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승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며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며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
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
시인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봄이 와도 녹지 않는 눈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그는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다. 우리와 함께해줄 눈사람은 진정한 우리 삶의 동반자인 것이다. 우리의 설움과 질곡의 숲에서 해방시켜줄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를 끝없이 기다리며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한 생이 아닐까. 슬픔과 기다림의 시인인 정호승의 시정신이 오롯이 나타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