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가 무량겁을 쪼아 먹고 넘는다는먼 산에 가야 한다네노을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흰나비들도 날아가는어찌 보면 가까울 듯한 먼 산갔던 사람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흰 꽃들만 흐드러진 산돌아와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그래서 더욱 궁금한 산그대와 손잡고 오순도순넘을 수 없어 슬픈먼 산에 가야 한다네가로등 불빛 본 부나비처럼흰 길들이 한데 모이는먼 산에 가야 한다네시인이 말하는 먼 산은 어디일까. 수리부엉이가 무량겁을 쪼아먹고 넘는다는 무한한 시간을 날아가야 닿을 수 있고 갔던 사람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 산은 어디일까. 현실에 실존하지 않는 이상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현실의 삶이 각박하고 힘겨울수록 우리는 먼 산을 동경하고 그 산 너머에 가닿고 싶어 한다. 절대 평안과 평화와 행복이 있을 법한 미지의 시공간이 아닐 수 없다.시인
2016-06-30
파란색은 우리를 가둔다더 이상 하늘 멀리 보지 못하게산 봉오리 끝 허공은 짙은 파랑이다분명 저 쪽 속 깊이깊이어떤 사물이 존재할 것인데먼 곳까지 갈 수 없도록하늘에 친 파란천막바람 불어서 그 천막이펄럭거릴 때면가끔 우주 저 너머가 보일 듯도 한데바람은 마음자락 흔들다 가 버리고우리는 우리에 갇혀 뒤척인다어머니!파란 하늘 산밭에서 두더지마냥땅을 파는 우리 어머니우주는 넓고 끝도 뵈지 않는데초라하게초라하게땅을 긁고 계십니다푸르게 펼쳐진 하늘은 무한한 세계를 품고 있다. 그 너머, 혹은 그 푸른 하늘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인은 비상을 꿈꾸지만 우리는 그 아래 갇혀서 뒤척인다고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런데 어머니는 파란 하늘 아래 산밭을 평생 긁고 계신 거다. 우주는 한없이 넓고 깊은데 어머니는 초라하게 한 생을 바쳐 산밭 기경에 엎드려 있는 것이다. 어찌 어머니 당신도 푸른 하늘을 날아올라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 않았으랴만, 어머니는 운명적인 한계를 말없이 수용하고 힘겨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6-06-29
인간은 비상을 꿈꾼다그러나 새처럼날개를 달고 싶어하진 않는다날개만큼의 무게를뇌에서 덜어야 하기에그래서 뇌에는안타까운 깃소리가 있다인간은 누구나 새처럼 날개를 달고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진다. 그러나 진작 그리 결행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현실적 존재로서의 여러 한계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인간은 끝없이 그런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에 고민하면서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시인
2016-06-28
손에 들고 등에 지고머리에 이었다목에마저 걸 수만 있다면 걸고밀어주는 손도 없는 맞바람맞으며 안으며 품으며길을 가는 사람역류하는 인간의 어족(魚族)다만 살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표류`로부터 그들을 지켜준 건삶의 저 `하중(荷中)`이었다혹은 햇빛 있는 어느 길 위쯤나비처럼짐 위에 자기를 꽃피워 보는사람들불가에서는 인생을 고행길이라 했던가. 인생은 누구나 자기가 져야 할 짐을 이고 안고 지고 길을 가고 있다. 간혹은 맞바람 앞에서 힘겨운 걸음을 옮길 때도 있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그들을 그 역풍을 견디며 나아가게 해주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의 하중(荷重)이다. 한 생을 살아오면서 터득하고 가슴에 품어온 생의 의기와 끈기인 것이다. 그 힘으로 우리는 오늘도 거친 폭풍의 언덕을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6-06-27
