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숙 희
내 검은 뼈 내리찍어 기둥으로 세우고
내 붉은 울음 뚝뚝 뜯어 단청으로 올리고
내 높고 푸른 이마 풍경으로 걸어 두는
눈부신 말의 사원 한 채, 나 짓고 싶어라
무량의 맑은 율 허리 풀고 노니는 거기
햇살이며 바람 또한 한껏 들여 어우러지니
오오 나, 말은 버리겠네 마침내 버리겠네
시 한 편을 쓰는 것을 사원 한 채를 짓는 것에 비유하면서 시인은 좋은 시 한 편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고백하고 있다.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얻어지는 한 편의 시는 무량의 맑은 율이며 햇살이며 바람과 어울어진, 잘 지은 절집 하나와 같은 것이어서 화려한 언어나 과도한 의식이나 사상 등의 말을 버리고 순수한 시적열정으로 시작(詩作)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