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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옹(老翁)에게 `길`을 묻다!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세계 각국에서 각양각색의 종족들이 서로 다른 욕망을 품고 이 숙명의 장소로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그런데 외교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화약이나 피로 해결하기란 더욱 어렵다”“농부:우리네 삶이 어떠냐고요? 아주 힘들지요! / 나그네:무엇이 그리 힘든가요? / 농부:산다는 게 무엇에도 딱히 속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밑바닥까지 가봐야 할지도 모르는 게 우리네 삶입니다”첫 번째 인용문은 `톨스토이 전집7-중단편선II`에 실린 `1855년 5월의 세바스토폴`에 나오는 내용이다.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발판으로 발칸반도 쪽으로 진출하려다 영국·프랑스·터키 등 서유럽 열강들과 치른 전쟁이 크림전쟁(1853~1856)이다. 이 전쟁에서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낸 `세바스토폴 공방전`은 1854년부터 349일 동안이나 계속됐다. 이 치열한 공방전에 참가했던 청년 톨스토이가 `1854년 12월의 세바스토폴`에서 러시아 민중의 힘과 조국에 대한 사랑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면, `1855년 5월의 세바스토폴`에서는 그의 반전(反戰) 사상을 드러낸다.`1855년 8월의 세바스토폴`에서는 야전병원에서 죽어가는 군인들의 모습과 요새가 함락당하는 장면들을 통해 `생명 존중과 반전(反戰) 사상`이 더 큰 생동감을 얻는다.두 번째 인용문은 `톨스토이 전집 9-중단편선IV`에 실린 `길손과 농부`에 나오는 내용이다.필자가 4년 동안 주말을 반납하면서 번역한 이 9권에는 `민중 속으로(в народ)` 들어간 후기 톨스토이의 사상이 녹아 있다. 노옹은 황폐한 농촌 현실과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을 병역 의무, 조세 문제와 결부시켜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병들어 이상비대(異常肥大)해진 `러시아 제국`에 대해 반감을 품게 되는 `농민들의 에피소드`를 모아서 실감나게 `제국의 악`을 폭로한다. 이처럼 `길손과 농부`, `시골에서 보낸 사흘` 등은 말년의 톨스토이즘을 오롯이 표현하고 있다.21세기에 왜 뜬금없이 톨스토이를 불러내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크림반도와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톨스토이를 호명하게 됐다.`제2의 크림전쟁`을 치른 `푸틴의 러시아`가 `자원의 보고이자 국방의 요충지-북극(해)`에 강한 집착을 드러낸다고 우려하는 이도 있고, `제3제국-러시아`를 지향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품는 이도 생겼다. `제3로마-모스크바`와 `제3인터내셔널-모스크바`를 지나 `제3제국-러시아`라니? 러시아 민족주의 정치인 미하일 유리예프가 2006년에 쓴 정치소설 `제3제국, 러시아가 가야할 길`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정확히 예측했다고 해서 화제에 올랐다. 이 책에서 `제3제국-러시아`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전체와 그린란드까지 뻗어나간다. 한편 우크라이나 땅의 일부를 러시아 영토로 만들어 `제3제국-러시아의 기반`을 마련한 `제2제국의 차르-블라디미르 2세`를 독자들이 푸틴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도 흥미롭다.합리주의나 계몽주의적 사고에 가까웠던 톨스토이가 살아있다면 `러시아적 이념의 왜곡`이라고 할 `제3제국-러시아`에 어떻게 반응할까? 낭만적 민족주의자이며 슬라브주의 전통의 계승자인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적 소명의식의 대용품`이라고 할 `제3제국-러시아`에 또 어떻게 반응할까? `푸틴의 러시아`는 러시아 민중의 조국에 대한 사랑을 `제3제국-러시아`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삼기보다는 `노옹-톨스토이`가 주창한 `생명 존중과 반전(反戰)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 지구적 연대의식`과 `지구촌 인간의 역동적 맥락화`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욕망을 품고 사는 종족들의 공존·공생 해법 찾기에 러시아와 미국·EU도 동참했으면 더 좋겠다.당장 러시아는 `크림반도 소수민족-타타르족의 자결권문제`나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통일 구상` 실천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 북한을 끌어내 `통일기반 구축`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실현해야만 하는 우리입장에서는 남·북·러 협력 사업(나진·하산 물류사업)에서 러시아가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에 `러시아의 외교정책`에 늘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2014-03-31

유라시아연합,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포항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러시아를 상대로 가하려는 경제 제재가 에너지 균형을 비롯해 금융시스템 안정성, 통화 안전성에 있어 유럽연합에 부메랑으로 돌아가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속전속결 `크림병합`에 미국·유럽연합이 제재에 나서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서 그의 고문인 세르게이 글라지에프가 한 말이다.지난 21일(현지시간) 푸틴은 우크라이나 내 크림자치공화국과 크림반도 내 세바스토폴 특별시에 대한 러시아 연방 합병 문서에 최종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명이 끝나는 즉시 크림반도는 러시아 영토로 간주된다고 선언했다. 크림반도는 제정 러시아 때부터 러시아 땅이었는데 1954년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의해 우크라이나에 편입됐다. 그가 친선의 표시로 우크라이나에 넘긴 지 60년 만에 다시 러시아 영토가 된 것이다.우크라이나 내 크림자치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에서 60km 떨어진 서남단에는 러시아가 흑해함대기지로 빌려 사용했던`우크라이나 안의 러시아-세바스토폴(항)`이 있다. 유럽연합 입장에서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에너지·곡물 자원을 가진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 없고, 러시아 입장에서도 `러시아 해군의 자랑-세바스토폴(항)`과 우크라이나와의 전략적 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 유럽연합과 북대서양 조약기구가 동쪽으로 확장해 나아갈 때 가장 중요한 나라가 우크라이나이고, 러시아가 내년 출범을 목표로 하는 유라시아연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라 역시 우크라이나인 것도 바로 거기에서 연유한다.2012년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기치로 집권3기를 시작한 푸틴은 유럽연합에 맞설 유라시아연합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유라시아연합 회원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다. 가입 후보국은 아르메니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이다.2015년 정식 출범을 목표로 하는 유라시아연합은 정치적 통합에 앞서 경제적 통합 단계로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올 해 5월1일 출범시킬 예정이다.푸틴은 유럽연합에 대항하는 유라시아연합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의 차르`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속전속결 `크림병합` 방식은 유라시아연합 가입후보국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연합이 아닌 독립국가연합 회원국(몰도바,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에게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기반으로 `우크라이나의 서방편입` 차단에 성공했고, 유라시아연합을 통해 세 결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서 미국·유럽연합은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카드를 잇달아 내놓을 것이다.이러한 신냉전(New Cold War) 시대를 맞아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 우리나라의 동참을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 구상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와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어떻게 될 것인가?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미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신중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과 손잡고 미국이 러시아를 강력하게 압박하자고 할 때 우리나라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또 러시아와 중국 관계에선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가야 하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래 통일한국`을 그려나가는데 러시아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카드`라는 것이다.`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유라시아 경제권을 구축하면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만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러시아와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 따라서 작년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구축된 한·러 관계를 후퇴시켜서는 안된다. 오히려 두 나라간 협력관계를 더 강화해 `북한 리스크 해소`에 공동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북한이 핵에 더 집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지난 21일 코레일은 유라시아 대륙철도 관련 국제기구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제휴회원이 됐다. 이로 인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의 실질적 교두보가 마련됐고,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게 됐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긴밀하게 관련된 포항은 유라시아 경제권의 물류 거점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의 투망질`을 하다 보니 `지역과 함께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글로벌 포항`이 보이는 것 같다.

2014-03-24

포용적인 제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규제혁파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중국이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극도로 착취적인 경제제도를 벗어나 포용적인 제도로 성큼 다가선 덕분이었다. 농업과 공업 부문의 시장 인센티브 도입에 이어 해외 투자와 기업 유치가 뒤따라 중국은 마침내 고속 경제 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국가는 왜 실패 하는가`라는 저서의 14장 `기존의 틀을 깬 나라들-변화의 바람`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책의 저자들 중 한 명인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한 나라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으로 그 사회의 제도가 얼마나 포용적인가, 하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총·균·쇠`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제도`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경제학자는 남한은 `포용적인 제도`로 부자 나라가 됐고, 북한은 `착취적인 제도`로 가난한 나라가 됐다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또한 이 저자는 포용적인 정치제도가 포용적인 경제제도를 견인하면서 선순환을 만들어나간다고 거듭거듭 강조한다.이쯤에서 우리나라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며 자문해보자. 우리나라가 북한·중국과 비교해서 포용적인 제도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나라로서, 만족할 만한 것인가? 과연 우리나라에서 포용적인 정치제도가 포용적인 경제제도를 견인하며 선순환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박근혜정부에서 그렇게 주창하는 `창조경제`는 왜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인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대 핵심전략(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은 왜 피부에 `확` 와 닿지 않는 것인가?집권 2년차의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초조함에다 규제를 혁파하지 못하면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물 건너간다는 절박감으로 `규제는 암덩어리`라는 발언을 했다. “일자리를 아무리 외쳐도 규제를 혁파하지 않으면 연목구어(緣木求魚)”,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죽는다는 암덩어리” 등등 최근 화제가 된 박 대통령의 발언들은 규제혁파로 투자여건을 확충하면서 `경제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처럼 `한 번 해보자` 하는 분위기도 생겨나지 않는다고 한다.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혁신을 장려해 개인과 조직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 활용할 수 있는 `역동적인 혁신경제`가 포용적인 경제제도로 수렴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제대로 작동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도 `창조경제 비타민`의 시큼한 맛만 본 국민도 초조하고 답답하기만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멀리 보자고 말하고 싶다. 우선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위해서 `사회안전망`이라는 주춧돌 놓기와 경제민주화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다음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견인할 기반을 창의·융합 교육에서부터 차근차근 구축하는 한편으로 `미래 통일한국`에 투자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내수·수출 균형경제`에서 강조하는 규제혁파를 통한 투자여건 확충을 위해서 `관료사회를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라`고 권하고 싶다. 공무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라는 것이다. `꺼져가는 성장 재점화`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불타는 애국심을 가지라`고 호소하기보다는 비정규직 장관들이 정규직 공무원들을 어떻게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포용적인 정치제도와 연동되고, 종국에는 포용적인 경제제도와도 연계돼, 규제를 혁파해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면 말이다.초조함과 절박감으로 점점 더 세지는 대통령 발언에 국민들은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좀 불안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포용적인 경제제도가 포용적인 정치제도와 선순환하면서 만들어내는 `부강한 대한민국, 통일 대한민국`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2014-03-17

