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 일
오래 준비된 침묵은 거꾸로 빛나는 웃음이고
꿈틀대는 바보 웃음이고
그러나 그 순전한 웃음이 글썽거리네
아프도록 멀리 있는 병이 씻기는 기분이랄까
거기, 하염없이 차갑고 맑은 여자가 사네
오늘밤 나는 우물 속에 얼굴 처박고
갈증으로 일렁이는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보네
생의 심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투시력은 오랜 침묵에 잠겨 있는 우물 속에서 빛나고 글썽이는 웃음을 통해 삶의 근원적 치유를 꿈꾸게 하고 있다. 그것은 시인이 가 닿고자하는 차고 맑고 심원한 세계다. 그것을 향하는 시인의 마음은 단아한 수렴보다는 끊임없는 발산을 욕망하는 에너지로 충만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