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자 미
응달쪽에서 오른 나팔꽃
손가락도 없는
덩굴손을
허공에 얹는다
높은 곳으로 외가닥 줄을 대는 중이다
타들어 오므라진 파리한 꽃 입술
나도
병원에서 그랬다
위급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아파트 베란다 난간을 기어오르는 나팔꽃의 덩굴손을 보면서 시인은 지난 힘겹고 캄캄했던, 그래서 더 절박하게 하늘을 향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있다. 시인이 겪었던 병원에서의 그 간절히 신에게 매달렸던 시간들처럼, 생의 난간으로 몰려나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 하늘 쪽으로 손을 뻗는 나팔꽃의 끈질긴 생의 의욕을 잔잔하고 감동적인 필치로 건네주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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