`미래포항 주식회사 CEO`의 자격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6·4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미래포항 주식회사 CEO`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래포항`을 이끌어갈 차기 CEO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서 `역동적인 포항, 행복한 포항`을 만들어 가야할 무거운 책무를 안고 있다.경북도지사 출마로 선회,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박승호 전 시장의 정책 중에는 큰 성과를 낸 것도 있고, 그 효과가 자신의 임기 중에는 나타나지 않아 평가를 유보할 만한 것도 있다. 그래도 `글로벌 포항`이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일정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정리하고 싶다. 그렇다면 박 전 시장의 뒤를 이어 `미래포항`을 이끌어갈 이는 어떤 자격요건을 갖추면 좋을까?`미래포항`의 차기 CEO는 넓은 시야와 미래를 읽는 통찰력, 거기에다 글로벌 감각과 마인드로 무장해서 `미래포항`이 지향하는 바를 적극 실현해 나가야 한다. 지방임기제공무원 채용에도 글로벌 감각과 마인드, 전문적 지식과 마케팅 능력, 창의성을 두루 갖춘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몰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차기 CEO는 글로벌 감각과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역동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차기 CEO는 `글로벌 포항`을 기치로 내건 정책들 중에서 `미래포항` 발전에 부합하는 것들은 이어받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6월4일 이후 논공행상(功行賞)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정책의 연속성`만큼은 반드시 확보되어야만 한다. 북극·북방항로 선점 및 환동해 허브항만 도약을 위한 정책들과 해양문화관광도시를 위한 정책 등은 구체적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부와 협력하면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위한 정책에도 참여해야 한다. 포스코를 베이스로 삼아 지역과 세계를 아우르며, 한반도 통일을 견인하는 남북경제통합에도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미래포항 주식회사 CEO`는 `미래포항 세일즈`를 위해 발로 뛰며 현장을 누비고 다녀야 한다. 1980년대 대학총장들은 문학·사학·철학을 전공한 고고한 선비상을 지닌 인물들이 많았으나 언제부턴가 학교발전기금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상경계열 교수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학조직도 그러할진대 다른 조직이야 말해서 무엇 하리오! 차기 CEO는 기업유치에 직접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인센티브를 내건 투자유치설명회로 포항블루벨리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6개 산업단지에 기업도 유치하고, 영일대 해수욕장에 특급호텔도 유치해야 한다. KTX 개통으로 포항까지 2시간대 진입을 강조하며 포항운하 주변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된다. 차기 CEO의 중요한 자격요건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한편 차기 CEO는 이(異)와 별(別)을 존중하면서 서로 다름과 차이를 창조로 유도하는 `세종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좀 다른 시각에서 과거의 사례를 응용해 현장에 적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재량권도 주고, 권한도 대폭 위임해 주라`는 것이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차기 CEO는 `세종의 리더십`으로 `미래포항의 창조경제`를 견인해 나가야만 한다.마지막으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차기 CEO의 자격을 말하고자 한다. 그는`미래포항 주식회사` 모든 가족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모든 걸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가 `사람들로 하여금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한 세종의 실용정신을 현대적으로 변용해서 사회·문화정책을 시행하고 도로·교통 정책을 펴 나간다면 장삼이사들은 삶의 변화를 일상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민생지표는 개선될 것이고 복지수준은 향상될 것이다.향후 위에서 언급한 것들 중에서 세부주제를 정해 시리즈처럼 글을 써 나갈지, 이 글과 느슨한 형태로 연결되는 글을 자유롭게 쓸지 생각 중이다. 어찌 되었든지 6월4일에 우리가 선택한 이가 우리 삶의 변화를 이끌고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큼은 잊지 말도록 하자.

2014-03-10

하산 군수 일행과의 3일 - 지역과 함께 세계로!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여객과 물류 차원에서 자루비노 항과 슬라비앙카 항의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하겠다. 하산-훈춘 간 세관 통과 문제는 연방정부의 소관이지만, 세관시스템개선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다. 하산은 건물 개보수도 35년간 안했다. 봄부터 건축 프로젝트를 가동해 아파트와 개인주택을 많이 건설하고 쓰레기 소각장도 지을 작정이다. 조사료(귀리-연맥) 물류 관리를 위한 방안도 하루 빨리 마련하도록 하겠다”지난 2월24일, 대한민국 포항시와 러시아 하산자치군 간에 우호교류 의향서를 체결했다. 그 후 영일대 호텔에서 만찬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포항시 유관기관장들의 질문에 하산 군수가 답변한 내용들을 위처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때맞춰 정부도 바로 다음 날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통해 `남북경제협력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포항과 하산 간의 우호교류 의향서 체결에 힘을 실어 줬다. 정부는 나진~포항 간 시범해상운송사업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베리아의 석탄을 실은 기차가 하산 역을 거쳐 나진에 도착하면 나진항 3호 부두에서 옮겨 실은 뒤 포항 포스코까지 실어 나른다는 구상인데 남·북·러 물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러시아 연해주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하산자치군은 프리모르, 슬라비앙카, 크라스키노, 자루비노, 포시예스트, 하산이라는 6개 도시형 마을로 이뤄져 있다. 발해 유적지, 안중근 단지동맹기념비 등 한국인들을 위한 문화관광콘텐츠도 갖추고 있다. 한· 러 간 이미 비자가 면제됐고 2014년과 2015년을 양국 간 상호방문의 해로 지정한 만큼 많은 관광객들의 상호교류가 예상된다. 포항영일만항~자루비노 항 정기항로 개설을 신중하게 고려해 볼만 하다.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하산), 중국 동북3성 및 북한(나진, 청진)을 연계한 신규항로 개설을 통한 대북방 교역 교두보를 확보하고 영일만항 활성화를 통한 환(環)동해 허브 항만육성을 위해 구성된 `포항시 대북방 정책 협의회`의 국제 교류분야 위원 자격으로 필자는 25, 26일 일정까지도 함께 할 수 있었다. 25일에 하산 군수 일행은 영일신항만과 포스코 휴먼스와 포항 AC를 방문했다. 하산 군수는 영일신항만 회의실에서 이미 만들어진 컨테이너 부두와 앞으로 만들어질 여객선 부두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영일만항의 물동량과 수출입 품목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고 포스코 휴먼스에서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제작한 이동식 모듈러 주택의 평당 건설가격에 관심을 보였고 포항 AC에서는 모듈러 시스템으로 지은 아파트나 미적 감각이 살아있는 청담 MUTO에 대해 질문했다. 26일에 하산 군수 일행은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했는데 전문적인 연구로 생산된 제품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상옥슬로우시티와 죽장사과영농조합 견학 때는 친환경 품질인증 농산물 공동상표인 `참느리`마크가 새겨진 사과 주스와 사과의 맛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맛의 비결에 대해 질문했다. 기계미곡종합처리장에서는 미곡이 처리되는 과정과 친환경 쌀의 가격에 큰 관심을 보였고, 기계부추 작목반에서는 부추가 농가 소득의 원천이고 정력에 좋다고 하자 박장대소하기도 했다.오는 4월에 하산 군수는 훈춘 시장과 함께 속초를 방문한 후 포항에 다시 오기로 국제협력과장과 약속했다. 그때에는 우호교류 의향서 1번 항목에 적힌 `청소년 스포츠 및 문화·예술 교류`도 추진됐으면 한다. 포항스틸러스도 소개하며 청소년스포츠교류의 장도 열었으면 좋겠다. 하산 군수 배우자인 오브치니코바가 떠나면서 “러시아와 그 문화를 사랑하는 이여, 다시 만날 때까지!”라고 한 말을 종종 떠올린다. 다시 만난다면 포항시립미술관으로 꼭 안내하고 싶다.필자는 하산 군수 일행과 3일을 함께 하며`고단한 현실`을 이겨내는 힘을 얻은 것 같았다. `자존감 회복을 위한 일종의 의식(ritual)`을 치른 것 같이 고무된 기분이었다. 지역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뱃길을 여는 현장에 지역과 함께 통일로 나아가는 밑자리를 만드는 순간에 `증인으로 참여했다`고 과도한 의미부여를 한 탓일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이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한 것을!

