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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등록일 2015-01-16 02:01 게재일 2015-01-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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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명 강
누군가의 길

막아선 일 없으니

가려야 할 곳 더욱 없겠다

맨살로 떨고 있는 하늘

아무도 업신여기지 않듯

정직한 심장 하나로 밀고 가는

저 나무의 겨울

제자리 떠난 적 없는 그

갔던 길 되돌아오며

눈물 훔치는 일도 없다

두껍게 몸 가린 사람들

춥겠다 하며 건너다보고는

갈 길 재촉하는데, 뜨거운 열손가락

어제처럼 움켜쥐는 겨울나무

변덕 심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나무는 꿋꿋이 제 길을 간다. 더 가지려 남의 것을 탐하거나 남의 길을 막아선 적이 없는 나무, 정직한 심장 하나로 하늘을 향해 경건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나무, 후회할 일을 하지 않았으니 눈물 훔치며 참회하지 않는 나무, 겨울 추위에 옷을 겹겹 두르는 사람들 곁에서 당당히 나목으로 서서 속으로 뜨거운 생명의 정념을 불태우는 겨울나무처럼 살고 싶어 하는 시인 정신을 읽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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