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현 정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한 줄로 뒤뚱거리며 가는 오리들의 대열,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저들의 질서의식이고 동류의식이며 끈끈한 유대감이다. 단순히 어딘가로 가고 있는 그 대열의 끝에 서서 따라가고 싶어하는 시인의 마음은 무엇일까. 별로 머리 굴리지 않고 오직 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걸어가고 싶어하는 시인의 각오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