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 좁아터진 첨단(尖端)에다선방(禪房)을 열다니!간댕간댕하면서무량법열의 경지에 든저것 좀 보게나잠자리가 싸리 끝대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시인은 깊은 깨달음 하나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간댕간댕해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첨단(尖端)에서 무량법열을 찾은 것이다. 싸리 끝대궁이라는 아슬한 생의 현장에서 잠들어 있는 잠자리야말로 어떤 위험도 초월하고 잠들어 있는 편안하고 안온한 법열의 경지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핑핑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여러 위험한 상황들 속에서도 저렇듯 편히 잠들어 있는 잠자리처럼 무량법열을 느낄 수는 없을까.시인
2015-02-11
우유와 신문, 넘치는 광고지까지속없는 듯이 잘도 받아들이던 문이제 완강하다초인종과 휴대전화 길게길게안에서 운다열쇠집 사내마저 고개 저은내가 열 수 없는 나의 집문 하나 너머 서랍 속에여러 개의 열쇠가 들어 있다문 앞 계단에 쭈그리고 앉는다발목을 적시다얼굴까지 찰랑대는 어둠잠긴 문 앞에서많은 내 안의 열쇠가겹겹나를 잠그는 소리를 듣는다누구나 이 시의 상황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열쇠는 연결과 소통을 위한 절대 필요한 사물이다. 시의 제목인 열쇠는 안에 있다는 진술은 소통의 단절이고 고립을 의미한다. 시인은 내 안의 열쇠가 겹겹 나를 잠그는 소리를 듣는다고 고백하면서 완강한 자신의 고립과 단절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열쇠는 어디에 있는가 생각해봄직한 아침이다.시인
2015-02-10
도대체 당신은 자가 몇 갠가전에는 이 자로 나를 재려 하더니오늘은 또 그 자로 나를 재야겠는가당신을 잴 때는 자가 듬성하더니오늘 이 자는 너무도 촘촘하구나당신이 들이대는 자 앞에서나는 줄었다가 커지고커졌다가 다시 줄어들었다당신은 큰 소리로 나를 읽고 지나가는가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잣대로 가치를 재고 가늠하는 경우를 본다. 재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양과 크기와 내용이 결정되는 웃기는 일들이 있다. 뜻하지 않게 재단당하고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정당당한 잣대란 있을 수 없는 것일까. 진정한 정의는 무엇이며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부터 나오는가.시인
2015-02-09
북문시장 먹자골목은 골목길 그대로 한 상 잘 차려진 제사상 같다어떤 조상에게 드리는 제물이기에냄새부터 이리 질펀하신가홍동백서 우반좌갱, 함지에 대접에 주전자에욕망의 빛깔대로 허기의 양식대로흐물흐물 술 취한 혼백인 듯 달려드는 검은 파리떼좌판 앞에 쭈그려 앉아 음복 술잔 구겨쥐는사내의 아침이 저문다먹자골목은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는 욕망의 장소다. 갖가지 음식들이 나름대로의 빛깔과 냄새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해 그야말로 먹지 않으면 안되는 욕망의 골목이다. 시인은 이 먹자골목을 제사상에 비유하고 있다. 제사상은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오는 무대이며 망자를 위로하는 접점이다. 제사상을 차리는 현대인들의 마음이나 형편이나 모습들은 너무도 여러 가지다. 진정성의 문제이고 진정한 효의 문제가 대두된다. 시인은 먹자골목을 제사상에 비유하면서 이 땅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시인
2015-02-06
갈 길은 먼데 함박눈은 내리는데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용서받을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며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며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시인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봄이 와도 녹지 않는 눈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그는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다. 우리와 함께해줄 눈사람은 진정한 우리 삶의 동반자인 것이다. 우리의 설움과 질곡의 숲에서 해방시켜줄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를 끝없이 기다리며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한 생이 아닐까. 슬픔과 기다림의 시인인 정호승의 시정신이 오롯이 나타난 작품이다.시인
