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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한씨전

등록일 2016-06-03 02:01 게재일 2016-06-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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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종 태
오후 3시 제주도 도두리 불턱으로 시커먼 음절들이 올라옵니다. 시렁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가난. 대물린 업보로 물속을 헤집다가 바닷물을 털어내며 불턱으로 모여듭니다. 물에 나간 아들, 반백의 아들놈, 행방이 궁금해져 깊은 숨 참으며 깊숙이 잠수하며 아들놈의 그림자를 찾습니다. 숨이 가빠 옵니다. 오늘도 새끼 전복 하나 건지지 못해도 전복 소라 문어 아니어도 아들놈의 반백머리 행여 보일세라 샅샅이 헤집오 보는 세상, 숨이 가빠 옵니다. 아들의 얼굴을 본 듯도 합니다. 지전(紙錢)이 날리고, 숨이 가빠 옵니다. 누군가에게 가뿐히 드려 어디론가 떠나가는 듯합니다. 오후 3시 도두리 불턱으로 모여든 시커먼 음절들, 숨이 가빠 옵니다

가난과 대물림의 운명을 안고 물질을 하는 제주 해녀들의 처연한 삶을 들여다보는 시안이 따숩기 그지없다. 해녀들의 물질이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물질이 아니라 삶의 레퀴엠을 연주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에 나간 아들의 행방을 찾아가는듯 하기도 하고 세상의 고통과 업보를 떨쳐버리려는 그들의 물질은 장엄한 변주곡 같기도 하여 가슴 아프기 짝이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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