 안동소주를 알리고 술 품평회와 양조장 체험 등 지원 사업도 편다. 술 원료, 도수, 숙성도 등을 규격화해 품질기준을 만들고 유명 아이돌 그룹 등을 내세워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안동 맹개마을의 ‘밀과노닐다’는 미국과 영국의 펍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양조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인기를 끌고 있다. 잘만 육성하면 세계적 명품이 될 수 있다.전통주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진 지금 한류를 활용, 안동소주 명인들과 현대 기술을 버무려 세계 명품주로 만들어야 한다. 타이밍이 딱 맞다. 명품 안동소주의 탄생을 기대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3-15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맞이한 3월 초의 캠퍼스는 아름다웠다. 마스크 없이 캠퍼스를 활보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기분 좋게 느껴졌고, 3월 첫 수업을 앞두고는 설레기까지 했다. 마스크 없이 진행하는 수업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은 마스크와 동거했던 지난 시간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잔뜩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이제야 기지개를 켜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이런 마음은 연구실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개강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무너지고 말았다. 2023학번 신입생이 퉁명한 목소리로 자퇴하고 싶다며 전화를 한 것이었다. 대학에 온 지 한 주, 두려움과 설렘 속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바쁠 신입생과 자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어떻게 조합될지를 상상하며 면담 날짜를 잡았다.학생은 한눈에 봐도 마음이 아픈 학생이었다. 서울에서 진주로 왔지만, 여전히 일상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중학교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입원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도 진주에 있는 것과 큰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어느 곳에 있으나 마찬가지라면, 자퇴는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 대학에 조금 더 머무르길 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는 상담 내내 불안한 눈동자로 울고 있던 학생을 진주에 남겨뒀을 때, 생겨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두려움에 학생의 자퇴 원서에 서명했다.나는 아직도 그 학생이 어떤 생각으로 대학에 진학했는지, 또 어떤 이유로 자퇴를 선택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 학생은 대학에 온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내린 자퇴라는 선택과 학교와 집 어느 곳도 편하지 않다는 자신의 발언이 모순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학생의 발언이 여전히 선명한 이유는, 선생으로서 나의 시각은 그 학생의 상황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명료히 알려주기 때문이다.나는 상담을 하는 동안 그 학생에게 함께 이겨내자는 말을 몇 차례 했다. 좋은 의도를 가진 것이었지만, 그 학생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말이다. 어떤 목적을 전제로 나름 합리적 선택이라고 제안한 나의 말은 이미 ‘이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학생의 상황에는 전혀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가지고 있는 학생에게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하는 대학 선생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여전히 무기력하다.마음이 아픈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학도 이를 인지해서 상담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이 상담프로그램을 직접 찾기는 어려우며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선 학생도 존재한다. 상담프로그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지방 소멸론이 일상이 된 시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몇 년 정신이 병든 대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그 병은 어린 시절부터 누적된 고통이 성인이 되어 터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는 사회적 고통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공감할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