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구조에 장기적 침체를 겪고 있는 세계 경제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 분배 개선을 가져 오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경제적 불평등으로 빈부격차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산층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부진한 구조적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한 마디로 아랫목의 온기가 방전체로 퍼져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코앞에 두고 `2013 대한민국호(號)`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민영화 괴담`이 유령처럼 광장을 배회하고 있다. 안녕한 `2014 대한민국號`를 위해 우리 모두가 안녕들 하기 위해 무엇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녕한 `2014 대한민국號`를 위해 가장 먼저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를 통해 계층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경제학자인 조지프 스타글리츠의 저서 `불평등의 대가: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에 따르면 불평등이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치과정을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시킨다고 한다. 불평등의 대가인 빈부격차는 계층갈등을 낳고 사회갈등을 심화시켜 이로 인한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게끔 만든다. 나아가서 국민의식을 분열시켜 분열된 사회를 만들고 국민대통합까지 갉아먹는다.
“의료 민영화가 되면 병원비가 폭등해 아파도 병원에 못간다” 식의 말들이 떠돌고 있다. `의료민영화`와 `의료보험 민영화`를 구별하지 못해 생겨난 현상인지, 정말로 `의료의 공공성`이 붕괴되는 징조인지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나아가 이러한 현상의 저 밑바닥에 과연 무엇이 자리를 잡고 있는 지를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구체적 보편성에 근거한 이성적 합리주의는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열린 공론의 장(場)`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2013 대한민국號`가 계속 이렇게 운항된다면 우리 모두는 공멸의 길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열린 공론의 장을 만들어 `계층갈등`부터 치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불평등의 대가인 빈부격차로 발생하는 `교육 기회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증가하는 불평등과 감소하는 사회적 이동성이 우리시대의 가장 큰 도전이다”라고 했다. 비단 그게 미국만의 문제일까? 빈부격차는 `교육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사회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이동성`을 감소시킨다는 말이다. 교육의 `승자 독식 구조`가 사회적 동력을 약화시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스템`을 고착화시키면 다수의 국민과 그 자녀들이 현재와 미래에도 안녕들 하지 못하게 돼 사회갈등의 요소가 배가된다. `사회적 결속`과 `국민대통합`으로 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일과 함께 `사회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야만 중산층의 감소도 막아낼 수가 있다.
세 번째로 요동치는 동북아시아 정세와 북한의 전략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한 초당적 `정치적 협의체`를 만들어 청와대와 여·야당이 안보·외교를 협의해나가야 한다. 거대한 불확실성 게임과 마주한 한반도를 앞에 두고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머리를 맞대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대북 정책 원칙을 세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북문제만큼은 정치 선전과 투쟁의 도구로 활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대북정보를 공유해 나가야 한다. 국익을 위해 정치권이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안보·외교뿐만 아니라 민생 현안 등 다른 문제들도 논의 할 수 있을 것이다. 억지로라도 역지사지하는 과정이 만들어질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를 통해 계층갈등을 치유하고 빈부격차로 발생하는 `교육 기회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이념통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면 우리 모두가 좀 안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맥락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신자유주의와 정글자본주의 체제에서도 안녕한 `2014 대한민국號`를 위한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하지만 그것이 `촛불시위의 자매편`처럼 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권퇴진운동의 불쏘시개로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