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 조
처마 밑 제비 집터
다락방 계단에서 집 지키며 나 기다렸을
이름 모를 새집, 비어 버린 흔적뿐
삽짝 나설 때
뚜루루 터지는 핸드폰 벨 소리
눈물 난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돌아와 본 옛집, 이제는 세월의 더께가 닥지닥지 붙어있고 낡고 헐어서 모양없이 변해버린 옛 고향집 처마에는 제비 집터가 붙어있다. 가만히 알을 품고 툇마루와 마당을 내려다보며 간혹 먼 산을 바라보며 나를 기다렸을 것 같은 옛집을 나서며 울리는 핸드폰 소리는 어디서 걸려온 걸까. 아마 오랫동안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다 날아가버린 그 제비에게서 걸려온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