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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사

등록일 2016-06-15 02:01 게재일 2016-06-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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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복 연
먼 곳에서 온 배 같다

속은 다 파먹고 빈 껍질만 남은 폐선

내부가 저리 깊고 어둡다

사람들은 합장하고 지전 얹는다

언젠가 다시 떠날 모양이다

그 출항의 시간이 어느 생과 닿을지

배 삯은 선불이다

가볍게 낙관 찍은 듯 뒤돌아보는데

뱃머리 쪽 바람 가득 몰린다

해발 3천950m에 위치한 장체의 백거사를 기행하면서 쓴 기행시다. 백거사에 들어서면서 눈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만불탑을 마주하면서 시인은 그 탑이 마치 먼 곳에서 온 배와 같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산 위의 오랜 절집에 멈춰선 폐선과 같다는 느낌을 적고 있는데, 참배객들이 수없이 합장을 하고 지전을 던져넣는 그 탑은 언젠가 이승의 가난한 중생들을 서쪽 정토(淨土)로 데려다 줄 , 출항을 기다리는 배라는 느낌을 시인의 그윽한 불심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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