2014-03-03

소치와 평창 VS 하산과 포항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올림픽 헌장은 `올림픽의 정치화`를 금하고 있지만 올림픽이 정치 무대가 된 게 작금의 현실이다. 올림픽 개최국의 대통령은 자국의 모든 것을 세계에 알리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공식적인 활동의 장`을 갖는다. 푸틴의 경우 소치 올림픽을 통해 국내적으로는 반(反) 푸틴 정서를 극복함과 동시에 상처받은 리더십을 회복하고자 할 것이다. 국외적으로는 `강한 러시아`를 보여주면서 `동아시아 새로운 권력의 중개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함과 동시에 러시아와 미국·유럽연합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큰 영향력 행사도 염두에 둘 공산이 크다.이런저런 이유로 `푸틴의 러시아`가 가동한 `소치 올림픽 금메달 프로젝트`는 빅토르 안(안현수)이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며 그 빛을 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따낸 피겨 금메달 3개 뒤엔 푸틴의 입김이 있었다`라는 주장 때문에 그 빛이 반감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연아의 석연치 않은 은메달`로 인해 “러시아를 거꾸로 하면 `아! 시러`입니다” 등이 회자되면서 반(反) 러시아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그런 와중에 지난 22일 소치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정홍원 대한민국 총리 간 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을 통해 동계올림픽을 매개로 양국 간 인적·문화적 교류증진과 체육교류를 통한 양국 간 우호협력방안도 논의됐을 뿐만 아니라, 무역·경제, 에너지·어업·농업분야에서 상호협력방안도 논의됐다.`동아시아 새로운 권력의 중개자-푸틴`의 러시아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구현을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할 중요한 나라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 사절단 수준을 격상시켜 소치 올림픽 폐막식에 파견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정 총리가 소치에서 IOC 위원들과 회담하며 평창 올림픽 홍보활동도 잘 수행해서 `한국식 올림픽 외교`를 제대로 펼쳐주길 기대한다. 특히 러-한 총리급 회담을 통해 무역·경제, 에너지 분야에서의 구체적 상호협력 방안도 도출해주길 바란다.지난 14일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이 개최한 특강에서 북한의 조국통일연구원 박영철 부원장이 “북·러 간에는 철도와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하여 이미 합의가 끝난 상황이다. 남한이 참여한다면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와 흐름을 타고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의 획기적 진전이 이루어지길 고대한다. 그래서 이 사업의 진전 과정에서 동북아 안정도 확보되고, 남·북·러 3각 협력의 실질적 협력 방안도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지기를 소망한다.필자가 이미 경북매일의 칼럼 `제1회 포항극동포럼, 남·북·러 3각 협력, 포항`(2013년 11월18일)과 `포스코, 나진항과 영일만항, 5·24 조치`(2013년 11월25일)에서 주장했듯이 러시아는 대한민국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다. `반 러시아 정서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극동지역은 여전히 `남북경제통합`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이자 매력적인 투자처다. 특히 유라시아 횡단철도와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하산의 경우에는 포항의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하산은 러시아 극동지역 프리모르스키 지방에 있는 도시다. 거기에 있는 하산 역은 북한의 나진 역과 철도로 연결되는데, 포스코와 영일만항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달리 말하면 `미래 포항 세일즈`와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도시라는 말이다.24일 오후 5시 포항 시청 4층 회의실에서 포항-하산 간 양해각서(MOU) 체결이 있을 예정이다. 그 후에는 만찬 일정도 잡혀있다.포항-하산 간 양해각서체결은 `통일의 기초-남북경제통합`을 지자체가 선도해나가는 매우 고무적이고 상징적인 일이다. 국가차원의 `통일이라는 거대담론`을 지자체에서 실행해 나가는 일인지라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소치와 평창의 체육교류`처럼 `하산과 포항의 경제교류`를 기대한다. 양해각서 체결 내용에 대한 소개와 분석 작업은 차후를 기약하기로 하자.

2014-02-24

소치올림픽 관전 포인트와 평창올림픽 점검사항 (II)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필자는 경북매일 1월13일자 칼럼 `소치 올림픽 관전 포인트와 평창 올림픽 점검사항`에서 이렇게 썼다. “그런데 빅토르 안(안현수), 그의 행보에도 자꾸만 관심이 간다. 인터뷰 내용 중에 러시아 록음악의 전설이자 `러시아 개방과 개혁의 상징`이 된 빅토르 최를 언급하는 것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빅토르 안을 넘어서야만 사는 한국 쇼트트랙을 지켜봐야 하는 게 사실 불편하다. 빅토르 안이 처했던 그 상황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불편한 진실`과 맞대면 해야만 한다” 그로부터 꼭 한 달 후인 지난 13일 박 대통령이 “안현수 선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안현수가 8년간의 긴 공백을 극복하고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첫 메달을 따서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오르자 영향력 있는 중앙일간지들과 방송에서 동정론과 자성론(自省論)에 입각해서 혹은 현실론적 시각으로 `안현수 선수 문제`에 대한 칼럼과 인터뷰를 쏟아냈다. 아마도 그것이 박 대통령까지 움직였으리라고 짐작된다.이에 부응해서 정치권도 자성론에 입각해서 `안현수 선수 문제`뿐만 아니라 재일동포 4세로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추성훈 선수 문제`까지 언급하며 `제2의 안현수·추성훈 선수`가 생겨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게다가 여당의 사무총장까지 나서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 문제`나 최근 협회의 행정실수로 1년간 선수자격이 정지된 배드민턴의 `이용대 선수 사례`까지 언급하며 체육계를 질책하기도 했다.1973년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이끌며 `사라예보의 영웅`칭호를 받은 탁구선수이자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이애리사 국회의원의 인터뷰는 `안현수 선수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한다. 이 의원은 “체육계는 조급함 때문에 문제가 터지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문제가 부각되면 들끓다가 곧 `없던 일`이 된 경우가 부지기수다”라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불거진 사건에 연루된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시킨다고 해서 관행이 바뀌지 않으니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수들에게도 부조리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 어떠한 회유와 압박에도 합의를 해주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체육계가 근본적인 제도개혁과 의식개혁을 병행할 때만이 해묵은 병폐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그런데 이쯤에서 잘 따져 보자. 파벌주의, 줄 세우기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이 단지 체육계만의 `비정상적 관행`일까?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파벌주의, 줄 세우기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는 아닐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비정상적 관행`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게 작금의 현실이 아닐까?2018년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대회 인프라를 계획한 기간 내에 차질 없이 마무리 하는 일과 함께 올림픽 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책 마련도 중요하다. 또한 평창 올림픽에 대한 홍보와 아울러 `창조적` 개막식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2의 안현수 선수`가 생겨나지 않도록 국가와 국민이 발 벗고 나서서 실효성 있는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는 일이다. 따라서 평창 올림픽 점검사항 1순위는 `제2의 안현수 선수`가 생겨나지 않는 `깨끗하고 건강한 체육계 만들기`가 돼야만 할 것이다.지난 15일 `러시아 빙상의 차르-빅토르 안`이 따낸 쇼트트랙 남자1천m 금메달은 8년이란 공백을 깨트리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낸 한 선수의 땀과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일깨워준 참으로 값진 것이었다. 평창 올림픽에서도 국적을 떠나서 `좌절과 고난을 이겨낸 인간의 감동적 드라마`를 맛보고 싶다.

