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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 날

등록일 2016-06-09 02:01 게재일 2016-06-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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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정 규
엊저녁

소쩍새 울음에

달무리 끼어들더니

봇도랑 물소리

돌담 속에 굴러다니고

꽃물 들린 하늘이

이 산 저 산 껴안는데

흙내 나는 봄볕이

툇마루에 앉아

봄 편지를 쓰고 있다

어느 봄날 시인은 툇마루에 앉아 고운 생명으로 차오르는 봄을 목도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시에서의 주체는 흙내 나는 봄볕으로 설정되어 있다. 인간 중심의 사회는 온갖 더러움과 불의와 모순 덩어리라서 깨끗한 희망과 설레임으로 차오르는 봄 천지를 이루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시인 의식 때문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와 조화를 봄볕이 지켜보며 함께하고 있어서 한결 자연스럽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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