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산경

등록일 2016-06-23 02:01 게재일 2016-06-23 22면
스크랩버튼
도 종 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한 때 홀로 산속에서 땅을 갈며 살면서 느낀 심정들을 담담한 언어로 펼치고 있다. 처음 산에 들었을 때의 느낌은 그냥 산 옆에 있는게 싫지 않을 만큼의 적응이었지만 생활하면서 자립을 위해 기경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참 편안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자신을 내려놓고 자연의 순리에 따를 때 이러한 평안과 잔잔한 행복은 찾아오지 않겠는가.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