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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군수 일행과의 3일 - 지역과 함께 세계로!

등록일 2014-03-03 02:01 게재일 2014-03-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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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여객과 물류 차원에서 자루비노 항과 슬라비앙카 항의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하겠다. 하산-훈춘 간 세관 통과 문제는 연방정부의 소관이지만, 세관시스템개선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다. 하산은 건물 개보수도 35년간 안했다. 봄부터 건축 프로젝트를 가동해 아파트와 개인주택을 많이 건설하고 쓰레기 소각장도 지을 작정이다. 조사료(귀리-연맥) 물류 관리를 위한 방안도 하루 빨리 마련하도록 하겠다”

지난 2월24일, 대한민국 포항시와 러시아 하산자치군 간에 우호교류 의향서를 체결했다. 그 후 영일대 호텔에서 만찬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포항시 유관기관장들의 질문에 하산 군수가 답변한 내용들을 위처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때맞춰 정부도 바로 다음 날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통해 `남북경제협력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포항과 하산 간의 우호교류 의향서 체결에 힘을 실어 줬다. 정부는 나진~포항 간 시범해상운송사업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베리아의 석탄을 실은 기차가 하산 역을 거쳐 나진에 도착하면 나진항 3호 부두에서 옮겨 실은 뒤 포항 포스코까지 실어 나른다는 구상인데 남·북·러 물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러시아 연해주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하산자치군은 프리모르, 슬라비앙카, 크라스키노, 자루비노, 포시예스트, 하산이라는 6개 도시형 마을로 이뤄져 있다. 발해 유적지, 안중근 단지동맹기념비 등 한국인들을 위한 문화관광콘텐츠도 갖추고 있다. 한· 러 간 이미 비자가 면제됐고 2014년과 2015년을 양국 간 상호방문의 해로 지정한 만큼 많은 관광객들의 상호교류가 예상된다. 포항영일만항~자루비노 항 정기항로 개설을 신중하게 고려해 볼만 하다.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하산), 중국 동북3성 및 북한(나진, 청진)을 연계한 신규항로 개설을 통한 대북방 교역 교두보를 확보하고 영일만항 활성화를 통한 환(環)동해 허브 항만육성을 위해 구성된 `포항시 대북방 정책 협의회`의 국제 교류분야 위원 자격으로 필자는 25, 26일 일정까지도 함께 할 수 있었다. 25일에 하산 군수 일행은 영일신항만과 포스코 휴먼스와 포항 A&C를 방문했다. 하산 군수는 영일신항만 회의실에서 이미 만들어진 컨테이너 부두와 앞으로 만들어질 여객선 부두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영일만항의 물동량과 수출입 품목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고 포스코 휴먼스에서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제작한 이동식 모듈러 주택의 평당 건설가격에 관심을 보였고 포항 A&C에서는 모듈러 시스템으로 지은 아파트나 미적 감각이 살아있는 청담 MUTO에 대해 질문했다. 26일에 하산 군수 일행은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했는데 전문적인 연구로 생산된 제품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상옥슬로우시티와 죽장사과영농조합 견학 때는 친환경 품질인증 농산물 공동상표인 `참느리`마크가 새겨진 사과 주스와 사과의 맛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맛의 비결에 대해 질문했다. 기계미곡종합처리장에서는 미곡이 처리되는 과정과 친환경 쌀의 가격에 큰 관심을 보였고, 기계부추 작목반에서는 부추가 농가 소득의 원천이고 정력에 좋다고 하자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오는 4월에 하산 군수는 훈춘 시장과 함께 속초를 방문한 후 포항에 다시 오기로 국제협력과장과 약속했다. 그때에는 우호교류 의향서 1번 항목에 적힌 `청소년 스포츠 및 문화·예술 교류`도 추진됐으면 한다. 포항스틸러스도 소개하며 청소년스포츠교류의 장도 열었으면 좋겠다. 하산 군수 배우자인 오브치니코바가 떠나면서 “러시아와 그 문화를 사랑하는 이여, 다시 만날 때까지!”라고 한 말을 종종 떠올린다. 다시 만난다면 포항시립미술관으로 꼭 안내하고 싶다.

필자는 하산 군수 일행과 3일을 함께 하며`고단한 현실`을 이겨내는 힘을 얻은 것 같았다. `자존감 회복을 위한 일종의 의식(ritual)`을 치른 것 같이 고무된 기분이었다. 지역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뱃길을 여는 현장에 지역과 함께 통일로 나아가는 밑자리를 만드는 순간에 `증인으로 참여했다`고 과도한 의미부여를 한 탓일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이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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