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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연합,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포항

등록일 2014-03-24 01:10 게재일 2014-03-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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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러시아를 상대로 가하려는 경제 제재가 에너지 균형을 비롯해 금융시스템 안정성, 통화 안전성에 있어 유럽연합에 부메랑으로 돌아가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속전속결 `크림병합`에 미국·유럽연합이 제재에 나서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서 그의 고문인 세르게이 글라지에프가 한 말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푸틴은 우크라이나 내 크림자치공화국과 크림반도 내 세바스토폴 특별시에 대한 러시아 연방 합병 문서에 최종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명이 끝나는 즉시 크림반도는 러시아 영토로 간주된다고 선언했다. 크림반도는 제정 러시아 때부터 러시아 땅이었는데 1954년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의해 우크라이나에 편입됐다. 그가 친선의 표시로 우크라이나에 넘긴 지 60년 만에 다시 러시아 영토가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내 크림자치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에서 60km 떨어진 서남단에는 러시아가 흑해함대기지로 빌려 사용했던`우크라이나 안의 러시아-세바스토폴(항)`이 있다. 유럽연합 입장에서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에너지·곡물 자원을 가진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 없고, 러시아 입장에서도 `러시아 해군의 자랑-세바스토폴(항)`과 우크라이나와의 전략적 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 유럽연합과 북대서양 조약기구가 동쪽으로 확장해 나아갈 때 가장 중요한 나라가 우크라이나이고, 러시아가 내년 출범을 목표로 하는 유라시아연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라 역시 우크라이나인 것도 바로 거기에서 연유한다.

2012년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기치로 집권3기를 시작한 푸틴은 유럽연합에 맞설 유라시아연합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유라시아연합 회원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다. 가입 후보국은 아르메니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이다.

2015년 정식 출범을 목표로 하는 유라시아연합은 정치적 통합에 앞서 경제적 통합 단계로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올 해 5월1일 출범시킬 예정이다.

푸틴은 유럽연합에 대항하는 유라시아연합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의 차르`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속전속결 `크림병합` 방식은 유라시아연합 가입후보국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연합이 아닌 독립국가연합 회원국(몰도바,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에게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기반으로 `우크라이나의 서방편입` 차단에 성공했고, 유라시아연합을 통해 세 결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서 미국·유럽연합은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카드를 잇달아 내놓을 것이다.

이러한 신냉전(New Cold War) 시대를 맞아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 우리나라의 동참을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 구상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와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어떻게 될 것인가?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미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신중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과 손잡고 미국이 러시아를 강력하게 압박하자고 할 때 우리나라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또 러시아와 중국 관계에선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가야 하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래 통일한국`을 그려나가는데 러시아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카드`라는 것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유라시아 경제권을 구축하면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만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러시아와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 따라서 작년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구축된 한·러 관계를 후퇴시켜서는 안된다. 오히려 두 나라간 협력관계를 더 강화해 `북한 리스크 해소`에 공동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북한이 핵에 더 집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난 21일 코레일은 유라시아 대륙철도 관련 국제기구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제휴회원이 됐다. 이로 인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의 실질적 교두보가 마련됐고,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게 됐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긴밀하게 관련된 포항은 유라시아 경제권의 물류 거점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의 투망질`을 하다 보니 `지역과 함께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글로벌 포항`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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