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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여자

등록일 2015-01-19 02:01 게재일 2015-01-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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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명 주
시월에는 등 푸른 여자가 되어야지

등지느러미와 부레의 힘만으로

거친 물살 헤치며 나로도 닿아야지

달빛 아래 하이얀 복대를 풀고

만삭의 몸을 풀어야지

푸른 물굽이 사이 금줄을 걸면

자애로운 별들은 무릎을 당겨 이마를 짚어주리

면사무소 앞 살집 좋은 동백은

어린 섬들 앞세워 굿판을 벌이겠지

이스터섬의 사모이처럼 노을은

사방 백리 긴 금줄을 만들겠지

지나가던 새들이 물고 간 소식

흐느적흐느적 물미역이 될 때까지

시월에는 바다로 나가야지

등 푸른

물의 여자가 되어야지

시인은 등푸른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등지느러미와 부레의 힘만으로 거친 물살 헤치며 나로도에 닿고 싶어 하고 있다. 이것은 맑고 부드러운 물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정화와 경신의 꿈을 꾸고자 하는 시인의 정신적 욕망을 의미한다. 그것은 존재의 결핍과 상처를 가진 온 인류가 꾸고 싶어 하는 간절한 바람이기도 한 것이리라. 강한 생명성을 가진 물의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정화와 재생을 통해 생명성을 가득 채우려는 시인정신의 표출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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