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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등록일 2016-06-30 02:01 게재일 2016-06-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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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희 수
수리부엉이가 무량겁을

쪼아 먹고 넘는다는

먼 산에 가야 한다네

노을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흰나비들도 날아가는

어찌 보면 가까울 듯한 먼 산

갔던 사람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

흰 꽃들만 흐드러진 산

돌아와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그래서 더욱 궁금한 산

그대와 손잡고 오순도순

넘을 수 없어 슬픈

먼 산에 가야 한다네

가로등 불빛 본 부나비처럼

흰 길들이 한데 모이는

먼 산에 가야 한다네

시인이 말하는 먼 산은 어디일까. 수리부엉이가 무량겁을 쪼아먹고 넘는다는 무한한 시간을 날아가야 닿을 수 있고 갔던 사람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 산은 어디일까. 현실에 실존하지 않는 이상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현실의 삶이 각박하고 힘겨울수록 우리는 먼 산을 동경하고 그 산 너머에 가닿고 싶어 한다. 절대 평안과 평화와 행복이 있을 법한 미지의 시공간이 아닐 수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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