2014-02-17

`러시아의 꿈` 그리고 `대한민국의 꿈`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류보피, 트로이카, 바실리 사원의 양파머리 지붕, 표트르 대제, 나타사의 첫 무도회와 제국의 영광, 혁명과 아방가르드 예술, 신인류의 꿈”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러시안 오디세이-소치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떠오르는 핵심 이미지를 정리해 보았다. 러시아어로 `사랑(любовь)`을 뜻하는 `류보피`란 이름을 가진 소녀가 연에 매달린 채 하늘로 날아올라 `시간여행`을 하면서 러시아의 대자연, 민속, 문학, 음악, 발레, 미술을 보고, 듣고, 느끼게끔 시청자를 이끈다. 우선 `죽은 혼`에서 탈주한 트로이카(삼두마차)가 태양을 끌고 와 봄을 부르면서 `러시아의 부활`을 상징하는 공연들로 연결되는 게 인상적이다. 러시아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러시아정교의 상징물인 양파머리 지붕들이 고래의 몸체를 이루다가 마침내 바실리 사원으로 완성되는 것은 그들의 정신문화의 근간 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양파머리 지붕은 불타는 촛불을 형상화한 것으로 `성령의 불꽃`을 상징한다. 한편 `러시아 근대화의 아버지-표트르 대제`와 그의 북방함대의 활약상을 디오라마 기법으로 보여주며 네바 강변에 서있는 그의 청동기마상으로 `강한 러시아`를 각인시키는 방식도 훌륭하다. 그리고 표트르 대제가 터를 닦은 제국의 영광과 러시아인의 승리를 묘사한 `전쟁과 평화`에서 나타샤의 첫 무도회 장면도 무용과 발레로 잘 표현됐다. 또 러시아 혁명기의 아방가르드 예술사조인 구성주의와 절대주의 작품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형상화한 `신인류`의 활기찬 일상을 포스터처럼 보여주기도 한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모티프로 한 `평화의 비둘기`공연으로 개막식은 절정으로 치달으며 `류보피의 대장정-러시아의 꿈`이라는 주제의 개막식도 서서히 대단원으로 향한다.강한 러시아, 새롭게 부활한 러시아의 꿈을 표현한 `소치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평창 올림픽 개막식`을 그려 본다. 한 소년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역사를 여행하게끔 하면서 먼저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를 보여준다. 그 다음에 고난을 이겨낸 한민족의 부활과 근대화·산업화를 이뤄낸 `한강의 기적`을 디오라마 기법으로 표현한다. 마침내 통일을 이루어 유라시아를 누비는 우리의 미래상을 사물놀이와 함께 실감나게 표출한다. 그런데 우리는 미리 그려본 `평창 올림픽 개막식` 내용을 현실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사실 `소치 올림픽 개막식` 막후는 `외교 전쟁터`이다. 푸틴은 60개국 지도자들 중에서 시진핑을 가장 먼저 만났다. 왜 그랬을까?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회귀` 전략에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을 터이고, 자원외교라는 경제적 이해관계도 얽혀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으로선 일본과의 관계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우군으로 만들 필요성도 제기됐던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소치 올림픽 개막식` 전후로 어떤 외교적 행보를 취하고 있나?안타깝게도 소치 올림픽 개막식에 박 대통령은 참석도 하지 않았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만 참석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이웃인 러시아의 소치 올림픽에 찾아가 기쁨을 나누는 것은 외교적 관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소치 올림픽 개막식 직후 푸틴과 정상회담을 하며 경제협력과 쿠릴 4개 섬 영유권 문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뛰었던 것만큼이나 `대한민국의 꿈-통일한국`을 위해 박 대통령도 그만큼 뛰었어야했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과 동북아시아의 안전문제 강화를 위해 소치 올림픽에 참석해 중·러 정상들과 만났어야 했다.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 하에 놓이는 통일한국을 염려해 일정한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고, 러시아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당면한 문제로 인식해 `남북경제통합`을 자신의 극동지역 개발협력안과 결부시키며 일정한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러시아-트로이카`를 대한민국으로 향하게 해 한반도 핵문제와 동북아시아의 안전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러시아-트로이카`의 마력으로 `남북경제통합`을 조성해 `러시아의 꿈`과 `대한민국의 꿈`의 공통분모가 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2014-02-10

소치 올림픽에 대한 몇 가지 시각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질문자:“소치 올림픽을 통해 러시아는 전 세계에 어떤 나라로 비춰질까요?”푸틴:“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 참가자와 방문자, 언론인 그리고 TV를 통해 시청하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러시아`를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의 가능성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편견 없는 시각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소치에서 ABC, BBC 등 해외 주요 언론사들과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푸틴은 종전의 `강한 러시아`와 함께 `새로운 러시아`를 화두로 삼았다. 푸틴은 소치 주변의 인프라 개발을 통해 러시아 남부의 새로운 운송 인프라와 에너지 인프라, 환경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새로운 러시아`를 강조한다. 아울러 15개의 스포츠 시설에도 공을 들였는데, 이것은 하계올림픽에서 6번, 동계올림픽에서 7번이나 1위에 올랐던 `소비에트 연방의 영광`을 재현하면서 `강한 러시아`의 면모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과 관련된다.1991년 12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국가연합을 주도하는 연방공화국이 된 러시아는 푸틴의 노력으로 독립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개최에 성공했고 푸틴은 3기 집권에도 성공했다. 푸틴에게 소치 올림픽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라면 탈러시아를 외치는 체첸의 최고 이슬람 반군지도자 우마로프에겐 어떤 의미일까? `러시아의 오사마 빈 라덴`이란 별명을 가진 우마로프는 소치 올림픽을 두고 `조상의 뼈 위에서 사탄의 춤을 추는 것`이라고 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치 올림픽을 방해하겠다고 말했다. `푸틴의 작품-소치 올림픽`을 엉망으로 만들어 푸틴 정부의 체면을 구겨놓자는 속셈인 것이다.이쯤에서 `푸틴의 러시아`와 체첸의 악연을 간략하게 짚어보자. 체첸공화국이 소연방 해체기에 러시아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선포하자 엄청난 지하자원과 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체첸의 독립을 받아들일 수 없는 러시아연방이 개입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 1994년 옐친 대통령 주도로 체첸침공이 감행돼 수도 그로즈니가 잿더미로 변하고 10만명이 숨졌다. 1999년에는 푸틴 총리가 2차 전쟁을 주도하면서 국민대다수가 이슬람 신자인 체첸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감행했다. 이후 체첸 전사들이 성전(聖戰)이라는 이름하에 이슬람무장단체와 연계해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숨진 남편들을 대신해 미망인들이 모여 `BLACK WIDOW`라는 저항단체를 만들어 남편의 복수를 위해 자살 폭탄테러를 시도하고 있다.`강한 러시아`와 `새로운 러시아`이미지에 `체첸의 눈물`과 `BLACK WIDOW의 자살 폭탄테러` 이미지가 겹쳐지는 가운데 `소치 올림픽-보안 올림픽`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1월7일 소치 전역에 최고 수준의 경계령을 내렸다. 흑해를 통한 테러에 대비해서 고속경비정과 수중음파탐지기로 치밀한 감시망을 구축했다. 또 무인 비행기 드론을 띄워 주요 경기 시설을 실시간으로 공중감시 하게끔 조치했다. 이른바 육·해·공을 아우른 3D 감시체계를 가동한 것이다.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야심을 대변하는 소치 올림픽은 `강한 러시아`와 `새로운 러시아` 이미지 대신에 민족 분쟁과 폭탄테러를 연상케 하는 `체첸의 눈물`과 `BLACK WIDOW`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일종의 `풍선 효과`로 인해 소치만 테러에서 안전하고 그 근방의 크라스노다르, 로스토프-나-도누, 볼고그라드 같은 도시들이 테러에 노출될 수 있다.소치 올림픽이 러시아의 가능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편견 없는 시각을 갖게 하면서 `새로운 러시아`로 대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해 투쟁하는 체첸의 존재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장(場)이 될 것인가?전 세계 시청자 10억여명을 상대로 하는 올림픽 공식 후원기업 10개 중에 하나인 삼성전자가 소치 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쉬카 모양의 `갤럭시 노트3용 충전기`를 볼 때마다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이 마트료쉬카의 미소로 충전된다면 참 좋으련만….`

2014-02-03

남북경제통합과 `미래 포항` 세일즈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남북이 장래 통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철도·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투자를 공동으로 준비해야 한다. 남북통일의 기초는 남북경제의 통합이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 왕이웨이 교수가 작년 말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남북경제통합이 선행돼야만 통일 후 한반도가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담긴 말이다.남북경제가 통합될 경우 두만강 일대를 중심으로 환(環)동해경제권이 부상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청진(조선·제철·관광)과 나진·선봉(물류·수출입 가공)을 잇고 중국 훈춘(수출입 가공)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너지·물류)로 이어지는 원 형태의 이 경제권에다, 중국의 동북3성까지 결합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산업벨트가 조성된다.포항의 경우, 나진(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나진-하산 물류산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하도록 합의가 이뤄졌고, 포스코는 나진-하산 물류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스코가 나진항~영일만항 항로 개설을 염두에 두고 취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항로가 개설되면 러시아 극동의 석탄(유연탄)과 철광석을 영일만항으로 실어올 수가 있다. 아울러 나진~하산 간 54km 철도 연결로, 영일만항에서 나진항까지는 해상 운송으로, 나진(항)부터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시켜 육상 운송으로 유럽까지 뻗어나갈 수가 있다. 영일만항이 북방물류전진기지로 대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읽어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아울러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북방정책이 만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러시아는 2012년 제24회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했을까? 2012년에 이미 러시아 입장에서는 천연가스 수출의 새로운 판로개척이 절실했다. 그 판로로 선택된 곳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었고 그 전초기지가 블라디보스토크였다. 이곳이야말로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 러시아의 에너지·자원이 결합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러시아의 경제 수도-블라디보스토크`는 남북경제통합 차원에서나 `미래 포항` 세일즈 차원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향후 극동과 시베리아 지역의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개발과 수송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영일만항~자루비노항~블라디보스토크항 항로 개설을 통해 한·러관광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곳이다.포항시는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포항도 이제 수도권이다`라는 주제로 기업투자유치설명회를 가졌다. KTX 개통으로 서울에서 포항까지 2시간대 진입이 가능해졌음을 강조하며 수도권기업들에게 포항운하 주변의 호텔, 카페가 들어갈 수 있는 요지 3만3천988㎡와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6개 산업단지도 소개했다. 이달 초 리조트, 호텔 개발업자 등 국내유명관광개발업체 3곳이 포항진출타진을 시작했고 이미 영일대해수욕장에는 2만6천977㎡ 규모의 특급호텔 유치가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10여 군데 기업관계자들이 인센티브를 내건 투자유치설명회를 듣고 큰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이렇게 기업들이 포항 진출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단지 `현재 포항`의 포항운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는 12월에 개통되는 KTX와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그들이 다양한 차원에서 `미래 포항`의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환동해 물류거점-영일만항`이 남북경제통합으로 북방물류전진기지가 된다면, 포항경제가 대도약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리라 여겨진다. 아울러 정부가 `크루즈 활성화`를 위해 2020년까지 영일만항을 크루즈 겸용부두(5만t급 1선석·566억 원)로 개발할 예정이란 정보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짐작된다.향후 포항은 `남북경제통합의 상징-한반도통합철도망`과 영일만항의 연결을 통해 북방물류거점도시로 우뚝 설 것이고 한·러 관광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단언컨대 `북방으로 열린 해륙도시-포항`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기회의 창-영일만항`을 보며 이렇게 외쳐본다. `미래 포항`과 함께 세계로!