2015-02-05
초승달 카페는 한껏 붉은 입술을 벌린다초승달 카페는 가끔 아프고헐거운 주인이 마호가니 바에 앉아서물고기처럼 술을 마신다어느 새처럼 울던 사내는 오지 않는다처음부터 새와 물고기가 사랑한 저녁은 없었다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구름이 벗겨진 천장과강물이 흘러간 마룻바닥과천둥과 번개만이 누렇게 얼룩진초승달 카페는 천 길 벼랑 끝에서 삐걱이고아침이면 아가미 같은 문을 닫는다허공에 위태롭고도 이쁘게. 동그마니 떠 있는 초승달을 카페로 상상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다. 시인의 기다림이 그 초승달 카페 안에는 가득하다. 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 카페에서 새와 물고기의 사랑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그런 불가능한 사랑이라도 이 초승달 카페에서는 가능해질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다림으로 시인은 허공의 초승달 카페를 지키고 있는 것이리라.시인
2015-02-04
저수지 보러 간다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저 줄에 말단이라도 좋은 것이다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한 줄이 된다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뒤뚱뒤뚱하면서엉덩이를 흔들면서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한 줄로 뒤뚱거리며 가는 오리들의 대열,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저들의 질서의식이고 동류의식이며 끈끈한 유대감이다. 단순히 어딘가로 가고 있는 그 대열의 끝에 서서 따라가고 싶어하는 시인의 마음은 무엇일까. 별로 머리 굴리지 않고 오직 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걸어가고 싶어하는 시인의 각오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시인
2015-02-03
산마루에 오르면바다가 보이는마을풍랑 일면산마루 오르던서른아홉홀로 된소임(所任)네 큰딸후살이 가는봄날흙담 너머목련꽃 졌다가슴 아픈 서사가 바탕을 이루는 뭔가 읽고 나면 서러움이 차오르는 시다. 목련꽃 같이 순결하고 정결하게 자기를 지켜오던 소임이네 큰딸아이가 재처로 팔려간다는 가슴 아픈 얘기가 다가오는 봄날 다시 피어오를 목련꽃에 서려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 한 끝이 멍 해지는 느낌이다.시인
2015-02-02
오늘은 산보다 달이 더 컸다단풍 든 나무들 왕관이 되는 순간나는 고독한 여왕처럼주루룩 눈물을 쏟아 내고금빛으로 환하던왕릉 가는 길 잠시 어두웠다어둠 속으로 몸 숨기려는한낮에 있었던 부끄러운 것들저 완벽한 항변에한사코 끌려나와투명하게 밝혀지는 풍경들무엇을 숨길 수 있으리이견대에 올라문무대왕을 만났다는 것보다는대왕암 주변으로 날아다니는횟감 같은 갈매기 몇 마리 보았다고고백하는 것이차라리 정직한 것을오늘은 산보다 달이 더 컸다생을 관조하는 편안한 시인의 눈을 본다. 연두빛 새순을 낸 나무는 신록의 성장을 입었다가 다시 낙엽을 떨구는 텅 빈 자신으로 돌아간다. 시인은 늦가을의 황량한 대지와 숲을 밝히는달, 변함없이 우리의 한 생을 따라가면서 비춰주며 은총의 빛을 내려주는 달을 바라보고 가만히 품고 있다 평화로운 정경이 아닐 수 없다.시인
2015-01-30
여직 내려놓고 살지 못하는 말 중에 하루만 더, 라는 말 있지 어릴 적 집에 손님이 오면 하루만 더 자고 가라 매달리곤 했는데 몰래 신발까지 감추며 붙잡다 떠나고 나면 그림자 따라가며 하염없이 훌쩍이기도 했지 살아생전 어머니는 훨씬 더하셨지 짠한 친정붙이는 말더라도 뜨내기 방물장수에 새우젓장수에 체장수 아낙들까지 하룻밤 묵어가라 불러 앉히곤 했으니, 얼마 전 북쪽의 위원장 다가와 하루만 더 있다 가라 우리 대통령 앞에 손 내미는 걸 보았지 슬쩍 동네 아저씨처럼 다가들던 그 얼굴, 아직도 엎어지고 싶은 말 중에 하루만 더, 라는 그 말 있지삶은 늘 불안하고 불확실한 것이다. 몇 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기암환자에게 내려진 선고만큼이나 예기치 않은 사고에 방치된 오늘의 삶 역시 불안하기 그지없다. 시인은 무한정으로 주어진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내야할 시간이라는데 이 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에게 하루만 더라는 절박한 순간이 온다면 어떤 심정으로 종말을 맞을 것인가를 생각해봄직한 물음을 던지는 시다.시인