가까이 오지 마라네 앞에 서면 난 아무것도 아냐오호 깊고 황홀한 너의 육신지금 나,뿌리째 무너지기 직전이야이슬처럼,네 앞에 서면영원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수많은 세월을 견디며 어떤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우뚝 서있는 탑에 흐르는 시간을 영원이라고 하면 어떨까. 시인은 고선사 탑 앞에서 유한한 자신의 시간과 세파에 흔들리며 무너지기 직전의 자신의 존재의식에 대해 가만히 성찰하고 있는 것이다.시인※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06-24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한 때 홀로 산속에서 땅을 갈며 살면서 느낀 심정들을 담담한 언어로 펼치고 있다. 처음 산에 들었을 때의 느낌은 그냥 산 옆에 있는게 싫지 않을 만큼의 적응이었지만 생활하면서 자립을 위해 기경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참 편안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자신을 내려놓고 자연의 순리에 따를 때 이러한 평안과 잔잔한 행복은 찾아오지 않겠는가.시인
2016-06-23
배꼽도 입이 있다출생의 상처만 남기고그만 입을 다물어버렸다열쇠도 없이 영영 꼭꼭 다문 입불가항력 어머니의영원한 비밀 구좌짧고 간명하면서 많은 의미를 거느린 재밌는 작품이다. 태중에서 어머니로부터 모든 것을 공급받던 탯줄을 잘라낸 흔적인 배꼽. 태중의 아기에게 수많은 말을 건네며 생명을 불어넣어 준 통로는 어머니의 바람과 꿈과 사랑과 정성이 건너가던 입과 같은 배꼽이기에 영원히 어머니만 아는 비밀 구좌가 아닐 수 없다. 시인
2016-06-22
차라리 오지 말걸처마 밑 제비 집터다락방 계단에서 집 지키며 나 기다렸을이름 모를 새집, 비어 버린 흔적뿐삽짝 나설 때뚜루루 터지는 핸드폰 벨 소리눈물 난다오랜 세월이 지난 뒤 돌아와 본 옛집, 이제는 세월의 더께가 닥지닥지 붙어있고 낡고 헐어서 모양없이 변해버린 옛 고향집 처마에는 제비 집터가 붙어있다. 가만히 알을 품고 툇마루와 마당을 내려다보며 간혹 먼 산을 바라보며 나를 기다렸을 것 같은 옛집을 나서며 울리는 핸드폰 소리는 어디서 걸려온 걸까. 아마 오랫동안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다 날아가버린 그 제비에게서 걸려온 것은 아닐까.시인
2016-06-21
몸도 마음도 돌아누운 날하루 내내 뒤번진 것들 토악질하고또 남은 것이 무언지미란한 덩어리들이 흩어진다목구멍에서 피가 솟아오르고눈물까지도 가슴속에서 걷어 내고 싶은 날바람 한 줄기 거꾸로 흐른다야물진 햇볕 하나 뒷산에 묻어 버리고누긋누긋한 소나기 만나고 나면평온한 강줄기 되어 돌아오리라그 때 .가슴앓이는 보이지 않는다.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은 몸도 마음도 들끓고 아프고 불안정하게 흔들리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힘들고 깊이 아픈 것이다. 야물진 햇볕 하나 뒷산에 묻어 버리고 누긋누긋한 소나기 만나듯 버리고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면 평온한 강줄기처럼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견디고 이겨내려는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 본다.시인
2016-06-20
내 탄탄한 상처 쪼아 주춧돌로 놓아두고내 검은 뼈 내리찍어 기둥으로 세우고내 붉은 울음 뚝뚝 뜯어 단청으로 올리고내 높고 푸른 이마 풍경으로 걸어 두는눈부신 말의 사원 한 채, 나 짓고 싶어라무량의 맑은 율 허리 풀고 노니는 거기햇살이며 바람 또한 한껏 들여 어우러지니오오 나, 말은 버리겠네 마침내 버리겠네시 한 편을 쓰는 것을 사원 한 채를 짓는 것에 비유하면서 시인은 좋은 시 한 편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고백하고 있다.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얻어지는 한 편의 시는 무량의 맑은 율이며 햇살이며 바람과 어울어진, 잘 지은 절집 하나와 같은 것이어서 화려한 언어나 과도한 의식이나 사상 등의 말을 버리고 순수한 시적열정으로 시작(詩作)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시인
2016-06-17
