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영
책상 위의 잉크병을 엎질러 머리를 짧게 올려친
젊은 매표원한테 거친 큰소리로 야단을 맞고 있었는데
누가 곰 같은 큰손으로 다가와 가만히
어깨를 짚었다, 아버지였다
어린 시절 겪은 조그만 일 하나를 소개하면서 시인은 이 땅의 모든 아버지를 우리들 가슴에 그려주고 있다. 세상살이 힘들고 어려워서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고 주저앉고 싶을 때 어디선가 손 내밀어 우리를 일으켜 세워 주시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다. 살면서 받은 아픔과 상처를 말없이 고이 싸매주시고 소리없이 눈물 훔치며 어둠 속으로 물러나시는 분이 이 땅의 아버지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