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종 환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한 때 홀로 산속에서 땅을 갈며 살면서 느낀 심정들을 담담한 언어로 펼치고 있다. 처음 산에 들었을 때의 느낌은 그냥 산 옆에 있는게 싫지 않을 만큼의 적응이었지만 생활하면서 자립을 위해 기경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참 편안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자신을 내려놓고 자연의 순리에 따를 때 이러한 평안과 잔잔한 행복은 찾아오지 않겠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