2014-01-27

세상의 베이스가 되라, 권오준의 포스코號!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베이스캠프는 방향이 될 것이고, 어떻게 가야 할지 묻는다면 지도가 될 것이고, 계속 가야 할지 망설인다면 용기가 될 것입니다. 베이스 없는 정상은 없습니다” 위 인용문은 포스코의 TV 광고 `베이스캠프`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포스코 기업 가치와 함께 철강, 소재, 에너지로 미래 세상의 베이스(기반)가 되자는 기업 비전을 잘 전달하고 있다. `산업의 쌀`인 철강을 생산하며 국가 기간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기지가 되어온 포스코號의 새 선장에 권오준 포스코 사장(기술부문장)이 내정됐다. `기술 외길`을 걸어온 기술제일주의자인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포스코를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기업으로 키우겠다. 물론 세계에서 최고 품질을 자랑할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포스코는 최고 기술을 위한 연구 개발에 전력할 것이다” 포스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포스코號의 새 선장에게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주길 고대하고 있다. 독보적 기술력을 키워 세계 철강업계를 선도해달라는 이러한 열망에 대답이라도 하듯 권 내정자도 `기본으로 돌아가` 최고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고유기술개발을 통한 회사의 장기적 메가성장 엔진을 육성해 경영쇄신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사실 포스코는 지난 2012년부터 현격하게 성장이 둔화됐다. 2008년 실적과 2013년 추정치 실적을 비교해보면 매출은 41조7천426억원에서 61조2천725억원으로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조1천739억원에서 3조76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17.2%에서 5%로 급락했다. 부채는 18조6천171억원에서 37조7천364억 원(3분기 말)으로 급증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거듭 낮춰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뜨렸다. 반면에 계열사 수는 2008년에 31개였던 게 2012년엔 71개까지 늘었다가 2013년에는 52개로 줄었다. 포스코 주가를 살펴보면 2007년 10월2일에 76만5천원 하던 게 2010년 1월12일엔 63만3천원으로, 2014년 1월16일에는 31만1천500원으로 떨어졌다.수익성, 재무구조, 신용등급에다 주가까지 모두 곤두박질한 포스코號를 어떻게 다시금 `미래 세상의 베이스`가 되게끔 할 것인가?`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로 세상을 점령하면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철강기업들의 융단폭격과 `엔저`를 무기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일본 철강업체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경영위기의 요인들을 다시 꼼꼼히 검토하는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주력사업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세계철강경기 냉각이 경영위기의 큰 원인이었지만 무리한 인수·합병의 영향도 컸던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비주력사업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한편 권 내정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기술전문가이지만 마케팅·재무 등 경영경험이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만 한다.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새경영진을 잘 꾸리는 것도 그러한 우려를 씻어내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권 내정자의 경우, 선임과정에서 외압설이나 정치적 편향성이 노출되지 않은 만큼 투명한 인사로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전임회장의 그늘에서 서서히 벗어난다면 `포스코의 재도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정부는 경영간섭의 유혹을 떨치고 포스코號의 새 선장이 소신껏 책임경영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만 하고, 외풍에 흔들리는 지배구조로는 포스코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항상 되새겨야 할 것이다.인도를 순방한 박 대통령이 때맞춰 포스코의 숙원사업인 인도제철소 건립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만큼, 포스코가 철강 본원의 경쟁력으로 `미래 세상의 베이스`가 되길 바란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부응해 新실크로드를 누비는 글로벌 포스코號가 되길 기대한다. 포항시민과 국민 모두가 `세상의 베이스-포스코`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음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2014-01-20

소치올림픽 관전 포인트와 평창올림픽 점검사항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성은 그대로 둬야 했고, 이름은 부르거나 기억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승리하자는 의미에서 빅토르를 골랐어요. 러시아에 오기 전에 빅토르 최라는 유명한 고려인 가수가 있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 이름을 알고 나니 나도 쇼트트랙의 최고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빅토르 안 또는 안현수의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 일부이다. 2006 토리노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3관왕에 오른 쇼트트랙의 영웅이었던 그는 국내 쇼트트랙 파벌다툼에 휘말리며 지난 2011년 8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이후 그는 `소치 올림픽 러시아대표팀 금메달 유망주 10인`으로 선정되면서 러시아 빙상계의 보물이 됐다. 달리 말하면 한국 쇼트트랙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다음달 7일부터 17일간 열리는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와 이상화, 두 여왕의 발끝을 세계가 주목할 것이고 모태범과 이승훈, 두 남자의 발끝에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빅토르 안과 그의 행보에도 자꾸만 관심이 간다. 인터뷰 내용 중에 러시아 록음악의 전설이자 `러시아 개방과 개혁의 상징`이 된 빅토르 최를 언급하는 것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빅토르 안을 넘어서야만 사는 한국 쇼트트랙을 지켜봐야 하는 게, 사실 불편하다. 빅토르 안이 처했던 그 상황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불편한 진실`과 맞대면 해야만 한다.2007년 7월4일 IOC 총회투표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가 있었는데 36표를 얻은 평창과 34표를 얻은 소치가 결선투표에 올랐다. 결선투표에서 47표를 얻은 평창을 제치고 51표를 얻은 소치가 개최지로 확정됐다. 그 당시 필자는 출장지에서 이 결과를 TV 뉴스로 시청하면서 감정을 드러낼 수 없어서 난처했던 기억이 난다. 빅토르 안과 한국 쇼트트랙의 관계만큼이나 소치와 평창의 관계도 참 유별나다. 이처럼 우리와 인연이 깊은 소치 올림픽은 `역사상 가장 비싼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올림픽 준비 8년 동안 510억 달러이상 소요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도시 인프라 현대화에 주로 돈을 사용했고, 경기장과 훈련장 등 올림픽 시설 건설에 직접 들어간 경비는 70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아나톨리 파호모프 소치 시장은 교통 인프라 구축, 통신과 에너지, 환경과 공공서비스에 투자하고 올림픽 이후 인프라 이용 프로그램 구축에도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치가 고급 휴양지로서만 아니라 각종 회의와 전시회, 스포츠 경기 등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지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사실 소치올림픽 이후 도로나 기차역의 경우 그 효용성은 그대로 남는다. 문제는 흑해 연안에 조성된 해안 경기장과 같은 체육시설 활용에 있다. 피시트 올림픽 주경기장은 러시아 축구대표팀 훈련 센터로 쓰일 예정이다. 2018년 월드컵 경기도 개최한다. 대형콘서트도 열려고 임시 돔 지붕도 해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이스버그 빙상경기장은 경륜장으로 용도변경이 예정돼 있다. 사이클 훈련장이나 경기장으로도 쓰이게 된다. 아들러 아레나 스케이팅센터는 러시아남부지역 최대 규모의 엑스포센터로 변모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해안올림픽선수촌은 주거용 아파트로 일반분양, 매매될 예정이다. 메인 미디어센터는 호텔을 겸비한 대형 쇼핑유흥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소치 올림픽을 보면서 우리가 평창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인지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소치 올림픽 폐막식에서 대회기를 인수하는 그 순간부터 본격적이고 전면적인 평창 올림픽 홍보전이 시작된다고 보고 평창의 이미지와 대한민국의 국격과 품격을 알려나가야만 한다. 경기장과 기타 연관시설 등 대회 인프라를 계획한 기간 내에 차질 없이 마무리할 뿐만 아니라 올림픽이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밀하고 치밀한 연구도 병행돼야만 할 것이다. 바로 때맞춰 정부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 일대를 `평창 동계올림픽 특구`로 지정한 만큼 올림픽 후에도 평창 일대가 국제 관광특구로 잘 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4-01-13

