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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한 줄

등록일 2015-02-03 02:01 게재일 2015-02-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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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현 정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한 줄로 뒤뚱거리며 가는 오리들의 대열,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저들의 질서의식이고 동류의식이며 끈끈한 유대감이다. 단순히 어딘가로 가고 있는 그 대열의 끝에 서서 따라가고 싶어하는 시인의 마음은 무엇일까. 별로 머리 굴리지 않고 오직 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걸어가고 싶어하는 시인의 각오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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