2015-01-29
기대오는 온기가 넓다인파에 쏠려 밀착돼 오는편편한 뼈에서 피돌기가 살아난다등도 맞대면 포옹보다 뜨겁다는마주보며 찔러대는 삿대질보다 미쁘다는이 어색한 풍경의 간격치장으로 얼룩진 앞면보다야뒷모습이 오히려 큰 사람을 품고 있다피를 잘 버무려 골고루 온기를 건네는 등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두 다리를 대신해필사적으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사람과 사람의 등비틀거리는 전철이 따뜻한 언덕을 만드는낯설게 기대지만 의자보다 편안함그대, 사람의 등등을 맞댄다는 것은 마주보며 찔러대는 삿대질의 폭력성과는 비할 바 없는 따사로움이 등줄기를 타고 번져온다. 낯선 이의 등에서 느끼는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은 자본의 폭력성을 무력하게 만드는 어떤 힘이 스며있다. 그게 서로의 버팀목이고 이 사회를 그런대로 따스하게 이끌어오는 원동력이 아닐까.시인
2015-01-28
한생이 유창하게 탈바꿈하듯오래 준비된 침묵은 거꾸로 빛나는 웃음이고꿈틀대는 바보 웃음이고그러나 그 순전한 웃음이 글썽거리네아프도록 멀리 있는 병이 씻기는 기분이랄까거기, 하염없이 차갑고 맑은 여자가 사네오늘밤 나는 우물 속에 얼굴 처박고갈증으로 일렁이는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보네생의 심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투시력은 오랜 침묵에 잠겨 있는 우물 속에서 빛나고 글썽이는 웃음을 통해 삶의 근원적 치유를 꿈꾸게 하고 있다. 그것은 시인이 가 닿고자하는 차고 맑고 심원한 세계다. 그것을 향하는 시인의 마음은 단아한 수렴보다는 끊임없는 발산을 욕망하는 에너지로 충만하다.시인
2015-01-26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땅이 흔들리고 물이 끓고공기가 찢어지는 것도 내 것인 날이었다너의 날도 그의 날도개와 쥐의 날도 모두 내 것인 날이었다쿠키의 날이었고커피의 날이었고냉장고의 소음이 불규칙한 날이었다롤러코스터의 날이었다찻잔의 날이었고 테이블의 날이었다건과류의 날이었다나팔소리 흔들리는 날이었다모든 것이 흔들리는 날이었다나만 꼿꼿한 날이었다아무것도 아닌 날이었다고통은 집중될 때 그 크기와 심도는 더해진다. 그러나 고통을 드러내놓고 객관화할 때 그 고통은 극복할 만한 것이 되는 것이리라. 고통의 날을 아무것도 아닌 날로 여기며 여러 가지 사물들을 나열하고 있다. 고통이 무심하게 쪼개질 때, 고통의 중심이 흩어져버릴 때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덜하거나 느끼지 못할지 모를 일이다.시인
2015-01-23
흙에 눈을 대면지층이 보인다날벌레의 화석들열려진 무덤안으로 머리 디밀기 전납작하게 엎드려죽은 자들의체온을 느낀다죽음의 모성적인 내밀성을 탐구하기 위해 고개를 들이밀며 지층에 묻으려 하기도 하며 납작하게 엎드려 죽은 자들의 체온을 느끼려 하고 있다. 시인은 화석이야말로 죽음을 낙인찍은 것이고 죽음의 존재를 영원히 고착시키려는 것들의 흔적으로 보고 있다. 시인은 흙 속에 남아 있는 진열된 죽음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품처럼 부드럽고 고요한 평화를 찾아내고, 화석 속에 새겨져 있는 이전 삶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5-01-22
살을 상상하는 동안발톱이 점점 바람 무늬로 뒤덮인다발 아래 움켜쥔 고독이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서상공에 날개를 활짝 펴고외침이 절해를 찢어놓으며서녘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이 몇 동이일까천길 절벽 아래꽃파도가 인다목숨을 건 송골매의 첫 비행을 춤에 비유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비행은 고독한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견디고 가능하게 하는 의지와 목적은 어떤 절대성으로서 절벽의 꽃인 것이다. 송골매의 의지와 견딤과 목숨을 건 도전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감동의 그늘이 깊고 넓다.시인
2015-01-21