마트료쉬카, 한·러 관광 그리고 영일만항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러시아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도 이 인형을 보면 `어, 러시아?`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고, 호기심도 갖게 되고, 뭔가 끌려서 호감도 갖게 될 수 있다”“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 비자 면제 협정을 맺으면 좋겠다고 제의를 했는데, 그것을 실천해서 올해부터는 60일 짧은 기간 안에는 자유롭게 비자 없이 양 국민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됐다”첫 인용문은 지난 3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큰 인형 안에 작은 인형 여러 개가 들어가는 러시아 전통인형인 마트료쉬카를 두고 한 말이다. 두 번째 인용문은 박대통령이 한·러 간에 체결된 무비자 협정으로 한·러 관광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을 강조해서 한 말이다.마트료쉬카는 보드카, 설원의 트로이카와 자작나무, 러시아 미인, 붉은 광장, 시베리아 횡단 철도 등과 함께 `러시아`하면 연상하게 되는 `러시아 문화의 상징`이다. 또한 이것은 보드카와 함께 러시아를 여행하는 이들이 입국할 때 꼭 구입해오고 싶어 하는 것이기도 하다.한·러 간에 체결된 무비자 협정이 효력을 발휘한 지난 1일 속초항을 통해 무비자로 러시아인들이 입국했다. 속초항에서 중국과 러시아 항로를 운항하는 스테나대아라인(주)의 `뉴블루오션`호는 러시아인 240명을 포함해 한국인과 중국인 등 모두 322명을 태우고 전날 블라디보스토크 아래에 위치한 자루비노 항을 출발, 새해 첫 날 오전 11시에 속초항에 입항했다. 환동해권 항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구상하는 강원도와 속초시는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고 한다.필자는 경북매일 2013년 7월15일자 칼럼 `삼성과 러시아 VS 포항시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쓰고 나서 포항시에서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분들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주요 화제로 올랐던 것이 바로 국제페리 정기항로와 관련된 영일만항~자루비노항~블라디보스토크항 항로 개설문제였다. 그 당시 국제협력담당자들이 속초항-자루비노항 항로를 예로 들며 수익성의 문제와 운영상의 고충을 언급하기도 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그때와는 제반 상황이 좀 달라졌다. 속초~중국 훈춘~러시아 자루비노항 간 주 2항차로 운항 중인 국제페리 정기항로에서 1항차는 영일만항으로 운항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러 간에 체결된 무비자 협정이 효력을 발휘한다 해도 단기간에 러시아 관광객이 눈에 띠게 늘어나진 않을테고 여전히 수익성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 의견을 수용해 적극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영일만항~자루비노항~블라디보스토크항 항로 개설과 함께 의견을 하나 더 개진하자면 영일만항이 2만 톤급 이상의 크루즈선 기항지로 적극 활용되었으면 한다. 크루즈선 기항지의 외화수익은 실로 큰데, 어떻게 외화수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동시에 모색되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영일만항이 크루즈선의 기항지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중소규모, 특수목적의 크루즈선 입항에 적합한 시설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물선이나 일반 여객선의 겸용 항구를 넘어 요트마리나 겸용 항구라는 보다 강력한 `미래지향적 콘셉트`도 필요하다.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고 요트크루즈선의 장기체류에 대비한 복합시설도 미리 고려해 볼 수 있다. 포항의 신성장 동력으로 해양관광도시 육성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영일만항 개발 사업에 예산 648억원을 확보한 그 노력만큼이나 다양한 차원에서의 영일만항 활용 방안을 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영일만항을 크루즈선 기항지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영일만항~자루비노항~블라디보스토크항 항로 개설은 영일만항 활용방안 차원에서나 한·러 관광차원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담보하고 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어렵겠지만 2018년 FIFA 월드컵 개최 때는 이 항로를 통해 러시아에 입국한 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차를 타고 러시아 전역을 다니고 싶다.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12곳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며 러시아인들에게 포항을 상징하는 `마트료쉬카`를 만들어서 선물로 나눠주고 싶다.

2014-01-06

`새해 첫 기적`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신년사란 대통령, 시장, 기업대표, 총장과 같은 분들이 새해를 맞이하여 하는 공식적인 인사말이다. 신년사에는 새해부터 이러이러한 점들을 개선해보자는 내용이 담기기도 하고, 조금만 더 인내하며 함께 힘을 모으자는 내용이 피력되기도 한다. 연초인 지금부터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한 후에, 대도약을 위한 행동을 개시하자고 말하기도 한다.이건희 삼성회장이 4년 만에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새해 경영화두가 담긴 신년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2014년이 미래 10년을 위해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해 경영화두로 무엇을 제시할까? 아마도 `마하경영`과 `공유가치창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그룹 수뇌부와 계열사 사장단이 지난 23~24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개최한 경영전략워크숍 주제와 그 내용이 새해 경영화두와 연관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삼성의 혁신 DNA를 깨우는 비전 수립을 위한 이 워크숍에서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마하경영`이 재등장했다. 이건희 회장이 2006년 사장단 회의에서 제안한 `마하경영`은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는 물론 엔진, 소재, 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2006년의 `마하경영`이 글로벌 1등 기업을 따라잡자는 `속도경영`의 의미가 강했다면 2013년의 `신(新) 마하경영`은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 열과 저항을 견딜 수 있는 재질과 구조를 갖추자는 의미가 더 강하다. 다시 말하면 미래 10년을 위해 체질과 조직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또한 이 워크숍에서는 경영혁신 방법론으로 `공유가치창출`이 제시됐다고 한다. 이것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한 상생경영이론으로 기업의 기부나 봉사활동 위주의 사회공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연계기업과 산업계 구성원 및 사회적 취약 계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것이다.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하지만 도식적 적용의 위험을 무릅쓰고 `新 마하경영`과 `공유가치창출`을 `2014 대한민국 호(號)` 경영에도 한 번 적용해보고자 한다.2014년 갑오년 새해에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을 신년사에서는 새해 국가경영 화두로 무엇이 제시될까?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공공기관의 개혁과 공공부문의 대대적 혁신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국가의 주요 기관과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개선`도 화두가 될 것이다. 2013년에는 이러한 기관과 조직의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서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면 2014년에는 각 기관과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으로 횡보도 우보도 끝내고 대도약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권의 `근본적인 체질개선`도 화두가 될 것이다. 스웨덴처럼 100% 비례대표제를 택하거나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비례대표의 획기적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음을 알고, 정치권도 자발적으로 혁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새해에도 여전히 일자리 창출과 복지가 화두가 될 것이다.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가면서 분배 개선을 가져 오는 `포용적 지속성장`을 해 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대정신과 시대흐름에 부응해야 한다. 또 새해에는 `증가하는 불평등과 감소하는 사회적 이동성`을 `감소하는 불평등과 증가하는 사회적 이동성`으로 변환하는 국가경영이 화두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제도 개혁과 의식 개혁에 동참해야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반 성장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생태계`조성도 화두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푸른 기운을 가진 청마(靑馬)의 해에는 다름과 차이, 갈등과 불화를 딛고 대동(大同)을 함께 꿈꾸는 시를 읊을 수 있어야 한다. 반칠환의 `새해 첫 기적`을 언제든지 즐겁게 다시 낭송할 수 있어야 한다.`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2013-12-30

안녕한 `2014 대한민국號`를 위한 몇가지 제언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3%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구조에 장기적 침체를 겪고 있는 세계 경제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 분배 개선을 가져 오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경제적 불평등으로 빈부격차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산층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부진한 구조적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한 마디로 아랫목의 온기가 방전체로 퍼져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코앞에 두고 `2013 대한민국호(號)`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민영화 괴담`이 유령처럼 광장을 배회하고 있다. 안녕한 `2014 대한민국號`를 위해 우리 모두가 안녕들 하기 위해 무엇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안녕한 `2014 대한민국號`를 위해 가장 먼저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를 통해 계층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경제학자인 조지프 스타글리츠의 저서 `불평등의 대가: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에 따르면 불평등이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치과정을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시킨다고 한다. 불평등의 대가인 빈부격차는 계층갈등을 낳고 사회갈등을 심화시켜 이로 인한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게끔 만든다. 나아가서 국민의식을 분열시켜 분열된 사회를 만들고 국민대통합까지 갉아먹는다.“의료 민영화가 되면 병원비가 폭등해 아파도 병원에 못간다” 식의 말들이 떠돌고 있다. `의료민영화`와 `의료보험 민영화`를 구별하지 못해 생겨난 현상인지, 정말로 `의료의 공공성`이 붕괴되는 징조인지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나아가 이러한 현상의 저 밑바닥에 과연 무엇이 자리를 잡고 있는 지를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구체적 보편성에 근거한 이성적 합리주의는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열린 공론의 장(場)`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2013 대한민국號`가 계속 이렇게 운항된다면 우리 모두는 공멸의 길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열린 공론의 장을 만들어 `계층갈등`부터 치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두 번째로 불평등의 대가인 빈부격차로 발생하는 `교육 기회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증가하는 불평등과 감소하는 사회적 이동성이 우리시대의 가장 큰 도전이다”라고 했다. 비단 그게 미국만의 문제일까? 빈부격차는 `교육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사회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이동성`을 감소시킨다는 말이다. 교육의 `승자 독식 구조`가 사회적 동력을 약화시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스템`을 고착화시키면 다수의 국민과 그 자녀들이 현재와 미래에도 안녕들 하지 못하게 돼 사회갈등의 요소가 배가된다. `사회적 결속`과 `국민대통합`으로 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일과 함께 `사회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야만 중산층의 감소도 막아낼 수가 있다.세 번째로 요동치는 동북아시아 정세와 북한의 전략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한 초당적 `정치적 협의체`를 만들어 청와대와 여·야당이 안보·외교를 협의해나가야 한다. 거대한 불확실성 게임과 마주한 한반도를 앞에 두고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머리를 맞대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대북 정책 원칙을 세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북문제만큼은 정치 선전과 투쟁의 도구로 활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대북정보를 공유해 나가야 한다. 국익을 위해 정치권이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안보·외교뿐만 아니라 민생 현안 등 다른 문제들도 논의 할 수 있을 것이다. 억지로라도 역지사지하는 과정이 만들어질 것이다.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를 통해 계층갈등을 치유하고 빈부격차로 발생하는 `교육 기회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이념통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면 우리 모두가 좀 안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맥락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신자유주의와 정글자본주의 체제에서도 안녕한 `2014 대한민국號`를 위한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하지만 그것이 `촛불시위의 자매편`처럼 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권퇴진운동의 불쏘시개로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2013-12-23

