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희
손에 들고
등에 지고
머리에 이었다
목에마저 걸 수만 있다면 걸고
밀어주는 손도 없는 맞바람
맞으며 안으며 품으며
길을 가는 사람
역류하는 인간의 어족(魚族)
다만 살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표류`로부터 그들을 지켜준 건
삶의 저 `하중(荷中)`이었다
혹은 햇빛 있는 어느 길 위쯤
나비처럼
짐 위에 자기를 꽃피워 보는
사람들
불가에서는 인생을 고행길이라 했던가. 인생은 누구나 자기가 져야 할 짐을 이고 안고 지고 길을 가고 있다. 간혹은 맞바람 앞에서 힘겨운 걸음을 옮길 때도 있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그들을 그 역풍을 견디며 나아가게 해주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의 하중(荷重)이다. 한 생을 살아오면서 터득하고 가슴에 품어온 생의 의기와 끈기인 것이다. 그 힘으로 우리는 오늘도 거친 폭풍의 언덕을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