섬돌 위에는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옮겨다 놓은꽃가루 같은 낯선 흙먼지와아내와 나, 그리고 아이가벗어놓은 신발만각각 남아 있다고 잠시 생각하지만거실 구석이나 현관 근처 어딘가에그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우산이나 손때 묻은 모자, 낡은 장갑 같은 것들이숨은 그림처럼마음 한 구석에 남아한 계절 또는 한두 해씩 살고 있으니!손님이 남기고 간 하찮은 물건들이 오랫동안 집안 이곳저곳에 굴러다니듯이 시인의 마음에 손님들에 대한 추억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머물러 있음을 본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따뜻한 마음이 섬세한 필치로 그려져 있어 잔잔한 감동에 이르게 하는 시다.시인
2015-01-20
시월에는 등 푸른 여자가 되어야지등지느러미와 부레의 힘만으로거친 물살 헤치며 나로도 닿아야지달빛 아래 하이얀 복대를 풀고만삭의 몸을 풀어야지푸른 물굽이 사이 금줄을 걸면자애로운 별들은 무릎을 당겨 이마를 짚어주리면사무소 앞 살집 좋은 동백은어린 섬들 앞세워 굿판을 벌이겠지이스터섬의 사모이처럼 노을은사방 백리 긴 금줄을 만들겠지지나가던 새들이 물고 간 소식흐느적흐느적 물미역이 될 때까지시월에는 바다로 나가야지등 푸른물의 여자가 되어야지시인은 등푸른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등지느러미와 부레의 힘만으로 거친 물살 헤치며 나로도에 닿고 싶어 하고 있다. 이것은 맑고 부드러운 물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정화와 경신의 꿈을 꾸고자 하는 시인의 정신적 욕망을 의미한다. 그것은 존재의 결핍과 상처를 가진 온 인류가 꾸고 싶어 하는 간절한 바람이기도 한 것이리라. 강한 생명성을 가진 물의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정화와 재생을 통해 생명성을 가득 채우려는 시인정신의 표출이다.시인
2015-01-19
누군가의 길막아선 일 없으니가려야 할 곳 더욱 없겠다맨살로 떨고 있는 하늘아무도 업신여기지 않듯정직한 심장 하나로 밀고 가는저 나무의 겨울제자리 떠난 적 없는 그갔던 길 되돌아오며눈물 훔치는 일도 없다두껍게 몸 가린 사람들춥겠다 하며 건너다보고는갈 길 재촉하는데, 뜨거운 열손가락어제처럼 움켜쥐는 겨울나무변덕 심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나무는 꿋꿋이 제 길을 간다. 더 가지려 남의 것을 탐하거나 남의 길을 막아선 적이 없는 나무, 정직한 심장 하나로 하늘을 향해 경건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나무, 후회할 일을 하지 않았으니 눈물 훔치며 참회하지 않는 나무, 겨울 추위에 옷을 겹겹 두르는 사람들 곁에서 당당히 나목으로 서서 속으로 뜨거운 생명의 정념을 불태우는 겨울나무처럼 살고 싶어 하는 시인 정신을 읽는다.시인
2015-01-16
중학교 일학년 때였다. 차부에서였다. 책상 위의 잉크병을 엎질러 머리를 짧게 올려친젊은 매표원한테 거친 큰소리로 야단을 맞고 있었는데누가 곰 같은 큰손으로 다가와 가만히어깨를 짚었다, 아버지였다어린 시절 겪은 조그만 일 하나를 소개하면서 시인은 이 땅의 모든 아버지를 우리들 가슴에 그려주고 있다. 세상살이 힘들고 어려워서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고 주저앉고 싶을 때 어디선가 손 내밀어 우리를 일으켜 세워 주시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다. 살면서 받은 아픔과 상처를 말없이 고이 싸매주시고 소리없이 눈물 훔치며 어둠 속으로 물러나시는 분이 이 땅의 아버지인 것이다.시인
2015-01-15
땅 속에서만 꽃을 피우는 난초가 있다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기 때문에본 사람이 드물다 한다(….)현상되지 않은 필름처럼 끝내 지상으로 떠오르지 않는온몸이 뿌리로만 이루어진꽃조차 숨은 뿌리인땅 속은 어둡고 빛으로부터 단절된 곳이다. 거기에 꽃 피우는 난초가 있다고 말하는 이 시에는 빛과 어둠을 다 감싸 안으려는 시인의 인식이 묻어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지 않고 내재돼 있는지 모른다. 인간 세상의 이러 저러한 일들이나 현상이나 관계들 속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지한 아름다움은 현상되지 않는 필름처럼 끝내 사람들에게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시인
201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