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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강천산·산성산

등록일 2015-11-20 02:01 게재일 2015-11-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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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 병풍에 구름다리 거니노니 이곳이 仙境
▲ `순창10경` 중에서 제1경으로 치는 강천산.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이기도 한 강천산공원은 금성산성 성벽과 애기단풍, 구름다리 등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곳이다.

가을이 깊어 단풍철이 막바지다보니 전국 유명산들은 산행객들과 단풍 구경온 관광객들로 들끓는다. 뉴스를 보니 설악산 국립공원에는 11월 첫주 일요일에는 전국에서 2만여명이 몰려와 화창한 오색단풍 산길을 따라 산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총 6개 등산코스… 금성산성·산성산 이어진 10.5km 산행거리

아홉장수 전설서린 웅장한 구장군 폭포·50m 높이 구름다리 명소

단풍행락은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억새 군락지 경주 무장산과 단풍이 한창 물들고 있는 주왕산에 수많은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포항 내연산에서는 전국 등반대회와 산악제가 함께 열려 동호인과 등반객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려 많이 찾아들었다는 것이다.

마침 재구화림산악회에서 제179회 정기산행지로 전북 순창의 강천산을 간다고 해서 당초 가기로 했던 내연산을 뒤로 미루고 향우들과 함께 동해해 순창으로 향했다. 아침 7시경 법원 앞을 출발한 차는 본리네거리에서 회원을 더 태운 뒤에 88고속도로를 달렸다. 도중에 아침식사시간을 가졌지만 10시반경 전남 담양군 금성면에 소재한 금정산성 주차장에 도착했다.

하늘은 여전히 흐린 상태다. 이런 날은 등산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이긴 하나 산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멀리 터지지 않아 멀리 경치를 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따른다. 우리일행들은 주차장에 내려서 산행대장으로부터 간단한 안내를 받고 바로 산행할 채비를 갖춘다.

산행코스는 남문, 내남문을 통과해 시루봉으로 해서 운대봉, 산성산(연대봉)에 올랐다가 하산은 구장군폭포, 강천사를 지나 강천산군립공원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총 산행거리는 10.5km쯤 되며 5시간 정도 주어진 산행시간이다.

그러다보니 순천 강천산 산행이라기보다 강천산과 연계되어 금성산성과 산성산 등산이라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여기 강천산 등산코스로는 6개 코스로 나누어지며, 그 가운데 오늘 산행은 2코스 산성산 코스에 가깝다.

나머지 코스를 보면 1코스(신성봉), 3코스(광덕산), 4코스(강천산), 5코스(옥호봉)이고 강천산군립공원을 둘러싸고 산들, 깃대봉, 강천산, 산성산, 광덕산을 연결하는 종주코스가 있으나 화림산악회에서는 볼 것이 많아 알찬코스인 2코스를 선택한 것이다.

산행 출발지가 되는 금성산성은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되고 있는 점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축조된 석축 산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조 태종 10년(1410년)에 개축했고, 임진왜란 후 광해군 2년(1610년)에 성곽 개수와 내성을 구축하였으며, 효종 4년(1653년)에 중수하여 병영기지로 규모를 갖추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동·남·북문터의 시설이 남아 있으며, 내성은 700m, 외성은 2천m로, 총 둘레 2천700m가 된다. 자료에 의하면 내성 안으로는 1개 마을을 형성할 만한 넓은 평야지대에는 숙종 14년(1688년) 당시만 해도 성내 주민호수 136호가 되는 마을이었으나, 1894년의 동학운동 때 전봉준이 패함으로써 금성산성은 폐성이 되고 말았고, 현재는 공터만 남아 있다.

필자는 성벽을 살펴보고 전봉준을 생각하면서 산성 주변을 따라 걷는다. 우리 일행들은 남문으로 들어서서 내남문으로 해서 시루봉 방향으로 성벽을 따라 걷다보니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방향에서 하성고개 너머 광덕산이 보이고, 왼쪽 길은 시루봉으로 가는 길이다.

시루봉에 도착해 앞을 바라보니 화림산악회 일행들이 갈 운대봉과 산성산이 겹겹이 있고 더 멀리로 형제봉과 강천산 왕자봉이 보인다. 시루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걸음을 옮겨 동문을 지나니 안부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운대봉과 구장군폭포길로 갈라지는 길이다.

필자는 성벽 길을 곧장 걸어가 북바위를 지난다. 걸어가면서 주변의 단풍든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금 더 성벽 길을 오르는 언덕배기에 소나무가 걸려있는 듯 풍경이 멋져서 알아보니 운대봉(586m)이라 한다. 운대봉을 걸어가면서 보는 풍경들이 절경이다.

운대봉에서 잠시 쉬며 주변 경치를 보고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도 몇 컷 찍어본다. 성벽 길도 특이한데다가 그 아래로 단풍든 모습과 가까이 또는 멀리에서 겹겹이 겹쳐지는 산세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것이 여간 아름답지가 않다.

운대봉을 내려서서 산성산으로 향한다. 강천산군립공원에 여러 산들이 많지만 크게 보면 3개의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쪽에는 왕자봉(583.7m)을 중심으로 한 강천산이 펼쳐지고, 서쪽에는 지금 오르는 금성산성을 이루는 산성산(603m), 그리고 남쪽으로는 광덕산(564m)가 있으니 산들이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강천산이라 함은 왕자봉을 일컫지만 크게 보면 산성산이나 광덕산까지 포함하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데, 원래는 산의 생김새가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 해서 용천산이라 불렸던 산이다. 산성산과 광덕산과 능선으로 이어지며 기암괴석과 절벽에다가 깊은 계곡과 맑은 물 이 어우러져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 강천산군립공원은 1981년 1월 7일 한국 최초로 순창군에서 군립공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해마다 11월 초순경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라서 가장 좋은 볼거리가 된다. 봄철에도 산벚꽃이 만개하면 일대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 강천산 군립공원내 명소길의 하나인 메타세콰이어 길.
▲ 강천산 군립공원내 명소길의 하나인 메타세콰이어 길.

