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희 덕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기 때문에
본 사람이 드물다 한다
(….)
현상되지 않은 필름처럼 끝내 지상으로 떠오르지 않는
온몸이 뿌리로만 이루어진
꽃조차 숨은 뿌리인
땅 속은 어둡고 빛으로부터 단절된 곳이다. 거기에 꽃 피우는 난초가 있다고 말하는 이 시에는 빛과 어둠을 다 감싸 안으려는 시인의 인식이 묻어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지 않고 내재돼 있는지 모른다. 인간 세상의 이러 저러한 일들이나 현상이나 관계들 속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지한 아름다움은 현상되지 않는 필름처럼 끝내 사람들에게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