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이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출산을 하지 않았다. 더 미루다가는 임신이 안 될까 걱정하면서도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둘 다 직장에 다니다 보니, 육아 부담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치러지는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출생률 높이기 정책에 눈길이 더 간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이다. 2022년만 해도 0.78명이었는데 1년 사이에 더 훅 떨어진 것이다. 2005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시행했지만 이제는 젊은이들이 결혼은커녕 연애도 포기한다고 하니, 출생률 높이기는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렇게 초저출산이 계속되는 것은 경제적 부담과 육아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옛날에는 더 가난해도 아이만 잘 낳았다는 ‘라떼 레퍼토리’가 나올 법하다. 그러나 작년 12월에 발표된 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니, 한국 젊은이들의 형편이 얼마나 열악한지 눈물이 날 지경이다.
2022년 현재 25∼39세 고용율을 보면, OECD 평균은 87.4%인데 우리나라는 75.3%이고, 그나마도 청년층 비정규직 비중이 2003년 31.8%에서 2022년 41.4%로 증가하였다. 이런 물리적 조건을 보면, 우리나라 MZ세대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생활비 우려와 재정 상황 불안도 45%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글로벌 MZ 세대의 불안도는 32%라고 한다. 반대로 재정에 대해 안정감을 느끼는 한국의 MZ세대는 31%이고 글로벌 평균은 42%이다. 우리나라 도시인구 집중도는 431.9로 OECD 평균 95.3의 4배가 넘고, 우리나라 여성 고용은 OECD평균 87.2%에 비해 매우 낮은 75.8%다. 게다가 OECD 육아 가능 기간과 이용률은 61.4인데, 우리나라는 10.3이다. 이러니 출산하는 사람이 신기할 지경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진단한 초저출산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니, 각자 자기 전공에 치중하는 느낌이 든다. 육아 전문가는 아이가 소비재로 전락한 현상을 원인으로 들고, 인구학자는 대도시 집중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 안정이다. 고용이 안정되면, 주거 문제도 해결되고 육아 부담도 완화된다. 지방에서 고용이 창출된다면 인구도 분산된다.
그런데 양당의 저출산 대책을 보면, 현금 지원성 대책이 많다. 여당은 10조원, 야당은 28조원의 예산을 잡고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외치며 만든 여당의 ‘늘봄’ 정책은 부모와 아이가 ‘늘못봄’ 정책이라며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고, 제1야당의 1억 대출 역시 미봉책이다. 도대체 그 1억을 10년 만에 어떻게 갚을 것인가? 그보다 세수 감소로 올해 각종 예산도 다 삭감한 마당에 이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법률적 부부에게만 지원하는 정책만으로는 출생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선진국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려면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