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소치 올림픽에 대한 몇 가지 시각

등록일 2014-02-03 02:01 게재일 2014-02-03 18면
스크랩버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질문자:“소치 올림픽을 통해 러시아는 전 세계에 어떤 나라로 비춰질까요?”

푸틴:“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 참가자와 방문자, 언론인 그리고 TV를 통해 시청하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러시아`를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의 가능성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편견 없는 시각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소치에서 ABC, BBC 등 해외 주요 언론사들과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푸틴은 종전의 `강한 러시아`와 함께 `새로운 러시아`를 화두로 삼았다. 푸틴은 소치 주변의 인프라 개발을 통해 러시아 남부의 새로운 운송 인프라와 에너지 인프라, 환경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새로운 러시아`를 강조한다. 아울러 15개의 스포츠 시설에도 공을 들였는데, 이것은 하계올림픽에서 6번, 동계올림픽에서 7번이나 1위에 올랐던 `소비에트 연방의 영광`을 재현하면서 `강한 러시아`의 면모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과 관련된다.

1991년 12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국가연합을 주도하는 연방공화국이 된 러시아는 푸틴의 노력으로 독립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개최에 성공했고 푸틴은 3기 집권에도 성공했다. 푸틴에게 소치 올림픽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라면 탈러시아를 외치는 체첸의 최고 이슬람 반군지도자 우마로프에겐 어떤 의미일까? `러시아의 오사마 빈 라덴`이란 별명을 가진 우마로프는 소치 올림픽을 두고 `조상의 뼈 위에서 사탄의 춤을 추는 것`이라고 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치 올림픽을 방해하겠다고 말했다. `푸틴의 작품-소치 올림픽`을 엉망으로 만들어 푸틴 정부의 체면을 구겨놓자는 속셈인 것이다.

이쯤에서 `푸틴의 러시아`와 체첸의 악연을 간략하게 짚어보자. 체첸공화국이 소연방 해체기에 러시아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선포하자 엄청난 지하자원과 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체첸의 독립을 받아들일 수 없는 러시아연방이 개입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 1994년 옐친 대통령 주도로 체첸침공이 감행돼 수도 그로즈니가 잿더미로 변하고 10만명이 숨졌다. 1999년에는 푸틴 총리가 2차 전쟁을 주도하면서 국민대다수가 이슬람 신자인 체첸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감행했다. 이후 체첸 전사들이 성전(聖戰)이라는 이름하에 이슬람무장단체와 연계해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숨진 남편들을 대신해 미망인들이 모여 `BLACK WIDOW`라는 저항단체를 만들어 남편의 복수를 위해 자살 폭탄테러를 시도하고 있다.

`강한 러시아`와 `새로운 러시아`이미지에 `체첸의 눈물`과 `BLACK WIDOW의 자살 폭탄테러` 이미지가 겹쳐지는 가운데 `소치 올림픽-보안 올림픽`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1월7일 소치 전역에 최고 수준의 경계령을 내렸다. 흑해를 통한 테러에 대비해서 고속경비정과 수중음파탐지기로 치밀한 감시망을 구축했다. 또 무인 비행기 드론을 띄워 주요 경기 시설을 실시간으로 공중감시 하게끔 조치했다. 이른바 육·해·공을 아우른 3D 감시체계를 가동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야심을 대변하는 소치 올림픽은 `강한 러시아`와 `새로운 러시아` 이미지 대신에 민족 분쟁과 폭탄테러를 연상케 하는 `체첸의 눈물`과 `BLACK WIDOW`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일종의 `풍선 효과`로 인해 소치만 테러에서 안전하고 그 근방의 크라스노다르, 로스토프-나-도누, 볼고그라드 같은 도시들이 테러에 노출될 수 있다.

소치 올림픽이 러시아의 가능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편견 없는 시각을 갖게 하면서 `새로운 러시아`로 대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해 투쟁하는 체첸의 존재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장(場)이 될 것인가?

전 세계 시청자 10억여명을 상대로 하는 올림픽 공식 후원기업 10개 중에 하나인 삼성전자가 소치 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쉬카 모양의 `갤럭시 노트3용 충전기`를 볼 때마다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이 마트료쉬카의 미소로 충전된다면 참 좋으련만….`

강명수의 탁류세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