베란다 난간응달쪽에서 오른 나팔꽃손가락도 없는덩굴손을허공에 얹는다높은 곳으로 외가닥 줄을 대는 중이다타들어 오므라진 파리한 꽃 입술나도병원에서 그랬다위급하니까어쩔 수 없었다아파트 베란다 난간을 기어오르는 나팔꽃의 덩굴손을 보면서 시인은 지난 힘겹고 캄캄했던, 그래서 더 절박하게 하늘을 향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있다. 시인이 겪었던 병원에서의 그 간절히 신에게 매달렸던 시간들처럼, 생의 난간으로 몰려나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 하늘 쪽으로 손을 뻗는 나팔꽃의 끈질긴 생의 의욕을 잔잔하고 감동적인 필치로 건네주고 있다.시인※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06-16
먼 곳에서 온 배 같다속은 다 파먹고 빈 껍질만 남은 폐선내부가 저리 깊고 어둡다사람들은 합장하고 지전 얹는다언젠가 다시 떠날 모양이다그 출항의 시간이 어느 생과 닿을지배 삯은 선불이다가볍게 낙관 찍은 듯 뒤돌아보는데뱃머리 쪽 바람 가득 몰린다해발 3천950m에 위치한 장체의 백거사를 기행하면서 쓴 기행시다. 백거사에 들어서면서 눈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만불탑을 마주하면서 시인은 그 탑이 마치 먼 곳에서 온 배와 같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산 위의 오랜 절집에 멈춰선 폐선과 같다는 느낌을 적고 있는데, 참배객들이 수없이 합장을 하고 지전을 던져넣는 그 탑은 언젠가 이승의 가난한 중생들을 서쪽 정토(淨土)로 데려다 줄 , 출항을 기다리는 배라는 느낌을 시인의 그윽한 불심으로 그려내고 있다.시인※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06-15
서리꽃은 빙점 아래 피는 뜨거운 꽃허공에 뿌리내린 불가해의 꽃차가운 하늘에서 빛나기 위해별이 스스로 뜨거워지듯땅의 가장 차가운 곳에서 피는하늘의 가장 뜨거운 꽃이여사랑의 비등점은 빙점에도 있으니그 사랑에 꽃피우기 위해오래 눈물 버리고 차가워지려니별이 차가운 하늘에서 빛나기 위해서 스스로 뜨거워지듯이 서리꽃은 가장 차가운 빙점하에서 피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 뜨거워야만 했을 것인가를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뜨거운 사랑에 대한 역설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사랑은 얼마나 힘겨움을 동반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6-06-14
이빨도 한 오십 년을 넘게 쓰다 보니하나 둘 탈이 났나보다욱신거리는 통증이 무슨 고문의 기억으로 아프다삶의 고통이 이처럼치통으로 나를 고문하는가 보다보다 철저히 살아오지 못한 죄더 보살피지 않고 살아온 날들에 대한 벌더욱 끔찍이사랑하지 않았던 죄인가 보다지독한 치통이다잠을 이룰 수 없는 형벌이다지독한 치통을 앓으면서 시인은 자신의 삶의 자세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반성에 이르고 있음을 본다. 치통의 원인이 좀 더 치열하게 살지 못함이며 좀더 사랑하지 못한 데 있다고 여기고 있다. 정안면 시인의 여러 시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러한 자기 성찰은 젊은 시절 치열하게 부조리와 불의에 맞서며 시를 써온 자신이 나이들면서 적절히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스스로 채찍을 드는 것이다.시인
2016-06-13
고무풍선처럼 구름 속으로, 하늘 속으로 날아오르고 싶은 바람, 가슴 속의 바람, 울며 빠져 달아난다. 쭈글쭈글 찢어진 비닐봉지로라도, 골목골목 끈질기게 굴러다니고 싶은 마음, 훌쩍이며 사라진다바람이 빵빵하게 들어있는 고무풍선은 어디론가 날아오르려는 욕망으로 가득 팽창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빠져버린 찢어진 비닐봉지는 욕망을 담기에는 부적합한 존재다. 쭈글쭈글 찢어진 비닐봉지로라도 골목골목 끈질기게 굴러다니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끈질긴 욕망을 의미하는데, 바람이 빠져나가고 빈 비닐봉지의 상태가 되는 순간 이미 또 다른 욕망으로 일렁이는 것이다. 끝없이 차오르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언급한 재미난 작품이다.시인※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06-10