산성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연대봉이다. 주변 산들의 높이가 500~600m에 이르는 고만고만한 산들이고, 산 아래 강천제2호수, 구장군폭포, 구름다리 등 명소들이 많으니 가족들이나 지인들끼리 편하게 산행할 수 있는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산성산을 지나 성벽 마지막 구간이 끝나는 송낙바위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편으로 가면 성벽 북문으로 이어지며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강천제2호수와 구장군폭포로 내려서는 길이다. 성벽 길을 지나 우리일행들은 풍광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다시 산행길을 잇는다. 송낙바위에서 북문 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일행은 우회전해서 강천제2호수 방향으로 내려선다. 길은 험하지 않고 정비가 잘돼 있다. 그것은 이곳을 찾는 산행객들이 많으며 순창군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 된다.

호수를 보면서 계속 걸어와 구장군폭포에 도착했다. 구장군폭포는 마한시대 아홉 명의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이 담긴 폭포다. 그 자리에 순창군에서 2005년 인공폭포를 만들었는데 높이 120m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웅장해 인기를 끄는 곳이다.

구장군폭포에서 500m 정도 되는 곳에 강천산 또 하나의 명소가 있으니 현수교(구름다리)다. 이 구름다리는 이곳이 군립공원으로 지정되기 1년 전인 1980년에 조성된 다리로 50m 높이에 75m로 월출산, 대둔산 현수교와 함께 호남의 3대 구름다리 중 하나이다.

구름다리를 걸으며 스릴을 느끼면서 산 위쪽을 바라봐도 풍광은 멋이 있고, 시야를 돌려 다리아래 풍경을 내려다보면 빨갛게 물든 단풍들이 울긋불긋 아름다운 색채를 뽐내는바, 이 경치들은 등산하면서 산위에서 만나는 여러 모습과 색다른 느낌을 준다.

강천산 단풍을 두고 애기단풍이라고 한다. 잎이 얇고 작으며 빛깔이 곱다. 또한 단풍 색깔이 서리가 내리면 단풍잎은 더욱 붉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잇는데, 전국 단풍 명소 가운데 이곳의 단풍이 다른 여느 곳의 단풍보다 진한 빛을 오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공원내의 나무들이 단풍이 들어 어느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최고의 사진발을 받기 마련이다. 우리일행들은 구름다리를 걸으며 사진도 찍고 일찍 내려간 회원들은 공원 군데군데에 아름답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를 배경삼아 추억을 만드느라 바쁘다.

여기에 온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이리저리 흩어져서 소중한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 또는 자신만의 신기한 장소를 찾아내고서는 즐거움 가득 가슴에 담는 표정들이니 이만하면 순창 10경의 제1경인 강천산에 대한 느낌은 작은 금강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이니 여유가 묻어난다. 그 속에서 필자도 좋은 공간을 찾아 잠시 정리하면서 자연풍경의 절경 속으로 빠져든다.

`가을빛 진한 11월에/ 보물을 찾아 나선다./ 자연이 빚어내 멋진/ 순창의 명산, 강천산을/ 고향사람 여럿이서/ 함께 오르는 기분은/ 이루다 말할 수 없구나.// 기암절벽에/ 병풍을 친 듯 모양새에/ 구름다리를 지나며/ 만나게 되는 계곡은/ 오밀조밀 어우러지고/ 애기단풍의 붉은 빛이/ 맘에 비처 아름답구나.`(자작시 `강천산, 가을산행`전문)

현수교 밑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10분 정도 걸어가니 강천사가 나타난다. 이 사찰은 신라 진성여왕 1년(887년)에 도선국사가 세웠으며, 고려조 충숙왕 3년(1316년) 덕현이 오층 석탑과 12개 암자를 창건하여 세를 확장하였고, 조선조 성종 13년(1482년)에 다시 중창해 현재에 이르는 전통 있는 천년고찰이다.

다시 만난 우리 일행 몇 명과 사찰을 둘러본 뒤에 필자는 20분 정도 걸어 나가 병풍바위에 도착했다.

병풍바위 밑으로 40m 높이에 폭포 밑에서 관람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바위 위를 쳐다보니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영낙 없는 자연폭포인데 이 역시 순창군에서 2003년 조성한 인공폭포다.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운치가 있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가을빛이 고와 단풍마저 아름답게 물든 11월에 `호남의 소금강` 별호를 갖고 있는 순창의 강천산 산행은 산성의 성벽 길을 걸으며 동학란과 전봉준을 기억했고, 애기단풍이 곱게 물든 또 메타세콰이어 환상의 길을 걸으면서 군립공원도 구름다리, 인공폭포 등을 잘 꾸며놓으니 명소가 되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자오는구나 느끼면서 가을산행의 깊은 멋과 맛을 가슴에 새겼다.

산그림자 짙어진는 오후 4시 10분경, 주차장에 다시 모여 강천산 기슭을 빠져나왔다. 88고속도로 거창휴게소에 도착해 미리 준비해온 과메기, 홍어 등으로 우리 회원들은 단합의 장을 가졌으니 1시간의 여흥이었지만 모두가 밝은 표정들이었다. 그것은 분명 볕 고운 가을날에 순창10경 중 제1경 `강천산의 명소`를 두루 체험했다는 만족감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에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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