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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상수리나무 스승

이 마을 숲엔 몇 십 년 묵은아름드리 상수리나무가 모여 산다하나같이 허리께에 커다란 웅덩이 같은 상처가 있다그 옛날 마을 사람들 떡메를 지고 와서나무둥치를 쳐 올려 상수리를 땄기 때문이다나무를 쳐댈 때마다나무는 굵은 눈물 같은 상수리를 한 소쿠리씩쏟아 냈을 것이다벗겨진 제 상처를 안으로 오그리며나무는 하늘로 더 멀리 가지를 뻗었을 것인데그 가지 끝에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썩어가는 둥치 속으론버섯이 자라고청개구리가 기어들고또 풍뎅이가 알을 깐다내가 다가갈 때마다나무는 무슨 이야기 같은 것 혹은 노래 같은 것을이것들의 입으로 날갯짓으로 들려주곤 하는데내 살아갈 길을 넌지시 들려주는 것도 같은데한 계절도 아니고한 해로도 끝나지 않아서아예 이 숲에 살림을 차려서 모시고도 싶다마을의 오래 묵은 상수리 나무를 관찰하고 시인은 그 나무가 겪었을 아픔과 함께 상처와 생채기에 마음이 간다.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성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상수리를 쏟아내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 상수리 나무, 그리고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자신을 내주는 나무, 끝없이 희생하면서 고통을 참아내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다 줘버리는 어머니 같은 나무를 바라보면서 모시고 살고 싶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마음이 따스하기 그지없다.시인

20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