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규 승
땅이 흔들리고 물이 끓고
공기가 찢어지는 것도 내 것인 날이었다
너의 날도 그의 날도
개와 쥐의 날도 모두 내 것인 날이었다
쿠키의 날이었고
커피의 날이었고
냉장고의 소음이 불규칙한 날이었다
롤러코스터의 날이었다
찻잔의 날이었고 테이블의 날이었다
건과류의 날이었다
나팔소리 흔들리는 날이었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 날이었다
나만 꼿꼿한 날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날이었다
고통은 집중될 때 그 크기와 심도는 더해진다. 그러나 고통을 드러내놓고 객관화할 때 그 고통은 극복할 만한 것이 되는 것이리라. 고통의 날을 아무것도 아닌 날로 여기며 여러 가지 사물들을 나열하고 있다. 고통이 무심하게 쪼개질 때, 고통의 중심이 흩어져버릴 때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덜하거나 느끼지 못할지 모를 일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