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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관전 포인트와 평창올림픽 점검사항 (II)

등록일 2014-02-17 02:01 게재일 2014-02-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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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필자는 경북매일 1월13일자 칼럼 `소치 올림픽 관전 포인트와 평창 올림픽 점검사항`에서 이렇게 썼다. “그런데 빅토르 안(안현수), 그의 행보에도 자꾸만 관심이 간다. 인터뷰 내용 중에 러시아 록음악의 전설이자 `러시아 개방과 개혁의 상징`이 된 빅토르 최를 언급하는 것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빅토르 안을 넘어서야만 사는 한국 쇼트트랙을 지켜봐야 하는 게 사실 불편하다. 빅토르 안이 처했던 그 상황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불편한 진실`과 맞대면 해야만 한다”

그로부터 꼭 한 달 후인 지난 13일 박 대통령이 “안현수 선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안현수가 8년간의 긴 공백을 극복하고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첫 메달을 따서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오르자 영향력 있는 중앙일간지들과 방송에서 동정론과 자성론(自省論)에 입각해서 혹은 현실론적 시각으로 `안현수 선수 문제`에 대한 칼럼과 인터뷰를 쏟아냈다. 아마도 그것이 박 대통령까지 움직였으리라고 짐작된다.

이에 부응해서 정치권도 자성론에 입각해서 `안현수 선수 문제`뿐만 아니라 재일동포 4세로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추성훈 선수 문제`까지 언급하며 `제2의 안현수·추성훈 선수`가 생겨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게다가 여당의 사무총장까지 나서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 문제`나 최근 협회의 행정실수로 1년간 선수자격이 정지된 배드민턴의 `이용대 선수 사례`까지 언급하며 체육계를 질책하기도 했다.

1973년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이끌며 `사라예보의 영웅`칭호를 받은 탁구선수이자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이애리사 국회의원의 인터뷰는 `안현수 선수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한다. 이 의원은 “체육계는 조급함 때문에 문제가 터지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문제가 부각되면 들끓다가 곧 `없던 일`이 된 경우가 부지기수다”라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불거진 사건에 연루된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시킨다고 해서 관행이 바뀌지 않으니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수들에게도 부조리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 어떠한 회유와 압박에도 합의를 해주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체육계가 근본적인 제도개혁과 의식개혁을 병행할 때만이 해묵은 병폐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쯤에서 잘 따져 보자. 파벌주의, 줄 세우기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이 단지 체육계만의 `비정상적 관행`일까?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파벌주의, 줄 세우기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는 아닐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비정상적 관행`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게 작금의 현실이 아닐까?

2018년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대회 인프라를 계획한 기간 내에 차질 없이 마무리 하는 일과 함께 올림픽 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책 마련도 중요하다. 또한 평창 올림픽에 대한 홍보와 아울러 `창조적` 개막식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2의 안현수 선수`가 생겨나지 않도록 국가와 국민이 발 벗고 나서서 실효성 있는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는 일이다. 따라서 평창 올림픽 점검사항 1순위는 `제2의 안현수 선수`가 생겨나지 않는 `깨끗하고 건강한 체육계 만들기`가 돼야만 할 것이다.

지난 15일 `러시아 빙상의 차르-빅토르 안`이 따낸 쇼트트랙 남자1천m 금메달은 8년이란 공백을 깨트리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낸 한 선수의 땀과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일깨워준 참으로 값진 것이었다. 평창 올림픽에서도 국적을 떠나서 `좌절과 고난을 이겨낸 인간의 감동적 드라마`를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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