`해양 실크로드-북극항로`에 대한 몇 가지 시각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우리나라 조선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러시아 등 북극 연안 국가에 쇄빙선을 건조해 주는 대신 북극항로 이용료를 감면받는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해양대 남청도 교수의 말이다. 그는 지난 9월16일 현대글로비스가 스웨덴 스테나 해운에서 빌린 내빙유조선 `스테나 폴라리스`호를 타고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항해 35일간 1만5천km 북극항로 운항을 마치고 10월21일 광양항에 입항했다. 그가 탄 내빙유조선에는 여천NCC가 수입하는 나프타 4만4천t이 실려 있었다.그는 왜 이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 자료를 찾아보니 북극해를 통과하는데 관할국가인 러시아에 지급하는 비용인 통행료가 비싸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러시아 등 북극 연안 국가에 쇄빙선을 건조해 주는 걸로 북극항로 이용료를 감면받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여겨진다.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또 다른 문제는 없을까? 북극항로를 운항할 때는 쇄빙선이 앞장서 북극해의 얼음을 깨면서 항로를 만들어야만 내빙선이 얼음이 떠 있는 바다를 헤치며 항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내빙유조선 `스테나 폴라리스`호는 쇄빙선을 구하지 못해 사흘이나 북극해에 발이 묶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2척, 물동량 2만4천t에 그쳤던 북극항로 이용선박이 지난 해 46척, 126만t, 올해는 71척, 135만t으로 급증했지만 북극항로 운항에 필수적인 러시아 쇄빙선은 5척에 불과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현대글로비스가 세를 내고 빌린 선박의 북극항로 시범운항 성공에 대해 해운업계 반응은 어떨까? 기상악화 등 위험요소가 많고 아직은 북극항로 이용기간이 연중 4~5개월에 불과하다면서 좀 더 지켜보자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몇 가지 문제도 덧붙인다. 내빙선이나 쇄빙선 이용료 등을 모두 따져 봐야 하고, 무엇보다 제 날짜에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북극항로를 화주(貨主)들이 선호하지 않아 운송화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한 마디로 북극항로의 상용화와 상업화까지는 넘어야 할 난제가 많고도 많다는 시각이다.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관계부처와 함께`북극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북극정책 기본계획`은 △국제협력 8개 과제 △과학조사 연구 분야 11개 과제 △북극권 비즈니스분야 10개 과제 등 총 31개 정책으로 오는 2017년까지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북극권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북극항로를 경유해 국내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과 화물 유치를 위해 항만시설사용료 감면과 함께 일정 물량 이상의 환적화물을 처리하면 하역 요금을 깎아주는 `볼륨 인센티브제`를 내년부터 시행하는 계획이 눈에 띤다. 그리고 북극항로 상에 위치한 러시아 주요 항만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과 북극항로 통과화물증가에 대비한 국내항만재정비계획수립도 눈에 들어온다.해수부는 `해양 실크로드-북극항로`가 당장 사업성이 좀 떨어져도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자는 입장일 것이다. 북극에 매장된 석유, 천연가스, 수산어획량을 고려해 북극 해상 수송권 확보가 필요함을 역설한다.한편 해운업계는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바란다. `해양 실크로드-북극항로`에 대한 정확한 경제성 평가와 그에 따른 대책 마련으로 북극항로의 리스크를 낮춘 후, 상업적 운항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차원에서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 협조도 받을 수 있게 해주길 원한다. 해수부와 해운업계가 머릴 맞대면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필자는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다. 우리나라의 조선기술로 내빙선이나 쇄빙선을 건조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인데, 왜 제2쇄빙연구선 건조만 검토하고 있는지, 정부는 712억원 이상 들어가는 쇄빙선 제작 재원조달 문제 때문에 직접 건조할 수 없는 것인지, 쇄빙선과 내빙선을 직접 건조해 소유해야 북극항로 상용화와 상업화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정부는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동시베리아 지역의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해상수송을 추진해 나가면서 `해양 실크로드-북극항로`의 상업적 운항을 단계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북극항로를 운항할 수 있는`아이스 파일럿`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설립해야 할 것이다.

2013-12-16

응답하라 만델라, 응답하라 2013대한민국號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A:제 실력이면 이젠 복수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B:아니다. 넌 아직 멀었다./ A:벌써 5년입니다. 대체 얼마나…/ B:네가 복수를 하는 날은 네 마음 속 칼을 내려놓는 날이니라” `오늘의 명상카툰 31:진정한 복수는 용서`에 나온 내용이다. 이 카툰을 보며 5년이 아니라 27년간 감옥에서 맘에 칼을 품었을 법한 넬슨 만델라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을 박해한 적을 용서하는 `진정한 거인의 풍모`를 보여줬다. 만델라는 흑백합의로 이뤄진 새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 선출돼, 다인종·다민족이 공존하는 `무지개국가`를 슬로건으로 삼고 `화해의 정치`를 실현했다. 흑인에게 심한 탄압과 테러를 자행한 이들에게도 진실화해위원회에 출두해 자신이 한 일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사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19세 때 만델라의 리더십을 접한 것을 계기로 정치참여를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포스트 만델라`시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황은 어떨까? 정치·사회 통합의 구심점이었던 만델라의 부재와 장기 집권하는 여당인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의 부정·부패가 정국 불안요인이라고 전해진다. 상위 10%는 갈수록 부유해지고 하위 50%는 하루 2달러로 생계를 연명하는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에다 흑백갈등이 지뢰의 뇌관이 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그렇다면 2013대한민국호(號)는 어떠한가? 만델라처럼 `화해의 정치`로 국민대통합과 상생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를 앞에 두고도 한반도는 둘로 갈라져 있고,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와 이념갈등으로 우리 내부의 의식마저 둘로 쪼개져 있다.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이 난마(麻)처럼 얽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갈등`과 `이중적 분단`의 현실에 지친 국민들은 각자도생하고 있는 형편이란 걸 아시는지.2013대한민국號에 승선한 젊은이들은`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자 서서히 `자발적 잉여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대중문화코드가 되어 영화도 만들어졌고 잡지까지도 만들어졌다. 40대 중년들은 점점 더 `왜소한 인간`이 되어가는 자신에게 놀란다. 이들은 그래도 공동체의식이 살아있었던 과거에 대한 향수에 젖어 위안을 얻고자 한다. 복고 바람을 타고 재상영하는 1980~90년대 영화에 빠져들고 그 시절 음악에 젖어든다. 세대를 뛰어넘어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문화현상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이러한 제반 현상들과 무관하지 않으리라.2012년 12월19일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다 된 2013대한민국호(號)는 아직도 대선정국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前 대선후보가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 출판기념회로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 준비에 맞불을 놓으면서, `응답하라 2012`가 상연되고 있는 실정이다.이쯤에서 `우리시대의 사상가이자 경세가`인 박세일과 김종인을 떠올린다. 사회학자 김호기는 박세일의 선진화론은 세계화시대의 신성장 패러다임 구축에 주력하고,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론은 민주화 이후의 시장-국가 관계의 균형을 강조한다고 했다. 선진화론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내건 `선진일류국가`의 토대가 됐고, 경제민주화론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내건 `국민행복시대`의 핵심이 됐다.그런데 선진화론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어떤 길을 걸었나? 경제민주화론은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어떤 길을 걷고 있나? 이 2개의 생산적 담론은 결국 유사한 운명이 되고 마는 것인가? 사상가이자 경세가인 김종인이 여당을 떠난다고 한다. 그래도 그의 경제민주화론만큼은 `결국 선거용이었네`란 의심을 받지 않고, 박근혜 정부의 남은 4년 동안 찬찬히 실현돼 `국민행복시대`를 여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세계화시대의 신성장 패러다임 구축에 주력하는 박세일의 선진화론이 박근혜 정부와 조응하면 어땠을까?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론은 차기 정부와 조응하면 여러 여건상 더 잘 굴러가지 않았을까? 한가지에만 집중하기도 벅찬데 2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현 정부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내심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정치권이 각자도생하고 있는 국민을 끝끝내 외면할까봐 염려가 되어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2013-12-09

