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포스코, 나진항과 영일만항 5·24조치

등록일 2013-11-25 02:01 게재일 2013-11-25 18면
스크랩버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북한 나진항이 수출입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 저희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가 그 배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BS와 인터뷰한 훈춘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 부장의 말이다.

나진항은 함경북도 나선시 동남쪽 나진만에 자리 잡고 있는 한반도 최북방의 항구로서 나진만의 입구에 놓여 있는 대초도, 소초도 두 섬이 천연적으로 방파제를 형성한 `천연의 양항`이다. 겨울에도 얼지 않으며 수심이 깊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나진항은 일제가 중국을 강점한 이후에 식민지 약탈의 수요에 따라 건설됐고, 1932년 축항공사를 통해 중계무역항 구실을 하기 시작했고 1973년부터 국제무역항이 되었다. 21세기 요동치는 동북아 상황에서 나진항은 동북아 물류의 허브로 부상했다.

지난 13일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나진-하산 물류산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하도록 합의가 이루어졌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포스코가 나진항 철도 건설과 연간 400만t 처리 능력의 나진항 석탄화물운송터미널 개발에 참여하는데 큰 관심을 표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나진항과 60km 떨어진 중국 훈춘에 대규모 물류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두만강 인근의 훈춘시 외곽에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합작한 물류단지 공사가 한창이라고 한다. 중국 동북지방과 북한 나진항 연결을 목표로 한 물류단지로서 150만㎡, 축구장 200개를 합친 크기다.

포스코는 러시아 투자 지분을 사는 간접투자 형태로 나진-하산 물류사업에 참여하고 훈춘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 조성에도 뛰어들었다. 포스코가 앞으로 나진항~포항영일만항 항로 개설을 염두에 두고 취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항로가 개설되면 러시아 극동의 석탄(유연탄)과 철광석도 포항 영일만항으로 실어올 수가 있다. 아울러 나진~하산(러시아) 간 54km 철도 연결로 나진(항)을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로 보면 포항영일만항에서 나진항까지는 해상 운송으로, 나진(항)부터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시켜 육상 운송으로 유럽까지 뻗어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나진항의 부상과 대외개방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속초와 포항 등 동해안의 지자체들도 훈춘에 사무소를 열고 나진항 개방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훈춘 주재 포항시 대표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진항 이용을 자유롭게 할 날이 온다면 중국 동북3성의 많은 물동량 유치를 통해 영일신항만의 활성화를 하루 빨리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국가 차원에서 재고해 볼 사안이 있지 않을까? 5·24조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조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면서 나온 것으로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운항 전면불허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의 반출과 반입 전면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및 개성공단을 포함한 사업의 투자확대금지 ◆대북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가 주요 내용이다.

포스코가 왜 러시아 투자 지분을 사는 간접투자 형태로 나진-하산 물류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은 해소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정부가 5·24조치를 견지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과 `개성공단의 국제화`가 절실하다는 요구도 높은데 북한의 공식적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는 5·24조치의 수정조차도 힘든 것인가? “북한 나진항이 수출입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 “나진항 이용을 자유롭게 할 날이 온다면…” 같은 가정이나 조건을 하루 빨리 없애 주는데 정부가 전력투구했으면 좋겠다.

훈춘시에서 그 동안 몇 번이나 나진항 통과 화물을 부산이나 포항에서 환적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5·24조치 때문에 정부에서 거부했다는 글을 읽었다. 정부가 이제는 5·24조치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만 하지 않을까? 그것이 국가 차원에서든 지자체차원에서든 경제도 살리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는 길이 된다면 말이다.

앞으로 나진항~포항영일만항 항로가 활성화되길 바라고 포항이 21세기 신해양시대를 주도하는 동북아 물류거점도시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말을 두서없이 늘어놓고야 말았다.

강명수의 탁류세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