엊저녁소쩍새 울음에달무리 끼어들더니봇도랑 물소리돌담 속에 굴러다니고꽃물 들린 하늘이이 산 저 산 껴안는데흙내 나는 봄볕이툇마루에 앉아봄 편지를 쓰고 있다어느 봄날 시인은 툇마루에 앉아 고운 생명으로 차오르는 봄을 목도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시에서의 주체는 흙내 나는 봄볕으로 설정되어 있다. 인간 중심의 사회는 온갖 더러움과 불의와 모순 덩어리라서 깨끗한 희망과 설레임으로 차오르는 봄 천지를 이루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시인 의식 때문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와 조화를 봄볕이 지켜보며 함께하고 있어서 한결 자연스럽다.시인※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06-09
비 갠 아침 새싹 터지는 봄산은뜨거운 수컷이다계곡마다 물줄기 굵기는 다르지만제 몸에 닿는 뿌리마다 발화점 삼아초록물 불끈불끈 지피고 싶은 마음이파리 하나 걸치지 않고화끈하게 피어있는 봄꽃이 아니더라도오줌발 굵은 날은 저절로 뜨거워명분없이 헤어진 것들을 부르고 있다(중략)헤어지자라는 말도헤어지지 말자라는 말도봄산에선 통하지 않는다새 생명으로 부풀어 오르는 봄산을 순정 많은 아낙네로 비유하고 있다. 어찌보면 도발적인 발상과 언어가 이 시에 깔려 있지만 외설스럽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엄동을 견딘 봄산에 지펴지는 생명의 불꽃이 뜨겁고 왕성함을 표현한 작품이다.시인※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06-08
아스팔트에빨간 장미 한 송이버려져 있다평화가 올 것인가사랑이 걸어올 것인가여름 하늘이 때 없이 맑다포를 쏘지 말라땡크도 굴리지 말라건드리지 말아다오 나는 시를 써보고 싶다문명의 냉엄함이 묻어나는 아스팔트 위에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버려져 있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 이래로 모든 전쟁은 이토록 소름끼치고 무서운 풍경을 지속적이고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인은 자멸의 길로 가는 전쟁을 반대하고 진정한 평화를 소망하고 있다. 시인은 인류를 파멸시키는 전쟁을 결연히 반대하며 반전의 시를 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시인
2016-06-07
오후 3시 제주도 도두리 불턱으로 시커먼 음절들이 올라옵니다. 시렁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가난. 대물린 업보로 물속을 헤집다가 바닷물을 털어내며 불턱으로 모여듭니다. 물에 나간 아들, 반백의 아들놈, 행방이 궁금해져 깊은 숨 참으며 깊숙이 잠수하며 아들놈의 그림자를 찾습니다. 숨이 가빠 옵니다. 오늘도 새끼 전복 하나 건지지 못해도 전복 소라 문어 아니어도 아들놈의 반백머리 행여 보일세라 샅샅이 헤집오 보는 세상, 숨이 가빠 옵니다. 아들의 얼굴을 본 듯도 합니다. 지전(紙錢)이 날리고, 숨이 가빠 옵니다. 누군가에게 가뿐히 드려 어디론가 떠나가는 듯합니다. 오후 3시 도두리 불턱으로 모여든 시커먼 음절들, 숨이 가빠 옵니다가난과 대물림의 운명을 안고 물질을 하는 제주 해녀들의 처연한 삶을 들여다보는 시안이 따숩기 그지없다. 해녀들의 물질이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물질이 아니라 삶의 레퀴엠을 연주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에 나간 아들의 행방을 찾아가는듯 하기도 하고 세상의 고통과 업보를 떨쳐버리려는 그들의 물질은 장엄한 변주곡 같기도 하여 가슴 아프기 짝이 없다.시인
2016-06-03
하루에 오 천번 절하는 사람 있다. 전도섭(46)은 길 위의 참회자이자 김밥장수. 밀리는 차들은 물론 쌩쌩 달리는 차들에까지, 그는 안타깝게도 여지없이 구십도 꺾은 공손하기 짝이 없는 허리절을 한다. 하루에 칠천 번 절한 적도 있다. 하루 오십 개 파는 김밥은, 그의 절 공덕에 비하면 덤 같은 보시!길거리에서 김밥을 파는 전도섭이라는 사람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인은 이 땅 민중들의 치열한 삶의 한 양태를 찬양하고 있다. 하루에 오천 번씩이나 허리를 꺾어 절하고 김밥을 팔아 먹고 사는 전도섭 같은 사람보다 더 열악한 형편에서 최선을 다해 생을 이어가는 이웃들이 우리들 주변에는 많다. 전혀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저들의 삶을 이어가는 치열함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시인
201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