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희 수
쪼아 먹고 넘는다는
먼 산에 가야 한다네
노을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흰나비들도 날아가는
어찌 보면 가까울 듯한 먼 산
갔던 사람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
흰 꽃들만 흐드러진 산
돌아와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그래서 더욱 궁금한 산
그대와 손잡고 오순도순
넘을 수 없어 슬픈
먼 산에 가야 한다네
가로등 불빛 본 부나비처럼
흰 길들이 한데 모이는
먼 산에 가야 한다네
시인이 말하는 먼 산은 어디일까. 수리부엉이가 무량겁을 쪼아먹고 넘는다는 무한한 시간을 날아가야 닿을 수 있고 갔던 사람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 산은 어디일까. 현실에 실존하지 않는 이상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현실의 삶이 각박하고 힘겨울수록 우리는 먼 산을 동경하고 그 산 너머에 가닿고 싶어 한다. 절대 평안과 평화와 행복이 있을 법한 미지의 시공간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