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규
새벽마다 달력의 날짜를 지웠다
길은 온몸을 꼬며 하늘로 기어가고
벌판을 지우는 눈보라
빈집의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뿌리에 창을 감추지 않고 어떻게 잠들 수 있겠는가
시인은 그의 불행에 반전은 없을거라고 믿고 있다. 그가 어느날 문득 그러나로 문장을 시작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의 근기가 약해진 까닭일 것이다. 그가 세상을 내다보는 진정한 창은 하늘을 향한 잎사귀나 꽃에 있지 않고 흑암을 향해 뻗어내리는 뿌리에 있을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내용 없는 희망은 불행을 대신할 수 없다라는 시인의 확신을 읽을 수 있는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