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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

등록일 2016-06-29 02:01 게재일 2016-06-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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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술 랑
파란색은 우리를 가둔다

더 이상 하늘 멀리 보지 못하게

산 봉오리 끝 허공은 짙은 파랑이다

분명 저 쪽 속 깊이깊이

어떤 사물이 존재할 것인데

먼 곳까지 갈 수 없도록

하늘에 친 파란천막

바람 불어서 그 천막이

펄럭거릴 때면

가끔 우주 저 너머가 보일 듯도 한데

바람은 마음자락 흔들다 가 버리고

우리는 우리에 갇혀 뒤척인다

어머니!

파란 하늘 산밭에서 두더지마냥

땅을 파는 우리 어머니

우주는 넓고 끝도 뵈지 않는데

초라하게

초라하게

땅을 긁고 계십니다

푸르게 펼쳐진 하늘은 무한한 세계를 품고 있다. 그 너머, 혹은 그 푸른 하늘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인은 비상을 꿈꾸지만 우리는 그 아래 갇혀서 뒤척인다고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런데 어머니는 파란 하늘 아래 산밭을 평생 긁고 계신 거다. 우주는 한없이 넓고 깊은데 어머니는 초라하게 한 생을 바쳐 산밭 기경에 엎드려 있는 것이다. 어찌 어머니 당신도 푸른 하늘을 날아올라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 않았으랴만, 어머니는 운명적인 한계를 말없이 수용하고 힘겨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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