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남
쓸쓸하지 가을 하늘아?
난 예 논두렁에서
너처럼 저물 순 없겠다
순이 고무신 속 들국화를 보겠구나
꽃 주위 붕붕거리는 멍청이 꿀벌과
저 방죽 위 억새꽃으로
난 어딜 좀 다녀와야겠다
가을의 쓸쓸함과 가을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계절의 길목은 늘 쓸쓸한 정서를 거느리고 있다. 그 스산함이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하게도 한다. 들국화 피어 고운 길 늦은 꿀벌들의 잉잉거림과 하얗게 길 떠나는 뚝방 위의 억새꽃잎들…. 어딜 좀 휘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이는 것은 비단 시인에게 뿐만은 아닐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