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두 규
괜시리 해묵은 내 시집을 꺼내 읽어 보다가
담배를 피우러 베란다로 나갔다
어둠 속에 자동차들이 불빛들이 휘황하다
저 불빛들처럼 세상을 탐하는 벌레들이
내 안의 구석을 열 지어 기어가고 있을 것이다
용속(庸俗)한 마음으로 노래한 것들은
지금껏 어느 책갈피에서 불편한 잠을 자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두렵다
시(詩)와 함께한 세월만으로 한세상 버티겠다던 그 마음
그 어디쯤 혹시 선이 있다면 위선이다
단풍은 제 아름다움에 취해 속고
나는 나에 묻혀 속을 뿐이다
동료 시인의 수상 소식에 자신의 시에 대한, 문학에 대한 자세를 돌아보는 시인의 자기성찰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욕심을 버리고 오직 시에 대한 열정으로 시 창작에 몰두해온 자신의 글쓰기가 혹여 그 순수성이 더럽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자성의 마음이 위선이라는 제목으로 그려져 있다. 필자도 오랫동안 시를 쓰면서 혹여라도 세상을 탐하는 벌레로 시를 써 온 것은 아닌지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