거대한 불확실성 게임과 마주한 대한민국號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ADIZ) 문제의 중요성을 중국과 일본의 `고양이와 쥐` 게임 정도로 한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전문가팀의 말이다. CSIS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기점으로 덩샤오핑이 역설한 `도광양회(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힘을 키운다)`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외교 전략을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중국은 미국을 향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영토 문제 등 핵심이익을 존중하자는 `신형 대국관계`를 제안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아시아로 중심축이동(한·미·일 삼각동맹 공고화로 중국의 부상 견제)`과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집단적 자위권 행사, 국가 안보회의 구성)`로 대변되는 미·일의 움직임이 이와 상충된다고 판단하고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이 방공식별구역에서 중·일 중첩부분엔 센카쿠 열도와 이어도가 포함되고, 한·중 중첩부분엔 제주도 서쪽 상공 폭 20km, 길이 115km 면적이 포함된다.중국은 `도광양회`에서 벗어나 `대국굴기(큰 나라가 일어선다)`로 전환하고 있는데 좀 더 깊이 그 이면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아베1기 내각(2006~2007년)에서는 `자유와 번영의 호(弧)` 구축을 공식화했다. 이 호(弧)는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인도를 잇는 큰 활모양의 선으로 중국을 압박·봉쇄한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총리는 아베 신조 현 총리였다. 2차 아베 내각이 들어서자 이 전략이 다시 공식화되었다. 한편 중국은 냉전시절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한 제1열도선(규슈-오키나와-대만을 잇는 가상의 선)을 돌파해 해양대국 건설을 위해 설정하고 있는 공격적 열도선인 제2열도선(일본 남쪽 이즈제도-사이판-괌-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하고자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1열도선과 `자유와 번영의 호(弧)`가 충돌하는 지점이 곳곳에 깔려있다는 것이다.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북아 신패권 경쟁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또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하는 문제로 시선을 돌려 보자.중국은 방공식별구역을 재조정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일축해버렸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우리도 방공식별구역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최소한 이어도 상공을 포함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향후 중국과 배타적 경제수역(EEZ) 협상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중·일의 대응과 우리의 공군력 취약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11월29일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동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중국 주도의 아·태지역경제 통합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던 데에서 벗어나 미·중 양국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것을 두고 정부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하면 좀 성급한 것일까?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경제블록으로 무게 추를 옮기는 게 중국에게는 어떤 의미로 해석될까?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대한민국호가 사안 별로 우리의 목소릴 내는 실리외교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동북아 신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의 게임과 마주한 대한민국호는 우선 내부적으로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대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협력해 생산적 담론을 만들어내야 한다. 도대체 사회적 갈등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을 국민이 부담해야만 하는가? 중국이 서해상과 남중국해까지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하려는 냉엄한 국제현실을 앞에 두고 정부의 치밀한 전략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어도를 생각하면 이제 제주해군기지도 완공해야 하지 않을까?멀리 보면 남북갈등까지 해소해 남북경제협력으로 부국강병을 완성해내는 길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우리에게 영구안전세력은 없다. 한·중 협력도 한·미·일 삼각동맹도 국익 앞에선 무기력하다. 우리 스스로 힘을 키워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역사의 치욕을 되풀이할 순 없다.

2013-12-02

포스코, 나진항과 영일만항 5·24조치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북한 나진항이 수출입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 저희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가 그 배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BS와 인터뷰한 훈춘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 부장의 말이다.나진항은 함경북도 나선시 동남쪽 나진만에 자리 잡고 있는 한반도 최북방의 항구로서 나진만의 입구에 놓여 있는 대초도, 소초도 두 섬이 천연적으로 방파제를 형성한 `천연의 양항`이다. 겨울에도 얼지 않으며 수심이 깊다.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나진항은 일제가 중국을 강점한 이후에 식민지 약탈의 수요에 따라 건설됐고, 1932년 축항공사를 통해 중계무역항 구실을 하기 시작했고 1973년부터 국제무역항이 되었다. 21세기 요동치는 동북아 상황에서 나진항은 동북아 물류의 허브로 부상했다.지난 13일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나진-하산 물류산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하도록 합의가 이루어졌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포스코가 나진항 철도 건설과 연간 400만t 처리 능력의 나진항 석탄화물운송터미널 개발에 참여하는데 큰 관심을 표명했다.이러한 가운데 나진항과 60km 떨어진 중국 훈춘에 대규모 물류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두만강 인근의 훈춘시 외곽에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합작한 물류단지 공사가 한창이라고 한다. 중국 동북지방과 북한 나진항 연결을 목표로 한 물류단지로서 150만㎡, 축구장 200개를 합친 크기다.포스코는 러시아 투자 지분을 사는 간접투자 형태로 나진-하산 물류사업에 참여하고 훈춘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 조성에도 뛰어들었다. 포스코가 앞으로 나진항~포항영일만항 항로 개설을 염두에 두고 취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항로가 개설되면 러시아 극동의 석탄(유연탄)과 철광석도 포항 영일만항으로 실어올 수가 있다. 아울러 나진~하산(러시아) 간 54km 철도 연결로 나진(항)을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로 보면 포항영일만항에서 나진항까지는 해상 운송으로, 나진(항)부터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시켜 육상 운송으로 유럽까지 뻗어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이처럼 나진항의 부상과 대외개방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속초와 포항 등 동해안의 지자체들도 훈춘에 사무소를 열고 나진항 개방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훈춘 주재 포항시 대표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진항 이용을 자유롭게 할 날이 온다면 중국 동북3성의 많은 물동량 유치를 통해 영일신항만의 활성화를 하루 빨리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그렇다면 이제 국가 차원에서 재고해 볼 사안이 있지 않을까? 5·24조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조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면서 나온 것으로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운항 전면불허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의 반출과 반입 전면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및 개성공단을 포함한 사업의 투자확대금지 ◆대북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가 주요 내용이다.포스코가 왜 러시아 투자 지분을 사는 간접투자 형태로 나진-하산 물류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은 해소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정부가 5·24조치를 견지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과 `개성공단의 국제화`가 절실하다는 요구도 높은데 북한의 공식적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는 5·24조치의 수정조차도 힘든 것인가? “북한 나진항이 수출입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 “나진항 이용을 자유롭게 할 날이 온다면…” 같은 가정이나 조건을 하루 빨리 없애 주는데 정부가 전력투구했으면 좋겠다.훈춘시에서 그 동안 몇 번이나 나진항 통과 화물을 부산이나 포항에서 환적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5·24조치 때문에 정부에서 거부했다는 글을 읽었다. 정부가 이제는 5·24조치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만 하지 않을까? 그것이 국가 차원에서든 지자체차원에서든 경제도 살리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는 길이 된다면 말이다.앞으로 나진항~포항영일만항 항로가 활성화되길 바라고 포항이 21세기 신해양시대를 주도하는 동북아 물류거점도시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말을 두서없이 늘어놓고야 말았다.

2013-11-25

제1회 포항극동포럼, 남·북·러 3각 협력, 포항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미래, 리더의 비전과 통찰력, 미래세대의 창조성과 애국심, 21세기 한민족시대, 대통합과 상생” 최근 제1회 포항극동포럼의 강사로 나선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원장의 강연 `21세기 한민족시대 최고경영자의 비전과 선택`의 요지를 대표단어 5개로 압축해 봤다.포항에서 처음 열린 극동포럼은 지난 2003년 당시 리언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의 `한반도 안보와 동북아 정세`를 시작으로, 2006년 이홍구 전 국무총리의 `문명의 충돌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쳐, 2013년 5월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호(號)의 향방표지 찾기를 위한 생산적 담론`을 만들어왔다.제33회 극동포럼이자 포항극동방송 개국 12주년을 기념해 열린 제1회 포항극동포럼에서 강연자는 21세기 한민족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미래는 미래를 꿈꾸는 자의 것이다`라는 말을 가슴에 담고 살기를 주문했다. 아울러 리더의 비전과 통찰력이 `꿈꾸는 미래`를 현실화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경제개발5계년계획`에 따른 포항제철소 건설과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경부고속도로, 구미전자산업단지를 예로 들면서 흥미롭게 이야기길 전개해 나갔다.진영논리에 빠져 균형감각과 깊이 있는 철학을 보여주지 못하는 보수·진보 진영의 담론생산자들 모두가 함께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볼만한 `담론의 장`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진단해본다.지난 13일 한·러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의 신(新)북방정책이 확대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푸틴 대통령의 신(新)동방정책이 `극동(Far East)이라는 공간`에서 접점을 찾아낸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다른 차원에서 보면 중국에만 의존하던 대북(對北) 핵 지렛대에, 러시아라는 핵 지렛대 하나가 더 추가될 가능성을 본 걸로 해석할 수 있다.우선 한·러 간 조기추진과제인 `나진·하산 물류 협력 사업`을 보자. 2008년 설립된 북·러 합작회사인 `라손콘트란스`는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 나진항 3호 부두 개발, 나진항 화물터미널 건설 등을 진행해 왔다. 러시아와 북한은 이 사업을 위해 러시아 철도공사가 70%, 북한 나진항이 30%를 합작회사에 출자했다. 이미 나진~하산 간 54km 철도는 개통됐고, 나진항 화물터미널도 완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상회담 후속 합의로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등 한국 기업은 러시아 측 지분(70%)의 약 절반(34.3%)을 2천억원대에 인수해 이 회사의 대주주가 된다. 한편 한·러 간 중장기과제로는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남·북·러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사업`, `북극항로 개발·협력` 등이 있다. 특히 수에즈 항로보다 경제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북극항로와 관련해 해수부는 조만간 러시아 교통부와 `극동지역 항만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해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이쯤에서 곰곰 생각해보자. `나진·하산 물류 협력 사업`,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남·북·러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사업`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새로운 미래로 열린 창-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대화·협력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박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아닐까? 그렇다면 포항 차원에서 이것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포스코와 그 계열기업 등에서 생산된 제품이 새로 개발된 수송경로를 통해 수출되는 한편으로, 포항에서 필요한 에너지자원이나 제품도 쉽게 수입할 수 있는 물류혁명이 아닐까? 이에 더해 환동해 허브 항만을 꿈꾸는 포항에게 북극항로는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블루 오션이 될 수도 있다.요동치는 동북아 정세를 앞에 두고 `10년 후 포항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리더,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함께 균형감각과 깊이 있는 철학을 지닌 리더, 대통합·상생을 이룰 수 있는 `포항의 리더`가 필요하다. 그러한 리더를 선택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201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